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61화

Author: 차라
김남주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아직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백윤서는 문밖에서 전연우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충격 때문에 온몸에 힘이 빠져버려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공포에 사로잡혀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조금의 소리도 내지 못하는 그 모습은 무시무시한 비밀이라도 알게 된 것 같았다.

백윤서는 자신의 오빠가 이토록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가 사람을 죽인다고?

왜 그녀의 목숨을 요구한단 말인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백윤서의 기억 속의 전연우는 그녀가 거의 굶어 죽어갈 때 밥 한 끼를 가져다주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무릎을 꿇어 애원한 사람이다.

버려진 동물을 불쌍히 여겨 항상 집으로 데려와 보살핀 사람이고, 장씨 집안에 입양된 뒤엔 매해 보육원에 기부해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나누어준 사람이다.

그는 절대 그런 나쁜 일은 하지 못한다.

백윤서는 자신이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침대에 한참이나 멍하니 앉아있은 뒤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남자는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책상 위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장소월이 강영수의 상처를 모두 치료하고 나자 날이 밝아왔다. 밤새 소나기가 내리고 바람이 기승을 부렸으니 바닥엔 떨어진 낙엽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

은경애가 다가와 말했다.

“아가씨도 좀 쉬세요. 밤새 한숨도 주무시지 못했잖아요. 이제 핸드폰 신호도 회복됐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전화했어요. 곧 도착할 거예요.”

자리에서 일어서니 몸이 휘청거렸다. 다행히 은경애가 빠르게 움직여 장소월을 잡아주었다.

“열이 내렸으니 다른 건 별로 문제 될 게 없어요. 깨어나면 전 나갔다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어요.”

은경애가 말을 이어갔다.

“아침 식사를 준비했어요. 아가씨, 조금이라도 드세요. 거르면 위가 상해요.”

“영수가 가면 아주머니도 집에 돌아가 며칠 쉬세요.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했잖아요.”

장소월은 말을 마친 뒤 방을 나섰다.

그녀가 그리 말한다고 해도 정말 그녀에 관여하지 않을 은경애가 아니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62화

    얼마나 잤을까, 장소월은 돌연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잠이 깼다. 몽롱함 속에서 그녀는 무언가에 강하게 짓눌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고, 목에선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다.그녀가 괴로움에 신음소리를 내뱉으려 한 순간, 폭풍 같은 키스 때문에 다시 목구멍 안으로 되돌아갔다. 남자의 한 손은 그녀의 치마 속을 헤집었고, 다른 한 손은 가슴 위 봉긋 솟아오른 새하얀 봉우리를 움켜쥐었다.장소월은 어렸을 때부터 발육이 남달라 이젠 한 손에 다 담기도 어려웠다.그가 조금의 소중함도 알지 못하는 듯 제멋대로 장소월의 몸을 주물렀다.그녀는 그저 고통스럽게 앓은 소리를 낼 뿐이었다.통증은 천천히 그녀를 잠에서 깨게 만들었고, 그의 차가운 숨결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방안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어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으나 남자의 체취는 그녀에게 너무나도 익숙해 이 파렴치한 남자가 전연우임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는 항상 이렇듯 그녀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즐겼다. 그녀가 잠들어 있을 때 시작해 조금씩 힘을 더하며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 괴롭히는 걸 특히나 좋아했다.매번 그녀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울부짖을 때도 멈추기는커녕 더더욱 흥분하며 그녀의 몸을 탐했다.장소월은 그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던가.그녀가 두 손으로 전연우를 때리며 희미하게 소리를 질렀다.“이.. 이러지 마.”그 소리는 마치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전연우에겐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허리를 감싸던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전연우가 돌연 그녀에게서 입을 떼고 한 손으로 그녀의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 거친 숨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오빠를 도와줘. 알았지?”장소월의 가슴이 격렬히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녀는 두 다리 사이로 남자의 거물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꼈다.전연우는 그녀가 명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몇 번이고 잠자리해도 처음 하는 것처럼 흥분이 차올랐다.그는 심지어 그녀의 몸에서 죽어도 좋을 거라는 말도 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63화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친 탓에 그녀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어느새 얇은 잠옷 치마는 갈기갈기 찢겨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반짝반짝 빛나는 새하얀 피부와 수줍은 듯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은 전연우의 아랫배가 또다시 꿈틀거리게 만들었다.남자는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꿰뚫기라도 할 듯한 기세로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장소월은 그를 보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창문을 쳐다보았다. 그 바람에 유혹적으로 움푹 패인 쇄골이 선명해졌고 남자는 참지 못하고 또다시 입술을 파묻고 자신만의 흔적을 남겼다.은경애가 집에 돌아갔으니 장소월이 아무리 저항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이 별장엔 그들 두 사람밖에 남아 있지 않다.장소월의 결말은 이미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다. 어찌 됐든 그녀의 몸은 이미 더럽혀졌다. 전연우는 몸에 들어가는 마지막 단계까지는 진행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만약 통제력을 잃어버린다면 그것 또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장해진이 집을 떠나니 장씨 집안은 그의 천하나 다름없다.전연우에게 남은 한 가닥의 인내심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남자는 이미 지퍼를 내리고 그 위험한 물건을 드러내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 물건이 턱에 닿자 뜨거움에 몸부림쳤다. 그녀가 눈을 감고 말했다.“나쁜 자식, 일어나.”“쉿, 잠깐이면 돼.”40여 분 뒤.장소월이 그의 셔츠를 집어 들고 가슴과 얼굴에 묻은 끈적한 것을 닦아내고는 그의 얼굴에 던져버렸다.“나 진짜 너 죽여버리고 싶어. 나쁜 자식, 지금 당장 꺼져.”전연우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머리를 덮은 셔츠를 들어 구석에 던져버리고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일으켜 침대 위 소녀를 끌어안았다.장소월이 다리를 뻗어 그에게 발길질하려 했으나 전연우는 곧바로 몸을 피했다. 장소월은 그 기회를 틈타 반대쪽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또다시 굳게 닫혔다.전연우는 강제로 그녀를 문을 잡고 엎드리게 했다. 아름다운 S라인 곡선이 눈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64화

    그는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고 자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다. 심지어 그녀가 몸을 돌리려 할 때면 힘으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도 했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옆으로 누워 잠드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것이다.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0여 년 동안 이어오던 습관은 이미 뼛속까지 익숙해져 쉽게 바뀌지 않는다.장소월은 몸을 돌려 지난날 수많은 여자의 마음을 빼앗았던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그녀 기억 속의 전연우는 마흔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다시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마 젊은 날의 전연우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잊어버렸을 것이다.장소월이 고개를 들고 자세히 그를 살펴보았다.지금의 젊은 전연우와 중년이 된 후 전연우의 두 얼굴이 겹쳐 보였다.마흔 살의 전연우는 더욱 성숙했고 더욱 매혹적이었으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유의 여유가 배어 나왔다. 아무리 위험하고 어려운 일에 부딪힌다고 해도 그만 옆에 있다면 모두 해결될 것은 안정감이 느껴져 모든 것을 그에게 맡겼었다.당시 그와 비슷한 나이대 남자들은 모두 몸이 망가졌거나 머리가 벗어졌었다.하지만 그는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완벽한 몸매를 유지했다. 때문에 그토록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매달린 것이다. 장소월에게 찾아와 안주인 자리를 내놓으라 호통치던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셀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그의 눈엔 아무도 담기지 않았다.장소월은 너그럽고 행복한 현모양처인 척 연기하며 아무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영혼 없이 살았다.기억을 되돌려보면 두 사람에겐 행복했던 순간이 극히 적었다. 대부분 그녀가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하던 나날들이었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다시 평온을 되찾고, 또다시 고통을 호소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장소월은 그를 목졸라 죽이고 싶었으나 그녀의 나약한 힘으론 해낼 수가 없었다. 숨통이 끊어지기 전에 그가 잠에서 깨어났다.장소월은 침대에서 내려와 겉옷을 걸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했다. 대체 어떤 방식을 사용해야 예전의 고통에서 걸어 나올 수 있을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65화

    매번 그와 함께 있을 때마다 장소월은 끊임없이 옛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잊었다고 생각했으나 하나하나 그 모습을 드러냈다.당시... 그녀는 어떻게 마음속 고통을 해소했었나?그건 바로 자해였다. 육체의 고통으로 정신적 고통을 덮었다.하지만 자해를 해도 아무런 기분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더욱 큰 우울감이 몰려올 뿐이었다.장소월은 주방에서 가위를 꺼내 손목을 한 번 그었다. 처음이라 피는 나지 않았지만 마음은 더더욱 아파왔다.두 번째로 그었을 땐 피가 흘러내렸다.핏방울이 뚝뚝 싱크대에 떨어져 물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함께 하수구로 내려갔다.장소월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어두운 방 안, 그녀의 미소는 마치 처량한 처녀 귀신의 미소 같았다.세 번째...육체의 고통이 심화되어 정신적 고통이 감소했다.천천히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장소월은 드디어 만족감을 얻었다. 피와 함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도 서서히 빠져나갔다.예전 그녀가 자해를 하는 걸 발견했을 때 전연우의 얼굴엔 조금의 걱정스러움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칼을 들고 그녀의 손을 잡고는 같은 위치를 한 번 더 깊숙이 베었다. 허연 뼈가 다 보일 정도였다.그녀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깨어났을 땐 방안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그는 장소월이 미쳤다고 말했다.사실 그녀는 미치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녀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아마... 아주 긴 시간이 걸려서야 천천히 자신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너 뭐 하는 거야?”차가운 목소리가 시커먼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 이어 전연우가 불을 켰다.눈 부신 빛에 장소월이 눈을 찡긋 감았다.전연우가 성큼성큼 걸어와 그녀의 손에서 가위를 빼앗았다.장소월은 덤덤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번엔 그의 얼굴에서 걱정과 분노의 감정을 보았다.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당장이라도 분노에 폭발해 버릴 듯 위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너 그렇게 죽고 싶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66화

    미친 건 장소월뿐이 아니었다.전연우는 우선 장소월의 상처를 간단하게 치료했다. 상처가 깊지 않고, 가위를 매일 소독했기에 파상풍 주사를 맞을 필요는 없었다.“이제 기분이 좀 풀렸어?”장소월이 입은 치마는 전부 피로 물들었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얼굴이 창백했다. 장소월은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연우는 앞으로 내려온 장소월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아침 만들어 줄게. 뭐 먹고 싶어?”“그냥 가.”“그럼 국수를 삶을게.”전연우가 가장 잘하는 요리는 면 요리뿐이다.둘은 매우 평온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느낌이다.전연우는 채소와 고기가 가득한 국수를 만들어 식탁에 올리고, 또 뒤를 돌아 작은 그릇을 가져와 장소월에게 덜어 줬다.전연우는 국수를 들어 그릇에 옮기고 국물도 따라 주었다. 국물이 그릇 밖으로 살짝 흘러 식탁에 떨어졌다.“와서 먹어.”장소월은 계단을 밟던 동작을 그만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빠르게 전연우에 의해 끌려와 앉았고 손에는 젓가락도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던져 그릇과 젓가락 모두 떨어졌고 국물과 국수도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너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너만 없으면 그런 고통도 생각나지 않아! 그럼 자해도 안 한다고! 제발 가라고! 부탁이야!”전연우는 화를 내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정리했다. 조각을 집은 손은 베여 피가 흘러나왔다. 고개를 들어 장소월을 보자, 장소월은 전연우가 자기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무서워서 뒷걸음질을 쳤다.“다 먹으면 갈게.”전연우는 자기 그릇을 장소월 앞에 가져다 놓고 쓰레기를 청소하고는 자리를 떠나 문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새벽 여섯 시.공기 중에는 꽃향기와 진흙 냄새가 섞여 있었다.서철용은 침대에 기대어 옆에 있는 여자가 바닥에 떨어진 옷을 줍고 아무 말 없이 화장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때 전화가 걸려 와 고개를 돌렸다.서철용이 전화를 받고 말했다.“왜? 소월 씨한테 무슨 일 생겼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67화

    배은란은 빠르게 호텔을 빠져나와 길에서 택시를 잡고 목적지를 말했다. 백미러로 배은란을 보는 기사의 눈빛이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배은란은 가방에서 쿠션을 꺼내 옷깃을 내려 거울을 비춰 보니 빨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를 보자 심장이 왜 이렇게 빨리 뛰는지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려 왔다. 배은란은 빠르게 파운데이션을 발랐고 몇 겹을 바르고 나서야 완벽하게 가려졌다.배은란은 서철용이 한 말을 믿지 않았다. 서민용이 직접 배은란을 그 거지 같은 침대에 눕혔다고는 절대로 믿지 않았다.어젯밤에 아이들 일 때문에 싸우고 슬퍼서 뛰쳐나와 친구들과 바에서 술을 마셨다. 그러고는 화장실에 갔을 때부터 기억을 잃고 쓰러졌다.배은란은 부잣집 출신은 아니지만 어쨌든 부모님은 모두 학자들이고 그녀에게 엄격하게 교육해 그런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아마 술에 취했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호텔에서 서철용과 한 침대에서 나체로 누워 있었다. 배은란은 서민용에게… 너무 미안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돌아와서 어떤 방식으로 서민용을 대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집에 돌아온 배은란.하인이 말했다.“사모님.”배은란이 대답했다.“민용 씨는? 아직도 자는 거야?”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젯밤에 사모님과 싸우고 나서 사장님은 계속 방에서 잠 한숨 안 자고 기다리셨어요.”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이 더욱 무거워진 배은란은 깜짝 놀라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봤다. 그녀의 마음은 바늘로 몇천 번이나 후벼 파인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파렴치한 잘못을 용서받을지 몰라 괴로웠다.배은란은 문에 노크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오직 무드 등만 켜져 있었다. 벽에는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고 이를 보니 배은란은 숨이 턱턱 막혀와 조심히 지나쳤다.서민용은 여전히 어젯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휠체어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배은란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차가운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68화

    서민용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때도 배은란은 몇 년이고 포기하지 않았다. 설령 서민용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배은란은 계속 옆에서 자리를 지키려 했다.이번 사고가 발생해서 배은란은 서씨 집안에 죄인이 되었다.그녀는 서민용의 옆에서 계속 머물렀다. 몇 년이고 어떻게든 배은란을 쫓아내려 했지만, 그녀는 절대로 서민용 옆을 떠나지 않았다.서민용의 얼굴이 화상자국으로 가득하고 하반신은 장애여도 상관없었다.배은란이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눈앞에 있는 서민용이다.서민용이 지금 어떤 모습이든 배은란은 신경도 쓰지 않았고 개의치 않았다.“네 마음대로 해.”서민용은 눈을 감고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았다.이혼하지 않으면 그녀가 뭘 하든 간에 상관없었다.배은란은 얼굴에 눈물들을 닦았다.“내가 씻겨 줄게. 씻고 이제 편하게 자자. 엄마 쪽은 내가 잘 말해볼게.”배은란은 서민용을 옆에서 더 잘 케어하기 위해 하던 일들을 다 그만두고 환자케어 방법을 열심히 배웠다. 먹는 것부터 입고 쓰는 것까지 모두 옆에서 도우며 한 번도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욕실에 물을 받아 수건으로 서민용을 닦았다. 등에는 큰 화상 자국이 있어 고른 피부가 하나도 없었다.30분 정도 지난 뒤 배은란은 서민용에 옷을 입히고 앉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머리카락이 또 자랐어. 내일 내가 잘라줄게. 어때? 참, 얼마 전에 내가 알아봤는데 미국에 어떤 병원에서 케이스를 보고 치료할 수 있을 거 같대! 비자 처리하고 같이 치료받으러 가자.”머리를 다 말리고 배은란은 서민용을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주고 나서야 옷장 앞에서 잠옷을 꺼내 들어 욕실로 가 씻었다. 거울 속에 자신을 보니 웃고 있던 얼굴이 착잡해졌다. 또 후회와 원망이 밀려 와 마음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런데 이런 감정보다 더 많이 차지한 감정은 두려움이었다.욕실에서 나온 배은란은 침대에 누워 머리맡에 있는 무드 등을 껐다. 이제 막 눕자, 눈을 감고 있던 서민용은 몸을 돌려 그녀를 등졌다. 그리고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69화

    진봉은 자기가 알고 있는 대로 오부연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그를 이 지경까지 만들 사람은 오직 소월 아가씨뿐이라고 대충 짐작했다.사실 당시 큰 도련님과 소월 아가씨가 같이 있을 때부터 이들은 큰 도련님이 소월 아가씨 앞에서만 웃음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당시에 소월 아가씨가 큰 병을 앓고 있는 큰 도련님을 지옥에서 꺼내줬다. 이번에도 꺼낼 수 있는 사람도 소월 아가씨뿐이다.일은 저지른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 큰 도련님이 과거를 잊고 했던 모든 일들도 모두 소월 아가씨를 위해서였다. 혹여나 언젠가 소월 아가씨가 큰 도련님의 마음을 읽었을 때는 알게 될 거다.오부연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번에... 소월 아가씨가 쉽게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거야. 만약 사모님이 직접 가서도 안 된다면 큰 도련님이 하는 기회도 있어. 진 비서, 안심해. 큰 도련님은 아무 문제 없을 거야.”어떻게 됐든 강가네 유일한 후자에겐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진봉이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쪽은 오부연 씨에게 맡길게요. 저는 또 할 일이 있어 회사로 돌아가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응.”지금 대표님은 혼수상태로 회사 쪽에는 반드시 결정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들은 이를 트집 잡을 것이고 나중에 또 난리 칠 수도 있다.가위눌림.불빛.폭발...“강영수... 헤어지자!”“...”“나한테 뭘 줄 수 있는데?”“...”“난 널 처음부터 끝까지 속였어. 넌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나보고 너랑 같이 살자고? 도대체 어떻게 나한테 장가올 건데? 말로만 하는 거야? 아니면 침대에서만 했던 약속이야?”“...”“정신차려. 넌 항상 내 세컨드였어. 몰랐어? 그냥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충실한 개일 뿐이야. 내가 너한테 잘해준 건 말 잘 듣는 개가 필요했을 뿐이야. 정말로 내가 너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차가 전복되어 절벽 밑으로 떨어졌고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눈앞에는 온통 피로 얼룩진 광경 뿐이었다.“깨어났어요?

Latest chapter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0화

    수술실 문밖에 돌아와 보니, 강용은 여전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에게 음식을 챙겨주었다.“수고했어. 먼저 가서 쉬어. 나랑 현아가 근처에 방 두 개 잡아놨어. 현아는 당분간 나랑 같이 잘 거고, 이건 네 방 카드야. 현아랑 같이 먼저 가 있어.”“됐어, 너도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잖아.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나중에 그 사람이 나오면 내가 도와야할 일이 있을 거야. 여자인 너 혼자서는 불편해.”장소월은 화장실에서 꾸물거리며 나오는 소현아를 바라보았다. 손에는 간식 두 봉지도 들려 있었다. “그래... 알았어. 나는 옷이라도 좀 사러 가야겠다.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옷을 많이 못 챙겨왔거든.”“그래, 갔다 와.” 강용은 정말 배가 고팠는지,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모두 비웠다.장소월이 물었다. “옷 말고 또 필요한 거 있어?”“아무거나, 네 맘대로 해.”강용은 주머니에서 은행 카드 하나를 꺼냈다. “여기에 돈 좀 있어. 내 걸로 결제해.”“됐어. 이 돈은 나중에 쓸 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네가 가지고 있어.”“너는 남자니까, 나중에 뭐라도 하려면 돈이 좀 있어야지”무거워진 장소월의 말투를 눈치챈 강용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쳇, 네 그림 한 점이 몇천만 원이나 된다고 지금 날 비웃는 거지? 어휴. 아가씨, 절 키워주시는 건 어때요?“계속 아가씨의 개가 될게요.”장소월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됐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개는 무슨.”장소월은 소현아와 함께 쇼핑몰에 가서 옷을 몇 벌 구매한 뒤 호텔로 돌아왔다. 신분증을 등록하려고 프런트에 선 순간, 장소월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엄습했다. 하여 새로운 신분증을 꺼내 등록 정보로 사용했다.“미카엘 씨, 여기 객실 카드입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감사합니다.”원래는 저렴한 호텔에 묵을 생각이었지만, 소현아가 불편해할까 봐 걱정되어 이곳으로 결정했다. 10층에 위치한 방에 들어가 커튼을 열어보니 아름다운 강 풍경이 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9화

    아이...지금 세 사람은 확실히 아이를 키울 여유가 없다.전 부인이 말했다. “절대 월이 돌려주지 않을 테니까 내 아이 뺏어갈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강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우리 셋 다 당신 아이 봐줄 시간 없어요. 당신이 준다고 해도 우리가 싫어요.”“참, 그리고 전 남편 치료비도 잊지 말고 내줘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때 부부였는데 너무 매정하게 굴지는 말아야죠.”그녀는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에르메스 한정판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 던졌다. “그동안 아이를 키워준 양육비와 예전 나한테 줬던 돈 전부 갚았어요. 이제 각자 갈 길 가고 다시는 얼굴 보지 말자고요.”별이는 얼굴이 엉망이 된 채 서럽게 엉엉 울고 있었다. 장소월은 차마 볼 수 없어 시선을 돌렸다. 필경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니 왈가왈부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아이의 엄마다. 엄마가 데려가겠다고 하면 아무에게도 막을 권리가 없다.그들이 위풍당당하게 떠난 후, 강용은 돈을 세어보았다. 몇백 달러 정도였다. “제기랄, 몇만 달러짜리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전 남편에게는 쥐꼬리만큼도 안 주다니. 빨리 죽으라고 고사라도 지내는 건가. 이 돈으로는 수술도 못 하겠네.”장소월이 말했다. “됐어, 강용.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는 거야. 일단 이준 씨 어떻게 됐는지부터 알아보자.”“그래.”소현아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월아, 아기가 배고픈 것 같아. 들어봐... 얘네 둘이 소리치고 있어.”강용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배고픈 거면서 무슨 엉뚱한 소리야. 밥 먹을 시간이긴 하네. 넌 소현아 데리고 근처 식당에 가서 밥 먹어. 이준 씨한테는 내가 가볼게.”며칠 동안 강용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생각에 장소월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빨리 먹고 포장해서 갖다 줄게.”“그래.”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은 소현아를 데리고 검사를 받으러 산부인과로 향했다. 30분 후, 결과가 나왔고 예상외로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의사는 검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8화

    바로 맞은편 길에서 또 한 무리의 차량이 웅장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규영이 돌연 즉시 차를 세우라며 소리쳤다. “...저... 현아 아가씨 목소리 들은 것 같아요.”강지훈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다가 그 말에 번쩍 눈을 떴다. “확실해?”규영은 확신할 수는 없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정말 현아 아가씨 같았어요. 소월이라는 이름을 부르기도 했고요. 현아 아가씨 친구분이 장소월 씨잖아요. 그냥 우연인 걸까요?”강지훈은 마지막 남은 인내심까지 바닥난 듯 말했다. “얼마나 남았지?”운전석에 묶여 있던 남자는 강지훈이 꽤 많은 힘을 들여서 찾아낸 인물이었다. 소현아의 행방을 쫓다가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이 남자가 소현아에게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동안 강지훈의 정보 조직이 오랫동안 소현아의 소식을 찾지 못했던 이유였다.강지훈은 항공편 정보를 토대로 소현아의 사진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그녀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이곳 사막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곳에서 얼마 전 폭동이 일어났고, 소현아는 무사하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흑인 남자가 한 민박집 앞에 차를 세웠다. “여깁니다, 바로 여기예요.” 사투리가 가득 섞여 있는 목소리였다.강지훈이 차에서 내리자, 곧이어 뒤따라오던 몇 대의 검은색 승용차에서도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잠겨 있는 대문을 본 강지훈은 그대로 발로 쾅 하고 걷어찼다. 몇몇 사람들이 신속하게 위층으로 올라갔고, 강지훈도 천천히 소파 옆으로 걸어갔다. 규영과 미경은 주방으로 향했다.2분 후, 위층으로 올라갔던 흑인 남자가 보고했다. “위층에는 세 명이 살고 있고, 옷가지도 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물건들은 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떠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규영이 말했다.“주인님, 냉장고에 현아 아가씨가 좋아하는 방울토마토와 포도가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아궁이에 불을 지폈던 흔적도 있습니다. 나간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강지훈은 베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7화

    장소월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드리웠다. “강용, 우리 가보는 게 어때? 아직 상처도 아물지 않았는데, 그 전 부인 쪽 사람들이 또 때리기라도 하면 어떡해. 죽을지도 몰라.”“젠장, 그럴 수도 있겠네.” 강용이 곧장 뒤쫓아갔지만, 어디에도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 앞, 수십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줄지어 정차되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거만하고 제멋대로였던 여자가 한없이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보스. 제가 힘을 너무 많이 주었어요.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시죠?”그녀는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조금 전 사나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잘했어.”“됐어, 그만 울어!” 전연우가 호통을 치자 옆에서 울고 있던 별이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별이의 커다란 눈망울이 도로록 굴러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입을 삐죽 내밀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더니, 바로 꺄르륵 웃고 있었다.“어머, 너무 귀여워. 안아주고 싶네.”“다른 사람들은?”리샬이 대답했다.“안심하세요, 보스. 시장 사람들은 모두 괜찮습니다. 그냥 연기였으니까요. 제가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다친 사람은 보스뿐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총까지 맞다니요.”전연우는 팔과 어깨에 일부러 총상을 입었다. 더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진통제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일반인이었다면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 심하게 매질까지 당했으니... 그의 검은색 옷은 이미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내 일에 신경 쓰지 마.”그 강인한 의지력은 경외심마저 들게 했다.“큰일 났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보스. 사모님이 쫓아오고 있습니다.”장소월과 강용이 걱정되어 달려왔을 때, 손이준은 바닥에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장소월이 소리쳤다.“강용, 빨리 저 사람들 말려.”“오빠, 괜찮아요?” 장소월이 상처를 확인하려고 손을 뻗었다. 몸에서 짙은 피비린내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이어 손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6화

    “아주 흥미진진했어. 두 부부가 오붓하게 얘기하는 거 방해하지 않도록 안 가는 게 좋을 거야.”장소월은 평소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 사람... 와이프가 돌아왔다고?”강용은 웃으며 말했다. “응. 어젯밤 네가 쓰러졌을 때, 그 사람 보러 병실에 갔다가 부부가 크게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 아이 양육권 때문인 것 같더라고.”“지금도 계속 싸우고 있어서 가면 괜히 불똥이 튈지도 몰라.”그녀는 결국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부가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에 끼어들었다가 전 부인이 오해라도 하면 더 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그래. 남의 일에 우리가 간섭할 수는 없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줘.”“응.”지금은 이게 최선이다.이곳에는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집에 돌아온 장소월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이라고 할 것도 없이 옷 몇 벌과 화구 상자가 전부였다.“내일 차 오는 거 확실하지?”강용이 대답했다. “응, 현지 사람 중 한 명에게 말해놨어. 돈만 주면 내일 아침에 차로 시내까지 데려다줄 거야.”“떠나기 전에 현아를 병원에 데려가 봐야겠어.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현아와 배 속의 아이 모두 위험해질 수 있잖아.”강용은 그녀에게 집중하지 못한 채 딴생각을 하며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소현아도 마침 잠에서 깨어났다.장소월은 식사를 준비하러 주방에 내려갔다. 그때 문밖 길 건너편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별이를 안은 채 여행 가방을 끌고 가려고 하고 있었다.입에서는 험한 말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 뒤에 있던 경호원 몇 명은 손이준을 밀쳐 넘어뜨렸다.그녀는 또다시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놈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장소월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남의 집안일에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저 여자가 바로 손이준의 모든 재산을 빼앗고 그를 빈털터리로 만든 사람인 걸까?확실히 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5화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흘러가고 있었다. 1분 1초가 그녀에겐 더없는 고통이었다. 왜 멀쩡하던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날이 거뭇하게 어두워졌을 때, 몽롱한 정신의 장소월의 귀에 강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제 살았다...”장소월이 소리쳤다.“나 여기 있어.”휴대폰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강용은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그녀를 부축해 나왔다.“이준 오빠부터 먼저 살펴봐. 많이 다쳤어.”강용은 긴장한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넌?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장소월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저었다. “난 괜찮으니까 얼른 오빠부터 병원에 데려가. 얼마 버티지 못할지도 몰라.”강용이 손이준을 안에서 끌어냈을 때 그의 몸은 그야말로 온통 피투성이였다. “괜찮아. 과다 출혈일 뿐이야. 밖에 의료진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강용은 그를 업고 나갔다. 장소월의 눈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부상자들이 들어왔다. 바닥은 금방 청소를 마쳤는지 흥건히 젖어 있었고, 사방에는 경비대가 배치되어 있었다.눈 앞에 펼쳐진 아찔한 광경에 장소월은 순간 현기증이 느껴졌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소월아.”장소월이 다시 눈을 뜬 곳은 한 허름한 병실이었다. 그녀의 손등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옆에는 강용이 지키고 있었다.“깼어? 괜찮아?”장소월은 의식을 되찾자마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용은 그녀가 너무 무서웠다는 것을 알고 눈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안전해.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까지 쉬어 있었다. “손이준 씨는 괜찮아?”강용이 대답했다. “와이프가 데리러 왔으니까 괜찮을 거야.”장소월이 물었다. “죽은 사람 많아?”강용은 그녀가 놀랄까 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회복하는 데만 집중해. 내가 차 불러뒀어. 집에 가면 괜찮아질 거야.”현재 해외 시국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4화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장소월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강지훈이 정말 온다면 그 사람과 함께 떠날 거야?”소현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그놈 싫어. 현아는 소월이랑 강용한테 아기도 낳아줘야 해.”“그리고 우리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잖아.”“소월아, 네가 그랬지, 다음 목적지는 바닷가라고. 나 데리고 상어 보러 갈 거라고 했잖아.”소현아는 양손에 탕후루를 들고 배시시 웃으며 장소월에게 애교를 부렸다. 그녀의 손에는 탕후루 외에도 체리 몇 개가 더 들려 있었다. 새콤한 것을 좋아하는 임산부를 위해 장소월이 사준 것이었다.“그래. 약속 어기지 않을게.”장소월은 저녁 반찬으로 구이용 고기를 조금 구매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입구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주변 상인들은 노점도 내팽개치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심지어 칼에 맞아 쓰러진 사람들도 있었다.장소월은 이런 아수라장을 종래로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들고 있던 장바구니는 일찌감치 다른 사람의 발에 걷어차여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그녀는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뒤 출구가 모두 막혀버려 도저히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그녀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를 잡아끌었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장소월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준 오빠? 어떻게 여기 계세요?”“시장에서 식재료 사는 것 말고 무슨 할 일이 있겠어요?”장소월은 그의 팔에 흐르는 피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다치셨어요!”얼굴까지 창백한 걸 보니 총상을 입은 것 같았다.“쉿, 조용히 해요.”그들은 어둡고 좁은 틈새에 숨어 몸을 바짝 붙인 채 외부의 공포스러운 총소리를 듣고 있었다.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틈새가 너무 비좁아 쪼그려 앉을 수 없었기에 일어선 채 그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손이준의 옆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3화

    장소월은 힘이 풀린 다리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생각이 짧았다. 확실히 부적절한 행동이었다.손이준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부엌을 깨끗하게 청소한 뒤 식재료도 사다 놓았다.소현아는 어젯밤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에 깨어나는 것은 임산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녀는 냄비에 남은 미음 세 그릇을 어젯밤 먹다 남은 반찬과 함께 야무지게 비벼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위층에서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리자 그녀가 소리쳤다.“소월아, 일어났어?”고개를 돌리고 남자의 음산한 눈빛과 마주친 순간, 그녀는 머리를 푹 숙이고는 테이블 밑으로 파고들기라도 할 듯 몸을 잔뜩 움츠렸다.“냄비에 있던 미음 다 먹었는데, 조금만 더 먹고 싶어서요... 혹시 더 있어요?” 모깃소리만큼이나 작은 목소리였다. 그가 무섭기는 했지만, 식탐을 이기지 못하고 그 말을 내뱉고 말았다.손이준은 그릇을 탁자 위에 놓아주며 말했다.“드세요.”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차갑고 쌀쌀한 목소리였다.‘강지훈은 왜 저 멍청이한테 꽂힌 걸까?’보는 눈이 점점 더 형편없어 지고 있나 보다.별이도 먹고 싶다며 손을 뻗었지만, 전연우에게 곧바로 제지당했다. 맞은편 식당에서 전연우는 노트북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장소월은 아직도 방에서 내려오지 않은 듯했다.전연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왜 이 시간까지도 밥 먹으러 내려오지 않는 거지?아침도 먹지 않았고, 점심시간까지 지났다.장소월의 방에서부터 가게까지의 거리는 2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가게에 도착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는 또다시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이봐.”덥수룩한 머리숱의 남자가 다가왔다.“형님, 무슨 일이십니까?”“시내에 가서 먹을 것 좀 사와. 10분 준다. 많이 사와.”“알겠습니다, 형님.”“아니야! 저 사람들한테...”“그게 좋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장소월은 방에서 전시회에 내놓을 그림 주제를 구상하고 있었다. 연필로 선을 몇 군데 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2화

    “싫어... 싫어. 나 안 돌아갈 거야.” “안 돼, 잡지 마!” “강용, 나 살려줘!”장소월은 종래로 그토록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전연우는 그런 그녀의 모든 행동을 눈에 담고 있었다. 다만 꿈속에서까지 자신을 그토록 두려워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남자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전생과 이번 생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려놓을 수 없는 복수심 때문에 그녀를 한번 또 한 번 사무치는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소월아... 내 아내! 넌 영원히 내 여자야...’전연우는 내면의 욕망을 애써 억눌러 술 취해 자고 있는 여자를 탐하지 않았다.한 시간 뒤.전연우는 삽입만 하지 않았을 뿐, 욕망을 모두 해소하고는 그녀에게 옷을 입혔다. 그녀의 몸에는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장소월은 온몸이 파도 속에 잠긴 듯했다. 끔찍하게 숨 막히는 순간이 지나면 또다시 숨통이 트이며 살아나는 것 같았다.술에 취한 탓인지 눈을 떠보면 캄캄한 방에서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저 꿈이라고만 생각했다.잠시 후 눈앞에 흰빛이 번뜩이더니 의식을 잃고 잠들어 버렸다.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장소월은 온몸이 붕 뜬 듯한 느낌이 들었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1시 반이었다.가슴 위에 무언가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 이불을 들춰보니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월이가 엎드려 엄지손가락을 빨고 있었다.장소월은 아이가 불편할까 봐 조심스럽게 안아 옆에 눕혔다.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월이를 보고는 이불을 걷어내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었다. 하지만 바닥에 발을 디딘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쓰러져버렸다.그때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다름 아닌 손이준이었다. 그는 손에 그릇을 들고 있었다.“오빠,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우리 월이는요?”장소월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자고 있어요.”“왜 그래요?”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