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861 - Chapter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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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이서에게 고스톱으로 굴욕을 당한 심가은은 집으로 돌아와 모든 옷을 자르는 것으로 기분을 풀었다.모든 옷을 자른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이먼 스웨이가 한 말을 다시 곱씹었다. “엄마, 제가 윤이서한테 줘야 하는 돈, 엄마가 대신 내주시면 안 돼요?”심가은은 하이먼 스웨이에게 애교를 부렸으나, 하이먼 스웨이는 처음으로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다. “가은아, 너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야. 책임이라는 걸 져야 할 나이라고.”하이먼 스웨이의 말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그러니까, 나를 대신해서 돈을 내 줄 수 없으시겠다?’가은은 버럭 화를 내고만 싶었다. 그러나 하이먼 스웨이의 단호한 옆모습을 본 그녀는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그래, 이대로 엄마의 눈 밖에 나버린다면, 지금까지 누리던 것마저 빼앗길 수도 있어.’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을 느낀 가은은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려야 했다. “알겠어요, 엄마. 제가 스스로 해결해 볼게요.”차 안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하니, 가은은 이서를 죽이지 못한 것이 더욱 한스럽게 느껴지는 듯했다. ‘안 봐도 뻔해, 윤이서가 엄마를 꼬드긴 거야.’‘지독한 X, 대체 어떻게 또 엄마를 꼬드긴 거지?’‘이래서 장희령이 윤이서랑 엄마를 만나게 하면 안 된다고 했던 건가?’‘처음에는 지엽 씨를 얻기 위해서 윤이서를 죽이려 했지만, 이제는 아니야.’‘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윤이서를 없애버려야겠어!’‘윤이서의 꼬드김에 넘어간 엄마가 또 윤이서랑 모녀 같은 관계를 맺게 된다면, 엄마의 모든 유산을 빼앗기게 될지도 몰라.’이 가능성을 생각하면 할수록 가은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지는 듯했다. 바로 그때, 가은의 머릿속에 그 의문의 여자가 떠올랐다. 그녀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어 그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는 곧 연결되었다.“저기...”심가은이 변태남이 일을 그르친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던 찰나, 수화기 너머에서 박예솔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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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사람들이 윤이서가 총에 맞은 걸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일 거야.’“하지만.”가은이 어려움을 토로했다.“이미 지난번 일을 겪은 윤이서와 이씨 가문의 행동이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졌어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라고요.”박예솔의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떠올랐다.[윤이서가 글 쓰는 걸 좋아한다면서요?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의 초대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려고 하지 않겠어요?] 가은의 눈동자가 다시 밝아졌다.”그럼 나는 뭘 하면 돼요?”예솔의 눈에 살의가 번뜩였다.[당연히 심가은 씨는...]심가은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세세하게 설명한 예솔이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박예솔이 옅은 미소를 짓는 하지호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왜 웃어? 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긴 다리를 들어 책상 위에 올린 지호가 예솔을 자세히 살펴 보고서야 웃으며 말했다.“예솔아, 난 너를 비웃을 수가 없어. 왜냐하면 방금 너한테서 내 모습을 봤거든. 내가 널 비웃으면, 나 자신을 비웃는 꼴이 되어버리는 거잖아?”“난 내 동생이 그렇게 똑똑할 줄 몰랐어. 아니, 무정하다고 해야 하나?” “지환이는 제수씨한테 문제가 생긴 그 순간부터 부하들을 시켜서 너를 조사하고 있었을 거야.”“아직도 모르겠니? 지환이가 널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거라는 뜻이야.”“허, 미안하지만, 나는 원래 좋은 사람이 아니야.”예솔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으나, 꽉 쥔 주먹은 그녀의 복잡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는 듯했다. 하지호는 이미 지환이 예솔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을 거라고 말했으나, 예솔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미행을 눈치챈 그녀는 자신을 미행한 사람이 지환의 현재 비서인 조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순간, 그녀는 사그라진 줄 알았던 자신의 마음이 여전히 불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다.‘그래,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사람을 이대로 남한테 양보할 수는 없어!’‘지환이의 곁에 있는 사람은 내가 되어야 해!’ ‘나도 윤이서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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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임하나가 M국에 온 이후, 이서는 눈에 띄게 밝아졌다.하지만 하나는 놀러 온 것이 아닌 출장을 온 것이었기에, 이서와 이틀간 밤을 새우며 긴 대화를 나눈 것을 끝으로 시내에 있는 호텔로 떠나야만 했다. 이서도 그녀와 함께 시내에 가기를 원했으나, 하나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 “이서야, 네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까 이제야 좀 안심이 되는 것 같아.”“여기서 시내까지는 서너 시간이나 걸리는데, 넌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니잖아. 괜히 나 때문에 왔다 갔다 하지 말고 푹 쉬어.”“다음 주에 휴가받으면 또 올게.” “그래, 알겠어.”이서의 시선이 하나의 뒤에 있던 상언에게 떨어졌다.“이 선생님께서 널 돌봐주신다니까 나도 안심이야.”“이서야, 그게 무슨 소리야.”볼이 약간 붉어진 하나가 상언을 보며 말했다.“그냥 데려다주시려는 거야.”이서가 웃으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하나의 볼이 더욱 붉어졌다. 그녀는 이서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듯했다.“됐어, 너랑 이야기 안 할래.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손을 흔들며 하나와 작별한 이서가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바로 이때, 이서의 귓가에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부러워?” 놀라서 고개를 돌린 이서의 얼굴색이 약간 변했다.‘H선생님?’“언제 오신 거예요?”‘H선생님께서 오신 줄은 전혀 몰랐어.’ “방금 왔어.”지환이 이서 곁으로 가서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부러워?”“뭐가요?”이서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 사이의 감정 말이야.”말을 마친 지환은 멍해지는 듯했다. ‘내가 상언이를 부러워하는 날이 올 줄이야.’바닥을 바라보는 이서의 입가에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하나는 이 선생님과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이미 두 사람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단 말이지.’“아마... 우리도 저 두 사람처럼 될 수 있을 거야.”놀란 이서가 연거푸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H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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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이서는 지환의 팔을 가볍게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우리가 어떻게 알게 된 건지, 또 어떤 관계였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H선생님이 제게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만큼은 느낄 수 있어요.”“그리고... 왜 제 곁을 지켜주시는 건지, 또 우리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는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H선생님의 마음속에 있다던 그 분의 대역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지환의 눈동자에 옅은 웃음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는 끝내 해명하지 않았고, 이서가 두드린 자신의 팔을 바라볼 뿐이었다. ‘기억을 잃은 이서가 처음으로 날 건드렸어.’지환이 고개를 들어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바라보았다.‘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어.’그는 그제야 마이클 천이 한 말을 믿기 시작한 듯했다. ‘언젠가 이서는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릴 거야.’‘이서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그 기억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거야. 그렇다면 작은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것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되겠지.’‘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나는 언제까지든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어.’“이서야, 내가 말했잖아. 넌 절대 그 사람의 대역이 아니야. 그리고, 그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수는 없어.” 이서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H선생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여전히 H선생님의 말을 믿는 걸 보면... 내 병이 가볍지는 않은 것 같아.’지환의 가면을 쳐다보던 이서의 심장이 또 한 번 꿈틀거렸다. ‘가면 아래에 있는 H선생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모든 일이 더 수월해지겠지?’‘하지만...’‘저 가면을 벗길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할까?’ 지환은 이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그녀가 잃어버린 기억을 곱씹는 것이라 생각한 그가 또 한 번 위로를 건넸다.“생각하지 마. 너무 깊이 생각해서 좋을 건 없어.”깜짝 놀란 이서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지환을 바라보았다.‘설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계시는 건가?’“혹시...”“이제 그만 돌아가자, 여기 이렇게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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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하나의 마음이 혼란으로 인해 소용돌이칠 때, 그 여자는 이미 상언의 앞에 이르러 있었다.“이 선생님, 대체 언제 오신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소식을 왜 진작 알려주지 않으신 거죠? 우리 두 사람, 친구 아니었나요?” 그 여자가 가볍게 쥔 주먹으로 상언의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두 사람, 꽤 가까운 사이인가 봐.’ 하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오랜만에 친구분을 만나신 것 같으니, 저는 먼저 올라가 볼게요.”하나는 상언의 곁에서 빨리 떠나고 싶었다.그 여자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이분은?”그녀는 그제야 하나의 존재를 알아차린 듯했다.상언이 하나를 붙잡으며 말했다.“내 여자 친구야.” 하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여자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듯 하나를 바라보았고, 잠시 후에야 얼굴의 충격을 거두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아, 이 선생님의 여자 친구분이시구나. 실례가 많았어요.”“그러고 보니, 지난번 병원에서도 얼굴을 뵀던 것 같은데... 오늘은 화장하신 거죠?”“H국의 화장술은 정말 대단해서 화장 전후가 완전히 다르다면서요?”“어쩐지 못 알아보겠더라니...” 하나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 여자... 보통이 아닌데?’ ‘내가 화장해서 이 정도이고, 이 선생님의 곁에는 본인과 같은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은근히 알려주려는 심산이잖아.’ 상언의 얼굴색도 변했다. 하나의 손을 꼭 잡은 그의 손에는 땀이 약간 배어나는 듯했다. 상언이 냉엄한 눈빛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케이티!”이상한 낌새를 느낀 케이티가 당황하며 말했다. “왜 그러세요? 제가 말실수라도 한 거예요?”상언이 하나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오늘은 이만 가볼게.” 상언은 더 이상 케이티를 마주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것을 본 케이티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녀는 상언이 M국에 왔다는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선생님이 H국에 있을 때, H국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더니, 그 소문이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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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하나는 멍해지는 듯했다. “진... 진심이에요?” 상언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 버린 듯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그 사람들을 찾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어요. CCTV는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선생님, 제 정신이에요?”몸을 곧게 편 하나가 상언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그렇게 무의미하고 복잡한 일을 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요?”“무의미하지 않아요.”상언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나 씨에게 믿음을 줄 수만 있다면 전혀 무의미한 일이 아니에요. 난 하나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상언의 눈빛을 마주한 하나가 입술을 움찔거렸다. “이 선생님,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에요. 사실 요 며칠... 몇 번이고 이 선생님께 한 걸음 다가갈까 생각했었는데, 그때마다 엄마랑 같이 아빠의 간통 현장을 잡으러 다닌 일이 떠올라서 너무 괴로웠다고요.”‘아직도 그 일이 눈에 선한 것 같아.’‘흠씬 얻어맞으며 소리를 지르던 내연녀, 당황하던 아버지, 그리고 사람들의 손가락질까지...’‘이미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마음속에, 그리고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버렸다고.’‘그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하나 씨.”상언이 온화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러는 건, 하나 씨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두려움을 타파하기 위한 게 아니에요. 오직 하나 씨를 위한 거죠.”“하나 씨가 마음을 꺼내 증명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할게요.”“그런데도 이 선생님을 믿을 수 없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면요?”“하나 씨, 설령 내가 마음을 꺼내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내가 하나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증명할 수 없을 거예요. 내 심장에는 내가 하나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쓰여 있지 않을 테니까요.”“하지만... 나는 하나 씨한테 내 마음을 맡길 생각이에요. 다른 사람이 아닌 하나 씨에게 맡겨야지만 내가 가장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가 입술을 오므렸다.“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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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정말 마음에 드는 눈치잖아?’이서가 입장권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이서 씨가 그 강연에 간다면, 저희 엄마가 정말 좋아하실 거예요.”이서가 방심한 것을 알아차린 가은이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계획대로야.’이서가 입장권을 손에 든 채 물었다.“입장권 두 장은 얼마예요?”“아니에요, 저희 엄마 연설이니까 제가 살게요.”가은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어요.”그녀는 바로 이씨 가문을 고택을 떠나려 했다. 이서가 멀어지는 가은의 뒷모습과 손에 든 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그녀의 마음속에는 강연을 듣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렁이는 듯했다. “스웨이 여사가 강연을 한다고?”갑자기 배미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서가 고개를 돌렸다.“가고 싶어?”배미희가 웃으며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이서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난번 일 때문에 망설이고 있구나.’배미희는 단번에 이서의 복잡한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강연이 듣고 싶은 거라면, 내가 주최 측이랑 상의해서 단독으로 생방송 플랫폼과 연결해 볼게. 뒤에 있을 질문 코너도 현장에 있는 관중처럼 참여할 수 있게 한다면, 집에서도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을 거야.”“어때?”“그게 가능할까요?” 약간 흥분한 이서가 물었다. “그럼.”배미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이 세상에 우리 이씨 가문이 할 수 없는 일은 없어.”“아, 아니다, 우리 이씨 가문조차도 손쓸 수 없는 일이 하나 있긴 하구나.”“그게 어떤 일인데요?”이서가 궁금해하며 물었다.얼굴에 만연하던 웃음기가 반쯤 굳은 배미희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 “M국 최고의 명문가 집안에 관한 일이지.” “그 가문은 M국에서 제일가는 가문이라 할 수 있어.”이서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흐릿한 이목구비가 떠오르는 듯했다.이서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는 것을 본 배미희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가 얼른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저기... 이서야, 온라인으로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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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말을 마친 배미희가 하인에게 자신이 먹던 음식을 모두 2층으로 옮기라고 지시하며, 이서와 지환에게 1층을 양보했다. 배미희가 이렇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만들어주려는 배미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는 정말이지 H선생님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아.’‘이전에는 H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었어. 하지만 H선생님의 마음속에 다른 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H선생님과 가깝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H선생님은 몇 번이고 내가 그분의 대체품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지만...’‘이제는 내가 H선생님께 다가가고 싶지 않아.’‘두려워.’‘내가 이대로 무너져 버릴까 봐, 또 이성을 잃게 될까 봐 너무 두렵다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지환이 뼈를 바른 생선 살을 이서의 그릇에 넣으며 말했다. 이서가 고개를 숙여 그릇 안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이서가 좋아하는 생선이었지만, 가시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녀는 먹는 것을 포기하려던 참이었다.‘뭐야, 내가 이 생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계신 거야?’‘만약 정말 내가 이 생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이러시는 거라면...’순간, 이서의 머릿속과 눈앞이 또 한 번 흐릿하게 변했으며, 주위의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듯했다. 일상의 소리마저 찢어질 듯한 소음으로 바뀌자... 쨍그랑!손에 든 그릇을 땅에 떨어뜨린 이서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지환이 이서의 허리를 덥석 껴안았다. “이서야!”하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이서는 지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몸이 너무 가벼워... 아픈 건 아니지만...’‘구름 위를 날고 있는 것 같아...’“이서야?!”이서의 손을 꽉 붙잡은 지환이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흐리멍덩한 표정을 한 이서는 전혀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으나, 갈 길을 잃은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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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대표님과 이서 씨의 감정이 아주 돈독하다는 걸 꼼꼼하게 고려하지 못한 제 잘못도 있습니다. 작은 동작 하나라도 이서 씨의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마이클 천이 어두운 얼굴로 지환을 쳐다보았다.“대표님, 죄송하지만... 앞으로는 이서 씨의 곁에 계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대표님께서 무심코 하신 행동이 이서 씨에게는 큰 자극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마이클 천의 말을 들은 배미희가 지환을 바라보았다. ‘아직 이서의 앞에 나타나도 된다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도 못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니...’‘하늘이 원망스러워.’마이클 천 역시 안타깝다는 듯 지환을 바라보았다.‘그동안 경과가 너무 좋아서 이서 씨가 천천히 대표님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하이먼 스웨이 여사님처럼.’‘그런데... 이서 씨에게 대표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특별한 존재였던 것 같아.’‘하이먼 스웨이 여사님과는 완전히 다른 경우였던 거지.’‘이제는 나조차도 언제쯤 대표님과 이서 씨가 솔직한 만남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 배미희와 마이클 천은 지환이 크게 무너질 것이라 예상했으나, 그는 오히려 평온한 태도를 보였다. “알겠습니다.”지환이 배미희에게 말했다.“이서는 아주머니께 맡길게요. 꼭 이서를 잘 보살펴 주세요.”배미희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지환은 몸을 돌려 이씨 가문의 고택을 떠나고 있었다. 멀어지는 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배미희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지환이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어...’“사모님,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배미희에게 인사를 건넨 마이클 천 역시 이씨 가문의 고택을 떠났다. 방에 들어선 배미희가 침대에 잠들어 있는 이서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서는 밤이 되어서야 깨어날 수 있었다. 배미희가 하인에게 음식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배고프지? 자, 어서 밥 먹어.”몸을 일으킨 이서가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배미희를 바라보았다.“사모님,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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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지금 네가 막막함을 느끼는 건 할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거야.” “이틀 후에 스웨이 여사의 강연이 있다고 했지? 네가 좋다면 스웨이 여사를 따라 글을 쓸 수도 있지 않겠어?”“그러고 보니, 네가 스웨이 여사한테 글 쓰는 걸 배운 적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아무래도 취미가 생기면, 마음의 고통도 가라앉게 될 거야.”“제가 글을 썼다고요?”이서는 확실하지 않았다.“하지만... 저는 전혀 기억나질 않아요.” “그래도 괜찮아, 용감하게 한 번 써 봐.”배미희가 격려했다.이서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한 번 해볼게요.” 평온을 되찾은 이서를 본 배미희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가은은 박예솔과 전화를 하고 있었다. 가은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윤이서는 반드시 우리 엄마의 강연에 참석할 거예요.”[확실해요?]예솔이 창문 앞에 놓인 분재의 잎사귀를 어루만졌다.[내가 고용했다던 저격수, 몸값이 꽤 비싸거든요.] “확실해요, 전에 엄마가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윤이서가 창작에 관심이 아주 많다고 하셨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엄마의 강연에 참석하려고 할 거예요.” [그래요, 윤이서가 이씨 가문의 고택을 나서는 이상, 다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예솔이 전화를 끊었다. 가은은 불안하던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그녀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방을 나서려던 찰나, 또 한 번 핸드폰이 울렸다. ‘장희령?’가은의 머릿속에 수많은 의혹이 생겨났다. ‘내가 엄마를 따라 심씨 가문의 고택을 떠난 후로는 단 한 번도 내게 연락한 적이 없었어. 그런데 왜 갑자기...’[가은 씨...]장희령의 말투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가은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일 있어?”[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M국의 생활은 어떤지,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의 총애를 받는 건 어떤 느낌인지 묻고 싶어서 전화했어.] “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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