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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하나는 멍해지는 듯했다.

“진... 진심이에요?”

상언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 버린 듯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을 찾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어요. CCTV는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선생님, 제 정신이에요?”

몸을 곧게 편 하나가 상언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그렇게 무의미하고 복잡한 일을 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요?”

“무의미하지 않아요.”

상언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나 씨에게 믿음을 줄 수만 있다면 전혀 무의미한 일이 아니에요. 난 하나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상언의 눈빛을 마주한 하나가 입술을 움찔거렸다.

“이 선생님,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에요. 사실 요 며칠... 몇 번이고 이 선생님께 한 걸음 다가갈까 생각했었는데, 그때마다 엄마랑 같이 아빠의 간통 현장을 잡으러 다닌 일이 떠올라서 너무 괴로웠다고요.”

‘아직도 그 일이 눈에 선한 것 같아.’

‘흠씬 얻어맞으며 소리를 지르던 내연녀, 당황하던 아버지, 그리고 사람들의 손가락질까지...’

‘이미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마음속에, 그리고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버렸다고.’

‘그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하나 씨.”

상언이 온화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러는 건, 하나 씨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두려움을 타파하기 위한 게 아니에요. 오직 하나 씨를 위한 거죠.”

“하나 씨가 마음을 꺼내 증명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도 이 선생님을 믿을 수 없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면요?”

“하나 씨, 설령 내가 마음을 꺼내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내가 하나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증명할 수 없을 거예요. 내 심장에는 내가 하나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쓰여 있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나는 하나 씨한테 내 마음을 맡길 생각이에요. 다른 사람이 아닌 하나 씨에게 맡겨야지만 내가 가장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가 입술을 오므렸다.

“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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