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는 몸을 옆으로 돌려 진선호의 손을 피했다.“오해 받는 일은 하지 마세요. 도움을 받으려고 진선호씨를 찾았어요.”진선호는 자신의 빈손을 보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발꿈치를 들어 따라갔다.칸 좌석은 원래 커플을 상대로 설계하였기에 공간이 크지 않아 억지로 네 사람이 비집고 들어가 두 사람이 서 있을지라도 많이 비좁았다. 진선호는 종업원의 복잡한 눈길에서 머리를 들고 문신처럼 꿋꿋이 서 있는 경호원에게 말했다.“옆방의 좌석에 앉는 게 어떨까요? 제가 비용을 낼게요.”경호원은 진선호를 내리 굽어보며 말했다.“안 됩니다.”이 사람은 분명히 사모님한테 다른 생각이 있어!진선호는 예의적인 건달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두 분은 밖에 서 줄수 있을까요. 여기에 이렇게 서 있으면 당신들이 난처하지 않다고 해도 내가 난처해요.”그는 부대에서 크든 작든 직급을 가진 사람이었다. 평소에 그 많은 가시를 다룰 때 기세가 세지 않으면 제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웃고 있을 지라도 무의식중에 뿜어져 나오는 압박과 위험성은 순간적으로 사람의 신경을 곤두세웠다.경호원은 전문 훈련을 받았고 임직기간에 고용주에게만 복종한다. 그래서 어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한보도 물러설 수 없기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어 신은지를 몸 뒤로 보호하는 동작을 취했다.신은지는 말했다.“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이 분은 제 친구예요. 할 얘기가 있어요.” “네,알겠습니다.”경호원은 대답하고 한 명은 밖에 서 있고 한 명은 카운터로 갔다.칸 좌석은 한 겹은 천과 한 겹은 베일, 두 겹의 커튼을 걸었다. 진선호는 한 겹의 베일을 내려놓았다. 그는 신은지가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싫었다. 워낙 자신은 거친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의 험담에 개의치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험담을 듣게 할 수는 없었다.커플 카페 예약은 완전히 여동생이 친구하고 얘기 나눌 때 이 가게 이름을 듣고 예약했던 것이다. 그래서 금방 돌아온 지 한달도 안 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최유리의 말투는 매우 차가웠다. 신은지의 기억이 맞다면 최유리와는 서로 이름도 모르는 초면이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다. 하지만 최유리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신은지를 쳐다봤다. 진선호는 매우 거친 남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만난 여자는 열 손가락을 셀 수도 없다. 이 순간 진선호는 매우 독한 남자였다. 잠시 후, 신은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최유리는 직접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신은지가 말하려고 하니 굳이 말리지 않았다.“선호 오빠도 언니가 유부녀인 거 알아요?”“……” 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선호와 신은지의 연극은 시작하자마자 막을 내리게 되었다. 신은지는 고개를 돌려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진선호를 쳐다보고 직접 설명하라는 눈짓을 했다. 최유리에 말에 신은지는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면 신은지도 자신의 친한 친구가 유부남을 만났다면 상대방이 고의로 친구를 속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최유리보다 더욱 못되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선호는 최유리를 차갑게 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친절하게 대한 것도 아니다. 최유리는 진선호에게 단지 동생의 친구일 뿐이다. “나도 알고 있어. 이건 우리 둘 사이의 일이야.” “오빠…” 진은비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늠름하고 멋있는 진선호를 쳐다봤다. 어렸을 때부터 진선호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었다. “오빠, 저 여자가 유부녀라는 걸 알면서도 만난다는 거야? 엄마가 아시면 가만히 계시지 않을 거야…”진선호는 굳은 얼굴로 진은비에게 “진은비,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어서 가.”이때, 신은지는 참치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진선호는 한숨을 내쉬며 신은지를 쳐다봤다. 하지만 진선호의 눈빛에는 사랑으로 가득했다. 신은지는 진선호의 눈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최유리는 분노를 삼켰다. 진선호는 최유리의 것이다. 최유리는 오랜 세월 동안 오매불망 진선호만을 기다렸다. 절대 진선호를
박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신은지를 쳐다봤다. 박태준은 마지막에 내뱉은 말을 후회했다. 박태준은 신은지가 자신을 쓰레기 취급하느니 차라리 화를 냈으면 했다. 잠시 후, 신은지와 진선호는 가방을 챙겨 룸에서 나갔다. 이 순간 두 사람은 박태준을 아예 없는 사람 취급했다. 박태준은 두 사람을 따라나갔다. “미안, 방금 한 말은 사과할게. 네가 생각하는 그런 뜻이 아니야.”지금까지 누군가에 사과를 해본 적이 없는 박태준은 매우 서투르게 사과했다. 지금 이 순간 박태준은 평소 사장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신은지는 박태준의 사과를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한 박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신은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박태준은 신은지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신은지는 박태준의 말에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다. 신은지는 카페에 올 때 경호원의 차를 타고 왔다. 하지만 박태준과 관련된 사람과 물건은 쳐다보기도 싫어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신은지가 몇 걸음 떼지도 않았을 때, 박태준은 신은지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차 저쪽에 있어.” 신은지는 박태준의 손을 뿌리치고 짜증을 내며 말했다. “택시 타고 갈 거야.” “안 돼, 위험해.”박태준과 같이 있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하지만 신은지는 박태준에게 화를 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저 박태준에게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신은지는 아무 말도 없이 택시를 잡기 위해 거리로 향했다. 박태준은 이를 악물고 멀어지는 신은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박태준은 결국 신은지에게 향했다. 박태준은 신은지의 몸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은지를 들어 안았다. 깜짝 놀란 신은지는 두 다리를 흔들며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박태준! 내려줘!” 신은지는 계속해서 박태준을 밀쳐내다 손톱으로 박태준의 목을 긁었다. 박태준은 아픔을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신은지, 가만히 있어. 안 그러
“뭐?” 신은지는 어리둥절했다. 신은지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박태준을 쳐다봤다. 신은지는 박태준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신은지는 박태준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출혈은 멈췄다고 했잖아. 입원하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게 더 빨리 회복될 거야.”이 병원은 시설이 좋은 병원이 아니다. 박태준 집에는 전문 의사와 가정부들이 있어 일반 병원보다 더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박태준은 신은지를 쳐다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집에 갔는데 또 코 피를 흘릴지 누가 알아? 우리 집은 외진 곳에 있고, 밤에 아무도 없는데 출혈이 심해서 쓰러지면 어떡해? 그냥 그렇게 죽으라는 거야?” 신은지는 이를 꽉 깨물며 박태준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건데?”“너네 집으로…”신은지는 박태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 의사에게 말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입원시켜 주세요.”“……”다행히 이 병원은 유명한 병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입원 수속이 수월했다. 박태준은 5층에 있는 병실을 배정받았다. 병실 안, 병상 위에는 색깔이 바랜 파란색 시트가 깔려 있었다.신은지는 박태준이 더러운 시트와 이불을 보고 기겁할 거라고 생각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난 박태준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좋은 것만 보고 살았기 때문에 더러운 것을 보면 참지 못한다. 박태준의 집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박태준은 병상을 한번 훑어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신발을 벗고 병상에 누웠다. 신은지는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샤워용품을 샀다. 그리고 병실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박태준의 코 피가 묻은 옷을 빨았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친 신은지는 화장실에서 나와 박태준에게 말했다. “화장실 안에 수건 뒀으니까 씻어.”잠깐 졸은 박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아파서 움직이기 싫어.”박태준의 코는 많이 부어 있었다. 게다가 얼굴에 핏자국도 그대로 남아있는 박태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신은지 말에 찬성하는 진유라는 몇 마디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유성 앞에서 박태준 험담을 할 수 없어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잠시 후, 진유라는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신은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엄마가 여행 가서 네 선물 사 오셨어. 상할까 봐 빨리 전해주려고 왔어.”“이모한테 고맙다고 전해드려.” “아 맞다, 지난번에 그 꽃병은 어떻게 됐어? 집주인이 출국한다고 미리 받을 수 없냐고 물어봤어.” 신은지는 대답했다. “다 됐어. 집에 가서 가져다줄게.” 주문은 진유라가 받았으니 진유라에게 꽃병을 주면 된다. 진유라는 신은지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으니 직접 가지고 가겠다 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급해 하는 신은지의 모습에 말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신은지는 집에 물건을 가지러 간다는 핑계로 박태준에게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신은지의 의도를 파악한 나유성은 웃으며 말했다. “은지야, 일 있으면 갔다 와. 내가 태준이 옆에 있을게.”박태준은 손발이 멀쩡해 병간호가 전혀 필요 없었다. 하지만 신은지는 나유성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신은지가 없을 때 박태준을 봐 줄 사람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박태준이 또 어떤 꾀를 부릴지 모른다. “유성 오빠, 그럼 부탁할게. 진짜 빨리 올 테니까 잠깐만 있어줘. 병실은 507호야.”신은지는 아직 박태준의 아내이다. 게다가 박태준이 입원한 것도 신은지 때문이다. 나유성과 박태준의 사이는 좋지만, 나유성이 병간호할 이유는 없다. 때문에 신은지는 나유성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나유성은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빨리 가 봐.” 이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박태준은 로비에서 나유성과 신은지가 서로 마주 보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박태준은 신은지가 자신을 보고 환하게 웃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거렸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신은지가 박태준을 보고 웃었던 것은 차가운 웃음이 아닌, 비웃음이었을 것이다. 신은지는 병실에 박태준과 함께 있었을 때는 가시 돋은 장미였지만, 밖에
나유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미안한데 나는 그날 밤 은지가 나를 찾아온 줄 정말 몰랐어. 아마 웨이터가 돈만 챙긴 것 같아.” 그날 밤 신은지는 누구든 쉽게 믿었다. 하지만 진유라는 나유성이 뭐라고 말하든 거짓말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진유라는 나유성에게 말했다. “은지는 오빠 한정판 시계를 보고 오빠라고 확신했었어요.” 신은지는 그날 밤 박태준과 밤을 보내고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날 밤 긴장한 신은지는 나유성을 기다리면서 술을 몇 잔 더 마셨다. 그때, 누군가 들어와 술에 취해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신은지를 일으켰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신은지는 상대방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만 보았었다. 이전에 나유성은 신은지에게 자신의 시계는 한정판으로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또한 웨이터에게 팁을 주고 나유성을 데리고 오라고 했으니 신은지는 당연히 나유성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남자에게 나는 향기도 매우 익숙한 향이었다. 때문에 신은지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상대방을 따라 나갔었다. 신은지는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했으나 너무 취해서 하관 밖에 보이지 않았었다. 남자의 하관을 보고 나유성이라고 생각한 신은지는 남자에게 결혼 문제는 생각해 봤냐고 물었었다. 남자는 ‘응’ 이라고 대답했었다. 그렇게 신은지는 나유성이 결혼을 동의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시계?” 마침 그 문제의 시계를 차고 온 나유성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 “이거?”나유성은 몇 년 전 모임에서 시계를 잃어버렸었다. 그리고 그 후 시간이 지나고 박태준에게 받았었다. 나유성에게 고가의 한정판 시계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잃어버려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만약 박태준이 그날 밤 모임에서 시계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 후에 나유성에게 돌려주지 않았다면 나유성은 시계는 새까맣게 잊었을 것이다.짜증이 난 진유라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집에 한정판 시계가 넘치나 봐요?”“미안, 나 먼저 가볼게.”
나유성은 함부로 책임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보기에는 다정한 사람 같지만 사실 뼛속까지 차가운 사람이어서 그와 진정으로 속마음을 나누기는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그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 외에도 괴로움과 후회가 느껴졌다."그러니까 그날 밤, 너는 정신이 멀쩡했다는 거야?""응."박태준은 신은지가 얌전하게 자신을 따라온 이유도 자신을 나유성으로 착각해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자게 된 것도 모두 그가 강요한 것이었다.박태준의 대답을 들은 나유성은 주먹을 들고 박태준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그는 싸움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았다.그와 같은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늘 원수나 어긋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곤 했기 때문이었다.나유성의 주먹은 무척이나 셌다.박태준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이어지는 나유성의 주먹을 막았다. 동시에 발로 나유성의 무릎을 가격했다.병실은 크지 않고 방음도 좋지 않아 소란스러운 소리는 밖까지 전해졌다.신은지는 병실로 들어서던 나유성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밖에서 서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나누던 말도 모두 듣게 되었다.신은지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박태준이 나유성의 어깨 위로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박태준은 나유성의 얼굴을 때리려고 했지만 나유성이 피한 덕분에 주먹이 어깨로 떨어진 것이었다."유성아…" 신은지가 얼른 나유성에게 다가가 고통스럽게 미간을 찌푸린 그를 보더니 다시 박태준에게 눈길을 돌렸다."너 미쳤어?""비켜."흐린 날씨 덕에 낮임에도 불구하고 병실 안은 불이 켜져 있었다. 밝은 빛이 박태준 얼굴 위로 비쳐 사람의 등골을 더욱 서늘하게 만들었다.신은지는 머리를 묶어 올려 남자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만 드러냈다. 옅은 옷차림을 한 그녀는 공격성이라곤 일도 없는 가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처럼 나유성 앞을 막아서
그렇게 무식한 주먹질이 사납게 연이어 서로에게 떨어졌다. "박태준…"신은지는 긴장감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그 한마디로 분노에 눈이 먼 남자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의 주먹질이 더욱 거세졌다.나유성은 싸움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박태준을 이길 수 없었다. 신은지는 박태준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화가 난 남자에게는 이성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신은지도 하마터면 그에게 밀려날 넘어질 뻔했다.하지만 신은지는 박태준이 손을 뿌리칠 때를 노려 그의 팔목을 단단히 잡아 자신의 몸무게를 전부 그 위로 실었다.박태준의 힘이 아무리 세다고 해도 그런 신은지를 한 번에 뿌리칠 수는 없었다.그리고 드디어 그의 이성도 천천히 돌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마음속의 화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듯했다. "신은지, 지금 나유성을 보호하려는 거야?"박태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그는 다시 진선호와 싸웠던 그때가 생각났다. 신은지는 현장을 떠나려고 했지만 경비원이 그 앞을 막아서 억지로 그곳에 남아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저 싸움이 빨리 끝나고 돌아가 쉬고 싶다는 얼굴이었다.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자신의 안위도 상관하지 않고 다가와 자신의 앞을 막아섰다.역시 마음에 두고 있는 것과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은 것은 확실히 달랐다.신은지가 나유성을 보니 그의 얼굴과 옷에는 피가 얼룩져 있었다. 그 피가 어디에서 나온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서 있었지만 몸이 휘청거려 언제든지 넘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신은지의 눈빛을 느낀 나유성이 그녀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신은지는 그런 그를 보니 더욱 미안해졌다.그녀는 방금 전, 그저 박태준을 벗어날 생각으로 박태준이 자꾸 자신이 나유성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곤 인정했을 뿐인데 이 미치광이가 이렇게 사람을 죽일 듯이 때릴 줄 누가 알았을까.나유성은 보기만 해도 싸움을 할 줄 모르는 사람 같았다. 그녀가 막지 않았다면 나유성은 박태준에게 맞아 죽었을 수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