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공장을 관리하던 부공장장도 직원들을 대피시킬 때 화상을 입었는데, 하영을 발견하고 얼른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강 대표님, 오셨습니까?”부공장장의 아내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리를 내줬다.“강 대표님, 이쪽으로 앉으시죠.”하영은 웃으며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들고 온 과일을 건네주라고 눈짓하고는 자리에 앉았다.“부공장장님, 비록 형사들이 이미 와서 조사를 마쳤지만, 그때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어서 찾아왔어요.”“그럼요, 저도 알죠. 다 제가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대표님께서 많은 손실을 입게 됐네요.”“돈은 큰 문제가 아니에요. 다들 아무 일 없이 무사한 것이야말로 중요하죠.”부공장장의 말에 하영은 웃으며 답했다.“역시 강 대표님은 직원들 생각부터 해주시는군요. 솔직히 저도 공장에 어떻게 화재가 일어났는지 두서를 잡을 수 없습니다. 처음 불이 난 곳은 옷감을 보관하고 있던 창고였거든요. 하지만 저희가 매일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는데 불이 날 만한 것은 전혀 없었어요.”“네, 형사분들도 그렇게 얘기하면서 누군가 일부러 불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부공장장도 격분하면서 말을 이었다.“분명 누군가 일부러 방화를 저지른 게 틀림없어요! 창고가 비록 폐쇄된 곳이긴 하지만 경보가 있지 않습니까? 그때 우리 중에 아무도 경보음을 들은 사람이 없었거든요!”그때 곁에 있던 부공장장의 아내도 한 마디 덧붙였다.“맞아요. 저희가 일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우리가 발견했을 때엔 불길이 이미 번지기 시작했어요. 전부 실크와 면이라 불길이 너무 빠르게 번졌어요!”“그때 혹시 수상한 사람은 없었어요? 지금 생각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나중에 혹시라도 생각나면 저한테 얘기해 주세요.”“걱정 마세요, 강 대표님. 뭔가 떠오르면 바로 말씀드릴 테니까.”하영은 그들과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병실을 나섰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할 때 우인나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기 너머로 우인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이죠! 그렇게 부르는 게 싫으면 멍멍이는 어때요? 듣기 좋아요?”전화기 너머의 배현욱은 입술을 씰룩였다.“됐어요. 무슨 일인지나 얘기해 봐요.”“머리가 굴러가지 않아서 그러는데, 나 대신 분석 좀 해줘요.”“대신 술 사줄 건가요?”“별것도 아니네요! 대신 하영이 생일 때문에 돈을 거의 다 썼으니까, 너무 비싼 건 안 돼요.” “우인나 씨가 붙여준 별명에 걸맞게 아주 비싼 걸로 얻어먹어야겠네요.”“꿈 깨요!”오후, 하영과 임수진은 함께 단기간에 먼저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의류 공장을 찾으러 다녔다.그런데 5곳을 돌아다녔지만 하영의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그들에게 옷을 맡기려면 적어도 몇 개월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대표님, 나머지 두 곳도 가 보실 건가요?”“두 곳은 어디야?”“MK 그룹의 의류 공장과…….”“됐어! 다른 공장도 바쁜데 MK는 말할 것도 없지.”“그렇다면 다른 도시로 가서 찾을 수밖에 없어요.”“그래…….”하영은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오늘 환불 수량은 얼마 정도야?”“4000벌 정도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G의 작품이라 기다릴 수 있다고 하지만, 또 일부 사람들은 G가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저희 회사와 손을 잡은 겁니까?”임수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임수진의 말들은 소용돌이처럼 끊임없이 하영을 삼키고 있었고, 차가 회사 아래에서 멈추자 하영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MK.정유준이 회의를 마치자마자 허시원이 다가왔다.“대표님, 강하영 씨께서 병원에 실려 가셨습니다!”그 말에 정유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어느 병원이야?”“연세 병원입니다. 그쪽으로 가실 겁니까?”“차 대시시켜!”20분 뒤, 정유준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하영을 찾았다.그런데 소예준이 이미 침대맡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정유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순간 하영과 소예준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잊고 있었고, 자
저녁에 허시원의 전화를 받은 배현욱은 정유준의 뜻을 전달받은 뒤 칵테일바로 들어갔다.들어서자마자 프라이빗룸에 앉아있는 우인나를 발견하고 곁으로 다가가자, 그녀는 한창 욕을 퍼붓고 있었다.“배현욱 이 나쁜 자식!”순간 배현욱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으며 외투를 벗었다.“반 시간을 기다리게 했다고 그렇게까지 화가 나요?”배현욱의 말에 우인나는 그를 쏘아보면서 입을 열었다.“약속 시간 안 지키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요!”“알았으니까 그만 화 풀어요. 오늘 술은 내가 살게요. 그럼 돼죠?”“콜!”배현욱의 위로에 우인나는 바로 180도로 태도를 바꾸고 웃으며 대답했다.“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나한테 뭘 묻고 싶어요?”우인나는 술잔에 술을 따랐다.“하영이 공장에 사고가 좀 생겼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요. 일단 캐리는 제외하고…….”“잠깐!”그때 배현욱이 우인나의 말을 끊었다.“캐리는 왜 제외하는 거죠?”우인나는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었다.“캐리는 공장에 없었으니까요! 설마 해외에서 뭔가를 꾸몄을까요? 게다가 캐리는 하영한테 빚진 것도 있는데 절대 그럴 일은 없어요.”“다들 정말 사람을 쉽게 믿는군요. 계속 얘기해 봐요.”“이건 추측일 뿐인데, 양다인이 하영의 회사에 스파이를 숨겨둔 것 같아요! 생각해 봐요, 양다인이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회사에 일이 생겼으니, 양다인한텐 좋은 기회가 아니겠어요? 나는 그 내부의 범인이 바로 하영이 곁에 있는 비서인 임수진인 것 같아요! 먼저 하영을 구해줘서 신임을 얻은 뒤, 캐리가 떠나고 바로 공장에 들어가 지냈으니 손 쓸 기회는 얼마든지 있잖아요!”“탐정 영화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에요?”배현욱이 입꼬리를 씰룩이며 물었다.“어떻게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어요?”우인나는 홧김에 술잔을 배현욱 앞에 툭 내려놓았다.“캐리가 있을 때, 하영이 회사는 아무 일도 없이 순조롭게 굴러갔는데, 캐리가 떠나고 임수진이 공장에 들어간 지 며칠 만에 바로 일이 터졌잖아요! CCTV에도 수상한 직원이
배현욱은 화제를 바꿨다.“묻고 싶은 게 있어요.”“뭔데요?”배현욱의 말에 우인나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강하영 씨 지금 함께 일할 공장을 찾고 있죠?”“물어보지 않아도 뻔하죠, 일은 마무리해야 하잖아요!”“강하영 씨와 약속 잡아 줘요.”우인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꾸물거리지 말고 무슨 일인지 얘기해 봐요!”“나한테 있는 공장을 잠시 빌려주려고요.”“진작에 얘기했어야죠! 내일 당장 약속 잡을게요!”저녁, 8시.하영이 힘겹게 눈을 뜨자, 낮은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소예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예준은 하영을 발견하고 잠시 놀라더니 이내 전화기에 대고 얘기했다.“엄마가 왔으니까 바꿔줄게.”소예준은 휴대폰을 하영의 귓가에 가져다줬다.“애들 전화야.”그러자 하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잡았다.“여보세요?”“엄마!”전화기 너머로 세희의 신나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랑 집에 도착했어요, 엄마는 언제 와요?”하영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서 정신을 가다듬었다.“집에 돌아왔어? 언제 온 거야?”“오전에 집에 와서 오빠랑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하영의 입가에 미소가 띠었다.“그래, 알았어. 금방 갈게.”“네, 오빠랑 기다리고 있을게요!”전화를 끊고 하영은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고, 소예준도 그녀가 집으로 급히 돌아가려 한다는 것을 알고 얼른 부축해 줬다.“급해하지 말고 조심해.”“알았으니까 걱정하지 마.”“어떻게 걱정 안 할 수 있어?”소예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다음에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바로 얘기해. 혼자서 짊어지려 하지 말고.”예준의 말에 하영은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그렇게 나약한 사람으로 보여?”예준은 하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네 능력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네 오빠잖아.”“세상에 쇠로 만들어진 사람은 없어. 오빠가 얼마나 바쁜지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소예준은 여동생이 강해지길 원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이
다음날.하영은 애들을 유치원에 보낸 뒤 우인나의 전화를 받았다.우인나가 배현욱이 하영을 만나 의류 공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한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하자 10시쯤 회사 아래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회사에 도착한 하영은 영업팀과 짧은 회의를 마친 뒤, 임수진을 불러 함께 카페로 향했다.카페에 들어서자 우인나와 배현욱은 이미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임수진을 보고 서로를 바라보았다.그때 배현욱은 우인나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상대방을 의심하는 건 좋지만, 너무 티 내지 말아요. 괜히 우리가 의심한다는 걸 눈치채면 계획이 틀어질 수 있어요.”우인나는 이를 악문 채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가 그 정도로 멍청해 보여요?”“우인나 씨도 잘 알고 있네요!”배현욱이 놀라운 얼굴로 우인나를 바라보자,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이 자식을 확 물어버릴 수도 없고!’하지만 하영과 임수진이 그들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저 테이블 밑으로 배현욱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웃는 얼굴로 하영한테 인사를 건넸다.“하영아, 내가 미리 아메리카노로 주문해 놨어.”“그래.”하영은 자리에 앉으며 배현욱에게 인사를 건네려 했는데, 배현욱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꼬리를 씰룩이고 있었다.“배 대표님, 요즘 잘 쉬지 못했나 봐요.”하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우인나가 일부러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배현욱을 힐끔 쳐다봤다.“어머, 배현욱 씨, 그러게 술을 적게 마시라고 했잖아요. 벌써 안면 마비가 오면 안 되죠.”그 말에 하영은 우인나가 테이블 밑으로 늘어뜨린 손을 보고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챘지만, 신경 쓰지 않고 메뉴판을 임수진 앞으로 밀어줬다.“마시고 싶은 것으로 주문해.”“고맙지만, 저는 괜찮습니다.”임수진의 무표정한 대답에 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진 배현욱을 향해 입을 열었다.“배 대표님, 의류 공장이 배 대표님의 공장이라고 하셨죠?”“맞아. 마침 설비도 도착했고, 강하영 씨 회사에 일이 터
“네.”“…….”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간단하게 대답하는 임수진의 태도에 우인나는 어이가 없었다.‘아직 할 말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네라고 하면 끝이야?’좀 더 많은 대화로 얘기를 유도하고 싶었지만 임수진은 그리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닌 것 같았다.배현욱은 그런 우인나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말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벌써 얘기를 꺼내다니.‘벌써 잊은 거야?’하영은 우인나의 말을 빌려 임수진을 향해 물었다.“캐리와는 연락이 닿았어?”“아직입니다.”하영의 말에 우인나는 깜짝 놀랐다.“캐리가 왜?”“화재가 있었던 날부터 전화기가 꺼져 있었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거든.”그 말에 우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헐! 설마 정말 캐리는 아니겠지? 그럼 왜 전화기를 꺼놓은 거야?’배현욱은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우인나를 바라보았다.‘이 바보가 설마 정말 캐리를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강하영 씨는 분명 일부러 그렇게 물은 건데 못 알아들은 거야?’현욱은 하영의 말에 한마디 덧붙였다.“친한 사람일수록 속을 알 수 없는 법이니까.”“맞아요.”하영은 대답하며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배현욱에게 건네주었다.“배 대표님, 계약서는 각자 잘 챙기기로 하고,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실례할게요. 앞으로 잘해 봅시다!”배현욱은 고개를 끄덕였고, 우인나는 급히 따라나서며 말했다.“하영아, 내가 시간 있을 때 너한테 갈게.”“그래.”두 사람이 떠나자, 우인나는 배현욱을 노려보았다.“돈도 많으면서 꼭 그걸 다 받아야겠어요?”“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야죠. 믿지 못하겠으면 공장에 가서 부지 면적을 직접 확인해 볼래요?”배현욱의 말에 우인나는 입을 삐죽였다.“됐어요. 나도 짜증 나니까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않을래요.”“왜요? 또 캐리를 의심하기 시작했어요?”배현욱이 입꼬리를 올리며 묻자, 우인나는 한숨을 내쉬었다.“맞아요! 다들 수상한 것 같아서 전혀 짐작이 안 가요.”배현욱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정유준의 모습에 배현욱은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배현욱은 정유준을 많이 자극해서, 어서 용기를 내 자기 여자를 되찾길 바라고 있었다.정유준은 계약서를 손에 움켜쥔 채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만약 소예준이 자기 명의로 된 의류 공장으로 강하영의 급한 불을 꺼줬으면, 내 호의 따윈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내가 언제부터 다른 사람에게 선택 받를 기다리는 꼴이 된 거지?’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정유준은 화가 치밀어 올라 계약서를 웃음을 참고 있는 배현욱의 얼굴로 집어 던졌다.……오후.하영이 새로운 공장을 둘러보러 가려고 준비할 때, 임수진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대표님, 아래층에서 대표님의 친척이라고 자칭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친척?”“그들은 대표님의 아버님이신 강성문 씨의 고향 친척이라고 하더군요.”오랜만에 들려온 이름 석 자에 하영은 저도 모르게 어리둥절해졌다.어머니께서 양부의 고향에 여동생 하나가 있다고 언급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족들은 상대하기 쉬운 사람들이 아니라고, 어머니는 한 번도 하영을 그들과 접촉하게 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하영은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만나지 않는다고 전해.”“네.”임수진이 사무실을 떠난 뒤, 사무실에 있던 전화기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고, 전화를 받으니 카운터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대표님! 여기서 누군가 대표님을 뵙겠다고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카운터 직원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누군가 전화기를 빼앗아 가더니, 날카로운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네가 강하영이니?”“사람 잘못 찾아오셨습니다.”“너 강하영 맞잖아! 얌전히 우리를 올려보내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기자들을 다 불러 모을 거야! 네가 네 아버지를 교도소에 보낸 사실을 잊은 건 아니지?”중년 여인의 협박에 하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
하영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우리가 아는 사이였어요?”하영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미정은 갑자기 통곡하기 시작했다.“아이고, 우리 오빠! 왜 그렇게 가버린 거예요! 오빠 딸이 이제 돈을 벌었다고 우리를 모른 척하고 있어요! 아이고, 오빠,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보세요. 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차라리 죽는 게 낫지…….”하영은 두 주먹을 꽉 쥐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강미정을 바라보았다.‘예전에 아버지가 도박 빚을 지고 있었을 때 연락도 없던 친척들이, 왜 이제서야 갑자기 나타나 나를 찾아온 거지?’하영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귓가에 뭔가가 깨지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강의영이 회사 개업 때 소예준이 보내 준 장식품을 깨뜨렸다.“이건 뭔 쓰레기야? 떨어지니까 바로 깨지잖아.”강의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진열장 위에 있는 다른 물건에 손을 뻗었다. 아이는 3번째 층에 놓인 꽃병이 맘에 들었는지 손을 뻗었지만 키가 닿지 않아 유국진이 대신 꺼내줬다.“그만두지 못해요?”하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쏘아보며 소리쳤다.“제대로 얘기할 마음이 있다면 저도 차분하게 얘기를 들어보겠지만, 제 물건을 부수거나 직원들의 출근을 방해한다면 저도 어쩔 수 없이 무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요!”“어이쿠. 겁이 나서 어쩌지?”강백만이 가슴을 움켜쥐며 웃으며 하영의 앞으로 다가와 몸을 숙였다.“무력을 행하겠다 이거지?”강백만이 가까이 다가오자 입안에서 풍기는 구취에 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메스꺼움을 참고 입을 열었다.“그래요!”강백만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하영의 얼굴을 비췄다.“자! 어디 때려봐! 때리라고 그래! 전부 영상으로 찍어둘 거야! 뻔뻔스러운 년!”하영은 화를 참지 못하고 강백만이 들이민 휴대폰을 뿌리치고 그의 뺨을 때렸다.“예의를 지켜 주세요!”강미정은 통곡을 멈추고 얼른 강백만 앞으로 다가가 얼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기 아들의 얼굴에 빨갛게 손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하영에게 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