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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작가: 시해나
“누가요?”

하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럼 빨리 이서에게 전화해서 절대로 밖에 나오지 말라고 해요.”

상언은 살짝 웃었다.

하나는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상언을 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쳐다봐요?”

“이미 얘기했어요. 이서 씨도 다시 돌아갔고요. 걱정 마요. 지금 하나 씨보다 천 배, 만 배는 안전하니까.”

지환은 모든 그림자를 이서에게 붙였다.

지금은 이서보다 하나가 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무슨 뜻이에요?”

임하나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눈치였다. 이서를 겨냥해서 일을 벌이는데 어찌 이서가 자기보다 더 안전하다는 건지...

이상언은 동문서답했다.

“이제야 지환이가 왜 모든 힘을 동원해서 이서 씨를 보호하는지 알겠어요. 왜냐면 나도 이제 그럴 거거든요.”

“어휴,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하나는 완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건 됐고, 이서를 밖으로 유인하려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서는 이쪽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텐데... 이서에게 적대적인 사람이라면... 심가은이 유일한 인물일 거 같긴 한데... 이 모든 게 그녀가 꾸민 짓일까요?”

임하나는 지난번 일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다.

‘어떻게 이서가 외출하자마자 변태를 만난단 말인가?’

게다가 이번에도 그녀를 이용해 이서를 밖으로 유인하려는 것을 보면 지난번 일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걱정 마요. 제가 알아볼 테니. 오히려 하나 씨...”

이상언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보았다.

“저쪽에서 이미 하나 씨를 노리고 있는 이상, 그놈들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하나 씨도 절대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내가 하나 씨를 밀착 보호할 거예요.”

왠지 모르게 그의 얼굴에 점점 음흉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의 입꼬리를 올라간 걸 본 임하나는 의아한 듯 물었다.

“이 선생님,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 거예요?”

“그럴 리가요?”

상언은 속으로 움찔했다. 드디어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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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 닫히자마자 다른 임원들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왜 부대표님을 호출하는 거죠?” 우기광은 담담하게 답했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들 걱정할 필요 없어요. 모두 자리로 돌아가서 일하세요. 별일 아닐 겁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임원들은 어쩐지 일이 단순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모두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서 있자, 우기광은 다시 한번 차분하게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윤 대표님을 믿습니다. 그분이 고 팀장에게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맡긴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우리는 고 대표와 일한 시간이 짧아서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번 일로 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는 건 옳지 않아요. 자, 여기서 이렇게 서 있어 봐야 해결될 일도 아니니,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상황을 직접 지켜봅시다. 고 팀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죠.” 다른 임원들은 우기광의 설득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그 시각, 이서는 위층에서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정원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는 지환을 발견했다. 이서는 정원으로 내려가 다가가며 물었다. “벌써 출근한 줄 알았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집안이 조용해서 당연히 지환이 출근한 줄 알았던 이서는, 지환이 정성스럽게 꽃과 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지환은 막 심은 장미 한 송이를 다듬으며 일어섰다. “벌써 잊었어? 우리는 서로 떨어지지 않기로 했잖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혼자 출근할 수 있겠어?” 지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네가 기억을 잃고 난 이후로 여긴 방치돼 있었어.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이곳을 멋진 정원으로 꾸미고 싶어.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 있는 정원, 정말 아름다울 것 같지 않아?” 이서는 지환에게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차피 모든 일이 끝나면, 그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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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래요? 저는 왜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거죠?] 고이서는 능청스럽게 응수했다. “대표님, 아직 충분히 쉬지 못했다는 증거예요. 좀 더 시간을 갖고 푹 쉬셔야 할 것 같은데, 회사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면 되니까요.”[네, 고 팀장님이 그렇게 말해 주니 마음이 놓이네요.]이서는 다시 중얼거렸다.[내가 왜 전화했을까...?] 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고이서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전화를 끊은 후, 고이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녹음해 놓길 잘했어. 본인 입으로 나더러 회사 사람들을 마음대로 해고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그렇다면 첫 번째로 할 일은...”고이서는 옆에 놓인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김 비서, 들어오세요.” 김하늘이 잔뜩 긴장한 채 방으로 들어오자, 고이서가 날카롭게 물었다. “내가 회삿돈을 썼다는 거, 김 비서가 대표님께 알린 거죠?” 김하늘은 깜짝 놀라 거의 심장이 멎을 뻔했다. “아니에요, 고 팀장님! 제가 어떻게 그런 걸 대표님께 말씀드리겠어요!!” 고이서는 몇 초 동안 김하늘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만족스럽게 다리를 꼬고는 말했다. “하긴, 김 비서한테 그럴 깡은 없겠죠. 그럼 대체 누가 내가 회삿돈을 썼다는 걸 윤 대표님께 알린 거죠?”김하늘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고개만 숙였고, 고이서는 비꼬듯 말했다.“말하기 싫어요? 아, 그 사람한테 밉보일까 봐 겁나는 거예요? 그럼 말 안 해도 돼요.” 김하늘이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순간, 고이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재무팀에 가서 이번 달 월급이나 정산받으세요.” 김하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안 돼요, 그러시면 안 돼요! 저희 집엔 부모님과 어린 동생들이 있고,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대출금도 갚아야 하는데, 제가 직장을 잃으면 가족들이 다 굶어 죽게 된다고요. 제발 저를 내쫓지 말아 주세요!” 고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3화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법은 없었다.고이서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야 이를 악물고 전화를 받았는데, 손에 쥔 핸드폰이 그녀에겐 시한폭탄처럼 느껴졌다. 고이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수화기 너머의 이서에게 말했다. “네, 대표님.” 하지만 돌아온 이서의 목소리는 고이서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으며, 전혀 화가 난 기색을 띠지 않았다. 심지어 어딘가 즐거운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공금을 횡령했다면서요?]“그게...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고이서는 더 이상 이서의 말투에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급하게 해명하려 들었다.[아니요, 해명할 필요 없어요. 고 팀장님이 그 돈을 쓴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요. 고 팀장님, 저는 고 팀장님을 친구로 생각하는 이상, 고 팀장님을 전적으로 믿을 생각이에요.]이서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어쨌든 회사를 위해 그 돈을 썼을 거잖아요, 그렇죠?]고이서는 얼어붙었다. ‘윤이서가 이런 말을 할 줄이야. 방금 그 말은 치매가 오지 않은 이상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어!’ 보아하니, 이서의 병세가 꽤 심각해진 것 같았다. ‘며칠만 더 지나면 내가 윤씨 그룹의 대표 자리를 확실히 굳힐 수 있을 것 같아.’“네, 맞습니다! 사실 진행이 안 되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 담당자에게 큰 선물을 보냈더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며칠 내로 프로젝트를 승인해 준다고 하더군요. 대표님, 제가 이렇게 한 게 회사 규정에 어긋나는 건 아니겠죠?”[그럼요, 지금은 고 팀장님이 윤씨 그룹의 대표니까 고 대표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제가 전화를 한 이유도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였어요.][임원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말아요. 대표 자리에 앉은 이상, 고 팀장님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심지어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도 가능하죠.]고이서의 눈이 커졌다. “제가 회사 직원들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그렇다니까요? 아까 말했잖아요, 지금 회사의 실질적인 주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2화

    전화 건 사람은 우기광이었다. 이서는 우기광의 목소리를 듣고는 꽤 의외라는 듯 말했다.“웬일로 저한테 직접 전화하신 거죠?” 사실 우기광도 전화를 걸고 싶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몇몇 임원들이 회사에 우기광을 붙잡아 두는 바람에, 이서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윤 대표님, 혹시 지금 윤씨 그룹의 대표 업무를 수행하는 고이서 팀장이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아, 그게 언제 있었던 일이죠?]이서의 어조에서는 전혀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되려 흥미로움이 묻어나는 듯했다. 우기광은 그런 이서의 반응에 잠시 의아해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 일입니다. 대표님께서 고이서 팀장에게 회사를 맡기자마자 그런 황당한 일을 저지른 거죠. 대표님, 저는 대표님께서 윤씨 그룹을 맡기 전부터 대표님과 함께 일해왔으니,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표님의 능력은 누구나 인정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회사 운영을 재무팀 팀장에게 맡기신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서가 웃으며 말했다.“제 결정을 무조건 지지해 줄 수 있으신가요?” 우기광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조심스러운 어조로 답했다. [그건 대표님의 결정이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경우에 한합니다. 만약 회사에 손해가 되는 일이라면 저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서의 미소가 더욱 밝아졌다. “그 말씀이면 충분합니다. 이제야 안심이 되네요. 하지만 고 팀장님의 일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임원들이 아무리 압박을 가하더라도 반드시 버텨 주셔야 하고요.” [대표님,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며칠만 기다리시면 알게 될 겁니다.”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곧장 김하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서의 전화가 걸려 오자, 김하늘은 겁에 질린 채 전화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김하늘은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1화

    잠시 후, 소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서 언니, 솔직히 말해도 절대 화내면 안 돼요.]“그래, 어차피 내가 먼저 말하라고 했잖아. 소희 씨도 내가 무슨 성격인지 잘 알잖아? 말하라고 해놓고 화내는 일은 없을 거야.” 이서의 말에 하나와 소희, 나나는 용기를 내서 각자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가 먼저 운을 띄웠다. [이서야, 형부가 신분 문제로 널 속인 건 맞지만, 그 외의 다른 일에선 너를 진심으로 대했어.]“그러니까 네 말은 하지환 씨가 날 속인 걸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는 거야?”[응... 그런 셈이지.]“소희 씨 생각은 어때?”소희가 머뭇거리며 천천히 답했다.[그럼 저도 솔직히 말할게요. 형부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형부만큼 언니한테 잘해줄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라고요.][만약 저라면 그 정도 잘못은 그냥 넘어갔을 것 같아요.]소희는 최대한 조심스레 말했고, 혹여나 이서가 기분 나빠할까 봐 머뭇거렸다.다행히 이서는 여전히 차분한 태도로 대답했다. “내가 괜히 별거 아닌 일로 예민하게 군다는 거네?”[언니,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소희가 급히 해명했지만, 이서는 한사코 소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소희 씨,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되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어. 소희 씨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소희 씨의 솔직한 생각인 거니까. 사람마다 문제를 보는 시각은 다르니, 결론도 다를 수 있어. 난 소희 씨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잘 생각해 볼게.”소희는 이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나나가 나섰다. [언니, 아시다시피 저는 연애 경험이 없어서 딱히 할 말도 없어요. 그냥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것 같아요.]이서는 작게 중얼거렸다. “시간에 맡기라고...?”‘그래,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하도훈 문제도 당장 해결될 게 아니고, 그때까진 고민할 시간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0화

    윤재하와 성지영, 고이서 세 사람은 여전히 이서가 치매에 걸려 윤씨 그룹을 손에 넣을 꿈에 들떠 있었지만, 정작 이서는 지환과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었다. 분명 병원에서 함께 지내던 때도 있어서 이번에도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니 묘하게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서는 귀를 바짝 세우고 문밖에서 나는 작은 소리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도, 문밖에서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그 소리가 금세 사라지길 바라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어이없는 감정에 시달리던 첫날 밤, 놀랍게도 이서는 오랜만에 불면증 없이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이서는 눈을 뜨자마자 하나의 문자 폭탄을 받았다. [너, 형부랑 다시 합친 거야?] [같이 살기 시작했다던데, 화해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거냐고!] [왜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이 선생님이 말 안 해줬으면 전혀 몰랐을 뻔했잖아!][나, 너한테 가장 친한 친구 아니었어?]이서는 할 말을 잃었다. 곧바로 소희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어제 두 사람이 손잡고 있는 거 보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화해한 거였어요? 이렇게 큰일을 저한테도 숨긴 거예요?] 결국 이서는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환 씨랑 다시 화해한 거 아니야. 괜히 오해하지 마.] 그 순간, 나나도 단톡방에 뛰어들었다. [뭐라고요? 이서 언니가 형부랑 다시 화해했다고요? 대박! 들러리 자리 하나 예약할게요!]이서는 어이가 없어졌다. ‘대체 왜 내가 한 말은 안 보고 다들 자기 멋대로 상상하는 거야?’ 이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단체 영상 통화를 시도했다. “말했잖아, 화해한 거 아니라고.” 이서는‘화해한 적 없다’는 말을 특히 강조했다.그제야 세 사람은 조용해졌는데, 잠시 후에야 하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이 선생님 말로는 두 사람이 같이 산다고 하던데? 다시 화해한 게 아니면 왜 같이 사는 거야?]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9화

    2층에서 소란을 듣고 있던 윤재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1층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는 다르게 고이서 혼자만이 만족스럽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이서는 바로 뒤에 있던 짐가방을 든 직원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직원들이 들고 있는 쇼핑백들이 모두 명품 브랜드임을 본 성지영과 윤재하는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서야, 그 많은 걸 대체 무슨 돈으로 산 거야?” 성지영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직원들이 짐을 다 내려놓고 나가자, 고이서는 여유롭게 말했다. “엄마, 아빠, 두 분을 위해 산 선물인데, 한번 보세요. 마음에 드실진 모르겠네요.” 성지영은 가까이 있던 쇼핑백 하나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LV 로고가 새겨진 명품 의류가 들어 있었다. 성지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이서야, 어디서 이렇게 큰돈을 구한 거야?” 고이서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윤씨 그룹의 돈으로 샀어요.” “뭐? 회사 공금을 횡령했다고?” 윤재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렇게 많은 걸 샀으니 금방 들키고 말 거야. 윤이서가 내일 회사에 출근하면, 바로 알아챌 거라고! 당장 환불하렴. 윤이서한테 들키면 정말 큰 일이니까!” 고이서는 소파에 편하게 앉으며 미소 지었다.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윤이서는 절대 모를 거예요. 이 돈, 다 합법적인 절차로 나온 거거든요.” 윤재하와 성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고이서는 다리를 꼬고 앉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이서가 저한테 회사를 맡겼어요.” “뭐? 그게 정말이야?” 윤재하와 성지영은 깜짝 놀라며 고이서를 바라보았다. “물론 임시로 맡긴 거긴 하지만... 윤이서가 왜 저한테 회사를 맡겼는지 아세요?” 두 사람이 고개를 젓자, 고이서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오늘 윤이서가...”고이서는 오늘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성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8화

    이서는 지환의 대답을 듣고 나서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까 분명히 얘기했잖아요, 화해한 척 연기하는 거라고요! 지엽이도 없는 데서 굳이 연기할 필요는 없어요.”지환은 살짝 눈을 들어 이서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이서야, 아무리 토사구팽이라지만, 이렇게 빨리 쳐내는 건 좀 심하지 않아?” 더 이상 이 주제로 대화하고 싶지 않은 이서는 곧바로 소희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자료는 다 읽어봤어? 정말 심태윤이 벌인 짓이야?”“네, 자료에는 심태윤이 어떻게 가짜 증거를 만들었는지도 다 나와 있었어요. 이 증거들만 경찰에 넘기면, 심태윤은 바로 잡혀가고 말 거예요.” 이서는 소희의 말투에서 뭔가 망설임이 느껴져 물었다. “왜 그래? 혹시 심태윤이 잡혀가면 소희 씨의 양부모를 돌볼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 소희는 가볍게 웃었다. “언니, 저를 너무 착하게 보신 거 아니에요?”“그 사람들이 돈을 이유로 저한테 어떻게 했는지 다 아시잖아요. 그 이후로 저는 그 사람들한테 기대한 것도 없고, 미련도 없었어요. 단지 이 일이 심태윤 혼자 한 짓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요. 분명히 배후가 있을 거라고요.” “그 배후만 찾아내도 앞으로 골치 아플 일은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서 언니의 남편이 하 대표님이라는 걸 알게 된 후에는 더 이상 직접적으로 날 괴롭히지 않았지만, 언젠가 이서 언니와 하 대표님이 헤어진다면, 나를 몰아내려는 사람들은 다시 들고일어날 거야.’ “혹시 이미 의심 가는 사람이 있는 거야?” 이서는 소희가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냈는데, 역시 자매다운 호흡이었다.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 말을 다른 사람한테 하면 오해받을 수도 있겠지만, 언니한테는 말해도 될 것 같아요.”“제 생각엔... 강경숙이 관련된 것 같아요.” “강경숙?”“제가 심씨 가문에 돌아온 이후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 강경숙과 심유인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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