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1147 챕터

제461화

김남주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아직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백윤서는 문밖에서 전연우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충격 때문에 온몸에 힘이 빠져버려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공포에 사로잡혀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조금의 소리도 내지 못하는 그 모습은 무시무시한 비밀이라도 알게 된 것 같았다.백윤서는 자신의 오빠가 이토록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가 사람을 죽인다고? 왜 그녀의 목숨을 요구한단 말인가?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백윤서의 기억 속의 전연우는 그녀가 거의 굶어 죽어갈 때 밥 한 끼를 가져다주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무릎을 꿇어 애원한 사람이다.버려진 동물을 불쌍히 여겨 항상 집으로 데려와 보살핀 사람이고, 장씨 집안에 입양된 뒤엔 매해 보육원에 기부해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나누어준 사람이다. 그는 절대 그런 나쁜 일은 하지 못한다.백윤서는 자신이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침대에 한참이나 멍하니 앉아있은 뒤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남자는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책상 위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장소월이 강영수의 상처를 모두 치료하고 나자 날이 밝아왔다. 밤새 소나기가 내리고 바람이 기승을 부렸으니 바닥엔 떨어진 낙엽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은경애가 다가와 말했다.“아가씨도 좀 쉬세요. 밤새 한숨도 주무시지 못했잖아요. 이제 핸드폰 신호도 회복됐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전화했어요. 곧 도착할 거예요.”자리에서 일어서니 몸이 휘청거렸다. 다행히 은경애가 빠르게 움직여 장소월을 잡아주었다.“열이 내렸으니 다른 건 별로 문제 될 게 없어요. 깨어나면 전 나갔다고 전해주세요.”“네. 알겠어요.”은경애가 말을 이어갔다.“아침 식사를 준비했어요. 아가씨, 조금이라도 드세요. 거르면 위가 상해요.”“영수가 가면 아주머니도 집에 돌아가 며칠 쉬세요.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했잖아요.”장소월은 말을 마친 뒤 방을 나섰다.그녀가 그리 말한다고 해도 정말 그녀에 관여하지 않을 은경애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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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얼마나 잤을까, 장소월은 돌연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잠이 깼다. 몽롱함 속에서 그녀는 무언가에 강하게 짓눌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고, 목에선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다.그녀가 괴로움에 신음소리를 내뱉으려 한 순간, 폭풍 같은 키스 때문에 다시 목구멍 안으로 되돌아갔다. 남자의 한 손은 그녀의 치마 속을 헤집었고, 다른 한 손은 가슴 위 봉긋 솟아오른 새하얀 봉우리를 움켜쥐었다.장소월은 어렸을 때부터 발육이 남달라 이젠 한 손에 다 담기도 어려웠다.그가 조금의 소중함도 알지 못하는 듯 제멋대로 장소월의 몸을 주물렀다.그녀는 그저 고통스럽게 앓은 소리를 낼 뿐이었다.통증은 천천히 그녀를 잠에서 깨게 만들었고, 그의 차가운 숨결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방안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어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으나 남자의 체취는 그녀에게 너무나도 익숙해 이 파렴치한 남자가 전연우임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는 항상 이렇듯 그녀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즐겼다. 그녀가 잠들어 있을 때 시작해 조금씩 힘을 더하며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 괴롭히는 걸 특히나 좋아했다.매번 그녀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울부짖을 때도 멈추기는커녕 더더욱 흥분하며 그녀의 몸을 탐했다.장소월은 그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던가.그녀가 두 손으로 전연우를 때리며 희미하게 소리를 질렀다.“이.. 이러지 마.”그 소리는 마치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전연우에겐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허리를 감싸던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전연우가 돌연 그녀에게서 입을 떼고 한 손으로 그녀의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 거친 숨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오빠를 도와줘. 알았지?”장소월의 가슴이 격렬히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녀는 두 다리 사이로 남자의 거물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꼈다.전연우는 그녀가 명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몇 번이고 잠자리해도 처음 하는 것처럼 흥분이 차올랐다.그는 심지어 그녀의 몸에서 죽어도 좋을 거라는 말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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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친 탓에 그녀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어느새 얇은 잠옷 치마는 갈기갈기 찢겨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반짝반짝 빛나는 새하얀 피부와 수줍은 듯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은 전연우의 아랫배가 또다시 꿈틀거리게 만들었다.남자는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꿰뚫기라도 할 듯한 기세로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장소월은 그를 보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창문을 쳐다보았다. 그 바람에 유혹적으로 움푹 패인 쇄골이 선명해졌고 남자는 참지 못하고 또다시 입술을 파묻고 자신만의 흔적을 남겼다.은경애가 집에 돌아갔으니 장소월이 아무리 저항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이 별장엔 그들 두 사람밖에 남아 있지 않다.장소월의 결말은 이미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다. 어찌 됐든 그녀의 몸은 이미 더럽혀졌다. 전연우는 몸에 들어가는 마지막 단계까지는 진행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만약 통제력을 잃어버린다면 그것 또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장해진이 집을 떠나니 장씨 집안은 그의 천하나 다름없다.전연우에게 남은 한 가닥의 인내심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남자는 이미 지퍼를 내리고 그 위험한 물건을 드러내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 물건이 턱에 닿자 뜨거움에 몸부림쳤다. 그녀가 눈을 감고 말했다.“나쁜 자식, 일어나.”“쉿, 잠깐이면 돼.”40여 분 뒤.장소월이 그의 셔츠를 집어 들고 가슴과 얼굴에 묻은 끈적한 것을 닦아내고는 그의 얼굴에 던져버렸다.“나 진짜 너 죽여버리고 싶어. 나쁜 자식, 지금 당장 꺼져.”전연우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머리를 덮은 셔츠를 들어 구석에 던져버리고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일으켜 침대 위 소녀를 끌어안았다.장소월이 다리를 뻗어 그에게 발길질하려 했으나 전연우는 곧바로 몸을 피했다. 장소월은 그 기회를 틈타 반대쪽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또다시 굳게 닫혔다.전연우는 강제로 그녀를 문을 잡고 엎드리게 했다. 아름다운 S라인 곡선이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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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그는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고 자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다. 심지어 그녀가 몸을 돌리려 할 때면 힘으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도 했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옆으로 누워 잠드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것이다.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0여 년 동안 이어오던 습관은 이미 뼛속까지 익숙해져 쉽게 바뀌지 않는다.장소월은 몸을 돌려 지난날 수많은 여자의 마음을 빼앗았던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그녀 기억 속의 전연우는 마흔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다시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마 젊은 날의 전연우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잊어버렸을 것이다.장소월이 고개를 들고 자세히 그를 살펴보았다.지금의 젊은 전연우와 중년이 된 후 전연우의 두 얼굴이 겹쳐 보였다.마흔 살의 전연우는 더욱 성숙했고 더욱 매혹적이었으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유의 여유가 배어 나왔다. 아무리 위험하고 어려운 일에 부딪힌다고 해도 그만 옆에 있다면 모두 해결될 것은 안정감이 느껴져 모든 것을 그에게 맡겼었다.당시 그와 비슷한 나이대 남자들은 모두 몸이 망가졌거나 머리가 벗어졌었다.하지만 그는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완벽한 몸매를 유지했다. 때문에 그토록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매달린 것이다. 장소월에게 찾아와 안주인 자리를 내놓으라 호통치던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셀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그의 눈엔 아무도 담기지 않았다.장소월은 너그럽고 행복한 현모양처인 척 연기하며 아무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영혼 없이 살았다.기억을 되돌려보면 두 사람에겐 행복했던 순간이 극히 적었다. 대부분 그녀가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하던 나날들이었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다시 평온을 되찾고, 또다시 고통을 호소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장소월은 그를 목졸라 죽이고 싶었으나 그녀의 나약한 힘으론 해낼 수가 없었다. 숨통이 끊어지기 전에 그가 잠에서 깨어났다.장소월은 침대에서 내려와 겉옷을 걸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했다. 대체 어떤 방식을 사용해야 예전의 고통에서 걸어 나올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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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매번 그와 함께 있을 때마다 장소월은 끊임없이 옛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잊었다고 생각했으나 하나하나 그 모습을 드러냈다.당시... 그녀는 어떻게 마음속 고통을 해소했었나?그건 바로 자해였다. 육체의 고통으로 정신적 고통을 덮었다.하지만 자해를 해도 아무런 기분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더욱 큰 우울감이 몰려올 뿐이었다.장소월은 주방에서 가위를 꺼내 손목을 한 번 그었다. 처음이라 피는 나지 않았지만 마음은 더더욱 아파왔다.두 번째로 그었을 땐 피가 흘러내렸다.핏방울이 뚝뚝 싱크대에 떨어져 물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함께 하수구로 내려갔다.장소월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어두운 방 안, 그녀의 미소는 마치 처량한 처녀 귀신의 미소 같았다.세 번째...육체의 고통이 심화되어 정신적 고통이 감소했다.천천히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장소월은 드디어 만족감을 얻었다. 피와 함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도 서서히 빠져나갔다.예전 그녀가 자해를 하는 걸 발견했을 때 전연우의 얼굴엔 조금의 걱정스러움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칼을 들고 그녀의 손을 잡고는 같은 위치를 한 번 더 깊숙이 베었다. 허연 뼈가 다 보일 정도였다.그녀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깨어났을 땐 방안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그는 장소월이 미쳤다고 말했다.사실 그녀는 미치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녀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아마... 아주 긴 시간이 걸려서야 천천히 자신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너 뭐 하는 거야?”차가운 목소리가 시커먼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 이어 전연우가 불을 켰다.눈 부신 빛에 장소월이 눈을 찡긋 감았다.전연우가 성큼성큼 걸어와 그녀의 손에서 가위를 빼앗았다.장소월은 덤덤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번엔 그의 얼굴에서 걱정과 분노의 감정을 보았다.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당장이라도 분노에 폭발해 버릴 듯 위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너 그렇게 죽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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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미친 건 장소월뿐이 아니었다.전연우는 우선 장소월의 상처를 간단하게 치료했다. 상처가 깊지 않고, 가위를 매일 소독했기에 파상풍 주사를 맞을 필요는 없었다.“이제 기분이 좀 풀렸어?”장소월이 입은 치마는 전부 피로 물들었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얼굴이 창백했다. 장소월은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연우는 앞으로 내려온 장소월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아침 만들어 줄게. 뭐 먹고 싶어?”“그냥 가.”“그럼 국수를 삶을게.”전연우가 가장 잘하는 요리는 면 요리뿐이다.둘은 매우 평온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느낌이다.전연우는 채소와 고기가 가득한 국수를 만들어 식탁에 올리고, 또 뒤를 돌아 작은 그릇을 가져와 장소월에게 덜어 줬다.전연우는 국수를 들어 그릇에 옮기고 국물도 따라 주었다. 국물이 그릇 밖으로 살짝 흘러 식탁에 떨어졌다.“와서 먹어.”장소월은 계단을 밟던 동작을 그만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빠르게 전연우에 의해 끌려와 앉았고 손에는 젓가락도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던져 그릇과 젓가락 모두 떨어졌고 국물과 국수도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너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너만 없으면 그런 고통도 생각나지 않아! 그럼 자해도 안 한다고! 제발 가라고! 부탁이야!”전연우는 화를 내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정리했다. 조각을 집은 손은 베여 피가 흘러나왔다. 고개를 들어 장소월을 보자, 장소월은 전연우가 자기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무서워서 뒷걸음질을 쳤다.“다 먹으면 갈게.”전연우는 자기 그릇을 장소월 앞에 가져다 놓고 쓰레기를 청소하고는 자리를 떠나 문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새벽 여섯 시.공기 중에는 꽃향기와 진흙 냄새가 섞여 있었다.서철용은 침대에 기대어 옆에 있는 여자가 바닥에 떨어진 옷을 줍고 아무 말 없이 화장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때 전화가 걸려 와 고개를 돌렸다.서철용이 전화를 받고 말했다.“왜? 소월 씨한테 무슨 일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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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배은란은 빠르게 호텔을 빠져나와 길에서 택시를 잡고 목적지를 말했다. 백미러로 배은란을 보는 기사의 눈빛이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배은란은 가방에서 쿠션을 꺼내 옷깃을 내려 거울을 비춰 보니 빨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를 보자 심장이 왜 이렇게 빨리 뛰는지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려 왔다. 배은란은 빠르게 파운데이션을 발랐고 몇 겹을 바르고 나서야 완벽하게 가려졌다.배은란은 서철용이 한 말을 믿지 않았다. 서민용이 직접 배은란을 그 거지 같은 침대에 눕혔다고는 절대로 믿지 않았다.어젯밤에 아이들 일 때문에 싸우고 슬퍼서 뛰쳐나와 친구들과 바에서 술을 마셨다. 그러고는 화장실에 갔을 때부터 기억을 잃고 쓰러졌다.배은란은 부잣집 출신은 아니지만 어쨌든 부모님은 모두 학자들이고 그녀에게 엄격하게 교육해 그런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아마 술에 취했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호텔에서 서철용과 한 침대에서 나체로 누워 있었다. 배은란은 서민용에게… 너무 미안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돌아와서 어떤 방식으로 서민용을 대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집에 돌아온 배은란.하인이 말했다.“사모님.”배은란이 대답했다.“민용 씨는? 아직도 자는 거야?”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젯밤에 사모님과 싸우고 나서 사장님은 계속 방에서 잠 한숨 안 자고 기다리셨어요.”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이 더욱 무거워진 배은란은 깜짝 놀라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봤다. 그녀의 마음은 바늘로 몇천 번이나 후벼 파인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파렴치한 잘못을 용서받을지 몰라 괴로웠다.배은란은 문에 노크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오직 무드 등만 켜져 있었다. 벽에는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고 이를 보니 배은란은 숨이 턱턱 막혀와 조심히 지나쳤다.서민용은 여전히 어젯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휠체어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배은란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차가운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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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서민용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때도 배은란은 몇 년이고 포기하지 않았다. 설령 서민용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배은란은 계속 옆에서 자리를 지키려 했다.이번 사고가 발생해서 배은란은 서씨 집안에 죄인이 되었다.그녀는 서민용의 옆에서 계속 머물렀다. 몇 년이고 어떻게든 배은란을 쫓아내려 했지만, 그녀는 절대로 서민용 옆을 떠나지 않았다.서민용의 얼굴이 화상자국으로 가득하고 하반신은 장애여도 상관없었다.배은란이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눈앞에 있는 서민용이다.서민용이 지금 어떤 모습이든 배은란은 신경도 쓰지 않았고 개의치 않았다.“네 마음대로 해.”서민용은 눈을 감고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았다.이혼하지 않으면 그녀가 뭘 하든 간에 상관없었다.배은란은 얼굴에 눈물들을 닦았다.“내가 씻겨 줄게. 씻고 이제 편하게 자자. 엄마 쪽은 내가 잘 말해볼게.”배은란은 서민용을 옆에서 더 잘 케어하기 위해 하던 일들을 다 그만두고 환자케어 방법을 열심히 배웠다. 먹는 것부터 입고 쓰는 것까지 모두 옆에서 도우며 한 번도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욕실에 물을 받아 수건으로 서민용을 닦았다. 등에는 큰 화상 자국이 있어 고른 피부가 하나도 없었다.30분 정도 지난 뒤 배은란은 서민용에 옷을 입히고 앉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머리카락이 또 자랐어. 내일 내가 잘라줄게. 어때? 참, 얼마 전에 내가 알아봤는데 미국에 어떤 병원에서 케이스를 보고 치료할 수 있을 거 같대! 비자 처리하고 같이 치료받으러 가자.”머리를 다 말리고 배은란은 서민용을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주고 나서야 옷장 앞에서 잠옷을 꺼내 들어 욕실로 가 씻었다. 거울 속에 자신을 보니 웃고 있던 얼굴이 착잡해졌다. 또 후회와 원망이 밀려 와 마음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런데 이런 감정보다 더 많이 차지한 감정은 두려움이었다.욕실에서 나온 배은란은 침대에 누워 머리맡에 있는 무드 등을 껐다. 이제 막 눕자, 눈을 감고 있던 서민용은 몸을 돌려 그녀를 등졌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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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진봉은 자기가 알고 있는 대로 오부연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그를 이 지경까지 만들 사람은 오직 소월 아가씨뿐이라고 대충 짐작했다.사실 당시 큰 도련님과 소월 아가씨가 같이 있을 때부터 이들은 큰 도련님이 소월 아가씨 앞에서만 웃음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당시에 소월 아가씨가 큰 병을 앓고 있는 큰 도련님을 지옥에서 꺼내줬다. 이번에도 꺼낼 수 있는 사람도 소월 아가씨뿐이다.일은 저지른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 큰 도련님이 과거를 잊고 했던 모든 일들도 모두 소월 아가씨를 위해서였다. 혹여나 언젠가 소월 아가씨가 큰 도련님의 마음을 읽었을 때는 알게 될 거다.오부연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번에... 소월 아가씨가 쉽게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거야. 만약 사모님이 직접 가서도 안 된다면 큰 도련님이 하는 기회도 있어. 진 비서, 안심해. 큰 도련님은 아무 문제 없을 거야.”어떻게 됐든 강가네 유일한 후자에겐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진봉이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쪽은 오부연 씨에게 맡길게요. 저는 또 할 일이 있어 회사로 돌아가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응.”지금 대표님은 혼수상태로 회사 쪽에는 반드시 결정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들은 이를 트집 잡을 것이고 나중에 또 난리 칠 수도 있다.가위눌림.불빛.폭발...“강영수... 헤어지자!”“...”“나한테 뭘 줄 수 있는데?”“...”“난 널 처음부터 끝까지 속였어. 넌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나보고 너랑 같이 살자고? 도대체 어떻게 나한테 장가올 건데? 말로만 하는 거야? 아니면 침대에서만 했던 약속이야?”“...”“정신차려. 넌 항상 내 세컨드였어. 몰랐어? 그냥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충실한 개일 뿐이야. 내가 너한테 잘해준 건 말 잘 듣는 개가 필요했을 뿐이야. 정말로 내가 너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차가 전복되어 절벽 밑으로 떨어졌고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눈앞에는 온통 피로 얼룩진 광경 뿐이었다.“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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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오부연은 남원별장에 도착했고 공교롭게도 남원별장 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안에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이런 결과가 올 거라고 오부연은 생각지 못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전화도 통하지 않았다.하지만 오부연은 알지 못했다. 위층 방안에는 장소월이 있었고 반응을 해주지 않은 것뿐이었다.지금 장소월의 상태는 문밖을 나갈 상황이 아니었다.마찬가지로 전연우도 방안에서 그녀의 행동 하나까지 감시하고 있었다. 장소월은 똑같이 숨어있었기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일은 한두 마디 말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전연우는 머플러 하나를 가져와 그녀의 몸에 둘렀다.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목 주변에는 누가 한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선명한 키스 마크가 있었다.장소월은 연한 색의 니트를 입고 있었고 헐렁한 목 주변으로 인해 보드라운 어깨가 드러났다. 남자의 살짝 거친 손이 여자의 어깨를 매만지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그 사람은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고.”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에 키스했고 장소월은 표정이 없는 얼굴로 말했다.“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거야? 아니면 오빠와 어울리지 않는 거야? 백윤서 언니가 나와 오빠가 만난걸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봤어? 우리 사이의 일이 새어나가길 바라지 않는다면 여기서 그만해.”옷무새를 정리하고 전연우를 밀어낸 그녀는 그 길로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전연우는 찰떡처럼 붙어와서 그녀를 안고는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 서재로 갔다. 전연우는 장소월을 무릎 위에 앉힌 상태로 안고 있었다.“뭐 하는 거야? 난 방으로 갈 거야.”전연우는 그녀의 허리를 움직일 수 없게 꽉 끌어안았다. “잠깐만 가만히 있어 주면 나가게 해줄게. 아니면 여기서 그냥 할 거야.”전연우의 한마디에 장소월은 조용해졌다. 전연우는 메일로 온 문서들을 처리했고 온통 러시아어로 된 문서들을 장소월은 하나도 알아보지 못했다. 심심해 보이는 장소월을 보고 전연우는 책상 위의 책장에서 책을 하나 가져와 그녀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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