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은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는 기민욱을 차갑게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그는 기민욱이 보는 앞에서 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용한 사무실, 스피커를 키지 않았음에도 전화 너머 울려 퍼지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연결되지 않아, 삐 소리 후....""...."지난번 차단당했던 것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연결이 안 되네."박태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민욱이 핸드폰을 들었다. 사실 그도 신은지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다. 전에 재경 그룹에서 만났을 때 번호 교환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전화가 연결되는 뚜, 뚜 소리가 들려왔다."네 거는 되는데, 형만 차단당했나 보네."기민욱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응."박태준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마치 신은지한테 차단당한 것이 무슨 대수냐는 듯한 태도였다.기민욱이 말을 이었다."형, 은지 누나한테 뭐 잘 못했어? 내가 대신 얘기해 줄까?"박태준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이 얼굴로 있는 자체가 신은지 씨한테는 죄짓는 거지.""?""만약 네 마누라가 죽었는데, 어디서 네 마누라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알짱거리면 좋겠어? 그것도 하필이면 경쟁 상대로."기민욱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전화 너머 신은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디시죠?""은지 누나, 저예요. 혹시 오후에 시간 되세요? 제가...."기민욱이 박태준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만약 박태준이 연기하고 있는 거라면, 이 상황에도 태연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아니, 형이 커피 한잔하면서 드릴 얘기가 있대요.""...."전화 너머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기민욱은 급해하지 않고 답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인내는 그의 특기였다. 그는 사냥하는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냥꾼이었다. 신은지가 의아한 듯 말했다. "무슨 얘기요? 설마 저번에 프로젝트 빼앗아 간 것 때문에 사과라도 한대요? 아니면 돌려준다던가?"기민욱이 의미
정말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지금 우유를 머금고 있었다면 그대로 뿜었을지도 몰랐다. 신은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목을 가다듬으며 물었다."육 대표도 동의한 거예요?"그리고는 배에 두르고 있는 아기 베개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저 임산부예요. 저랑 사귀면 애 아빠가 될 텐데, 그쪽은 아직 나이도 어리고….”기민욱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그녀의 말을 잘랐다."상관없어요. 누나를 좋아하니까, 제 자식처럼 대할 자신 있어요."신은지는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을 참지 못하고 입을 막았다."욱."그리고는 손을 내밀며 미안하다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미안해요. 제가 임산부라서, 속이 좀 매슥거릴 때가 있어요. 기민욱 씨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좀 전에 뭐라고 했죠?""...."신은지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한 기민욱은 아주 찰나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도무지 박태준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사실 기민욱은 처음 박태준에게 최면을 걸면서 제일 먼저 신은지의 대한 기억부터 지우려고 했다. 신은지만큼 그의 감정에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문하고 약을 먹여도 박태준은 그 기억을 잊지 않았다. 물론 자세한 얼굴이나 다른 정보는 약으로 희미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는 일종의 상견례라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전 형 말고 다른 가족이 없는 상태고, 누나도 혼자인 걸로 알고 있는데, 누나만 동의한다면 아무도 반대할 사람이 없어요. 오늘부터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테니, 누나는 제 마음만 받아주시면 돼요."기민욱은 이미 스스로 아기 아빠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신은지는 이런 그의 행동이 너무나도 소름 끼쳤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옷을 들쳐 감싸고 있는 베개를 보여주고 싶었다. 기민욱은 계속해서 열렬히 사랑 고백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신
신은지는 기민욱의 마음에 ‘돈을 사랑하는 여자’ 라는 또 하나의 꼬리표를 달았다.이런 천박한 여자라면 형은 신은지의 외모에 속은 것이기에 그녀의 본 모습을 알게 되면 그는 분명 신은지를 경멸할 것이다.기민욱은 난처한 표정으로 박태준을 바라보았다."회사는 육씨 가문 소유이고, 내가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만, 난 육씨 가문 사람이 아니야. 나를 위해 육씨 가문과 약속을 깨라고 할 권리는 없지만, 내가 열심히 돈을 벌게. 절대 형을 고생시키지 않을 거야.”박태준은 얼굴을 찡그리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 자신을 과소평가할 필요 없어. 네가 육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 해도 네가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 이상 넌 내 친동생이야. 네가 나에게 협력안을 박씨 가문에 돌려주라고 하면, 나는 돌아가서 왕 비서에게 위약금을 준비하라고 할게.”"정말?” 신은지는 기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기민욱 씨, 육 대표님이 이렇게 하시겠다고 하네요. 당신은......”기민욱은 진심어린 표정으로 말하는 박태준을 보며 그가 진심으로 말하는 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미 말은 입 밖에 내뱉었지만......만약 거절하면 나중에 자기가 신은지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가짜가 되고, 동의해도 신은지가 달갑지 않았다.기민욱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휴대전화 알람이 울렸다. 그는 알람을 끄고 오 박사에게서 처방받은 신약을 꺼냈다."형, 약 먹을 시간이야.”"식후에 먹는 거 아니었어?”박태준은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기민욱이 건네는 약병을 받았다."포장이 왜 바뀌었어?”"새로 나온 신약인데 기존에 먹던 것보다 효과가 좋대. 그렇게 오래 복용할 필요도 없고 식전에 먹어야 한다.”기민욱은 손을 들어 웨이터에게 따뜻한 물을 한 컵 부어 달라고 한 다음 약병에 든 약 두 알을 박태준 앞에 내밀었다.박태준이 전에 고백할 때 자신이 어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기민욱이 약 복용을 위해 일부러 알람을 맞추면서까지 신경을 쓴다는 것은 십중팔구 이 약에
신은지는 말을 하지 못하고 ‘우우’ 하는 소리만 냈다. 그녀를 납치한 사람은 남자로,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조르며 그녀를 주차장 구석으로 끌고 갔다. 납치? 납치? 사람을 죽여서 입을 막는 거야? 기민욱의 사람인가? 당황한 신은지는 그 남자의 손을 떼려 했지만, 자신의 목덜미 사이에 가로놓인 팔뚝은 철옹성처럼 그녀가 꼬집거나 때리더라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CCTV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로 끌려가던 신은지는 가방을 마구 휘둘러 내리쳤지만 그에게 제지당하며 제대로 때리지도 못했다. 신은지는 여러 번 그를 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남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펑……” 신은지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가방이 어딘가에 부딪힌 것을 느꼈고, 다음 순간 남자는 고통에 겨운 신음을 내뱉었다. “아, 신은지 씨, 신은지 씨……때리지 말아요. 나는… 아는...... 아는 사이에요." 라고 말했다. 남자는 구석으로 가자마자 중요부위를 맞은 듯 황급히 신은지에게서 손을 떼고 신은지에서 두 걸음 정도 떨어졌다. 그는 자신의 뺨을 문질렀다. 신은지의 가방은 부드러운 가죽이었다. 그녀의 가방 안에 있던 휴대전화가 그의 광대뼈를 맞춰 그 남자는 눈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구석의 빛이 어두워 신은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방의 얼굴을 자세히 훑어보았지만 그녀는 자신 앞에 있는 그 사람을 알지 못했다."누구세요?" 신은지는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한 자세로 그를 경계하며 물었다. 남자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신은지는 다시 가방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뭘 꺼내려는 거죠? 손 내놔요." "휴대전화." 남자는 신은지가 가방을 들자 급히 손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 손을 펴서 그녀에게 자신이 들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신은지 씨......” 신은지가 경계하는 것 같자 그는 급히 말을 바꾸었다. "작은 사모님, 육 대표님이 사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하셨어요.” "육정현?" 그
신은지는 실망한 듯 눈을 굴렸다. "실종된 사람들은 다시 나타날 때 모두 꽃같이 아름다운 약혼자를 데려오던데, 너는 오히려 아버지를 데려오기는 했는데 병든 아버지를 데려왔네.” 박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억울한 듯 말했다. “내가 어디……” 박태준은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멈추고 서서 기쁜 얼굴로 신은지를 바라보았다. "내가 실종되어 아버지를 데려왔다고? 은지 야, 믿고 있었던 거야? 내가 박태준이라고?” 그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변했다. 신은지는 박태준을 화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말했다. "아니요.” 분명히 자신에게 기민욱이 약병의 약이 얼마나 들어있다는 것을 은근히 일깨워 줄 정도로 눈치 빠르고 똑똑한 박태준이 왜 지금 이렇게 멍청한 것일까? 신은지가 그를 박태준이라고 믿지 않았는데, 그가 그녀를 만지작거리고 키스해도 뺨도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가? 박태준은 마음이 급해져서 신은지가 소파 쪽으로 가려고 하자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하지만 방금 분명히......” 신은지는 그의 손에 잡혀 앞으로 걷지도 못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그를 보고 말했다. "육 대표님, 몇 년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셨죠?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돼지에게 기억을 빼앗긴 것이 아닐까요? 괜찮으시면 용한 대사님을 좀 찾아가 보는 것이 어때요? 바보처럼 굴지 말고요. “ 신은지답게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박태준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녀가 이렇게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바보다. "은지 야, 미안해. 나는 일부러 널 속이려고 했던게 아니야. 내가 너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어. 난 기민욱 뒤에 있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싶어. 그 사람은 박씨 가문을 미워하고, 또 재경 그룹을 잘 알아. 게다가 재경 그룹에 그의 사람도 있어.”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면 기민욱과 그의 배후에 있는 사람은 신은지를 그저 박태준의 전처로만 생각할 뿐,
"네가 아프든 말든 해보자는 거야? 너는 여전히 나를 바보로 알고 회유하고 있어." 신은지는 박태준을 밀치고 돌아서서 문을 열었다. "넌 아직 적진에 있으니 안심하고 제대로 잠복해. 기민욱이 너에게 약을 먹으라고 하고 있으니 가능한 한 빨리 방법을 생각해. 그 약을 오늘 한 번 안 먹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안 먹을 수는 없을 거야.” "기민욱이 준 약을 먹고 바보가 될까 봐 걱정도 안 돼?” 기민욱의 능숙한 행동을 보니 박태준에게 약을 먹인 것이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 박태준은 그 약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내밀어 받았다. 신은지는 생각만 해도 화가 났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면 박태준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신은지가 문 손잡이를 잡고 힘껏 돌리려 하자 박태준이 뒤에서 그녀를 껴안고 입술을 아쉬운 듯 문지르며 말했다. "오늘 밤 여기 있자. 어때?” 그의 손은 그녀의 배에 닿아 있었다. 신은지는 아까 차에서 내리면서 배에 넣어놓은 베개가 떨어질까 봐 외투의 단추를 잠가 다행이라 생각했다. 박태준은 신은지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했기 때문에 힘을 쓰지 않아 그녀의 임신한 배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박태준의 유혹에 속으로 사투를 벌이던 신은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그곳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마침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서로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민욱이 그들을 지켜보도록 사람을 보냈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 둘이 오래 함께 있을수록 더 쉽게 드러날 수 있다. 기민욱은 지금 의심을 하고 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다. 신은지는 안전을 위해 기민욱을 피하고 만나지 않을 수 있지만 박태준의 얼굴이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그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박태준이 완전히 단념할 수 있도록 신은지는 말했다. “나는 지금 임산부인 데다 태아 위치가 불안정해서 격렬한 운
"기민욱, 개처럼 짖는 거 배워, 빨리. 개처럼 짖는 거 배워, 멍멍멍.…” "기민욱, 빨리 봐봐. 이거 네 동족지? 오오오. 아니면 네 여자친군가? 이 사람이 네 미래의 아내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빨리 네 마누라가 예쁜지 봐. 자, 뽀뽀해.” 아이들은 평소에 TV에서 이런 것들을 배운다. "멍멍...” “하하하.” 개 짖는 소리와 사람 웃음소리가 뒤섞여 날카롭게 귀에 거슬린다. 침대 위의 기민욱은 눈을 번쩍 떴다. 머리 위의 천장은 어둠 속에 가려져 희미하게 불빛만 보일 뿐이었다. 기민욱은 멍하니 그곳을 노려보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눈에는 음험함과 냉담함 증오심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그의 눈에 비친 그림자는 점차 한 마리의 개의 모습으로 변했다. 정말 역겨웠다. 기민욱은 침대에서 일어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맨발로 테이블로 걸어가 술을 한 잔 따라 한 입에 마셨다. 독한 술이 입안으로 들어가며 타는듯한 느낌이 목구멍에서 위까지 밀려와 은근한 통증을 유발했다. 그가 손에 잔을 움켜쥐자 손가락 마디마다 힘줄이 솟아올랐다. 기민욱의 시선은 겹겹이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넘어 창밖의 밤하늘에 떨어졌다. "신은지...…” 이렇게 비열하고, 나약하고, 둔하고, 권력이 있고 재물을 탐내는 여자는, 설령 자신의 형과 어울린다고 해도 용납할 수 없다 그의 형은 세계 최고가 될 가치가 있다.기민욱은 술잔을 만지며 자신이 고아원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결국 입양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만약 그때 박씨 가문이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박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 되었을 것이고, 박태준이 가진 것은 모두 그의 것이었을 것이다.그들은 같은 부모, 같은 것을 가지고 동등한 교육을 받는데, 박태준과 그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한때 그런 것들이 그의 앞에 있었지만 아주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기민욱은 자신의 신분으로 얻을 수 없었기에 박태준의
신은지는 말했다. "응, 저번에 관장님께서 나한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하셨어. 결국 재경 그룹에 남기로 선택했지만 고마워.” "......” 차키를 들고 나유성 옆을 지나가며 신은지는 말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 고마워, 유성아.” 나유성은 신은지의 뒷모습을 보며 임 관장에게 신은지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신은지는 분명히 그를 오해하고 있다. 만약 그의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신은지는 곧 찻집의 문을 열고 나갈 것이다. "은지야…." 신은지의 이름을 부르는 나유성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난 처음이야.” “......” 신은지는 놀라서 고개를 홱 돌리다가 허리를 삐끗할 뻔했다. 신은지는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은 얼굴로 나유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도 하지 못 한채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너... 너… 너 이거…. 이게 무슨 헛소리야?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지금 뭐가 ‘처음’이라는 거야? 신은지의 놀란 모습을 본 나유성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동안 임 관장님께 부탁한 사람은 내가 아니야.” 신은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잖아.” 신은지는 문의 어두운 색 무늬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지난번엔 임 관장이 그녀에게 꿈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 나유성의 부탁 때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박태준을 떠올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박태준은 당시 막 육영 그룹을 이어받아 지금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일에 관여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나유성은 신은지의 멍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 "요즘 네가 걱정이 많은 거 잘 알아. 그래도 이렇게 널 놀리니까 웃네.” “그런 농담은 앞으로 하지 마!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단 말이야.” 나유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 신은지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