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은 물컵을 가져다가 침대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돌아오든 안 오든 너 혼자 잘 챙겨야 해. 네 몸은 네 거니까.”그녀가 손을 내려놓으려 할 때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한테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잖아. 그거 지금도 유효해?”장소월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내가 돌아오길 원한다면 돌아올게…”사실 두 사람 사이에 평등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늘 고개를 숙여야 하는 쪽이다.그녀가 돌아온 이유는 사모님 때문뿐만 아니라 더욱이는 아버지 때문이었다.장소월은 어젯밤에 전연우와 아버지가 통화한 내용을 전부 다 들었다.그 내용은 만약 그녀가 강씨 집안에 시집가지 못하면 그녀는 상품처럼 취급되어 다른 사람한테 보내질 텐데 될수록 전연우에게 도움 되는 쪽으로 되게 말이다.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장해진의 친딸은 자신인데 왜 아버지는 전연우에게 더 신경 쓰는지 이상했다.장소월은 이렇게 변하려 노력하고 더 잘하려 하는데 아버지는 한 번도 그녀에게 눈길을 준 적이 없었다.장소월이 그 통화내용을 들었을 때 그녀 마음속의 냉기가 팔다리와 몸 전체에 퍼졌다. 그녀의 가치는 고작 장씨 집안의 결혼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녀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기 때문에 그녀의 처지는 더 비참해질 수밖에 없었다.또한 장소월은 이 집에서 도망칠 수도 없다. 만약 그녀가 도망친다고 해도 아버지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그녀를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전연우가 자신한테 무슨 짓을 하든 막을 수 없다.그날밤 그가 비를 맞으면서 남원별장에 온 이유는 오직 그녀 때문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었다.그를 본 순간 장소월의 마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지금 그녀는 선택할 자격도 전혀 없었다.“소월아… 너도 알겠지만 난 네가 기쁘게 돌아오는 걸 바랐어. 이번에… 난 절대 너를 놓지 않을 거야.”장소월은 고개를 숙여 서로 잡고 있는 두 사람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바닥에서 땀이 났다. 그녀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장소월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뒤돌아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너 올 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남원별장에서 가져와야 할 중요한 물건이 있으면 내가 오집사한테 가져오라고 할게.”“아니야. 챙길 것도 없어. 여기에 모든 게 다 있잖아. 중요한 물건은 대부분 전에 있던 월세방에 넣어 두었어.”장소월이 다가와서 링거를 맞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았는데, 약간 차가웠다.“춥지 않아? 내가 가서 핫팩 가져올게.”“그냥 나랑 여기 있어.”“그래.”장소월은 대답하고 부드럽게 그의 손을 이불 안에 넣어주었다.“뭐 좀 먹을래? 위가 좋지 않은데 공복에 링거를 맞으면 속이 불편할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도우미였다.“도련님, 소월 아가씨... 뭐 좀 드세요. 사모님이 죽을 가져다 드리라고 하셨어요.”마침 타이밍이 맞았다.장소월이 말했다.“들어와요.”도우미가 문을 열고 들어왔고, 장소월은 도우미가 두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큰 죽 그릇을 들고 왔지만 숟가락과 작은 그릇은 하나밖에 없는 것을 발견했다.“여기 놓으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네, 소월 아가씨, 원하시는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장소월은 도우미에게 핫팩을 하나 더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도우미 대답하고 자리를 떴다.장소월은 직접 그에게 죽을 먹여주었다.그녀는 여전히 전과 똑같이 무슨 일을 하든 그를 자상하게 돌보아 주었다.강영수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넌 분명히 열여덟 살 밖에 안 됐는데 또래 친구들보다 성숙하고 차분해. 조급해하는 것도 없고 무슨 일이 있든 항상 이렇게 침착한 것 같아...”그는 한숨을 쉬고 이어서 말했다. “사실 내 앞에서는 모든 걸 참을 필요 없어. 나한테 화를 내도 돼... 그렇게 하면 네가... 나에게도 관심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강영수가 더 이상 먹지 않는 것을 본 장소월은 죽을 옆으로 치우고 휴지를 꺼내 그의 입을 닦
연예 뉴스 헤드라인.「얼마 전, 관계자는 강한 그룹 대표가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자 장씨 가문의 아가씨가 슬픔 때문에 시험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자퇴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오늘 강한 그룹 대표가 직접 운전해서 장씨 가문 아가씨를 학교에 보내준 것이 포착되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합쳐진 것으로 보인다.--강천 뉴스」김남주는 손에 든 신문을 반으로 찢고 힘껏 구겼다. “가짜야, 모두 다 가짜야. 영수가... 그럴 리 없어! 다른 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어! 강영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야! 네가 좋아해야 할 사람은 나라고!”지난 며칠 동안 김남주는 강천에서 강영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는 며칠만 지나면 그가 예전처럼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녀가 떠나 있을 때 행방을 조금만 알려주기만 하면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녀를 찾으러 온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틀렸다. 강영수는 벌써 5일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김남주는 설명을 듣고 싶어 휴대폰을 들었는데, 그녀가 누른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였다.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김남주는 갑자기 눈이 번뜩이며 테이블 위의 모든 것을 쓸어 던지고 처참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영수야, 넌 평생 나한테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네가 그랬잖아, 우리 평생을 함께할 거라고?이 순간 김남주는 미친 사람 같았다.그녀는 다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전화를 끊자 다른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상대방은 말을 하지 않았다.김남주가 먼저 말했다.“이번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수를 완전히 내 소유로 만들어야겠어요.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렇게 할 거예요.”상대방은 차갑게 말했다.“너의 목숨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 거였어. 그런데 이번엔... 도와줄게. 난 어떤 대가도 필요 없지만 내가 말하는 대로 해줘야겠어...”“좋아요. 약속할게요.”김남주는 조
전연우는 알릴 듯 말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왠지 모르게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기운이 더 차가워진 듯했다.초기에는 광산물 사업에 의존해서 돈을 벌다가 무슨 수단을 썼는지 후에 유전을 얻어서 몸값이 미친 듯이 올랐다. 해외에서 서울로 이민을 온 후 본전만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본전 만으로도 그는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돈을 아무리 써도 재산을 탕진할 리는 없었다.전연우가 말했다.“말로 하는 건 쓸데없어!”황준엽은 한줄기의 희망을 본 듯 전연우 발 옆으로 기어갔다. 그는 지금 일어날 수가 없었다.“토지 소유권 문서를 줄게요. 아니면... 재산 양도 서류도 돼요. 당신이 나를 여기서 꺼내줄 수만 있다면 앞으로 평생 모자라지 않을 돈을 준다고 보증할게요.”“그 조건은 확실히 끌리긴 한데...”전연우는 손에 들고 있던 만년필을 내려놓고 고개를 내려 그를 쳐다봤다.“하지만 난 그렇게 욕심이 많지 않아요. 나는 당신 명의의 모든 유동 자산과 석유 광산 주식의 70 %를 원합니다. 부동산을 포함해서요.”순간 황준엽의 눈이 커졌고 그는 갑자기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이 전씨 놈아! X발, 내가 만만하냐. 네가 뭔데! 넌 내 옆에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개에 불과했어. 내가 남해 땅을 개발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으면 네 프로젝트는 그냥 쓰레기가 될 거였어.”전연우는 화를 내지 않고 무덤덤하게 손수건을 꺼내 몸에 튄 황준엽의 침을 닦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황준엽은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일어났다.“거기 서! 좋아... 동의할게. 그런데 내가 여기서 나가면 날 도와 다시 회사를 일으켜야 해.”전연우는 돌아서서 한 단어를 내뱉었다.“당연하지.”“성은아.”기성은은 걸어 들어와서 손에 든 서류를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모두 세 가지 서류였다.하나에는 회사의 주식 26%, 황준엽이 갖고 있는 나머지 0.1%의 주식이 적혀 있었는데, 이 무식만으로도 연간 배당금이 몇 억은 되기 때
다음 날 아침.신문의 모 구석 모퉁이에 황준엽이 감옥을 탈출하려 독을 먹었다가 그 양을 조절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실렸다.시끌벅적 붐비는 거리에선 회사원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들의 손엔 모두 같은 신문이 쥐어져 있었지만 그 기사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오늘은 금요일이다. 장소월은 평소보다 비교적 늦게 일어나 밖에 나가지 않았다.도우미는 편지함에서 오늘 아침 신문을 가져와 강영수의 습관대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교복을 입고 오렌지 주스를 들고 주방에서 나오던 장소월이 신문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집어 들고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때, 도우미가 말했다.“도련님.”강영수가 소매 단추를 잠그며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길고 곧게 뻗은 모습이 늘 그렇듯 매력적이었다.“학교에 돌아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내가 좋은 과외선생님을 붙여줄게. 집에서 공부해도 똑같아.”“괜찮아. 집에만 박혀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황준엽의 사망 기사를 읽은 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마음의 동요 또한 없었다. 그저 그의 죽음이 조금 의아할 뿐이었다. 그는 예전 호텔에서 강영수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지 않았던가.오늘 신문을 통해 그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강영수가 사람을 시켜 손을 쓴 건가?아니, 그는 전연우가 아니다. 장소월은 곧바로 생각을 떨치려 손을 휘저었다.그녀는 강영수에게 다가가 그의 넥타이핀을 정리해 주었다. 다이아몬드 테두리에 중심에 박혀있는 붉은색 보석, 그리고 가슴팍까지 늘어뜨린 순금 체인까지... 모두 남자의 고귀함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강영수가 장소월의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그의 시선이 탁자 위 신문에 닿자 낯빛이 어두워졌다.“아니야. 오늘 학교에 나가자마자 시험이 있어서 걱정하고 있었을 뿐이야. 성적이 잘 안 나올까 봐 좀 무섭네.”강영수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너무 스트레스
소현아가 손에 딸기 바구니를 들고 연속 장소월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그녀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반가움에 너무 빠르게 달렸는지 앞머리가 바람에 휘날렸다. 장소월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녀를 기다려주었다.“오늘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까부터 계속 기다렸단 말이야. 우리 집에서 심은 딸기를 먹어봐.”장소월이 입을 열려고 한 순간 딸기 하나가 입안으로 들어왔다.“고마워. 맛있네.”소현아는 장소월에게 달라붙어 끊임없이 그녀의 귓가에서 쫑알거렸다. 수업 시간이 끝나기만 하면 곧바로 그녀를 찾아왔다. 소현아는 장소월과 만나는 것 외엔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걸까?장소월은 앞만 보고 길을 걸어갈 뿐, 소현아와 대화를 나눈 적은 극히 드물었다. 그녀는 소현아가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 위험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연우는 이미 소현아로 그녀를 협박한 적이 있다. 때문에 그녀는 감히 그 어떤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장소월은 아무도 자신의 약점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강영수는 그녀가 시야 속에서 사라진 뒤에야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거두었다.“저 여자는 어느 집 아가씨야?”진봉이 대답했다.“소씨 가문입니다.”“어느 소씨 가문?”진봉이 말했다.“저도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요, 노부인께서 목축업 쪽 전문가를 찾아 데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공교롭게도 소월 아가씨의 옆에 계신 친구분의 부친이셨어요.”강영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화가 났음에도 내색하지 못하고 애써 참아내는 소월이의 모습은 처음 봐. 저 친구는 내가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네.”진봉이 말했다.“대표님, 소월 아가씨 친구분의 뒷조사를 해볼까요? 아가씨한테 접근한 목적이 불순한 것일까 봐 걱정됩니다.”“그럴 필요 없어. 소월이도 그 정도 분별은 할 수 있을 거야.”만약 장소월이 정말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까처럼 화를 삼키진 않았을 것이다.또한 요즘 연속 며칠 동안
남천 그룹.대표 사무실에 들어온 기성은은 전연우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옆쪽으로 물러섰다.남자의 길고 가는 눈엔 냉정함이 깊이 배어있었고 온몸에선 얼어붙을 듯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기성은은 핸드폰 너머 백윤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그녀가 당황스러움과 무서움에 울부짖었지만 전연우는 그저 차갑고도 퉁명스럽게 쏘아붙일 뿐이었다.“넌 알 필요 없어.”“연우 오빠, 오빤 변했어요. 난 점점 더 오빠가 무서워져요.”이어 핸드폰에선 통화 연결음만 들려왔다.전연우가 핸드폰을 놓고 몸을 돌렸다.“무슨 일이야?”기성은이 보고했다.“강씨 집안에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전연우는 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손깍지를 껴 무릎에 올려놓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강영수가 정말 뭘 알아낸다면 대표님께서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전연우의 입꼬리가 은은히 올라갔다. 그의 눈동자에선 의미를 알 수 없는 광이 뿜어져 나왔다.“난 도리어 그 자식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걸. 이번 일은 나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까 넌 나가봐.”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학교.함께 식당에서 걸어 나오던 장소월과 소현아는 눈물범벅이 된 채 위층에서 달려내려오는 백윤서와 마주쳤다.그녀는 장소월을 힐끗 보고는 이내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장소월의 눈에 백윤서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들어왔다.전연우와 통화를 한 건가?전연우를 제외하고는 백윤서를 울릴 사람은 없다.소현아가 조심스레 물었다.“윤서 왜 저러는 거야?”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월아, 우유 마셔.”소현아가 호주머니에서 우유 두 병을 꺼내 장소월의 손에 쥐여주었다. 장소월은 도통 거절할 수가 없었다. 소현아는 아예 장소월의 간식 담당이라도 된 것처럼 서랍에 간식거리를 잔뜩 챙겨두었다. 모두 장소월이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장소월이 수업하려 교실에 들어가려고 한 순간 복도 끝 누군가가 그녀를
장소월이 대답했다.“솔직히 해외에 나가는 건 강용한테 나쁘지 않아. 두 사람 사이의 일은 나도 왈가왈부할 수 없어. 강용이 나한테 해준 게 많다는 거 알아. 반드시 천천히 보답해 줄 거야. 그리고 친구로서 나도 강용이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살아 나가길 바라.”“강영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난 너희들과 어울려선 안 돼. 강용에 관해 이야기하면 더더욱 안 되고. 영수는 이미 날 위해 충분히 양보했어. 더 이상 영수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강용이 떠난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난 너희들에게 분명 다시 만날 날이 올 거라는 걸 믿어.”“또한 강용도 그곳에서 잘 지낼 거야.”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생각과 입장이 있다. 누군가는 강용을 쫓아낸 강영수를 지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강영수도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가족과 친구를 필요로 하는 연약한 사람일 뿐이다.모든 인연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다.오부연이 그녀에게 말한 적이 있다. 이제 강영수의 옆엔 그녀 한 사람밖에 없다고 말이다.강용과 심유가 해외로 떠난 그날, 강일주는 분노하며 강영수의 따귀를 때렸다.그 후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렸다.다른 누구도 아닌 강영수의 아버지가 말이다...어쩌면 강용 모자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두 사람에게 더 강한 가족애를 느꼈을지도 모른다.강일주는 강영수 역시 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강영수는 아버지의 아들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강한 그룹도 짊어져야 한다.다른 사람의 눈엔 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차마 쳐다볼 수도 없는 높은 곳에 군림하고 있는 강영수이다.하지만 그들은 강영수 역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강영수도 사람을 필요로 한다.그녀는 여전히 그날 밤 자신의 품속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였던 강영수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조명은 꺼져있었지만 그녀는 강영수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충분히 상상해 낼 수 있었다.“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