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871 - 챕터 880

1366 챕터

제871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심가은이 믿기 어려운 듯 고개를 저었다.“알고 있는 거 다 얘기해!”가은의 목소리를 들은 장희령은 그녀가 자기의 말귀를 알아먹었다는 걸 눈치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아주 간단해. 그때 사씨 아주머니가 심가은을 데리고 나갔다가 잃어버렸어. 그러고는 심씨 가족들이 눈치채기 전에 얼른 보육원에 가서 애를 데리고 왔지. 그 애가... 바로 너고...]“그만해!” 가은은 소리쳤다.“그럴 리 없어. 나 엄마 딸 맞아. 하마터면 너한테 속을 뻔했네!”‘난 이미 엄마와 친자확인까지 마쳤잖아.’‘더군다나 이 일은 윤이서가 기획한 거야.’‘이서가 엄마를 속일 리 없을 테니까.’가은이 생각을 읽은 장희령은 웃으며 말했다.[가은 씨랑 스웨이 작가님이 친자 확인한 거는 맞지만, 윤이서가 책임지고 한 것이잖아. 가운데서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누가 알겠어?]“윤이서가 굳이 그럴 이유가 없잖아?”가은은 쉽게 믿지 않았다.“그래서 그녀가 얻는 건 뭐고?”[가은 씨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었어? 잘 생각해 봐, 스웨이 작가님이 가장 원했던 게 뭐였어?]가은의 안색이 돌변했다.장희령은 계속 말을 이었다.[작가님의 가장 큰 약점이 딸이었어. 누군가가 딸을 찾는 걸 도와준다면, 그 사람은 작가님한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가은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대답했다“은인.”실제도 그랬다.이서가 딸을 찾는 걸 도와준 이후로, 스웨이는 이서를 더욱 애틋하게 대했다.비록 그 기간동안 가은은 자신의 딸 신분을 이용하여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멀리하도록 강요했었다. 비록 겉으로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지만, 하이먼 스웨이는 가은에게 매우 불만이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윤이서 엄청 계산적인 사람이였구나.’‘정말 무서운 여자야.’수화기 너머에서 장희령의 목소리가 울렸다.[가은 씨, 만약 이렇게 중요한 일을 작가님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가은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서도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이 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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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PD한테 듣기로는 이번 작품은 기존의 날카롭고 비판적인 스타일을 완전히 벗어나 휴먼 로맨스에 코믹까지 가미했다는데, 어때?”장희령은 단번에 관심이 생겼다.[그래, 그럼 여주 자리 부탁해.]가은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욕심이 뭐 저리 많을까?’하이먼 스웨이가 여주 캐스팅할 때 아주 까다로운 건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당당하게 여주 자리를 요구하다니.“그래, 알았어. 대신 비밀 지켜줄 거지? 앞으로 캐스팅 관련 건은 나한테 맡겨.”가은은 장희령에게 공수표를 남발했다.그녀는 무슨 짓을 해서 든 지 비밀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해야 했다.그녀가 하이먼 스웨이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면,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전부 물거품이 될 것이다.[걱정 마, 내가 작가님 작품의 여주만 할 수 있다면, 가족들에게도 비밀을 지켜달라고 할 테니까.]가은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정말? 사실이야?”[물론이지.]장희령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지금 한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인데, 가은 씨가 잘 돼야 나도 잘 되지.]가은도 웃었다. ‘그래, 장희령은 여주 역할 때문이라도 나를 배신하지 않을 테지만, 윤이서는...’이서를 생각하자, 머리가 띵 했다.다행히도 곧 죽을 테니, 그때가 되면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어느덧 하이먼 스웨이의 강연 날짜가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요 며칠, 이서는 하이먼 스웨이의 강연을 기대하면서 그녀의 책을 읽는데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하이먼 스웨이의 책은 늘 그녀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 이전에 여러 번 읽은 것 같았다. 게다가 책 속의 내용도 너무 좋았다. 이서는 좀처럼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아마도 배미희의 얘기처럼 좋아하는 걸 찾아서 그런지 요 며칠은 삶이 무료하거나 무의미하다고 느꼈던 지난날들과는 달랐다.드디어 자신만의 방향을 찾은 듯했다.그녀는 왠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본인조차도 왜 이런 황당한 생각이 떠올랐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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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그 모습을 본 배미희가 긴장한 듯 물었다.“이서야, 왜 그래?”이서는 고개를 저었다. 왠지 지금의 하이먼 스웨이의 모습을 어디에선가 본 것 같았다.‘아마 잃어버린 기억 속이겠지.’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하이먼 스웨이와 사이가 좋았을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매번 하이먼 스웨이를 볼 때마다 친근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마치... 가족처럼...“이서야, 너 정말 괜찮아?”배미희는 이서가 또 갑자기 기절할까 봐 노심초사했다.이서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스크린에 비친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저 정말 괜찮아요.”배미희는 이서의 곁에 앉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이서가 점점 하이만 스웨이의 강연에 매료되며 표정이 평온해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걱정하는 마음을 내려놓았다.같은 시각.강연이 진행되고 있는 건물 건너편에서 커피를 마시던 박예솔은 점점 초조해졌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어 심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윤이서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하지 않았어요?”“강연 시작한 지 벌써 30분이 지났는데, 그림자도 안 보이는데요?”가은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럴 리가 없는데요? 그날 분명히 강연 들으러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단 말이예요.왜 안 갔을까요?]박예솔은 단번에 그녀의 말 속의 핵심을 잡았다.“뜻이라니요? 뭐예요, 그럼 그냥 심가은 씨의 추측이었던 거예요?”[그런데 분명히 제 티켓을 받았거든요!]“심가은 씨, 바보예요?!” 박예솔은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어쩜 그녀가 만난 협력 대상들은 하나같이 바보 멍청이들이란 말인가?!“심가은 씨가 건넨 티켓을 받았을 뿐이지,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니잖아요... 정말 돌겠네요, 사격수 고용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알기나 하냐고요!”가은도 스스로 켕기는 것이 있는지라 얼른 말했다.[그럼... 제가 지금 바로 윤이서한테 가 볼게요. 얼리고 달래서라도 이씨 고택에서 데리고 나오면 되잖아요.]“심가은 씨가 그년 죽이고 싶어 하는 거를 온 세상에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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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하지만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니 기억의 일부가 사라진 지금, 이 낯선 번호가 예전에 미처 저장하지 못한 번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잠깐 생각을 마친 이서는 곧 전화를 받았다.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뭐라고요? 하나가 사고 났다고요?”[네, 그렇습니다.]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마리아성모병원에 전화하면 확인 가능합니다.]이서는 바삐 전화를 끊고 배미희를 찾아갔다.임하나가 사고 났다는 얘기에 배미희도 극도로 긴장했다.“이서야, 우선 진정부터 하고... 방금 너더러 어느 병원에 전화해 보라고 했니?”“마리아성모병원이요.”배미희는 곧 전화를 들었다.“지금 바로 병원에 전화할 테니 조급해하지 마라. 사기꾼일 수도 있을 테니...”이서를 위로하는 동시에 자신을 위로하는 얘기이기도 했다.병원 쪽과 곧 전화 연결이 되었다.배미희가 물었다.“안녕하세요,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혹시 임하나라는 환자가 오늘 병원에 실려 왔나요?”[안녕하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수화기 너머에서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직원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들렸다.[안녕하세요, 확인 결과, 임하나라는 환자가 방금 접수되었습니다...]직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서는 옷을 챙기며 말했다.“하나 맞아요, 사모님, 죄송하지만 저를 병원으로 데려다 줄 차량을 준비시켜 주실 수 있으세요?”배미희는 전화를 끊고 일어서서 말했다.“나도 같이 갈게.”“네.”몇 분 후, 차가 준비되었고, 이서와 배미희는 차에 올랐다.차에 오르자마자, 배미희는 곧 이상언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저쪽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열 번째 통화를 시도했을 때 마침내 연결되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배미희는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말했다.“너 뭐 하느라 전화도 안 받고 그래?”[지금 병원이에요. 방금 하나 씨의 상처 처리해 준다고 전화 소리 못 들었어요.]그제야 배미희는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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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집에 돌아온 이상언은 곧 배미희와 이서에게 사건의 연유를 물었다. “방금 낯선 전화를 받았는데 하나가 병원에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못 믿겠으면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라고... 그래서 병원에 전화했더니 하나가 병원에 있다고 해서...대략적으로 이런 상황이었어요.”이서가 말을 듣고 상언은 말을 아꼈다.그의 생각은 단번에 사건 발생 이전으로 돌아갔다.오늘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호텔 입구에서 하나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하나가 호텔에 도착하기 직전 호텔 입구에 갑자기 통제력을 잃은 차 한 대가 나타났다.당시 현장에 그가 없었더라면 그 차는 임하나를 쳤을 것이다.그때까지만 해도 임하나를 병원으로 데려가기 바빠 사고 차량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이서에게 전화를 걸어 하나가 사고 났다는 얘기를 전한 사람이 있다...이 속에는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숨어 있다. “누군가가 하나 씨를 이용해서 이서 씨를 유인해 내려는 거예요!”이상언의 말투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냉랭한 살의를 느낄 수 있었다.배미희도 보통 여자가 아니다. 집안들끼리 세력 다툼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갖은 애를 써서 한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건 정말 금시초문이었다.만약 방금 상언과 통화가 되지 않고 정말 병원까지 갔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할 수도 있다.생각해 보니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런데 대체 누굴까요?” 이서가 물었다.“이 일은 상관하지 마세요.”이상언의 말투는 다소 차가웠다.“그 사람 전화번호를 저에게 주세요, 제가 처리할게요.”“네.” 이서는 상언이 말한 대로 전화번호를 넘겼다. 그러고는 또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나는... 지금 어때요? 많이 다쳤어요?”괜히 자기 때문에 하나까지 연루되었다고 생각하니 이서는 마음이 무거웠다.“별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그러고는 곧 다시 말을 이었다.“아, 그리고 이서 씨, 자책하지 마세요. 이서 씨가 자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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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누가요?” 하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럼 빨리 이서에게 전화해서 절대로 밖에 나오지 말라고 해요.”상언은 살짝 웃었다.하나는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상언을 보며 말했다“왜 이렇게 쳐다봐요?”“이미 얘기했어요. 이서 씨도 다시 돌아갔고요. 걱정 마요. 지금 하나 씨보다 천 배, 만 배는 안전하니까.”지환은 모든 그림자를 이서에게 붙였다.지금은 이서보다 하나가 더욱 위험한 상황이다.“무슨 뜻이에요?” 임하나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눈치였다. 이서를 겨냥해서 일을 벌이는데 어찌 이서가 자기보다 더 안전하다는 건지...이상언은 동문서답했다.“이제야 지환이가 왜 모든 힘을 동원해서 이서 씨를 보호하는지 알겠어요. 왜냐면 나도 이제 그럴 거거든요.”“어휴,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하나는 완전히 오리무중이었다.“그건 됐고, 이서를 밖으로 유인하려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서는 이쪽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텐데... 이서에게 적대적인 사람이라면... 심가은이 유일한 인물일 거 같긴 한데... 이 모든 게 그녀가 꾸민 짓일까요?”임하나는 지난번 일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다.‘어떻게 이서가 외출하자마자 변태를 만난단 말인가?’게다가 이번에도 그녀를 이용해 이서를 밖으로 유인하려는 것을 보면 지난번 일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걱정 마요. 제가 알아볼 테니. 오히려 하나 씨...”이상언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보았다.“저쪽에서 이미 하나 씨를 노리고 있는 이상, 그놈들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하나 씨도 절대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내가 하나 씨를 밀착 보호할 거예요.”왠지 모르게 그의 얼굴에 점점 음흉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그의 입꼬리를 올라간 걸 본 임하나는 의아한 듯 물었다.“이 선생님,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 거예요?”“그럴 리가요?”상언은 속으로 움찔했다. 드디어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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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누군가가 고의로 이서를 유인하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배미희는 더욱 긴장했다. 이서의 외출을 거의 제한했다. 심지어 집에 경비원까지 추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환이 이서를 보호하기 위해 이미 어둠의 세력을 배치했다는 사실을 알고 곧 마음을 접었다.그러나 여전히 걱정되는지 상언에게 물었다.“지환이가 정말 어둠의 세력까지 동원해서 이서를 보호하고 있는 거 맞아?”“그럼요, 정말이에요,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아요?”“어둠의 세력은 SY와 지환이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인데, 지금 모든 어둠의 세력을 이서 보호하는데 배치하면 자신은 어쩌고? 너무 위험한데.”잠깐의 침묵 후 상언이 입을 열었다.“저도 얘기해 봤어요. 아마 지환이도 알고 있을 겁니다. 자신의 이런 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배미희는 감개무량했다.“그래, 얼마나 똑똑한 애인데, 당연히 알고 있겠지. 이서의 목숨을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나 보네.”상언은 속눈썹을 내리깔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아, 맞다.” 배미희는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했다.“하나 씨랑 어떻게 돼가니? 곧 주말인데, 집에 데리고 와, 밥이나 같이 먹자.”“주말에 세미나가 있어서 힘들 거 같아요.”“너는 세미나에 간다지만 하나 씨는 안 가잖아. 와서 같이 밥도 먹고, 나랑 얘기도 좀 하고, 얼마나 좋아, 일거양득이네.”“안 돼요!” 상언은 아주 깔끔하게 거절했다.“엄마, 죄송한데 엄마가 하나 씨한테 무슨 얘기하실 지 감이 안 와서요. 하나 씨는 결혼 얘기에 엄청 예민해요. 혹시 결혼 얘기라도 꺼냈다가 도망가면 어떡해요?”배미희는 웃는 듯 마는 듯 이상언을 바라보았다.상언은 말을 더듬었다.“왜, 왜요?”“아들, 네가 이렇게 인내심이 많은 애인지 오늘 처음 알았네. 예전 여자 친구들은...”상언은 어머니의 입을 꽉 막았다.“엄마, 손자 보고 싶은 거 맞죠?”한 마디로 배미희의 입을 막아 버렸다.배미희는 즉시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래, 그래, 더는 얘기 안 하마. 하지만 속도 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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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따뜻한 햇살이 마침내 그녀에게 떨어졌다. 그녀는 드디어 따뜻함을 느꼈다.하지만 머리는 녹슨 것처럼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사람은 정말 신기한 동물이다.H선생님이 있을 때, 그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그를 다시 만나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금 안 보이니, 또 그가 그립기 시작했다.이서는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그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짜증 나...’‘옆에 있어도 싫지만, 없어도 싫어.’그녀는 눈을 꼭 감았다. 갑자기 눈물 한 방울이 눈가에서 흘러내렸다.바로 이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이서 씨, 일어났어요?”상언의 목소리였다.이서는 얼른 얼굴의 눈물을 닦고 거울로 자기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 문을 열었다.상언이 노트북을 들고 문밖에 서 있었다.“혹시 지금 시간 좀 있을까요? 하나 씨에 관해 물어볼 게 있어서요...”이서는 눈을 깜박였다.“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건 이미 다 말씀드렸는 걸요.”“그럼 한 번 더 얘기해줘요. 혹시 아나요, 놓친 부분이라도 있을지.”기대에 찬 상언을 본 이서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문을 열어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했다.“그럼 들어와요, 다시 한번 얘기해 드릴게요.”상언은 기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가정부에게 음료수를 준비해 오게 했다.이서가 얘기를 마쳤을 때는 이미 한 시간 뒤였다.지난 번에는 세부사항까지 꼼꼼하게 말했지만, 이번에는 대체적인 맥락과 가끔 생각나는 새로운 사항만 말했다.얘기를 듣고 난 상언은 노트북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왜 그러세요?” 이서가 물었다.“있잖아요.”상언은 굳이 이서를 속이려 하지 않았다.“며칠 뒤 제가 의학 세미나가 있어요. 세미나 끝나고 행사가 있는데...”“?”“그 행사는 다들 파트너랑 함께 참석하는데, 제가 하나 씨를 초대하면 혹시 놀라서 도망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돼서요...”잠깐 고민을 하던 이서는 살짝 웃었다.“상언 씨 걱정이 지극히 정상적이죠. 하나는 이성 문제에 있어서 민감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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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분풀이요? 그럼 하나의 교통사고도...”“그건 그냥 뜻밖의 사고였을 뿐이에요. 우리가 너무 예민했어요.”이상언은 미소를 지으며 이서를 바라보았다. 전혀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그래요...”이서는 어딘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본인의 일에 하나가 연루된 게 아니라는 생각에 걱정을 적잖게 내려놓았다.“그럼, 그 에바라는 사람은...”“이미 경찰에 넘겼어요. 그리고 걱정 마요. 그녀가 출소하더라도 M국에 체류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감사합니다.” 이서는 상언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상언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여전히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서의 방을 나서자, 상언의 기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이서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지환은 다 알고 있다. 며칠 전에 하나를 미끼로 이서를 밖으로 끌어내려는 것까지.방금 한 얘기도 지환이 시킨 것이었다.그는 이서를 잘 알고 있다. 만약 하나가 본인 때문에 다쳤다는 걸 알게 되면 틀림없이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다.이서가 줄곧 이 일로 마음이 무거운 걸 두고 볼 수 없어서 이런 스토리를 꾸며 냈다.상언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마음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았다.며칠 전, 그들은 하나를 치려고 했던 운전자를 잡았다. 조사 결과, 그날 술에 취했음을 확인하였다. 별다른 배후는 없었다. 하지만 그 낯선 번호의 주인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M국에에서 지환과 견줄 사람은 그의 형, 하지호뿐이다.하지만 어둠의 세력의 보호를 벗어난 SY과 맞설 수 있는 기업은 많아졌다. 따라서 전화 발신자가 누군지 단정할 수도 없다.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이서를 겨냥한 것이다.상언은 눈썹을 꾹꾹 눌렀다.‘이제는 M국도 안전하지 않아.’목욕을 마치고 나온 이서는 개운함을 만끽하며 창가로 걸어가 아래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전화벨 소리에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하나한테서 걸려 온 것이었다.이서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나야.”[이서야.]하나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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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이서야...]임하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걱정 마, 그런 사람 곧 나타날 거야.]이서의 눈 밑에 옅은 웃음기가 돌았다. 순간 그녀의 시선은 갑자기 담벼락 밖의 익숙한 차량에 떨어졌다.하지환의 차였다.‘설마 지금 문밖에 계시나?!’‘그럼... 왜 안 들어오시는 거지?’이서의 마음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고, 그녀는 바삐 전화기 너머의 하나에게 말했다.“하나야, 재밌게 잘 다녀오고, 또 연락해.”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는 전화를 끊고 쏜살같이 아래층으로 달려갔다.아래층에서 통화 중이던 배미희는 이서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서야, 이번 주말에 스웨이 여사의 집에 갈 건데, 너도 혹시...”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서의 그림자는 이미 바람처럼 사라졌다.배미희는 중얼거리며 하이먼 스웨이와 주말 약속을 계속 이어갔다.밖은 온통 지환이 배치한 어둠의 세력이다. 따라서 배미희는 이서가 위험에 빠질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한걸음에 대문까지 달려간 이서는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이서 씨, 나가실 거예요?”정문 경비원이 점잖게 물었다.이서는 고개를 들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나갈까?’‘하지만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그런데 나가서 무슨 말을 하지?’“이서 씨, 사모님이 나가셔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다만 너무 멀리 가지는 마세요.”경비원은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문을 열어 주었다.“집 근처에는 모두 우리 쪽 사람들이에요. 멀리 나가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겁니다.”“...”대문이 열렸지만 제자리에 잠자코 있는 이서를 보며, 경비원은 이서가 두려워하는 줄 알고 주동적으로 앞으로 이서를 살짝 밀었다.“이서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 집 주변에는 온통 우리 쪽 사람들입니다.”대문 밖으로 밀려 나온 이서는 문밖에 주차된 차를 한눈에 알아보았다.경비원도 이상한 듯 말했다.“엄청 눈에 익은 데 혹시...”그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누구의 차량인지 떠오르지 않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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