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우리가 아는 사이였어요?”하영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미정은 갑자기 통곡하기 시작했다.“아이고, 우리 오빠! 왜 그렇게 가버린 거예요! 오빠 딸이 이제 돈을 벌었다고 우리를 모른 척하고 있어요! 아이고, 오빠,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보세요. 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차라리 죽는 게 낫지…….”하영은 두 주먹을 꽉 쥐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강미정을 바라보았다.‘예전에 아버지가 도박 빚을 지고 있었을 때 연락도 없던 친척들이, 왜 이제서야 갑자기 나타나 나를 찾아온 거지?’하영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귓가에 뭔가가 깨지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강의영이 회사 개업 때 소예준이 보내 준 장식품을 깨뜨렸다.“이건 뭔 쓰레기야? 떨어지니까 바로 깨지잖아.”강의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진열장 위에 있는 다른 물건에 손을 뻗었다. 아이는 3번째 층에 놓인 꽃병이 맘에 들었는지 손을 뻗었지만 키가 닿지 않아 유국진이 대신 꺼내줬다.“그만두지 못해요?”하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쏘아보며 소리쳤다.“제대로 얘기할 마음이 있다면 저도 차분하게 얘기를 들어보겠지만, 제 물건을 부수거나 직원들의 출근을 방해한다면 저도 어쩔 수 없이 무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요!”“어이쿠. 겁이 나서 어쩌지?”강백만이 가슴을 움켜쥐며 웃으며 하영의 앞으로 다가와 몸을 숙였다.“무력을 행하겠다 이거지?”강백만이 가까이 다가오자 입안에서 풍기는 구취에 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메스꺼움을 참고 입을 열었다.“그래요!”강백만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하영의 얼굴을 비췄다.“자! 어디 때려봐! 때리라고 그래! 전부 영상으로 찍어둘 거야! 뻔뻔스러운 년!”하영은 화를 참지 못하고 강백만이 들이민 휴대폰을 뿌리치고 그의 뺨을 때렸다.“예의를 지켜 주세요!”강미정은 통곡을 멈추고 얼른 강백만 앞으로 다가가 얼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기 아들의 얼굴에 빨갛게 손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하영에게 욕을
20분 뒤, 하영은 그들을 데리고 아크로빌로 돌아왔다.사람들이 차에서 내리자 입구에 서 있던 경호원들이 이상한 시선을 보내왔다. 경호원을 처음 본 유국진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앞으로 다가가더니 경호원 앞에 서서 그들의 몸을 만져보기 시작했다.“아이고, 이게 다 진짜 사람들이었어? 움직이지 않으면 가짜인 줄 알았네! 경비원이야?”경호원의 얼굴에 불쾌한 빛이 스치더니 바로 유국진의 멱살을 잡았다.“경호원이라고 못 들어 봤습니까?”“경호원? 사람들을 때리는 경호원 말이야?”강미정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얼른 경호원 앞으로 다가가 사정하기 시작했다.“남편이 몰라서 한 행동이니 괜히 겁주지 마세요.”강미정은 말을 마치고 이를 악물고 유국진을 때렸다.“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들어가요!”경호원들은 그들을 보고 싫은 기색을 내비쳤고, 하영은 피식 웃으며 대문을 열었다.대문이 열리자 백지영이 폭포와 같은 머리카락을 드리운 채 새하얀 원피스를 입구 문 앞에 서 있었는데, 강하영 뒤에 서 있던 가족들은 그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다.‘처녀 귀신은 아니겠지?’하영이 막 입을 떼려는 순간, 백지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하영의 뒤쪽을 바라보더니, 큰 키의 강백만을 발견하고 눈빛이 바로 사납게 변하기 시작했다.하영이 그런 백지영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기도 전에 백지영은 강백만을 향해 덤벼들어 밀어뜨리더니 몸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죽어! 죽어! 쓰레기 같은 남자들은 전부 죽어야 해!”가족들은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고, 하영은 얼른 지영의 행동을 제지하기 시작했다.“지영 언니! 언니, 그러지 마세요!”하영의 말에 강씨 가족들은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듯했다.[강미정: “아이고,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이 여자는 대체 누군데?”][강의영: “오빠, 우리 오빠 해치지 마!”]백지영은 목을 조르던 손에 더욱 힘을 주며, 사나운 눈빛으로 강씨 가족을 쏘아보더니 소리 질렀다.“닥쳐! 전부 닥치지 못해? 죽
하영은 막 아래층으로 내려오다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그대로 제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레고 별장은 세준이와 세희, 그리고 희민이가 꽤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든 결과물이었고, 아직 지붕을 덮는 공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망가져 버렸으니 애들이 돌아오면 화를 낼 게 분명했다.하영은 밀려오는 짜증에 잠시 눈을 감고 벽에 기댄 채 마음을 가다듬었다.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하영은 한번 또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복잡한 생각은 일단 뒤로 하자고 눈을 뜨는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하영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돈에 눈이 멀어버린 인간들을 보며 싸늘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3층에 방이 두 개 있으니까 알아서 골라요.”강씨 가족들은 그 말에 바로 정신을 차렸다.“자, 우리가 지낼 방을 구경이나 좀 해볼까?”강미정은 말을 마치고, 계단 입구에 서 있던 하영을 옆으로 밀치면서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그때 구 선생이 계단에서 내려오면서 강씨 가족들을 돌아보며 하영의 곁으로 다가왔다.“강하영 씨, 저 사람들은…….”“일단 참으세요. 저는 회사에 일이 있어서 집안일을 부탁 좀 할게요.”“네……, 알겠습니다.”구 선생은 아무도 모르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오후.하영은 배현욱과 약속을 잡고 함께 공장으로 향했다.공장에 도착한 하영은 공장의 부지 면적에 충격을 받았다.MK 산하의 의류 공장이니 소규모는 아닐 거라고 미리 심리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어마어마한 공장의 부지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1억이라는 임대료가 너무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공장에 들어선 하영은 각 작업실마다 간판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각 작업실의 생산 단계는 완전히 달랐고, MK에는 자체의 방직 고장을 갖고 있었다.배현욱이 순찰차 한 대를 구해와, 하영을 데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시켜 줬는데 하마터면 힘들어 쓰러질 뻔했다.그리고 가끔씩 계속 사진을 찍어 우인나에게 보내줬는데, 우인나는 한참 뒤에야 답장 한 마디를 보냈다.“비용
공장을 전부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애들이 하원할 시간이 다가왔다.하영은 배현욱과 헤어지고 유치원으로 향했고, 뒷좌석에 앉은 두 아이를 보며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세준아, 세희야. 너희들한테 얘기해줄 게 있어.”세희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요?”“엄마 아버지 친척이 집에 와 게시는데, 행동거지가 별로 좋지 않아서 실수로 너희들이 만든 레고를 박살 냈어.”“네?!”세희는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왜 우리가 힘들게 만든 성을 박살 냈어요?”그 말에 세준도 입가의 미소를 거두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교양이 없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래서 너희들한테 해줄 얘기가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자신을 잘 지켜야 해, 알겠지?”“언제까지 우리 집에 있어요?”“엄마도 정확히 모르겠어.”세준의 물음에 하영은 고개를 저었고, 세희의 눈가에 뿌옇게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엄마, 혹시 그 사람들이 엄마를 괴롭혔어요?”세희의 말에 하영은 얼른 세희를 품에 안았다.“엄마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잖아. 그런데 어떻게 엄마를 괴롭힐 수 있겠어? 엄마 걱정은 하지 마.”세희는 앙증맞은 손으로 하영의 옷을 꽉 쥐고 흐느꼈다.“그들이 너무 심하게 굴지만 않으면, 우리도 엄마 입장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그럴 필요 없어. 엄마는 너희들이 다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얘기했잖아. 정말 너희들을 괴롭히면 참지 말고 욕해도 돼.”‘만만하게 보이기 시작하면 끝까지 만만한 사람으로 남을 뿐이야. 나를 지킬 방법은 많아. 그러니까 절대 애들만큼은 참게 하지 않을 거야!’세준도 주먹을 불끈 쥐고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두고 보고 싶었다.‘감히 엄마가 우리한테 이런 말씀을 하게 만들어?’집에 도착해서 하영이 문을 열자마자, 강의영이 하영의 하이힐을 신고 거실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강미정은 하영의 실크 가운을 몸에 걸치고는 얼굴에 팩까지 하고 있었다.세희는 그 광경을 보고 두말없이 강
말을 마친 하영은 세준이와 세희의 손을 잡고 위층에 올라가 씻겨주려 했다.더러운 물건을 만졌으니 깨끗이 씻어야 하지 않겠는가?그때 강미정이 하영의 길을 막아서며 말했다.“거기 서! 내 아이부터 단속하라고? 우리 아이가 뭘 잘못했는데, 저런 교양없는 자식한테 괴롭힘을 당해야 하지?”그때 하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강미정을 쏘아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다시 한번 말해 봐요.”그러자 강미정은 하영의 눈빛에 지레 겁을 먹은 것 같았다.“마, 말하라고 하면 못할 줄 알아? 저런 교양 없는…….”“시끄러워…….”그때 백지영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자, 강미정은 몸을 흠칫 떨더니 두 말없이 입을 다물고는 서둘러 울고 있는 강의영을 안아 들고 화장실에 숨었다.그 모습은 영락없이 귀신이라도 본 것 같았다.백지영은 멍한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하며 눈이 퉁퉁 부은 강세희를 발견하고는 얼른 세희 곁으로 다가왔다.그리고 세희 얼굴에 묻은 침을 보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누가 너를 괴롭혔어?”세희는 입을 삐죽이며 입을 열었다.“이모, 저 여자가 저랑 우리 오빠, 그리고 엄마까지 괴롭혔어요.”백지영은 화장실 쪽을 노려보더니 이내 화장실로 다가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또다시 우리 애들을 괴롭혔다가 찢어버릴 거야!”거실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동시에 백지영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녀도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부릅뜬 눈으로 부자를 노려봤다.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웅크리며 소파 사이로 몸을 숨기더니 숨소리조차 감히 내지 못했다.그리고서 백지영은 세희 곁으로 다가와 세희를 안아 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하영은 입꼬리를 올렸다.‘보아하니 지영 언니의 눈빛이 내가 하는 독한 말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 같네.’저녁.하영은 두 아이와 백지영을 데리고 외식하러 나가려 했는데, 강미정이 하영의 손을 잡아끌며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돈 줘야지!”“돈이라뇨?”“밥 먹을 돈 말이야! 이곳에 처음
모처럼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찾았는데, 양다인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양다인은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양다인: “정주원 씨, 번번이 제가 너무 귀찮게 해드린 것 같네요. 앞으로 별일 없으면 괜히 방해하지 않을게요.”][정주원: “양다인 씨, 너무 그러지 마세요. 다음엔 꼭 같이 밥 먹어요.”]양다인은 조금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일부러 거절한 건 아닌 것 같네.’양다인은 전에 정유준 회사에서 매수했던 기술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백만 원 줄게. 정주원이 결혼했는지 알아봐 줘. 너희 사장님 형님이니까 제대로 알아봐!”“네, 내일 바로 답변드리겠습니다.”양다인은 채팅 어플을 종료하고 블로그를 열었는데, 그때 어떤 실검 하나가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양다인은 그 문장을 클릭하고 내부 사진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사진에서 강하영이 두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강하영 친척이라는 인간들 벌써 움직인 거야? 그냥 미끼를 던져줬을 뿐인데 이렇게 빨리 별장으로 쳐들어가다니. 강하영도 또 골머리를 앓겠네.’게시물을 발표한 지 3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계정의 팔로워 수가 4천 명이나 급증한 것을 보고 양다인은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강하영,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니 제법이잖아? 언젠가는 네년이 악명을 떨치게 만들어 줄게!’저녁 8시 30분.하영이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강씨 가족들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모처럼 조용한 집안 풍경에 아이들의 안색도 조금이나마 좋아졌고, 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세수를 시킨 다음 방에 눕혔다.“엄마, 그 사람들 안 돌아오는 거 아니에요?”하영이 대답하기 전에 세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런 게 아니라 아직 덜 놀아서 그래.”세희는 입을 삐죽이며 물었다.“엄마, 그 사람들이 설마 그 얄미운 여자애를 우리 유치원에 보내는 건 아니겠죠?”“그런 불길한 얘기 하지 마
“아이고, 오는 내내 그 소리를 하더니, 이제 그만 좀 해. 한 끼가 그렇게 비쌀 줄 누가 알았겠어? 여기 가게들은 손님들에게 덤터기만 씌우나 봐.”“그러니까 제 말대로 내일 강하영이 밥 먹으러 갈 때 따라가요. 그 돈은 남겼다가 나중에 우리가 쓰면 좋잖아요!”“쓰긴 뭘 쓴다고 그래? 차곡차곡 모아야지! 기왕 여기서 지내기로 했으니까, 먹고 자는 건 그년 돈을 쓰고, 며칠 뒤에 집을 마련해 달라고 할 거야!”“엄마, 그게 좋은 생각이네요! 요즘은 전원주택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구경하러 가요!”“좋아, 가면 되지!”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지영은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안 돼! 하영 씨가 위험한 것 같으니까 내가 도와줘야 해!’샤워를 마친 하영은 아래층에서 소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영아, 시간도 늦었는데, 아직도 많이 바쁜 거야?”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잔뜩 피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니, 오빠가 도와줘야 할 일이 좀 있어.”예준은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웃으며 물었다.“얘기해 봐, 무슨 일인데?”하영은 배현욱이 공장에서 두 아이의 행방에 대해 물었던 사실을 예준에게 애기하자,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어려운 일은 아니지. 사망 증명서는 위조할 수 있지만,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거야. 나중에 유준이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크게 화를 낼 게 분명하니까.”“이미 그렇게 얘기했으니 어쩔 수 없지. 적어도 아이를 정씨 집안에 빼앗기는 일은 없잖아.”“그렇게 결정했다면 나도 더 해줄 말이 없고.”“최대한 빨리 만들어 줘. 배현욱과 정유준은 절친이니까 분명 그 사실을 유준 씨한테 얘기할 거야.”“그래.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하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빠한테 불공평한 일이긴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바보, 그런 말 하지 말고, 늦었으니까 일찍 자.”같은 시각, 라운지 바.현욱이 유준의 술잔에 술을 따라 건네줬고, 유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현욱을
“유준아, 강하영 씨도 힘들었을 거야. 그러니까 애들 일이 관해서는 너도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그렇게 힘들었다면 어떻게 소예준이랑 또 아이를 둘씩이나 낳을 수 있어?”배현욱의 말에 정유준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누르며 되물었다.“어쩌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일 수도 있잖아.”현욱의 추측에 정유준은 들고 있던 술잔을 내리쳤다.“위로라고? 강하영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이 남자를 찾는 것이라고?”“유준아, 내가 한마디만 할게. 양다인이 강하영 씨 아이 중에 한 명을 빼돌렸다는 건, 나머지 애들한테도 손을 썼을 수 있다는 뜻이잖아. 여자의 질투심은 남자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정유준은 사악한 기운이 감도는 눈을 가늘게 뜨기 시작했다.“이 일은 내가 철저히 알아보라고 할 거야!”현욱은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쉽게 알아낼 수 없을 것 같은데, 특히 양다인 그 여자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아. 다시 말해 강하영 씨가 그때 그 살인범이 아니라면, 양다인은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었을까? 무고한 피해자? 믿을 수 없어! 절대 그렇게 쉽진 않을 거야!’……토요일.하영은 아침 일찍 애들을 밥 먹으라고 깨우지 않고 그냥 늦잠을 자도록 내버려 두었다.아무래도 아래층 인간들과 적게 마주치는 게 좋은 편이니까.10시 30분쯤 되었을 때, 세희와 세준이가 하영의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하영도 얼른 이불을 젖히며 침대에서 내려왔다.“일어났어? 나가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세희는 통통한 자기 배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엄마, 뱃살이 항의해요.”세희의 말에 세준이가 곁에서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 끼를 안 먹었는데도, 네 배는 여전히 볼록하네.”그 말에 세희는 세준이를 노려보았다.“오빠 미워! 왜 매번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하영은 웃으며 옷장에서 옷을 꺼냈다.“뭐 먹을지 생각해 봐.”“푸어 키즈 카페로 가도 돼요?”“그럼! 엄마가 지금 전화해서 예약할게.”그때 계단 입구에서 강의영이 그들의 대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