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봉은 자기가 알고 있는 대로 오부연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그를 이 지경까지 만들 사람은 오직 소월 아가씨뿐이라고 대충 짐작했다.사실 당시 큰 도련님과 소월 아가씨가 같이 있을 때부터 이들은 큰 도련님이 소월 아가씨 앞에서만 웃음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당시에 소월 아가씨가 큰 병을 앓고 있는 큰 도련님을 지옥에서 꺼내줬다. 이번에도 꺼낼 수 있는 사람도 소월 아가씨뿐이다.일은 저지른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 큰 도련님이 과거를 잊고 했던 모든 일들도 모두 소월 아가씨를 위해서였다. 혹여나 언젠가 소월 아가씨가 큰 도련님의 마음을 읽었을 때는 알게 될 거다.오부연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번에... 소월 아가씨가 쉽게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거야. 만약 사모님이 직접 가서도 안 된다면 큰 도련님이 하는 기회도 있어. 진 비서, 안심해. 큰 도련님은 아무 문제 없을 거야.”어떻게 됐든 강가네 유일한 후자에겐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진봉이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쪽은 오부연 씨에게 맡길게요. 저는 또 할 일이 있어 회사로 돌아가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응.”지금 대표님은 혼수상태로 회사 쪽에는 반드시 결정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들은 이를 트집 잡을 것이고 나중에 또 난리 칠 수도 있다.가위눌림.불빛.폭발...“강영수... 헤어지자!”“...”“나한테 뭘 줄 수 있는데?”“...”“난 널 처음부터 끝까지 속였어. 넌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나보고 너랑 같이 살자고? 도대체 어떻게 나한테 장가올 건데? 말로만 하는 거야? 아니면 침대에서만 했던 약속이야?”“...”“정신차려. 넌 항상 내 세컨드였어. 몰랐어? 그냥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충실한 개일 뿐이야. 내가 너한테 잘해준 건 말 잘 듣는 개가 필요했을 뿐이야. 정말로 내가 너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차가 전복되어 절벽 밑으로 떨어졌고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눈앞에는 온통 피로 얼룩진 광경 뿐이었다.“깨어났어요?
오부연은 남원별장에 도착했고 공교롭게도 남원별장 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안에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이런 결과가 올 거라고 오부연은 생각지 못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전화도 통하지 않았다.하지만 오부연은 알지 못했다. 위층 방안에는 장소월이 있었고 반응을 해주지 않은 것뿐이었다.지금 장소월의 상태는 문밖을 나갈 상황이 아니었다.마찬가지로 전연우도 방안에서 그녀의 행동 하나까지 감시하고 있었다. 장소월은 똑같이 숨어있었기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일은 한두 마디 말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전연우는 머플러 하나를 가져와 그녀의 몸에 둘렀다.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목 주변에는 누가 한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선명한 키스 마크가 있었다.장소월은 연한 색의 니트를 입고 있었고 헐렁한 목 주변으로 인해 보드라운 어깨가 드러났다. 남자의 살짝 거친 손이 여자의 어깨를 매만지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그 사람은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고.”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에 키스했고 장소월은 표정이 없는 얼굴로 말했다.“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거야? 아니면 오빠와 어울리지 않는 거야? 백윤서 언니가 나와 오빠가 만난걸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봤어? 우리 사이의 일이 새어나가길 바라지 않는다면 여기서 그만해.”옷무새를 정리하고 전연우를 밀어낸 그녀는 그 길로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전연우는 찰떡처럼 붙어와서 그녀를 안고는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 서재로 갔다. 전연우는 장소월을 무릎 위에 앉힌 상태로 안고 있었다.“뭐 하는 거야? 난 방으로 갈 거야.”전연우는 그녀의 허리를 움직일 수 없게 꽉 끌어안았다. “잠깐만 가만히 있어 주면 나가게 해줄게. 아니면 여기서 그냥 할 거야.”전연우의 한마디에 장소월은 조용해졌다. 전연우는 메일로 온 문서들을 처리했고 온통 러시아어로 된 문서들을 장소월은 하나도 알아보지 못했다. 심심해 보이는 장소월을 보고 전연우는 책상 위의 책장에서 책을 하나 가져와 그녀에게 주었다.“
욕을 하려고 입을 벌리는 그때, 책상 위에 있던 전연우의 전화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슬쩍 쳐다본 화면에는 ‘윤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백윤서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장소월은 전연우가 바로 일어나서 전화를 받을 줄 알았다. 전화를 받을 때 항상 옆에 사람을 두지 않는 전연우의 습관을 장소월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저번 생에 그의 아내로 있을 때에도 장소월은 항상 자리를 피해주어야 했다.지금의 장소월도 그러기를 원했다. 같은 공간에 그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전연우는 전화를 받지 않을 생각으로 전화기를 힐끗 쳐다보고 말았다.“안 받아?” 장소월은 모른 척 물어보며 책을 넘겼다. 전화기는 십몇 초 동안 울리다 끊겼고 이내 두 번째 벨 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전연우는 전화기를 들었고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이 슬쩍 풀어지는가 싶을 때 장소월은 엉덩이를 들어 일어나려 했다. 의자가 슬쩍 뒤로 밀려난 전연우는 한 손으로 그녀를 잡아 앉혔다. 그로 인해 그녀는 몸 전체가 그의 품에 갇히게 되었다. “한 번만 더 움직이면 다음에는 어디도 못 가게 줄을 묶어 여기에 둘 거야. 얌전히 있어. 이것만 처리하고 갈 거야.”전연우는 전화기를 들고 귀에 가져다 댔다.“무슨 일 있어?”전화기로 흘러나오는 백윤서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오빠, 오늘 오빠랑 점심 같이하려고 회사에 갔는데 성은 오빠가 회사에 없다고 했어요.”“응, 학교에서 왔다 갔다 불편한데 앞으로는 회사로 찾아오지 말고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나 해.”그 말을 들은 백윤서는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오빠, 기억 안 나요? 저 이번 시험에 통과돼서 수능 시험 치지 않아도 돼요. 바로 대학 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학업에 관한 일은 바쁘지 않다는 말이에요. 앞으로 날마다 오빠와 같이 밥 먹고 싶어요. 요새 집에 오는 것도 적어지고 오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불쌍하게 말하는 백윤서의 말투가 전화기로 들려왔다.“나 지금 일이 있어서 바빠, 할 말 있으면 돌아가서 다시 하자.”“오
그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그녀에게 복수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여기로 올 일도 없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그녀가 눈앞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가 수면제를 먹었을 때 그녀를 안고 화장실로 가서 토해내게 했고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 그녀를 위해 밥을 해주고 억지로 먹여주었다. 더더욱 그녀가 고통으로 몸부림칠 때 손을 뻗어 제지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그녀를 위해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하지 않아도 충분한 일까지 찾아서 했다.만약 전연우는 그녀가 그를 좋아하지 않을 때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에게 마음이 생겼다면 저번 생에 그녀가 했던 모든 일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저번생에 그렇게나 그를 좋아했는데, 마지막에는 비굴하게 빌면서까지 그가 자신을 한번 봐주기를 원했는데 결국 그녀한테 온건 뭐였던가?장소월이 떠난 후 서재에서는 큰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모른 척했다. 전연우가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낸단 말인가,도대체 그가 뭐라고!홀로 돌아온 장소월은 전화선을 연결하고 인테리어 회사를 찾아 출입문을 새로 주문했다. 그리고 여러 개의 잠금장치를 구매했다. 안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밖에서 열리지 않는 그런 잠금장치로.냉장고에서 그가 사 온 물건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쓰레기통에 넣었다. 모두 기성은이 가져온 물건이었다. 약을 넣은 일이 있고 난 뒤로 장소월은 다시는 전연우의 어떤 물건도 건드리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온 장소월은 문을 닫았다. 자신이 순간 방심해서 은경애를 돌려보낸 것이 잘못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전연우가 들어올 기회는 없었다. 아까 장소월이 한 얘기에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었다. 그의 앞에서 이런 자포자기의 말을 할 때면 장소월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통쾌함을 느꼈다. 분명히 여태껏 상처받은 사람은 자신인데. 오부연은 병원으로 돌아왔다.“죄송합니다. 큰 도련님, 남원별장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마 소월 아가씨도 거기에 없는 것 같습니다.”병실 침대에 앉아 있던 강
새로운 도어락으로 교체한 뒤 전연우는 며칠 동안 나가지 않았다. 마치 남원별장에서 계속 살 것처럼 말이다.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고 계속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장소월은 아래층으로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 그를 보기 위해 내려가더라고 바로 돌아섰다.온경애가 돌아와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오늘은 주말이기에 학교도 휴식했다.백윤서도 남원별장으로 돌아왔다.식탁에 앉으니 온경애는 이미 그릇과 젓가락을 두 세트 더 꺼냈다.백윤서가 말했다.“연우 오빠 요즘 여기서 지내는 거예요?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요? 나도 오늘부터 여기서 지낼래요.”전연우는 젓가락을 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려와서 밥 먹으라고 해.”온경애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께서 외부인과 함께 식사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전연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는 것을 보고 온경애는 겁이 나서 목을 움츠렸다.“저도 아가씨의 뜻을 전한 겁니다.”백윤서가 전연우를 힐끗 보며 말했다.“연우 오빠, 소월이가 언제까지 이럴까요? 담임 선생님이 나한테 소월이가 학교에 다시 나오도록 설득하라고 하셨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한차례 시험이었을 뿐인데 다시 학교에 가면 또 기회가 있을 거예요. 1반은 학습 진도가 빨라서 학교에 계속 나가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을 거예요. 오빠가 소월이 잘 설득해 줘요. 계속 이렇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네 일에나 신경 써. 소월이는 내가 설득할 테니까. 밥 먹고 일찍 돌아가.”백윤서는 전연우가 자기를 내쫓을 거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가도 싶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오늘 온 것도 전연우와 장소월이 함께 있는 것이 싫어서 온 것이었다. 이제야 겨우 그의 여자 친구가 되었다. 장소월이 전연우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그녀의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했다.“연우 오빠, 난 오빠하고 같이 있고 싶은데. 내가 밥도 챙겨주고 청소도 해줄게요.”“말 들어. 며칠 지나면 나도 돌아갈 거야. 소월이 아픈데 혼자 집에 있
“아가씨, 무슨 일 생기면 제가 전화하겠습니다.”아이고 이제부터 온경애가 여기서 혼자 지내야 할 텐데 조금 무서웠다.전연우는 고개를 숙이고서는 앞에 있는 반찬을 먹었고 그녀가 자기 앞을 지나가자, 손에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오늘 밤 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장소월은 발걸음을 멈췄다.“그럴 필요 없어요. 여기서 사는 게 좋으면 그냥 줄게요.”이후에 그가 어떤 사람을 데려와도 그녀와는 상관없었다.전연우는 그녀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지만 막을 수 없었다. 그는 강씨 가문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전연우에게는 강씨 가문과 대적할 만한 실력이 없었다.오 집사가 직접 그녀를 데리러 왔다. 강씨 가문에서 오 집사의 지위는 꽤 높을 불은 장소월도 예상하지 못했다. 외부에서도 그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장소월이 집에서 한 달 동안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녀가 콩쿠크에서 그린 그림이 상을 탔고 그녀에게는 꽤 좋은 시작이었다.그녀는 오랫동안 배터리가 없었던 핸드폰을 충전했다. 부재중 전화가 엄청나게 많았다. 핸드폰을 켰을 때 제일 처음 받은 전화가 강씨 집안에서 온 전화였다...부재중 전화에는 외국에서 온 전화도 있었다.그 핸드폰 번호는 낯설었지만, 그 번호로 된 이메일 주소를 찾았다. 메일에 외국에서 찍은 사진들이 가득했다. 러시아 거리 광장에서 비둘기들이 빵을 먹고 있는 사진, 또 다른 사진에서는 비둘기가 그의 허벅지에 앉아 있었다. 그가 예쁜 손으로 비둘기에게 빵을 먹여주고 있었다.비록 얼굴이 보이는 사진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 그녀는 이것이 강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가 떠난 지 사흘 뒤부터 계속해서 사진들이 메일로 왔었다.장소월은 그와 어떠한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화만 너머로 그에게는 들리지 않을 ‘고마워’라는 말을 했다.그 때문에 그는 한 줄기 희망을 보았다.강씨 가문의 저택에 도착했다.장소월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도우미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강영수
테이블 위에는 갓 달인 팥죽이 놓여 있었다.사모님 앞에는 절반 정도 드시고 남긴 팥죽이 그릇에 담겨 있었다.“내가 다시 오라고 한 이유가 뭔지 알아?”사모님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장소월은 얇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사모님이 물었다.“지금 영수에 대한 마음이 어떠니? 계속 만날 생각이야? 만약 영수한테 식망했다면 이 할미는 널 탓하지 않는다. 우리도 억지로 널 붙잡지 않을 거야. 네가 영수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 것도 넌 이미 자기의 생각을 정리했고 모든 걸 이해했다는 뜻이잖니. 이 할미는 그 하나만으로도 네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모든 여자가 너처럼 이성적인 건 아니란다. 하지만 네가 너무 이성적이기에 영수는 냉정하다고 느꼈을 거야. 가끔은... 억지를 부려도 괜찮아. 바꿔 말하면 영수도 네가 그러길 바란 거야. 네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겠지. 네가 조금이라도 성질을 부리면 자기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잖니.”사모님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었다.“이 할미한테 말해 봐. 너도 영수를 좋아했었니?”장소월은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진지한 감정이었습니다. 그 여자의 일은 오 집사님이 조금 말해주셨습니다. 저도 입장 순서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영수에게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사모님은 웃으면서 그냐의 손등을 토닥였다. 간곡하게 말했다.“사실 네가 강씨 집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난 첫눈에 마음에 들었어. 나에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투명한 거울이 있단다.”“이 할미는 돌려서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단다. 속셈이 있는 사람은 바로 알아볼 수 있어. 너에게 솔직하게 말하면 네가 강씨 집안에 오기 전에 난 너에 관한 모든 것을 조사했었다. 네가 장씨 집안에서 잘 지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야심이 가득한 오빠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 강씨 집안으로 온 것도 기댈 곳을 찾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단다. 그 점은 네가
사실 그녀도 아직 기껏해야 학생일 뿐이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경험한 것들은 또래들보다 훨씬 많았다.이 나이에는 공부하면서 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오히려 자기보다 3, 4살 많은 성인을 달래줘야 한다.어쩔 수 없이 그녀의 운명이 걱정을 달고 사는 것인 듯하다.장소월은 위층 방에 가서 노크했다.퍽!알 수 없는 물건이 문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에 장소월은 깜짝 놀라서 손에든 약을 떨어트릴 뻔했다.“꺼져.”“정말... 나 들어가면 안 돼?”방안이 몇 초 동안 조용해졌다. 장소월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침대에서 이불을 걷어내고 그녀를 향해 달려와 껴안았다. 장소월의 몸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겨우 균형을 잡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감정을 억누르며 그녀를 꼭 껴안았다.“네가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나 숨 막혀.”강영수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제야 장소월은 몇 번 숨을 쉬며 호흡을 진정시켰다. 며칠 동안 그녀를 보지 못한 그는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턱에 난 거뭇거뭇한 수염에 충혈된 눈을 한 채 다크서클이 진해진 모습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같았다.장소월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손을 뻗어 그의 상처를 쓰다듬었다.“아파?”강영수는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참아왔던 감정을 억눌렀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자기의 가슴팍에 올려놓았다.“네가 와서 이제 아프지 않아.”불쌍한 말투는 강용과 똑같았다.“내가 약 발라줄게.”“응.”갈라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장소월은 필요한 약들을 찾아 그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아프면 말해. 살살할게.”“응.”그의 시선은 계속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장소월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제야 그가 자기를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깨달았다.장소월은 그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상반신에 난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장소월은 상처가 감염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