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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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박태준, 너 나 사랑해?

박태준은 신은지를 바라봤다. 신은지는 어쩔 수 없이 그의 품에 기대 있긴 했지만 시선은 진선호에게 꽂혀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진선호밖에 없었다. 박태준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서 떨어져 허리에 놓였다. 그는 손에 힘을 주며 그녀의 시선을 다시 돌리려 했다. 박태준의 표정이 어두웠다. “가자.” 강태산은 재빨리 차를 두 사람 가까이에 세웠다. 손만 뻗으면 차 문을 열수 있는 거리였다. “아니...” 신은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박태준은 그녀를 강제로 차에 태웠다. 진선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손을 뻗어 말리고 싶었으나 보디가드들이 그를 제지했다. 결국 눈 깜짝 할 사이에 신은지는 박태준의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차 안에는 강태산뿐만 아니라 진영웅도 있었다. 진선호의 목소리가 차 시동소리에 옅게 들려왔다. “박태준, 그 사람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진선호도 자신이 이 일에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관계가 나쁘다 하더라도 혹은 두 사람이 이미 이혼을 생각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부부 사이 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합리했다. 진선호는 그저 신은지가 원하지 않을 때가 되어야만 끼어들 자격이 있었다. 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더 잘 알았다. 방금 박태준의 눈에는 소유욕이 가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박태준이 이성을 잃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진선호도 같은 남자로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선호가 상상하고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박태준은 그녀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차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에게서 손을 뗐다.지금 이 시각 두 사람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차 안에는 그 누구도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고 숨 쉬는 소리마저 거의 안 들렸다. 신은지가 고개를 돌렸다. 박태준 이 눈을 감은 채 차 시트의 등을 기대고 자는척 하고 있었다. 얼굴에 그림자가 비칠 정도로 긴 속눈썹, 꽉 다문 입술, 각진 얼굴이 그의 차가움을 더 드러냈다. 진영웅이 백미로 이 상황을 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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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부부사이의 일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어느새 입술이 바로 그녀의 눈앞에 놓였다. 신은지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뭐 하는 거야.”가깝게 붙어선 박태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유성 쪽에 희망이 없으니 이제는 진선호로 갈아탄 거야?”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고 약간의 웃음기도 서려있었다. 그의 숨결이 느껴지자 신은지는 그와 조금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뒤쪽은 막다른 벽이었기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약 바르겠다며, 저쪽으로 가서 누워.”신은지가 소파 쪽을 가리키며 박태준을 밀어냈다. 지금 이대로는 너무 위험했다. 비록 전예은이 가고 나서 그가 다른 여자와 어울리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 어떤 일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박태준이 작게 웃더니 신은지에게 살짝 입을 맞췄다.“내가 묻잖아.”신은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신은지의 이성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몸부림을 치며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꽉 다문 입술은 박태준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았다. 박태준은 신은지가 자신을 얼마나 거부하고 있는지, 그녀가 지금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정말 자신이 손 하나 까딱 하는 것도 싫은 눈치였다. 조금 빨개진 눈과 코, 홍조를 띠는 볼 그리고 흰 피부까지 어느 것 하나 박태준을 유혹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사실 그녀가 거부한다 하더라도 박태준이라면 충분히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제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은지 역시 그걸 느끼고 있었다. 신은 지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경멸이 가득했지만 박태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그녀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가만히 있어.”신은지가 이를 악 물었다.“만약 네가 내 입장이라면 가만히 있을 거야?”박태준이 웃었다.“그럴 수도.”이 짐승 같은 남자랑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은지야, 집에 있어?”나유성이었다. 신은지가 구세주라도 만난 듯이 기뻐했다. 그녀는 박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놔.”박태준은 차갑게 그녀를 쳐다보며 움직이지 않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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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박태준이 쫓아다녔던 여자

박태준이 신은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신은지는 여전히 박태준을 매섭게 노려 보고 있었고 그녀의 몸에는 박태준이 거칠게 입을 맞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만약 그녀의 손에 칼이라도 들려 있었다면 바로 박태준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박태준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나유성의 손을 바라봤다. 방금 나유성은 지문으로 도어락을 열고 들어왔다. 나유상은 눈치가 매우 빠른 사람이었기에 박태준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읽어 낼 수 있었다.“미안, 그때 급해서 미처 지우지 못했어.”이건 확실히 나유성의 잘못이었기에 그는 얼른 도어락에서 자신의 지문을 삭제했다. 박태준은 들어와서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현관에 서서 당장이라도 나유성을 보낼 기세로 말했다.“이렇게 늦었는데 무슨 일이야?”“지나가던 길에 경비실에서 어젯밤에 일이 좀 있었다고 하는 걸 듣고 한번 올라와봤어.”사실은 오늘 아침 경비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어젯밤에 일을 싹 알려줬었다.“어딜 가던 길인데 하필 여기를 지나치게 되서."두 남자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유성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나유성이 말한 곳은 마침 이곳을 지나야 하는 게 맞았다. 신은지가 문 밖을 가리키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나가.”“신은지.”허태준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감정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고를 하는 뜻임은 분명했다. 신은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새 그녀의 감정도 많이 격앙된 상태였다. 이제 그녀는 이 지옥 같은 혼인 생활을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는 것조차 아무렇지 않았다.“나가. 당장 꺼져.”박태준이 차가운 표정으로 신은지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신은지가 미쳐 피하지 못했지만 나유성이 중간에서 박태준의 손을 막았다.“나가서 한 잔 할까?”“나유성?”박태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선 넘었어.”나유성은 천성이 부드러운 사람이었지만 그만큼 기세에서도 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너네 부부 사이의 일을 끼고 싶은 건 아니지만 오늘 밤 내가 여기에 남는다면 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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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둘 다 가지고 싶어

신은지의 차량이 멈추자 꽃집 알바생이 시선을 돌렸다. 알바생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비교해 보는 것 같았다. 이 차량이 맞다는 확신이 서자 알바생이 신 은지 쪽으로 다가왔다. 작업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이 출근했을 때부터 알바생이 저 큰 꽃다발을 들고 있었으니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신은지 차는 이미 작업실 주차장에 도착했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인데 차를 돌릴 수도 없었기에 그녀는 알바생이 걸어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신 사모님 되십니까?” 차 문이 닫혀 있음에도 알바생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신은지는 차에서 내렸다.“박 사장님이 선물한 꽃다발입니다. 영수증에 서명해주세요.”알바생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동기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직원이 적은 데다가 일도 지루한 작업실에서 이 꽃다발은 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들도 모두 어제 기사를 다 본 상태였다. 심지어 평소에 기사를 잘 보지 않는 동기마저 소문을 듣고 기사를 봤다. 평소에 조용하기만 하던 신은지가 재경그룹의 사모님 일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재경그룹이면 엄청난 재벌이다. 그들은 자신의 주위에 이런 훌륭한 인맥이 생길 줄은 몰랐다. 신은지는 사인을 하지 않았다. 꽃다발이 매우 컸기에 알바생은 한 손으로 들기 버거워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영수증에 사인을 받으려고 했다. 신은지는 동기들의 구경거리가 되기 싫어 얼른 사인을 하고 말했다.“이건 버려 주세요.”알바생은 꽃다발을 그대로 차에 내려놓고는 인사를 하고 얼른 도망갔다. 손님이 주문한 꽃을 버릴 수는 없었다. 신은지는 동기들의 시선을 피해 다시 차에 올라타서 전화를 걸었다.“박태준, 이게 뭐 하는 짓이야?”박태준은 꽃집 알바생의 문자를 받았기에 꽃이 이미 배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근데 신은지의 화난 듯한 말투를 듣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안 기뻐?”“기쁘기는 무슨.”신은지는 거친 말이 튀여 나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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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질투

신은지와 같이 나온 동기들은 모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신은지는 이제 그들의 시선에 익숙해질 지경이었다.“은지 씨, 귀 뒤에 키스 자국이 아직도 있네.”동기 한 명이 낮은 목소리로 짓궂게 말했다. 신은지는 연애도 한번 못 해 보고 바로 결혼을 했다. 그러니 아무리 담담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려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녀는 얼른 두 손으로 귀를 가렸다.“가리기는, 다 봤는데.”신은지는 오늘 아침 거울을 보며 그 자국들을 하나하나 화장품으로 가렸다. 게다가 목폴라까지 입고 목도리도 두르고 평소와 다르게 머리까지 풀었는데 그래도 들킬 줄은 몰랐다. 동기들은 모두 박태준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얼른 자리를 떴다. 순식간에 작업실 문 앞에는 신 은지와 박태준밖에 남지 않았다.“타.”“자기를 너무 잘 모르는 거 아니야?”신은지는 이제 화도 안 났다.“어떤 여자가 자기를 덮치려고 했던 남자 차에 올라타?”박태준은 그녀가 아직도 어젯밤에 일로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한참 있다가 대답했다.“미안해, 참을 수 없었어.”사과하는 것 같았으나 성의가 하나도 없는 말이었다. 신은지는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서서 가려는데 박태준이 그녀를 불렀다.“어머니 유물은 안 챙길 거야?”신은지가 고개를 돌렸다. 차에 에어컨을 틀어 놓은 상태였기에 박태준은 셔츠만 입은 채 단추를 끝까지 잠갔다. 하지만 그의 섹시한 겉모습은 그 비겁한 본성을 가릴 수 없었다“우리 엄마 유물이 왜 너한테 있어?”전에 신진하가 택배로 보내 준다고 해서 주소까지 다 보내 줬었는데 그 후로는 소식이 없었다. 유물이 남아 있는지를 떠나서 그가 정말로 보내줄 거라는 기대도 안 했기 때문에 신은지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었다. 비록 박태준이 좋은 남자는 아니었지만 이런 일로 그녀를 속일 사람은 아니었다. 박태준이 마음만 먹으면 그 물건들을 찾아오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었기에 이런 쉬운 일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일단 타.”신은지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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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오늘은 여기에서 자

갑자기 나타난 전예은을 보니 방금 신은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박태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신은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네가 부른 거야?”손목으로부터 전해지는 고통에 신은지가 인상을 찌푸렸다. 박태준이 얼른 손을 놓았다. 붉어진 손목을 보며 박태준이 사과했다.“미안해. 힘조절을 못했어.”비록 박태준이 얼른 사과했지만 신은지는 저도 모르게 그와 거리를 뒀다.“네가 부른 사람이니까 네가 보내.”신은지가 전예은을 부른 원인은 바로 박태준이 자신을 순순히 보내 주지 않을 걸 알아서였다. 근데 이제 와서 어떻게 전예은을 그냥 보낼 수 있을까.“은지 씨.” 전예은이 두 사람의 대화를 잘랐다. 전예은은 낯빛이 창백했고 가녀린 몸을 가볍게 떨고 있었다. 이 상황이 굉장히 치욕스러운지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태준 씨랑 오랫동안 연락을 못 했어요. 근데 이런 방법으로 절 치욕스럽게 하시면 안 되죠.”전예은이 싸늘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박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아무리 뻔뻔해도 절 싫어하는 남자한테 매달리는 사람은 아니에요.”전예은을 바라보는 박태준의 눈빛이 여전히 차가웠다. 신은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질투를 유발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번 생에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걸까.“일단 들어오실래요?”두 사람 사이에 어떤 모순이 생겨서 연애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몰라도 자신이 한번 설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필요 없어요.”“나가.” 박태준과 전예은이 동시에 말했다. 전예은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몸을 돌려 나가 버렸다. 그러다가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어차피 왔으니까 한마디만 할게. 초대장에 관한 일은 내 매니저가 함부로 벌린 일이야. 내가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어 하니까 기회를 만들어 주려다가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아. 이미 내가 혼냈으니까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미안해.”전예은은 말을 마치고 그대로 나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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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신은지의 정체

프로그램에 관련된 사실을 감독은 이미 반 개월 전부터 허 원장에게 말했었다. 당시에는 신은지가 경원에 없었던 데다가 허 원장은 신은지가 얼굴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말을 꺼내지 않았었다. 지난번에 다큐멘터리에서 신은지는 손만 드러냈고 또 파트너인 이경수의 외모가 출중했기에 많은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유발했었다. 감독은 신은지가 출연에 동의했다는 소식을 듣자 매우 기뻐하며 일주일 후부터 촬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날 신은지는 촬영 팀에서 보낸 스케줄표와 출연진 리스트 같은 자료들을 받았다. 신은지는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저 감독님의 명성을 빌어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바로 그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신은지는 대체적인 촬영 스케줄을 파악한 후에는 단체 채팅방에서 나와 버렸다. 빼곡한 글자를 보자니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촬영 날 메이크업을 받을 때 전예은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며칠 전 연예계로 진출할 생각이라고 하더니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신은지는 이마를 짚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메이크업을 받는 방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를 볼 수가 있었다. 김청하가 전예은에게 촬영 스케줄에 대해 고지하면서 신은지를 쳐다봤다. 김청하가 고개를 돌리며 비웃었다.“촬영도 곧 시작할 텐데 그 실버인가 뭔가 하는 사람은 아직도 안 오네요. 첫날부터 모두를 기다리게 할 생각인 건가?”사실 어제 출연진 리스트에서 실버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김청하는 전예은에게 불만을 토로했었다.“신비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역시 돈에 넘어가네요. 다른 사람 보다 복구 비용을 훨씬 더 많이 받는 것도 모자라 이젠 이런 프로그램까지 참가하다니.”김청하는 일찍 와서 이미 다른 출연진들을 다 확인했지만 낯선 얼굴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신은지는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이미 왔는데요. 매니저님은 자신이 맡으신 분이나 잘 관리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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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뭘 속인 거야

박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손에 있는 서류를 보고 있었다."무슨 정체?""신은지가 바로 그 실버야."전예은이 강조했다.“내 그림 복구해 준 사람.”그녀는 당시 그 그림으로 강혜정의 비위를 맞추고 싶었고 박태준에게도 놀라움을 주려고 했기 때문에 사전에 언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후에 생일파티에서 그 소란이 있었기에 실버라는 사람이 공개될 수밖에 없었다.페이지를 넘기던 박태준이 서류에서 눈을 떼고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어.”그의 태도가 이렇게 평온한 것을 보고 전예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이미 알고 있었어?"몰랐다. 그는 이경수가 신은지를 실버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만 당시 그는 그냥 애칭이라고 여겼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 일에 대해 딱히 개의치 않았었다. 그는 전예은의 질문에 더 이상 대답하지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전예은이 목소리를 높였다."신은지가 나를 속인 것도 알고 있어? 아니면 이 안에도 네 계획도 있니?"“뭘 속인 거지?"전예은이 침묵했다. 방금 그 말을 뱉자마자 그녀는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았다. 실버는 비록 그녀에게 높은 가격을 받았지만 미리 가격을 제시했고 자신도 동의했다. 그래서 사기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고의로 그녀를 괴롭힌 정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원래 별로 사이좋게 지내는 관계가 아니었으니 사실 실버가 복구 작업을 받지 않아도 할 말이 없다.박태준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전예은은 그가 여전히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한참 지나서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할 것 같은 이유를 댔다."돈, 비록 그 그림이 좀 심하게 훼손된 건 맞지만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면 그렇게 높은 가격을 받을 필요는 없었어.”"돈을 위해서라면 그냥 내 비위나 잘 맞추면 더 많이 벌지 않을까? 그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일할 필요도 없을 텐데.”전예은은 박태준이 자신을 비꼬기 위해 이 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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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강제로 피임약을 먹이다

박태준의 태도를 보아하니 모든 걸 알게 된 것 같았다. 어쩐지 전예은이 밖에 나갔다 오더니 표정이 많이 나아진 것 같더라니 이제 보니 박태준이 애인을 대신해 복수를 하러 온 것 같았다. 신은지는 오늘 하루 종일 바삐 돌아다니느라 이미 충분히 피곤한 상태였다. 근데 또 박태준의 시비까지 받아주려 하니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신은지는 휴대폰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고는 팔짱을 꼈다.“전예은이 어떻게 하고 싶대? 돈을 돌려달래? 그건 안 되지.”“실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 쓸데없는 사람은 끼여들이지 마.”“쓸데없는 사람이라니? 전예은이 오전에 전화해서 나에 대해 다 말한 거 아니야? 그래서 일부러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고.”“전예은이 나한테 말했다는 건 네가 확실히 나한테 숨기는 일이 있었다는 거야.”박태준이 신은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네가 실버라는 걸 왜 안 알려줬어?”“너한테 알려줄 필요가 있어? 뭐 나한테 맡길 골동품이라도 있니?”“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 텐데.”신은지는 갑자기 지난 기억들이 떠올라 기분이 우울해졌다. 신은지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나한테 물어본 적은 있어? 내 작업실 바로 네 서재 옆인 데다가 한 번도 문을 잠근 적이 없는데 방안에 그렇게 많은 도구들이 있었는데도 3년 동안 넌 본 척도 안 했어.”이혼을 결심한 다음부터 신은지는 이런 일로 그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원망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박태준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신은지는 말을 이어 나갔다.“넌 그냥 내가 매달 월급이나 받아먹는 매니저인 줄 알지? 그리고 이 직업도 우리 엄마 덕분에 얻었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넌 내가 널 떠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잖아.”레스토랑의 불빛이 조금 어두웠기에 박태준의 표정이 어떤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신은지가 왜 지금 이렇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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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내 스킬을 의심해?

신은지는 싸움 구경을 하다가 화제가 그쪽으로 넘어가게 될 줄은 몰랐다.“아니에요.”“날 속이려고 하지 마. 만약 그 자식이 정말 그런 짓을 했다면 용서할 수 없어.”강혜정은 만약 신은지가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한다면 바로 박태준에게 달려갈 기세를 취했다. 신은지는 고개를 저었다.“그런 적 없어요, 어머님. 결혼 한지 3년이나 됐지만 애초에 저한테 손을 댄 적이 없으니까요.”강혜정에게 이혼할 거라고 밝힌 후부터 신은지는 이제 그녀에게 숨길 것이 없었다. “뭐라고?”믿을 수 없는 말에 강혜정이 눈을 크게 떴다.“결혼하고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강혜정은 민망해서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지 못했다.“태준이가 혹시... 아니면 저번에 그 약을 좀 더 사 올까? 더 먹으면 할 수도 있잖아.”신은지는 민망했다. 더 가다가는 강혜정이 정말 박태준에게 각종 약을 다 먹일 것만 같았다. 신은지는 얼른 해명했다.“아니에요. 아무 문제도 없어요. 그냥 저랑 하기 싫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손주는 바로 생기실 거예요.”“그럴 리가 없어. 분명히 걔가 먼저...”강혜정이 말을 멈췄다. 함부로 말했다가는 오해가 깊어질 수도 있으니 일단 박태준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혜정은 이제 쇼핑을 하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졌다.“일단 오늘은 그만 가자. 우리 집에 와서 밥 먹고 가.”신은지는 가기 싫었지만 강혜정이 기분이 별로 안 좋은 것을 보고 그냥 조용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강혜정은 2층 서재로 올라갔다. 아주머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아가씨, 사모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왜 쇼핑하고 돌아오셔서 오히려 기분이 더 안 좋아지신 것 같죠?”신은지는 고개를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시간 후 박태준이 돌아왔다. 그는 신은지를 한번 쳐다보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박태준이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 “어머니, 부르셨어요?”“은지랑은 어떻게 된 일이니? 분명 네가 먼저 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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