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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직접 만져봐

바지? 박태준은 바지를 벗을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그는 그저 육정현의 신분으로 나타나게 된 이유를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신은지의 태도를 보니 그녀는 자신이 바지를 벗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아파트 복도 끝자락에 보이는 창문은 어느새 밤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이런 사적인 공간에서 남녀 둘이 늦은 시간에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박태준은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

"크흠, 찾아보니까 임신 4개월이면 할 수는 있다던데, 의사한테 물어본 적은 없지?"

신은지는 좀 더 편하게 대화하기 위해 집 문을 열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는 그의 질문에 의아했다.

"뭘 물어봐요?"

신은지도 알 거는 다 아는 성인이었다.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단번에 그의 말에 담긴 성적인 의미를 알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었다. 그는 아직 신은지에게 박태준이라고 인정받지도 못했는데,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박태준이 그녀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네가 아까...."

그가 하던 말을 멈추자, 신은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까 뭐요?"

박태준은 말없이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신은지는 그가 좀 전에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육 대표님, 본인이 누군지 잊으신 거 아니죠? 제가 비록 과부가 되긴 했지만, 제 뱃속에는 전남편의 아이가 있어요. 그를 위해 평생 수절할 각오도 되어 있으니까, 저를 욕보이지 마세요."

박태준은 그녀의 말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 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평생 자신을 위해 수절하겠다는 말에 감동받고 있었다.

그는 애당초 지금 신은지에게 박태준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녀에게 있어 지금의 박태준은 육정현으로 인식되어 있을 텐데, 외간 남자를 집으로 들이다니, 말에 이치가 맞지 않았다.

"그럼, 나유성이랑 진선호도 안 받아줄 거지?"

마음 같아선 한시도 신은지 옆에 떨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박태준은 당분간 육정현의 신분으로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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