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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강제로 피임약을 먹이다

박태준의 태도를 보아하니 모든 걸 알게 된 것 같았다. 어쩐지 전예은이 밖에 나갔다 오더니 표정이 많이 나아진 것 같더라니 이제 보니 박태준이 애인을 대신해 복수를 하러 온 것 같았다. 신은지는 오늘 하루 종일 바삐 돌아다니느라 이미 충분히 피곤한 상태였다. 근데 또 박태준의 시비까지 받아주려 하니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신은지는 휴대폰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고는 팔짱을 꼈다.

“전예은이 어떻게 하고 싶대? 돈을 돌려달래? 그건 안 되지.”

“실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 쓸데없는 사람은 끼여들이지 마.”

“쓸데없는 사람이라니? 전예은이 오전에 전화해서 나에 대해 다 말한 거 아니야? 그래서 일부러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고.”

“전예은이 나한테 말했다는 건 네가 확실히 나한테 숨기는 일이 있었다는 거야.”

박태준이 신은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네가 실버라는 걸 왜 안 알려줬어?”

“너한테 알려줄 필요가 있어? 뭐 나한테 맡길 골동품이라도 있니?”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 텐데.”

신은지는 갑자기 지난 기억들이 떠올라 기분이 우울해졌다. 신은지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한테 물어본 적은 있어? 내 작업실 바로 네 서재 옆인 데다가 한 번도 문을 잠근 적이 없는데 방안에 그렇게 많은 도구들이 있었는데도 3년 동안 넌 본 척도 안 했어.”

이혼을 결심한 다음부터 신은지는 이런 일로 그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원망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박태준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신은지는 말을 이어 나갔다.

“넌 그냥 내가 매달 월급이나 받아먹는 매니저인 줄 알지? 그리고 이 직업도 우리 엄마 덕분에 얻었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넌 내가 널 떠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레스토랑의 불빛이 조금 어두웠기에 박태준의 표정이 어떤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신은지가 왜 지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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