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손에 있는 서류를 보고 있었다."무슨 정체?""신은지가 바로 그 실버야."전예은이 강조했다.“내 그림 복구해 준 사람.”그녀는 당시 그 그림으로 강혜정의 비위를 맞추고 싶었고 박태준에게도 놀라움을 주려고 했기 때문에 사전에 언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후에 생일파티에서 그 소란이 있었기에 실버라는 사람이 공개될 수밖에 없었다.페이지를 넘기던 박태준이 서류에서 눈을 떼고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어.”그의 태도가 이렇게 평온한 것을 보고 전예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이미 알고 있었어?"몰랐다. 그는 이경수가 신은지를 실버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만 당시 그는 그냥 애칭이라고 여겼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 일에 대해 딱히 개의치 않았었다. 그는 전예은의 질문에 더 이상 대답하지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전예은이 목소리를 높였다."신은지가 나를 속인 것도 알고 있어? 아니면 이 안에도 네 계획도 있니?"“뭘 속인 거지?"전예은이 침묵했다. 방금 그 말을 뱉자마자 그녀는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았다. 실버는 비록 그녀에게 높은 가격을 받았지만 미리 가격을 제시했고 자신도 동의했다. 그래서 사기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고의로 그녀를 괴롭힌 정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원래 별로 사이좋게 지내는 관계가 아니었으니 사실 실버가 복구 작업을 받지 않아도 할 말이 없다.박태준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전예은은 그가 여전히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한참 지나서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할 것 같은 이유를 댔다."돈, 비록 그 그림이 좀 심하게 훼손된 건 맞지만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면 그렇게 높은 가격을 받을 필요는 없었어.”"돈을 위해서라면 그냥 내 비위나 잘 맞추면 더 많이 벌지 않을까? 그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일할 필요도 없을 텐데.”전예은은 박태준이 자신을 비꼬기 위해 이 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박태준의 태도를 보아하니 모든 걸 알게 된 것 같았다. 어쩐지 전예은이 밖에 나갔다 오더니 표정이 많이 나아진 것 같더라니 이제 보니 박태준이 애인을 대신해 복수를 하러 온 것 같았다. 신은지는 오늘 하루 종일 바삐 돌아다니느라 이미 충분히 피곤한 상태였다. 근데 또 박태준의 시비까지 받아주려 하니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신은지는 휴대폰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고는 팔짱을 꼈다.“전예은이 어떻게 하고 싶대? 돈을 돌려달래? 그건 안 되지.”“실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 쓸데없는 사람은 끼여들이지 마.”“쓸데없는 사람이라니? 전예은이 오전에 전화해서 나에 대해 다 말한 거 아니야? 그래서 일부러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고.”“전예은이 나한테 말했다는 건 네가 확실히 나한테 숨기는 일이 있었다는 거야.”박태준이 신은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네가 실버라는 걸 왜 안 알려줬어?”“너한테 알려줄 필요가 있어? 뭐 나한테 맡길 골동품이라도 있니?”“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 텐데.”신은지는 갑자기 지난 기억들이 떠올라 기분이 우울해졌다. 신은지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나한테 물어본 적은 있어? 내 작업실 바로 네 서재 옆인 데다가 한 번도 문을 잠근 적이 없는데 방안에 그렇게 많은 도구들이 있었는데도 3년 동안 넌 본 척도 안 했어.”이혼을 결심한 다음부터 신은지는 이런 일로 그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원망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박태준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신은지는 말을 이어 나갔다.“넌 그냥 내가 매달 월급이나 받아먹는 매니저인 줄 알지? 그리고 이 직업도 우리 엄마 덕분에 얻었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넌 내가 널 떠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잖아.”레스토랑의 불빛이 조금 어두웠기에 박태준의 표정이 어떤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신은지가 왜 지금 이렇게
신은지는 싸움 구경을 하다가 화제가 그쪽으로 넘어가게 될 줄은 몰랐다.“아니에요.”“날 속이려고 하지 마. 만약 그 자식이 정말 그런 짓을 했다면 용서할 수 없어.”강혜정은 만약 신은지가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한다면 바로 박태준에게 달려갈 기세를 취했다. 신은지는 고개를 저었다.“그런 적 없어요, 어머님. 결혼 한지 3년이나 됐지만 애초에 저한테 손을 댄 적이 없으니까요.”강혜정에게 이혼할 거라고 밝힌 후부터 신은지는 이제 그녀에게 숨길 것이 없었다. “뭐라고?”믿을 수 없는 말에 강혜정이 눈을 크게 떴다.“결혼하고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강혜정은 민망해서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지 못했다.“태준이가 혹시... 아니면 저번에 그 약을 좀 더 사 올까? 더 먹으면 할 수도 있잖아.”신은지는 민망했다. 더 가다가는 강혜정이 정말 박태준에게 각종 약을 다 먹일 것만 같았다. 신은지는 얼른 해명했다.“아니에요. 아무 문제도 없어요. 그냥 저랑 하기 싫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손주는 바로 생기실 거예요.”“그럴 리가 없어. 분명히 걔가 먼저...”강혜정이 말을 멈췄다. 함부로 말했다가는 오해가 깊어질 수도 있으니 일단 박태준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혜정은 이제 쇼핑을 하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졌다.“일단 오늘은 그만 가자. 우리 집에 와서 밥 먹고 가.”신은지는 가기 싫었지만 강혜정이 기분이 별로 안 좋은 것을 보고 그냥 조용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강혜정은 2층 서재로 올라갔다. 아주머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아가씨, 사모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왜 쇼핑하고 돌아오셔서 오히려 기분이 더 안 좋아지신 것 같죠?”신은지는 고개를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시간 후 박태준이 돌아왔다. 그는 신은지를 한번 쳐다보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박태준이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 “어머니, 부르셨어요?”“은지랑은 어떻게 된 일이니? 분명 네가 먼저 원
박태준과 개 ……이건 머리 아픈 과제이다. 어떻게 대답하든지 모두 함정이다.다행히 박태준은 이런 일에 시시콜콜 따질 나이가 지났기에 신은지가 이 화제를 더 토론할 생각이 없자 더는 끈질기게 조르지 않았다.그는 차 문을 닫고 차 머리로 에돌아 운전 좌석에 앉았다.차 안의 분위기는 이상해졌다. 남자는 무표정으로 앞을 보고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모습이었고 신은지도 벙어리 식으로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안하고 더이상 남자를 자극하지 않았다.그녀는 금방 본가에서 꿀물을 먹어서 좀 목이 말랐다. 그래서 차 수납함에서 캡을 열지 않은 광천수를 꺼냈다. 금방 병뚜껑을 열려다가 박태준이 그녀를 향한 눈빛을 알아차렸다.신은지는 동작을 멈추고 광천수 병을 들고 머리를 돌리며 물었다.“마실래?”‘허’ 박태준은 확실치 않은 대답을 했다.신은지는 사양 없이 어이없다는 듯이 박태준을 힐끗 보고는 병뚜껑을 열고 입가로 물병을 보냈다. 그러나 옆에 있는 누군가의 눈빛이 너무 강하여 무시할 수 없었다.그녀는 물병을 건네주었다.“마셔.”박태준은 건네주는 물병을 피하면서 말했다.“나의 수준이 별로라고 하면서 지금은 왜 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거지?”???그녀는 이 남자의 사고방식에 탄복했다. 그러나 이해는 갔다. 박씨 가문은 명성이 혁혁한 가문이고 박태준은 독자로 옆에 목적을 갖고 다가가는 사람도 많았다.신은지는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젖히고 크게 한 모금 마셨다. 차디찬 물은 목구멍을 통해 위로 들어갔다. 신은지는 찬물에 추워서 으스스 몸을 떨었다.“그래. 내가 틀렸지. 아마추어가 동정을 받을 자격이 없지. 그러니 훼멸하자.”박태준 ……아파트 아래에서 차가 멈춰 서자마자 신은지는 차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뒤에 맹수가 쫓는 듯이 재빠르게 달려 들어갔다.겨울의 밤은 정적에 젖었고 쌩쌩 부는 찬 바람에 나무 잎은 윙윙 소리를 내고 가로등은 안개에 싸여 어둡던 불빛이 더 어두워졌다.눈에 보이는 건 당직 서는 경비 외에 급급히 지나가
그 후 며칠이 지나 심은지는 아파트 구역에서 그 몇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냥 그날 저녁 너무 생각이 많았구나 하고 곧 그 일을 잊어버렸다.필경 이번 프로그램은 금방 녹화를 마치고 아직 방영되지 않은 상태라서 누군가가 본인에게 불리한 일을 벌여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이날 심은지는 잔업을 마치고 진선호의 전화를 받았다. 진선호는 원망하면서 불평했다.“심은지 씨는 제가 연락하지 않으면 저에게 연락 안 주네요. 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그날 병원에서 작별 후 두 사람은 연락이 없었다. 그동안 진선호도 많이 바빠서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한가하고 보니까 의리 없는 이 여자가 자기에게 문자 하나도 보내지 않았었다.진선호가 여자처럼 불평을 하니 심은지는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상처는 다 나았나요? 의사선생님한테 약 바꾸러 갔었나요?”진선호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심은지 씨가 물어보길 기다렸다가는 무덤위의 풀이 한참 자랐겠네요.”심은지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고 진선호 말을 이어 대답 하지 않았다.진선호는 십몇초를 기다리다가 불만의 목소리로 말했다.“학창 시절에 심은지는 말수가 적지만 의리가 있고 마음이 착한 열혈 청년이었는데 몇 년만인데 생기가 없어지고 과묵한 표주박으로 변했네요.”“나를 원망하려고 전화했어요?”“당연히 아니죠. 저녁 같이 먹어요.”진선호는 느슨한 목소리로 말했다.“내려와요. 심은지씨 집 아래에 있어요.”“전 지금 사무실에 있어요. 집에 없어요.”“.....이미 늦었는데 ” 진선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8시였다. 진선호는 손의 일을 끝내자마자 저녁 식사를 같이하려고 심은지 아파트에 왔다. “진유라 씨한테서 심은지 씨는 자택 근무한다고 들었는데요. 사무실이 어딘데요. 데리러 갈게요.”심은지는 멍했다가 음..경원작업실에 다시 돌아온 일을 진유라한테 미처 알려주지 않았었다.“아뇨, 자가 운전해 갈게요. 여기 좀 외따진 곳이라 도착한 후에 위치를 문자로 찍어 줘요. 바로 갈게요.”“그래요.”전화
주차장내 신은지의 핸드폰은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 스크린이 눈송이 모양으로 부서졌다.그중의 한사람이 거침없이 발을 들어 여러 번 밟았다.“씨발. 이렇게까지 일을 만들어? 사진 몇 장 찍으려 했을 뿐이야. 협조를 해줘.그렇잖으면 오빠들이 예의고 뭐고 안 지킨다.”말을 마치고 그 사람이 신은지를 노려보다가 방자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이빨을 드러내고 음란하게 웃으며 말했다.“몸매는 괜찮은데. 남자 한테 한두번....”여러가지 음란의 말을 쏟아 냈다. 말하는 와중에 그들의 눈길마저 점점 변해 갔다.신은지 오늘의 복장은 캐주얼 스타일에 숄더백을 메고 있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그들에게 물었다.“당신들이 어떤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거예요?”“신은지 씨가 평소에 보는 AV처럼 그런 거예요.”“좋아요. 그러나 차에 가서 찍어요.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이 싫어요.”그녀는 가방을 취하여 손에 들고 말했다.“난 다른 사람하고 저녁 식사가 있어요. 빨리 찍어요. 친구가 제가 이런 사진을 찍은 걸 알면 안 돼요.”그 사람들은 ‘허허’ 소리를 냈다. 찍은 사진이 온 인테넷에서 돌아다닐 건데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된다고?그들의 원계획은 차 안에서 찍기로 했고 이런 깜깜한 속에서 찍으면 뭐가 보인다고! “그래. 차 열쇠를 우리한테 줘요.”신은지는 입을 깨물고 차 열쇠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근데 앞장서 있던 사람이 바로 열쇠를 빼앗으려고 했다.신은지는 갑자기 손을 들고 가방끈으로 그 사람의 목덜미를 감고 부리나케 한 바퀴 더 감아서 꽉 조였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무방비한 틈을 타서 그 사람을 견제하며 방향을 바꾸어 등을 보닛에 기댔다. .신은지가 명문 가문의 숙녀이고 손에 공구도 없으니까 이 무리의 사람들은 그녀가 공격력이 없다고 생각하여 무방비 상태였다.생각밖에 죽을지언정 굽히지 않는 독한 사람이었다!“당신들 이러는 건 돈 때문이야?”“돈으로 우리를 매수하려고? 우리가 이 판에서 일하면 규정을 지켜야 해. 끈 하나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
박태준은 바로 신은지 쪽으로 걸어갔다.진선호에게 맞아 쓰러진 무리들은 아직도 몸을 웅크리고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상처가 심하여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금방 진선호에게 한 발로 차서 뿌려 나간 사람의 상태가 그들에게 무서운 심리적인 그늘이 되었다.보통 사람은 장애물을 부딪히면 에둘러 가는 것이 정상인데 박태준은 그런 자각이 없이 고개도 숙이지 않고 발밑에 부딪히는 장애물은 바로 발로 걷어찼다.또 한 명의 비참한 신음 소리가 울렸다.박태준은 무표정이었고 온몸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지옥에서 나온 사람 같아 보였다.다른 사람들은 스스로 잇달아 피하여 박태준에게 넓은 길을 남겨주었다. 2미터 8센티 되는 다리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다리를 쫙 벌려 걸어도 장애물이 없을 정도로 넓은 길을 보장해 줬다.박태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땅의 두 갈래 그림자를 굽어보았다. 하나는 신은지,하나는 진선호의 그림자였다. 분명히 서로 다른 두 갈래 그림자인데 지금 딱 붙어 뒤의 어둠하고 하나를 이루었다.박태준은 마음속 꿈틀거리고 있는 조바심을 누르고 시선을 여자의 창백한 얼굴에 돌리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일어나.”박태준이 내미는 손을 보고 진선호는 신은지가 대답하기 전에 먼저 말했다.“박사장님은 사람 구하려 오셨나요? 마침 저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이 시간에 오는 건 시신 수습하러 왔다고 과언이 아니에요.”진선호는 아래턱을 쳐들면서 박태준이 늦게 왔다는 의미로 비꼬아 말했다.박태준은 차겁게 진선호를 바라보고 잠깐 멈추었다가 말했다.“고마워요.”주권을 의미하는 고맙다는 얘기는 칼처럼 진선호의 마음에 박혔고 그의 얼굴에 건들건들하던 웃음기가 사라지고 불쾌한 분노의 소리로 말했다. “내가 구한 건 박사장님이 아니예요. 고맙다는 말은 박사장이 할 말이 아니예요.”“진선호 씨가 구한 건 나의 아내로서 내가 당연히 고맙다고 얘기를 해야죠. 의료비도 내가 낼게요.”박태준은 입술을 양쪽으로 올리며 담담한 어투로 보충하여 말했다.“만약
“그 사람을 기다리려고?” 박태준은 겉으로 일사불란한 냉담을 유지하고 있으나 자세히 들으면 목소리 속에는 감춰진 악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신은지는 철로 만든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눈을 반쯤 내리깔고 있어 마치 잠이 들거 같았다.“네.”신은지는 진선호가 그녀를 구해 주었고. 지금 취조실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가버리면 무슨 사람이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억지로 참던 분노가 갑자기 최고조에 달하자 박태준은 바로 신은지를 의자에서 잡아 일으키면서 말했다.“내가 곽동건하고 연락했어. 진선호는 문제 없을거야. 당신을 집까지 데려다줄 테니까 가서 자.”그의 동작은 거칠어 보였지만 신은지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다. 그냥 한 쌍의 눈이 험상궂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일자로 된 입술은 양쪽으로 은근히 참고 있는 곡선을 이루었다.“세시간이면 진선호도 돌아갈 수 있어. 근데 당신이 계속 여기에 있으면 내일에 진선호가 구금된 소식을 들을 수도 있어.”박태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거기에 위협의 의미도 포함되고 있었다.“상처 검증이 아직 안 나왔어. 당신은 어떤 결과를 보고 싶어?”신은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박태준을 바라봤다. 그녀는 박태준이 검은 것을 흰 것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혐오스러운 듯이 손을 박태준의 손바닥에서 꺼냈다.“나 혼자 갈게.”경찰서 문어구에서 그녀는 마침 곽동건을 만나게 되었다. 서류 가방을 들고 맞은 편에서 오고 있는 남자를 보고 신은지는 조소어린 “흥” 소리를 내면서 어깨너머로 급히 스쳐 지났다.이 남자는 개 행세를 하는 사람으로 박태준 같이 까만 심보에 다 같은 나쁜놈이다.과연 유유상종이라고 까만 심보 가진 사람은 끼리끼리 놀게 돼 있다.곽동건은 무고하게 총을 맞게 됐다……신은지는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박태준에 의해 억지로 그의 차에 밀어 앉게 되었다. 다행히 신은지가 아파트로 가겠다고 하니 상대방은 의견이 있어도 아파트까지 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