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841 - 챕터 850

1366 챕터

제841화

지환이 이서를 안고 나오자, 한 무리의 부하들이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들은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차 대기시켜요!”부하 직원 중 대장 격인 안토니오가 즉시 반응하며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차를 대기시켜라, 오버.”이내 검은 산타나 한 대가 나타났고, 지환은 즉시 이서를 안고 차에 올랐다. “목적지는...”그가 말한 주소는 마이클 천의 제자의 심리 진료실이었다. 멍하니 있던 운전기사는 급히 차를 몰고 심리 진료실로 향했다. 운전기사는 수시로 고개를 들어 뒷좌석에 앉은 채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한 지환을 바라보았다. ‘정말... 내가 아는 대표님이 맞는 거야?’차량이 마침내 심리 진료실에 다다랐다. 이서를 안고 심리 진료실에 들어선 지환은 마이클 천을 마주했다. 약간의 긴장이 풀린 지환이 물었다.“언제 오신 겁니까?” “오늘 아침이요.”마이클 천이 지환의 품에 안긴 창백한 이서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누군가의 습격에 자극을 좀 받았습니다.” “다친 곳은 없으신 겁니까? 만약 다친 곳이 있다면 먼저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다친 곳은 없습니다, 제가 이미 확인했거든요.” 지환이 다급하게 말했다.“마침 선생님께서 오셔서 다행입니다. 얼른 이서를 좀...” 지환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극받은 이서에게 어떠한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마이클 천이 뒤돌아서서 간호사 몇 명을 불렀다.“지금 바로 이동식 침대를 준비하고, 이서 아가씨를 검사실로 모시도록 하세요!” 간호사 몇 명이 즉시 이동식 침대를 가지고 돌아왔다.“선생님, 여자분을 얼른 침대로 옮겨 주시겠어요?” 지환은 어느 나라에서나 신비로움을 뽐내는 사람이었기에, 이 간호사들은 지환의 진면목을 본 적이 없었다.하물며 지금 지환의 얼굴에는 가면이 씌워져 있었기 때문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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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마이클 천이 떠난 후, 천천히 몸을 웅크린 지환이 눈물에 젖은 이서의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말했다. “이서야, 나 여기 있어.”가볍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는 어둠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처럼 따스했다. 이서의 떨리던 속눈썹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이내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눈을 떴다. 지환을 마주한 그녀가 눈물을 글썽였다. “H선생님.”“괜찮아.”지환이 낮은 목소리로 이서를 위로했다.“여기는 안전해.”고개를 들어 지환을 바라보던 이서가 입술을 움찔거리며 한 글자 한 글자 물었다.“아까 그 사람은 대체... 누구길래...”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서의 몸이 다시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지환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두려워할 거 없어, 그 사람은 이미 붙잡혔으니까. 그 일에 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마.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철저히 조사받게 할 거야.” 이서는 지환의 말을 듣고서야 두려움을 거둘 수 있었으며, 그제야 자신이 지환의 옷자락을 꽉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H선생님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어.’‘하지만...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자꾸 내 마음은...’ 이서가 손을 움츠렸다.“죄송해요, 저는 그저...” 고개를 숙여 멀어지는 이서의 손을 본 지환은 마음속의 무언가가 뽑혀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서운한 목소리로 물었다.“뭐가 또 죄송하다는 거야...” “그거야...”이서가 몸을 뒤로 움츠러들었다.“H선생님... 마음속에 이미 다른 분을 품고 계시다는 거 잘 알아요. 우리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지환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내가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람은... 바로 너였어.’하지만 지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그가 말했다.“그 사람... 그 사람은 우리의 사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서는 다소 화가 난 듯했다.“H선생님, 양다리를 걸치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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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마이클 천이 지환을 바라보았다. ‘대표님께서 이 소식을 들으시면 아주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이 선생님께서 그러셨잖아, 이서 아가씨의 곁에 머물 수 없었던 대표님께서는 아주 고통스러워하시면서 매일 멀리서 이서 아가씨를 지켜만 보셨다고...’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어.’ ‘그런데 이젠 가면을 쓰고 이서 아가씨의 앞에 나타날 수 있게 되셨잖아.’ ‘게다가 더욱 오래 이서 아가씨의 곁에 머물 수 있게 되었는데, 왜 대표님께서는 뛸 듯이 기뻐하지 않으시는 거지?’“이서는 제가 마음에 품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것만 알지, 그 여자가 본인이라는 건 전혀 모르고 있어요. 그런데도 저는... 이서에게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어요.” 털썩 의자에 앉은 지환은 대단히 허탈한 듯했다. 마이클 천은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설마...”‘이제야 거리낌 없이 이서 아가씨의 곁에 머물 수 있게 되었는데, 오해를 하신 이서 아가씨께서 대표님을 밀어내는 상황이구나.’ 마이클 천은 한동안 지환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면 무슨 소용이야, 그토록 원하는 사랑은 얻지 못하고 있는걸.’...하이먼 스웨이의 별채 안.온종일 기다려도 이서가 나타나지 않자, 하이먼 스웨이는 다소 조급해졌다. 그녀가 소파에 앉아 유유히 사과를 깎아 먹는 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은아, 아무래도 이상한데 이씨 가문에 연락해 보는 게 어떨까?” 입을 크게 벌린 가은이 사과를 베어 물며 말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그녀는 그 사과가 이서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가은이 만족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무 일도 아닐 거예요. 단지 오는 길이 좀 멀어서 지체된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벌써 세 시간이나 지났잖니, 안 되겠다, 나라도 이씨 가문에 전화해 봐야겠어.”하이먼 스웨이는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배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은은 하이먼 스웨이의 뒷모습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윤이서는 절대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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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엄마랑 같이 들어가 보겠니?” 가은은 당연히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었다.“그럼요.”“그래... 그럼 들어가 보자꾸나.” 가은은 대답을 들은 하이먼 스웨이는 마침내 안심할 수 있었다. ‘가은이가 정말 많이 변했구나.’ 두 사람이 심리 진료실에 들어서자, 검사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미희가 그녀들을 마중했다.“마침 오셨네요. 조금만 늦었으면 이서를 보지 못했을 거예요.” 이 말은 들은 가은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하이먼 스웨이를 재촉했다. “엄마, 어서 들어가 봐요.” 두 사람이 즉시 검사실로 들어갔다. 검사실로 들어간 가은은 침대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물을 마시고 있는 이서를 보았고, 순식간에 안색이 굳어졌다. ‘낯빛이 왜 저렇게 좋아? 도대체 어딜 봐서 욕을 당한 사람이냐고!’ “도대체 어떻게...”격동된 채 이서를 향해 나아가던 가은이 누군가의 살벌한 시선을 느끼고 바삐 말을 돌렸다. “괜찮아 보여서 정말 다행이에요.” 하지만 화가 잔뜩 난 가은은 이서의 숨통을 조여 버리고만 싶었다. ‘말도 안 돼, 그렇게 많은 여자를 농락했던 그 변태남이 윤이서는 풀어줬다는 거야?’ 이서를 바라보던 가은이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후, 하이먼 스웨이가 따스하게 이서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이서야, 괜찮은 거야?”이서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눈앞의 익숙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움찔거렸으나 상대방의 이름을 부를 수는 없었다. 그녀가 무의식중에 지환을 바라보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하신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이셔.”지환이 말했다. 하이먼 스웨이가 당황스럽다는 듯 고개를 돌려 지환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이서가 날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상황을 지켜보던 배미희가 하이먼 스웨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스웨이 여사님, 별일 아니에요. 이서의 얼굴은 봤으니까 저랑 잠시 나가서 이야기 좀 해요.” 하이먼 스웨이가 배미희의 손에 이끌려 검사실 밖으로 나갔다. 지환이 여전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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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같은 시각, 이서가 기억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하이먼 스웨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하염없이 중얼거리던 하이먼 스웨이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배미희가 그녀를 가로막으며 말했다.“어쩌려는 거예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가쁜 호흡을 내쉬는 하이먼 스웨이는 분명 화가 난 듯했다.“하 서방한테 가서 좀 따져야겠어요, 도대체 그동안 이서를 어떻게 돌본 건지!” 배미희가 얼른 하이먼 스웨이의 입을 막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다. “배 여사, 진정하세요.” 배미희가 의아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와 하이먼 스웨이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그녀는 하이먼 스웨이가 어떤 성격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스웨이 여사가 이렇게 추태를 부린 적이 있었던가?’ “우선 좀 진정해야 할 것 같아요.”배미희가 말을 덧붙였다.“스웨이 여사까지 나서면 지환이는 더욱 고통스러워질 거예요.”하이먼 스웨이는 고통스럽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고, 몇 번이나 깊은숨을 들이마신 후에야 비로소 냉정함을 되찾았다.“정말이지 이서의 운명은 너무 기구한 것 같아요. 도대체 언제쯤이면 하늘이 이서의 편을 들어줄까요?” “이서는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배미희가 하이먼 스웨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제가 보기에 이서는 운을 타고난 아이예요.”“이서는 반드시...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 하이먼 스웨이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내 중심가, 높고 큰 건물 안.책상에 다리를 얹은 하지호가 박장대소하며 화가 치밀어 오른 박예솔을 바라보았다. “봐, 내가 분명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했잖아. 그나저나, 지환이가 제수씨를 위해서 어둠의 세력에게까지 손을 뻗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내가 뒤에서 칼을 휘두를까 봐 두렵지는 않았던 걸까?” “감히 겁도 없이!”얼굴이 몹시 일그러진 예솔이 짙은 경고의 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빠, 경고하지 않은 나를 탓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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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그리고 M국에서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인재였다. ‘반드시 마땅한 방법을 찾아 윤이서를 없애버릴 거야.’...이씨 가문의 고택에 돌아온 배미희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언아, 이서랑 지환이한테 무슨 일 있니?”그녀가 마당에서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서가 지환이한테 달라붙었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왜...” 상언이 우스꽝스럽다는 듯 말했다.“지환이가 이서 씨한테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나 봐요.”“그래? 하지만 지환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서잖니?”“네, 하지만 지환이는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잖아요.” “왜?”배미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듯했다. “엄마, 벌써 잊으신 거예요?” 상언이 이서와 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감개무량해 했다.“이서 씨한테 지환이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하 어르신의 죽음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환이를 떠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던 거고요.”“그래서 다른 사람 같은 경우에는 천천히 언급해서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지만, 지환이만은 그럴 수 없어요. 일단 지환이를 언급하는 거 자체가 이서 씨에게는 큰 자극이 될 테니까요.”이 말을 마친 상언이 이전에 이서가 하은철로 인한 자극을 받은 일을 떠올렸다. ‘그 자식도 분명 이서 씨한테 본인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도 이서 씨를 자극하다니, 정말 미친놈이 따로 없어.’ ‘그 자식은 지환이가 이서 씨에게 온 신경을 쏟고 있었던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해. 만약 그 자식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끝났더라면, 뼈도 추릴 수 없었을 테니까.’ ‘이제 하은철 그 자식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건 시간 문제야.’‘이서 씨는 지금 지환이랑 같은 방을 쓸 수 있고, 지환이도 조만간 가면을 벗을 수 있게 될 테니까.’상언은 이 비운의 두 남녀가 빨리 화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이런 상언의 마음이 이서에게 닿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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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임하나 역시 이서가 괴한에게 습격당한 일을 알게 되었는데, 그 소식을 전한 사람은 상언이 아닌 임현태였다. 현태는 진실한 사람이었기에, 소희의 몇 마디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해버린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소희는 즉시 하나에게도 알려주었다. 곧 이 소식은 단톡방에 보내졌으며, 사실을 알게 된 세 사람은 즉각 이서를 보러 가려 했으나, 하나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안 돼, 절대 안 돼, 소희야, 너는 이서를 대신해서 회사를 잘 관리해야 하잖아. 조금도 소홀히 해서는 안 돼.][그리고 나나야, 아무리 기억을 잃기 전의 이서가 너를 국제적인 유명한 스타로 만들려고 했다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그 계획이 보류된 상황이잖아. 너도 네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적합한 것 같아. 마침 우리 회사에 올해 M국에 갈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내가 회사에 잘 말해볼게.]소희와 나나는 마침내 이성을 되찾을 듯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을 떠올릴 수 없었던 두 사람은 하나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하나의 마음은 확실히 허전한 듯했다. 상언이 떠난 이후로, 그녀는 그와 연락한 적이 없었다. ‘설마... 이 선생님이 벌써 나를 잊은 건 아니겠지?’ 하나는 회사에 M국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는데, 그 프로젝트는 대단한 주목을 받는 것이었기에, 회사는 적극적인 하나의 태도에 기쁨을 표하며 즉시 허가를 내려주었다.하나는 곧바로 이 소식을 이서에게 알렸다. 물론, 그녀는 이서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출장을 오는 것이었지만, 이서는 그녀가 온다는 것 자체에 큰 기쁨을 느끼는 듯했다. ‘요 며칠...’‘옆에 앉은 H선생님께 답답함을 느끼던 참이었어.’‘내 곁을 맴돌지 말라는 분명한 의견을 밝혔는데도 전혀 귀 기울이지 않으시는 것 같아.’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신다고.’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지환과 대화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오늘은 배미희가 주최한 바비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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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이봐, 내가 다 설명할게.”“H선생님.”이서의 목소리가 어둡고 습한 지하실에 있던 지환을 끌어올렸다. 그가 이서를 바라보았다. “왜?”“제발 이러지 마세요. 저 손님들을 좀 보시라고요, 간간이 우리를 쳐다보면서 우리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하고 있어요. 제가 그때마다 달려가서 우리는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정말 그렇게 했다가는 사이코패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거라고요.”“말은 하지 않지만, 저 손님들의 눈빛에서 다 느낄 수 있단 말이에요.”“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너만 잘 지내면 되는 거야.” 입술을 오므린 이서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H선생님은요? H선생님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지환은 멍해지는 듯했다. “너... 너는 내 마음속에 있는 그 사람과 많이 닮았어.” 지환의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이서의 두 번째 말이 선선한 바람과 함께 그의 귓전을 스쳤다. “그래서 저를 그 여자의 대역으로 삼은 거예요?” 사실, 요 며칠 동안 이서는 생각을 거듭했다.‘H선생님은 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한테 친절을 베푸시는 거지?’‘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딱 하나뿐이야.’‘잃어버렸다던 그 여자와 내가 아주 닮은 거지, 마치 일란성 쌍둥이처럼. 그래서 모든 감정을 나한테 대입하셨던 거라고.’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하자, 이서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으며, 의심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는 기억까지 잃은 상황이잖아.’ ‘혹시... 내가 이 비밀을 알고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교통사고가 난 건 아니었을까?’‘그런 게 아니라면, 이전의 일은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유독 작년 한 해 동안의 일만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영 이상하잖아.’‘그래, 내가 잃어버린 기억은 H선생님을 알게 되면서부터야.’이서는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그마치 1년간 다른 사람의 대역으로 살았다는 게 너무 억울해.’시무룩한 이서의 얼굴을 본 지환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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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지환의 대답은 이서의 마음을 세게 흔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무언가 솟구치는 것 같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 사이, 선물을 든 하이먼 스웨이와 심가은은 배미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배미희는 오늘 손님을 초대하여 바비큐 파티를 하려고 했는데, 마침 전화를 걸어온 하이먼 스웨이가 파티에 참석하고 싶다고 하자, 거절하기 어려워 승낙한 것이었다. ‘나는 스웨이 여사가 아니라 심가은 저 여자한테만 악감정이 있는 거야.’‘그런데 오늘은 꽤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네?’자신을 관찰하는 듯한 배미희의 시선을 느낀 가은이 간신히 표정 관리를 했다. 가은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보러 간다는 것은 알았으나, 결코 동행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마의 말씀이 맞을지도 몰라.’ ‘그래, 불과 며칠 전에 그런 일을 당했는데, 이씨 가문이 윤이서가 외출하도록 내버려둘 리가 없지. 윤이서의 현재 상황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람을 써서 윤이서를 상대할 수 있겠어?’‘게다가 윤이서는 지금 기억을 잃은 상태라, 최근 1년간 일어난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해. 즉,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야.’‘우선 윤이서한테 살갑게 다가가서 기회를 엿보자. 그렇게 하면 윤이서를 한 방에 없애버릴 수 있을 테니까.’수많은 꿍꿍이를 숨긴 가은이 배미희와 인사를 나누자, 이서와 지환 역시 그들의 곁으로 다가왔다. 순간, 가은의 시선이 가면을 쓴 지환에게 향했다. 지환은 가면 따위로 감출 수 없는 귀티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내뿜고 있었다.가은이 질투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윤이서는 참 운도 좋지. 지엽 씨와 하은철로도 모자라 지금은 또 가면을 쓴 남자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까.’‘이씨 가문에 초대받을 정도면... 신분이 꽤 높은 남자인 것 같은데...’ ‘윤이서는 결혼도 했는데, 여전히 많은 남자가 쫓아다니잖아? 정말 복도 많아.’“이서야, 나야, 하이먼 스웨이.”이서를 바라보는 하이먼 스웨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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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기억을 잃은 이서한테 이전의 일을 말해서는 안 돼.”하이먼 스웨이가 말했다.“어떤 일이 이서를 자극할지 모르거든.”심가은은 이를 듣자마자 눈을 돌렸다.“그렇군요, 죄송해요, 기억을 잃은 사람을 만난 건 저도 처음이라...” 배미희가 가은을 힐끗 보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은근슬쩍 이서의 앞에 서서 그녀를 보호했다.바로 이때, 그들에게 다가온 상언이 말했다.“이야기는 좀 나누셨어요? 그럼 이제 식사하러 가시죠.”상황을 지켜보던 배미희가 이서를 끌며 말했다.“이서야, 우리 바비큐나 먹으러 가자.”“네.”이서가 배미희를 따라 중간 식당으로 향하기 전에 하이먼 스웨이를 한 번 바라보았다. 하이먼 스웨이 역시 이서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배미희와 모녀처럼 지내는 이서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찡한 듯했다. ‘왠지 내 딸을 빼앗긴 것만 같아.’‘하지만 내 딸은 지금 내 곁에 있는데...’ “우리도 가자.”하이먼 스웨이는 가은을 불렀으나, 뒤에 있는 지환에게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저렇게 차려입은 걸 보면, 알아봐 주길 원치 않는 것 같아.’ 자리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바비큐를 먹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서가 사람들의 대화 주제가 되었다. “배미희 여사님, 혹시 저 예쁜 아가씨가 이씨 가문의 예비 며느리인 거 아니에요?” 이서가 예쁘다는 말을 들은 가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아니에요, 제가 그런 복이 어디 있겠어요.”배미희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그리고 제 못난 아들은 이서에게 어울리지도 않아요. 이서야, 내 말이 맞지?” 이서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 식사 한 끼의 위력 때문인지 배미희는 그녀를 언급할 때마다 자부심이 가득한 말투를 하고 있었고, 이는 이서를 쑥스럽게 했다. “네?”사람들은 호기심이 발동한 듯했다.“이렇게 훌륭한 이 선생님이 저 아가씨와 어울리지 않는다니요? 대체 얼마나 대단한 가문의 아가씨길래 그러시는 거예요? 설마, 공주는 아니죠?”어떤 나라는 여전히 군주제를 시행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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