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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이봐, 내가 다 설명할게.”

“H선생님.”

이서의 목소리가 어둡고 습한 지하실에 있던 지환을 끌어올렸다.

그가 이서를 바라보았다.

“왜?”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저 손님들을 좀 보시라고요, 간간이 우리를 쳐다보면서 우리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하고 있어요. 제가 그때마다 달려가서 우리는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정말 그렇게 했다가는 사이코패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거라고요.”

“말은 하지 않지만, 저 손님들의 눈빛에서 다 느낄 수 있단 말이에요.”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너만 잘 지내면 되는 거야.”

입술을 오므린 이서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H선생님은요? H선생님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지환은 멍해지는 듯했다.

“너... 너는 내 마음속에 있는 그 사람과 많이 닮았어.”

지환의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이서의 두 번째 말이 선선한 바람과 함께 그의 귓전을 스쳤다.

“그래서 저를 그 여자의 대역으로 삼은 거예요?”

사실, 요 며칠 동안 이서는 생각을 거듭했다.

‘H선생님은 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한테 친절을 베푸시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딱 하나뿐이야.’

‘잃어버렸다던 그 여자와 내가 아주 닮은 거지, 마치 일란성 쌍둥이처럼. 그래서 모든 감정을 나한테 대입하셨던 거라고.’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하자, 이서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으며, 의심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는 기억까지 잃은 상황이잖아.’

‘혹시... 내가 이 비밀을 알고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교통사고가 난 건 아니었을까?’

‘그런 게 아니라면, 이전의 일은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유독 작년 한 해 동안의 일만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영 이상하잖아.’

‘그래, 내가 잃어버린 기억은 H선생님을 알게 되면서부터야.’

이서는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그마치 1년간 다른 사람의 대역으로 살았다는 게 너무 억울해.’

시무룩한 이서의 얼굴을 본 지환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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