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오는 내내 그 소리를 하더니, 이제 그만 좀 해. 한 끼가 그렇게 비쌀 줄 누가 알았겠어? 여기 가게들은 손님들에게 덤터기만 씌우나 봐.”“그러니까 제 말대로 내일 강하영이 밥 먹으러 갈 때 따라가요. 그 돈은 남겼다가 나중에 우리가 쓰면 좋잖아요!”“쓰긴 뭘 쓴다고 그래? 차곡차곡 모아야지! 기왕 여기서 지내기로 했으니까, 먹고 자는 건 그년 돈을 쓰고, 며칠 뒤에 집을 마련해 달라고 할 거야!”“엄마, 그게 좋은 생각이네요! 요즘은 전원주택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구경하러 가요!”“좋아, 가면 되지!”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지영은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안 돼! 하영 씨가 위험한 것 같으니까 내가 도와줘야 해!’샤워를 마친 하영은 아래층에서 소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영아, 시간도 늦었는데, 아직도 많이 바쁜 거야?”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잔뜩 피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니, 오빠가 도와줘야 할 일이 좀 있어.”예준은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웃으며 물었다.“얘기해 봐, 무슨 일인데?”하영은 배현욱이 공장에서 두 아이의 행방에 대해 물었던 사실을 예준에게 애기하자,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어려운 일은 아니지. 사망 증명서는 위조할 수 있지만,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거야. 나중에 유준이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크게 화를 낼 게 분명하니까.”“이미 그렇게 얘기했으니 어쩔 수 없지. 적어도 아이를 정씨 집안에 빼앗기는 일은 없잖아.”“그렇게 결정했다면 나도 더 해줄 말이 없고.”“최대한 빨리 만들어 줘. 배현욱과 정유준은 절친이니까 분명 그 사실을 유준 씨한테 얘기할 거야.”“그래.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하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빠한테 불공평한 일이긴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바보, 그런 말 하지 말고, 늦었으니까 일찍 자.”같은 시각, 라운지 바.현욱이 유준의 술잔에 술을 따라 건네줬고, 유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현욱을
Last Updated : 2023-12-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