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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그는 한발 늦었다

박태준은 바로 신은지 쪽으로 걸어갔다.

진선호에게 맞아 쓰러진 무리들은 아직도 몸을 웅크리고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상처가 심하여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금방 진선호에게 한 발로 차서 뿌려 나간 사람의 상태가 그들에게 무서운 심리적인 그늘이 되었다.

보통 사람은 장애물을 부딪히면 에둘러 가는 것이 정상인데 박태준은 그런 자각이 없이 고개도 숙이지 않고 발밑에 부딪히는 장애물은 바로 발로 걷어찼다.

또 한 명의 비참한 신음 소리가 울렸다.

박태준은 무표정이었고 온몸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지옥에서 나온 사람 같아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 잇달아 피하여 박태준에게 넓은 길을 남겨주었다. 2미터 8센티 되는 다리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다리를 쫙 벌려 걸어도 장애물이 없을 정도로 넓은 길을 보장해 줬다.

박태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땅의 두 갈래 그림자를 굽어보았다. 하나는 신은지,하나는 진선호의 그림자였다. 분명히 서로 다른 두 갈래 그림자인데 지금 딱 붙어 뒤의 어둠하고 하나를 이루었다.

박태준은 마음속 꿈틀거리고 있는 조바심을 누르고 시선을 여자의 창백한 얼굴에 돌리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박태준이 내미는 손을 보고 진선호는 신은지가 대답하기 전에 먼저 말했다.

“박사장님은 사람 구하려 오셨나요? 마침 저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이 시간에 오는 건 시신 수습하러 왔다고 과언이 아니에요.”

진선호는 아래턱을 쳐들면서 박태준이 늦게 왔다는 의미로 비꼬아 말했다.

박태준은 차겁게 진선호를 바라보고 잠깐 멈추었다가 말했다.

“고마워요.”

주권을 의미하는 고맙다는 얘기는 칼처럼 진선호의 마음에 박혔고 그의 얼굴에 건들건들하던 웃음기가 사라지고 불쾌한 분노의 소리로 말했다.

“내가 구한 건 박사장님이 아니예요. 고맙다는 말은 박사장이 할 말이 아니예요.”

“진선호 씨가 구한 건 나의 아내로서 내가 당연히 고맙다고 얘기를 해야죠. 의료비도 내가 낼게요.”

박태준은 입술을 양쪽으로 올리며 담담한 어투로 보충하여 말했다.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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