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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누나 좋아해요

박태준은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는 기민욱을 차갑게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

그는 기민욱이 보는 앞에서 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용한 사무실, 스피커를 키지 않았음에도 전화 너머 울려 퍼지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연결되지 않아, 삐 소리 후...."

"...."

지난번 차단당했던 것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연결이 안 되네."

박태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민욱이 핸드폰을 들었다. 사실 그도 신은지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다. 전에 재경 그룹에서 만났을 때 번호 교환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전화가 연결되는 뚜, 뚜 소리가 들려왔다.

"네 거는 되는데, 형만 차단당했나 보네."

기민욱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응."

박태준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마치 신은지한테 차단당한 것이 무슨 대수냐는 듯한 태도였다.

기민욱이 말을 이었다.

"형, 은지 누나한테 뭐 잘 못했어? 내가 대신 얘기해 줄까?"

박태준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이 얼굴로 있는 자체가 신은지 씨한테는 죄짓는 거지."

"?"

"만약 네 마누라가 죽었는데, 어디서 네 마누라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알짱거리면 좋겠어? 그것도 하필이면 경쟁 상대로."

기민욱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전화 너머 신은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디시죠?"

"은지 누나, 저예요. 혹시 오후에 시간 되세요? 제가...."

기민욱이 박태준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만약 박태준이 연기하고 있는 거라면, 이 상황에도 태연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

"아니, 형이 커피 한잔하면서 드릴 얘기가 있대요."

"...."

전화 너머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기민욱은 급해하지 않고 답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인내는 그의 특기였다. 그는 사냥하는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냥꾼이었다.

신은지가 의아한 듯 말했다.

"무슨 얘기요? 설마 저번에 프로젝트 빼앗아 간 것 때문에 사과라도 한대요? 아니면 돌려준다던가?"

기민욱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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