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강 대표님, 저는 그저 객관적으로 이 일을 분석해 드렸을 뿐이에요.”‘그래도 사람을 가려야지! 캐리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하영의 화난 모습에 임수진도 입을 다문채 하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분위기가 조금 가라앉게 되자 하영은 방금 자기가 너무 욱했다는 느낌에 임수진에게 사과했다.“미안해, 임수진 씨.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 수진 씨도 좋은 뜻으로 분석해 줬겠지만, 캐리는 절대 그럴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수진 씨도 나처럼 캐리를 절대적으로 믿어줬으면 좋겠어.”“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저도 부사장님한테 계속 연락을 해볼게요.”“이만 퇴근하고 돌아가.”“네.”임수진이 사무실을 나서자 하영은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임수진 씨 성격이 늘 한결같은 것을 내가 몰랐던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참지 못하고 화를 냈지?’시간은 어느덧 새벽이 되었다.하영이 책상에 엎드린 채 그대로 잠들었는데, 그때 사무실 입구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남자는 문을 열고 들어와 소파 위에 있는 담요를 발견하고, 담요를 집어 들었다.그리고 불안하게 잠들어 있는 하영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눈을 꼭 감고 있던 하영은 따스한 온기를 느꼈는지 미간을 약간 찌푸렸고, 이어 속눈썹에 눈물이 맺히더니 목멘 소리로 잠꼬대를 했다.“엄마……, 나 너무 힘들어…….”정유준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무심코 손을 들어 하영의 작은 얼굴을 향하기 시작했다.하지만 하영의 얼굴에 손끝이 막 닿으려는 순간 정유준은 멈칫하더니 떨리는 손을 그대로 거두었다.‘강하영은 내가 보고 싶지 않겠지……. 굳이 제일 힘들 때 나타나서 더 힘들게 하지 말자.’정유준은 입술을 깨물고 억지로 시선을 거둔 뒤 성큼성큼 사무실을 나섰다.정유준이 차로 돌아오자 허시원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대표님, 왜 벌써 내려오십니까?”‘두 사람이 만나기만 하면 서로 싸우기 바쁘더니, 게다가 이
Last Updated : 2023-12-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