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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작가: 시해나
마이클 천이 떠난 후, 천천히 몸을 웅크린 지환이 눈물에 젖은 이서의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말했다.

“이서야, 나 여기 있어.”

가볍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는 어둠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처럼 따스했다.

이서의 떨리던 속눈썹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이내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눈을 떴다.

지환을 마주한 그녀가 눈물을 글썽였다.

“H선생님.”

“괜찮아.”

지환이 낮은 목소리로 이서를 위로했다.

“여기는 안전해.”

고개를 들어 지환을 바라보던 이서가 입술을 움찔거리며 한 글자 한 글자 물었다.

“아까 그 사람은 대체... 누구길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서의 몸이 다시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지환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

“두려워할 거 없어, 그 사람은 이미 붙잡혔으니까. 그 일에 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마.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철저히 조사받게 할 거야.”

이서는 지환의 말을 듣고서야 두려움을 거둘 수 있었으며, 그제야 자신이 지환의 옷자락을 꽉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H선생님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어.’

‘하지만...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자꾸 내 마음은...’

이서가 손을 움츠렸다.

“죄송해요, 저는 그저...”

고개를 숙여 멀어지는 이서의 손을 본 지환은 마음속의 무언가가 뽑혀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서운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또 죄송하다는 거야...”

“그거야...”

이서가 몸을 뒤로 움츠러들었다.

“H선생님... 마음속에 이미 다른 분을 품고 계시다는 거 잘 알아요. 우리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지환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내가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람은... 바로 너였어.’

하지만 지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그가 말했다.

“그 사람... 그 사람은 우리의 사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서는 다소 화가 난 듯했다.

“H선생님, 양다리를 걸치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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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그 약속을 할 때, 왜 이런 상황까진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이서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지환은 그런 이서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마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조용히 말했다. “술집에 가고 싶으면, 가자.” 이서의 눈이 반짝였다. “진짜요?” 지환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서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영화는 다 보고 나가는 걸로 해요. 그리고 술 마시고 나서는 밤거리를 좀 걷는 게 어때요? 한밤중에 조용한 거리를 걷는 거, 진짜 재밌거든요. 혹시 해본 적 있어요?”지환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서는 스스로 신이 나서 말했다.“아마 해본 적 없겠죠? 진짜 재밌어요. 가끔 차가 몇 대 지나가면 더 재밌는데, 고요한 밤에 갑자기 누군가가 정적을 깨는 것 같다니까요?” 바로 그때, 지환이 이서의 말을 부드럽게 끊었다. “네가 하고 싶은 건 뭐든 같이 해줄게. 오늘 밤 집에 안 가는 것까지도.” 이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괜찮겠어요?” “괜찮고말고. 뭐가 문제겠어?” 어둠 속에서 지환의 시선은 한결같았다. 오히려 이서는 괜히 의심하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혹시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건가?’ 하지만 집에 가서 단둘이 있게 될 상황을 떠올리니, 이서의 마음이 다시 복잡해졌다. 이서는 다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환 씨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죠.” 두 사람은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술집으로 향했다. 술을 마시며 11시가 넘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하루 종일 돌아다녔던 탓인지 이서는 이미 지쳐 있었다. 술집에서 나와 밤거리를 걷겠다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이제는 도저히 걸을 기운조차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지환과 단둘이 밤거리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서는 겨우 정신을 붙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자정이 다가오자 이서의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한 이서는 눈을 감았다가,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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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톡방은 한동안 조용했는데, 한참 지나서야 하나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 [대체 뭐가 네 눈을 흐리게 만든 거야? 형부가 인기가 없다고 생각한 이유가 대체 뭐냐고.]이서가 당황하던 찰나, 소희도 메시지를 보내왔다.[언니가 싫어할 말인 건 알지만, 형부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줄 세우면, H국에서 M국까진 이어질걸요?]나나도 끼어들며 한마디 했다. [솔직히 말해서 형부가 원한다면 매일 여자 친구를 바꾸는 것도 가능할 거예요. 매번 다 다른 사람일 거고, 죄다 아주 예쁜 여자들이겠죠... 아, 물론 형부가 원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요!]“...” 이서는 조용히 지환을 쳐다보았고, 이서의 시선을 느낀 지환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이서는 지환을 몇 번 더 흘깃 본 후,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서는 지환이 정말로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그저 닭고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게 대단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서는 이 식당이 이렇게 인기 있는 건 순전히 ‘속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한 입 더 먹은 이서는 문득 지환과 두 시간 넘게 줄은 선 게 별로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고 나서는 뭐 할 거예요?”이서가 물었다. “영화 보러 가자.” 이서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우리 같이 영화 본 적은 없지 않아요?”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한 적이 없었지.” 지환은 조용히 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 이서야.” 이서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런 일로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난 늘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우리 사이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잖아.” 지환은 속눈썹을 내리깔며 말했다. 이서는 지환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다 지나간 일일 뿐이에요. 오늘은 그런 얘기하지 말고... 우리 그냥 제대로... 데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23화

    “왜 굳이 여기서 먹어야 하는 거예요?” 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식당 내부는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인테리어였다. 이서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환이라면 굳이 이런 곳이 아니라, 훨씬 더 좋은 7성급 호텔에서 우아한 분위를 즐기며 식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호텔의 고급스러움은 이 식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식당, 속설이 하나 있대.” 잠시 침묵을 지키던 지환이 입을 열자, 이서가 지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 말하기 어려운 사연이라도 있는 듯, 지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밥을 먹은 부부는, 가정법원 앞까지 가서 이혼하려고 했던 사이라도 다시 화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 이서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나를 여기로 끌고 온 거예요?” 지환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채, 창밖만을 바라보았다.이서는 그런 지환을 흘겨보았지만, 어느새 마음속 깊은 곳이 살짝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이 비서님께 미리 예약하라고 하지 그랬어요.”그 정도는 지환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괜히 여기서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는 없었을 텐데 말이지.’지환에게는 매 순간이 아까운 시간일 터였다. 지환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진지하게 대답했다. “이천한테 예약하라고 시키면 정성이 부족한 거잖아. 정성이 부족하면 일이 잘 안 풀릴 수도 있단 말이야.”이서는 순간 멍해져서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물었다. “정성을 들여도 안 통하면요?” 지환은 담담하게 말했다. “안 통하더라도 시도는 해봐야지. 우리 둘이 다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아무리 바보 같아 보여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 “하지환 씨...” 이서가 무언가 더 말하려던 순간, 지환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서야,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 하지만 하도훈 문제가 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22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지환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서의 귓가에 들려오자, 이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지환을 바라보았다. 햇살 아래 빛나는 지환의 완벽한 이목구비는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더라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잘생기지 않았다’는 말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바로 지환이었다. 지환은 이 세상에 내려온 최고의 선물과 같았는데, 한때 그를 가졌던 이서에게도 그것은 분명 큰 행운이었다.“‘그날 내가 하지환 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복수 계획에 동의했더라면 지금쯤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서의 조용한 목소리에 지환이 잠시 이서를 바라보다 대답했다. “글쎄,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해.” 이서는 왠지 지환의 다음 말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뭔데요?” 지환은 이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널 사랑하게 됐을 거라는 건 변함이 없다는 거지.” 그 한마디에 이서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서는 미칠 듯한 두근거림을 감추려 애써 지환의 시선을 피했다. “우리... 오늘 하루 종일 여기에 있는 거예요?” 지환이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나한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뿐이잖아. 물론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아. 이제 두 번째 장소로 가자.”“어디로 갈 건데요?” 이서는 호기심을 가득 담아 물었지만, 지환은 대답 대신 조수석 문을 열어줄 뿐이었다.이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차에 올랐고, 차는 천천히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서는 지환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가정법원 앞에 서 있는 신혼부부와 이혼하러 온 듯한 부부들을 보며 이서가 말했다. “덕분에 생각났네요. 우리... 아직 이혼 안 했잖아요.”지환은 안전벨트를 풀던 손을 멈추고 이서를 바라보았다.“혹시 지금 내려서 이혼하자는 건 아니지?”이서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21화

    “왜 이미 고이서의 정보를 손에 넣고도 나한테 바로 알리지 않은 거예요?” 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고, 지환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자료를 받았을 때는 어떤 카페의 근처였어. 그런데 마침 네가 소지엽을 만나러 가는 걸 보게 된 거지.”“하지환 씨가 밖에 있었다고요?” 이서가 놀라며 되물었다. ‘그럴 수가 있다고?’그 말은 곧 두 사람이 비슷한 시간대에 고이서의 자료를 입수했다는 얘기였다. ‘뭔가 이상한데...’ 이서는 지환을 보면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지환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지만, 이서가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야 뭔가 눈치챈 듯 미소를 지었다.“내가 이겼다는 거야?” 이서는 살짝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시간을 계산해 봤는데, 하지환 씨는 구태우 씨보다 하루 늦게 고이서를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시간을 계산해 보면 하지환 씨가 이긴 게 확실한 셈이죠.”이서는 괜히 혼자서 이리저리 고민했던 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럼...”지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앞으로 24시간 동안 네 시간은 내 거라는 거야?” 이서는 그 말이 묘하게 들렸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든 해도 돼?” 이서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뭘 하려고요?” 지환은 이서를 힐끗 보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뭘 할 것 같은데?” 이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순한 생각들을 애써 지우려고 했다. 지환은 이서의 표정을 다시 한번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왜 말이 없어?” 지환은 이내 무슨 생각이 났는지 환한 웃음을 지었다.“이서야, 혹시...” “그런 거 아니에요!”이서는 빠르게 부인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수상쩍었다. “네가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맞춰줄 수 있어.”지환이 즐거운 듯 웃음을 터뜨리자, 이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20화

    그것은 지환이 이서에게 보낸 고이서에 관한 자료였다.‘이게 왜 열린 거지?’이서는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왜 그래?]이서의 목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자, 지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서의 시선은 시종일관 고이서의 자료에 머물러 있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지금 고이서의 자료를 보는 중인데, 다 보고 나서 다시 전화할게요.”이서는 전화를 끊고 자료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 자료의 내용은 고이서가 제공한 이력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이서는 5살 때 화재 사고를 겪은 후 해외로 보내졌다.하지만 지환이 보내온 자료에는 더욱 상세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 당시 겨우 5살이던 고이서는 하룻밤 사이에 해외로 보내졌고, 병원에 도착한 후에는 병원에 있던 환자들이 차례로 퇴원하게 되었다. 딸의 치료 기간 동안, 성지영과 윤재하는 각기 다른 시점에 귀국했는데, 아주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귀국한 후 처음으로 향한 목적지가 모두 보육원이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번.보육원 쪽에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두 사람이 고이서를 대신할 아이를 구하러 간 것임을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아이가 바로 이서였다. ‘그때 윤수정이 내가 윤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고 했던 게 전부 사실이었구나.’ 모든 퍼즐이 들어맞는 순간이었다.처음에 하은철이 이서와 결혼한 이유는 그녀의 신장을 위한 것이었는데, 윤재하와 성지영은 하은철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서와 하은철이 결혼하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도우려 했다. ‘하긴, 나는 윤씨 가문에 있어서 시집을 통해 하씨 가문의 도움을 받게 할 도구일 뿐이었어. 누가 그런 도구한테 큰 관심을 쏟으려 했겠어?’‘윤재하가 그렇게 막대한 자금을 횡령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하씨 가문은 윤씨 가문에 그토록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윤씨 가문은 줄곧 재기하지 못했다. ‘이상하긴 했지만, 내가 윤씨 가문 사람들한테 배신당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19화

    어제, 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환과 지엽이 보낸 자료를 동시에 받았다. 이서는 어떤 자료를 먼저 열어야 할지 심란해졌고, 아예 두 자료 모두 열어보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환 씨를 골라야 할까, 아니면 지엽이를 골라야 할까?’이서는 서류봉투에 있는 전화번호를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이서는 갑자기 동전 던지기를 떠올렸다.‘그래,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모를 때는 동전을 던지라고 했어!’사실, 동전을 던지는 최종 목적은 선택하기 위함이 아니라, 동전을 던지는 순간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에 있었다.하지만 이서는 동전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잔돈을 바꿨고, 끝내 500원짜리 동전을 손에 쥐게 되었다.이서는 차로 돌아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동전 던지기를 시작했다.짤랑.이서의 머리가 하얘지던 찰나, 동전은 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됐어, 한 번 더 해보자.’생각을 정리한 이서는 곧장 동전을 던지지 않고, 깊게 한숨을 내쉬며 머릿속이 맑아지기를 기다린 후에야 동전을 위로 던졌다.동전은 다시 바닥에 나뒹굴었지만, 이서의 머릿속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이서는 어이가 없어서 동전을 다시 주워 들었다.‘이 방법은 전혀 쓸모가 없는 것 같아.’ ‘그래, 차라리 숫자나 그림으로 고르는 게 좋겠어.’ 이서는 다시 동전을 집어 들었다.‘숫자는 하지환 씨를, 그림은 지엽이를 가리키는 걸로 하자.’마음을 확실히 정한 이서는 다시 동전을 던졌다. 이번에는 동전이 그녀에게 확실한 답을 주었다.‘그림이구나.’하지만 이서는 명확한 답을 얻고도 기쁘지 않았다. 이서는 핸드폰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지엽이 건넨 서류를 들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한없이 얇은 서류 더미가 천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이서는 손을 들어 어렵사리 서류봉투를 열었는데, 서류를 꺼내려는 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환에게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18화

    “그럼 이번 일은 구태우 씨에게 조사를 맡기를 걸로 하겠습니다.”이서가 몸을 일으키며 소지엽을 바라보았다.“세부적인 내용은 심 대표님과 직접 이야기하면 돼. 나는 돌아가서 회사 일부터 처리해야겠어.”소지엽은 이서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바래다줄게.”“괜찮아.”이서는 짧은 대답을 끝으로 몸을 돌려 떠났다. 그 단호한 뒷모습과 깔끔한 마무리, 소지엽은 이서의 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달갑지 않은 게 분명해.’“소지엽 씨?”지엽은 심근영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심근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자세히 이야기해 보자면...”한편, 아래층에 도착한 이서는 주동적으로 소희 모녀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서가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지숙은 꽤 의아해했다.“이렇게 빨리?” “네, 구체적인 사항은 지엽이가 대표님과 상의할 거예요. 저는 여기 있어도 도울 수 있는 게 없으니 먼저 가보겠습니다.”소희가 이서의 팔을 붙잡았다.“언니, 제가 데려다줄게요.”이지숙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마음속으로는 소희와 이서의 관계가 더 좋아져서 지환이라는 큰 나무에 기댈 수 있기를 바랐다. “언니, 오늘 소지엽 씨와 같이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렇지 않았다면, 유인이 언니의 만행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이서가 말했다.“그러게, 타이밍을 잘 맞춘 것 같아.”“참, 소희 씨의 양부모가 아직도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지?” “조금 이상하긴 해요. 꽤 오랫동안 저를 귀찮게 하지 않았거든요.”이서가 말했다. “심태윤도?”“네.”이서가 눈살을 찌푸렸다.“소희 씨에게 게임 회사의 기밀문서를 훔쳤다는 누명을 씌운 사람이 심태윤일 가능성은 없을까?”소희는 고개를 저었다.“걔가 벌인 짓이었다면 심씨 가문 사람들이 벌써 잡아냈을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조사했는데도 못 찾아내는 걸 보면, 심태윤이 벌인 짓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심태윤이 심씨 가문 사람들과 협력해서 벌인 일인 건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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