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471 - 챕터 480

1265 챕터

제471화

“아니야... 아무것도. 내일 외할머니 보러 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 샀잖아. 갑자기 그게 생각나서 그랬어.”실은 다 샀는데 진씨 일가 사람들이 그 다과 세트를 휴지통에 버렸다.“내가 이미 다 사놨어. 탁자에 있어.”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방안의 탁자를 보았는데 익숙한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이건... 그녀가 낮에 백화점에서 샀던 디저트 쇼핑백인데... 강지혁이 설마 똑같은 거로 산 걸까?“오늘 내가 산 거잖아?”그녀가 나지막이 물었다.“맞아, 거기에 내가 좀 더 보탰어.”“하지만 내가 뭘 샀는지 네가 어떻게 알고...”임유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영상을 봤다 해도 쇼핑백만 나왔을 뿐이니까.“백화점 영수증만 살짝 조회해봐도 누나가 뭘 샀는지 다 알아.”강지혁이 대답했다.임유진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에겐 어려운 일일지 몰라도 강지혁에겐 너무 쉬운 일이었다.“내가 갑자기 소리 질러서 너 방해한 건 아니지?”임유진이 물었다.“방해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강지혁은 그녀의 침대 머리맡에 무릎 꿇고 앉았다.“언제 어디서든 누난 항상 내게 1순위야.”임유진은 그런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 강지혁은 거만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 자세를 낮추며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마치 그녀가 제 머리 위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강지혁은 그녀를 데리고 아래층에 내려와 저녁을 먹었다. 저녁 식사라고 준비했던 음식이 야식으로 돼버렸다. 강지혁은 두 눈이 서서히 짙어지더니 방금 그녀가 잠들었을 때 진기태한테 걸려온 전화가 생각났다.진기태는 그가 임유진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여전히 떠보고 싶었는지 말끝마다 그해 교통사고를 언급했다.그해... 만약 그해의 교통사고가 없었다면 강지혁도 지금처럼 임유진 앞에서 불안할 리 없다! 그는 그녀가 그해의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늘 전전긍긍하고 있다.진씨 일가에서 임유진에게 준 상처는 강지혁이 반드시 돌려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결백도 증명해줄 것이다. 왜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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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뜻밖에도 강지혁이 기사더러 6천만 원짜리 차를 끌고 오게 했다.임유진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평범한 차였으면 좋겠다면서?”그가 말했다.“그건 그렇지. 괜히 비싼 차 타고 갔다가 마을 사람들이 쉬쉬거리면 외할머니가 심란해 하실까 봐 그런 건데, 너 진짜 이 차 타고 가려고?”임유진이 물었다.“왜? 뭐 문제 돼?”강지혁은 히죽 웃었다.“타, 누나.”그녀는 차에 올라탄 후에야 기사 없이 강지혁이 직접 운전한다는 걸 알아챘다.“네가 운전하게?”그녀가 물었다.“응, 어차피 멀지도 않잖아. 누나 졸리면 좀 자. 가는 길 내가 잘 알아.”강지혁은 말하면서 시동을 걸었다.임유진은 그런 그의 모습에 입술을 앙다물었다. 직접 운전해 가려면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리는데 지칠 강지혁을 위해 그녀가 운전을 바꿔줄 수도 없다. 운전면허증이 취소되어 앞으로 영원히 차를 못 만지니까.그녀는 평생 운전 금지였다!하지만 언젠가 사건을 뒤집고 결백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녀가 잃었던 것들도 전부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증, 변호사 자격증, 기타 등등...뭐 물론 어떤 것들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예를 들자면 그녀의 열정과 천진난만함, 한때 매사에 포부 넘치고 이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기대가 가득한 나날들, 제딴에는 훈훈할 것만 같은 가족애, 그리고 젊은 날의 모든 추억까지...임유진은 인제 28살이다. 아직 서른이 안 됐지만 마음이 늙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만약 강지혁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어쩌면 진짜 다 늙어가는 노인처럼 색바랜 마음을 안고 그렇게 늙어가고 죽었을 것이다.하지만 강지혁을 본 순간 닳았던 마음이 새로운 활기라도 얻은 것처럼 삶에 대한 어떠한 희망이라는 게 생겨났다.한때 그녀는 출소 후 가장 불행한 일이 강지혁을 만나고 그에게 속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이 또한 그녀의 행운이었다.강지혁만이 그녀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줬으니까.그의 사랑을 받는 건 그녀에게 너무나도 좋은 일인 듯싶다.임유진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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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임유진이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왜?”“이따가 나 뭐라고 소개할지 생각 다 했어?”강지혁이 물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당연히 남자친구라고 해야지.”강지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들어가자.”차에서 내린 임유진은 문 앞에 다가가 노크했고 잠시 후 셋째 이모가 문 열어주러 나왔다.임유진을 본 이모는 음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유진이네, 이게 얼마 만이야! 어머, 이번엔 친구까지 데려왔어!”셋째 이모는 말하면서 밖을 힐긋 내다봤는데 문 앞에 세운 평범한 세단을 확인하곤 야유 섞인 눈빛으로 돌변했다.전에 다들 외조카 딸이 부자에게 들러붙었다고 떠들어댔다. 어쨌거나 그날 한 남자가 기세등등하게 나타나 임유진을 박성호의 집에서 구해냈으니까!하지만 지금 저기 세운 차를 보니 고급 차는 아닌 듯싶었다. 고급 차의 로고는 그녀도 적잖게 알고 있으니 강지혁이 타고 온 차는 그저 평범한 차인 것 같았다.그래도 얼굴은 그럭저럭 잘생겼는데 남자가 잘생겨서 무슨 소용일까? 자칫하면 기생오라비일지도 모른다!또한 이 남자는 조카딸이 감방을 다녀온 것도 아직 모를 수 있다!“네.”임유진이 대답했다.“외할머니 보러 왔어요. 잘 계시죠 외할머니?”큰 외삼촌과 둘째 외삼촌, 셋째 이모가 돌아가면서 외할머니를 돌보고 있고 오늘 마침 셋째 이모 차례가 됐다.“그럼, 아주 잘 지내. 지금 방에서 쉬고 계셔.”셋째 이모가 말하는 동안 세 사람은 나란히 집 안 거실로 들어갔다.셋째 이모네 딸 배여진이 한창 거실에서 군것질하며 TV를 보다가 임유진이 들어오자 잔소리를 퍼부으려고 몸을 기울였는데 그녀 뒤에 서 있는 강지혁을 본 순간 흠칫 놀라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임유진이 강지혁에게 말했다.“여기 잠시 앉아있을래? 나 방에 가서 외할머니 뵙고 올게.”“그래.”강지혁이 대답하곤 흔쾌히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그의 행동은 전혀 어색하거나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임유진이 외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자 배여진은 대놓고 강지혁을 아래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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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할머니 다 뵈었어?”강지혁이 물었다.“쉬고 계셔서 먼저 나왔어.”임유진이 대답했다.이때 배여진이 차 두 잔을 두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유진아, 차 마셔.”임유진의 눈가에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에 올 땐 단 한 번도 차를 내준 적이 없으니까.“유진아, 함께 오신 분 우리한테 소개해줘야지.”셋째 이모가 입을 열었는데 말투가 살짝 비아냥거리는 말투였다.“이쪽은 ‘지혁’이고요, 내 남자친구예요.”임유진은 일부러 강지혁의 성을 공개하지 않았다. 괜히 친척들이 그의 신분을 알고 무슨 소란이라도 피울까 봐.그녀는 단지 외할머니가 노후를 잘 보내시길 바랄 뿐이다.“남자친구?”배여진이 비명을 질렀다.“말도 안 돼!”그녀는 마치 임유진이 가당치도 않은 농담이라도 한 것처럼 혀를 내둘렀다.강지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배여진을 싸늘하게 쳐다봤다.순간 배여진은 살얼음장이라도 들어간 듯 온몸에 한기가 일고 심지어 내뱉는 숨조차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뭐 문제 되나요?”강지혁이 느긋하게 물었다.배여진은 가식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답했다.“아... 아니요. 저는 단지 유진이가 감방에 갔었고 이제 막 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니 너무 빨라서 그런 거예요...”그녀의 말 속에 담긴 뜻은 너무 명확했다. 임유진이 감방에 다녀온 일을 작정하고 끄집어내려는 것이다.임유진이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는 건 상대가 절대 감방에 다녀왔다는 그녀의 과거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배여진은 굳게 믿었다.이런 꼼수를 임유진이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감방 다녀온 일을 지적당하고도 전혀 난처하지 않은 적은 그녀도 이번이 처음이었다.아마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강지혁이라 그런 듯싶다. 그는 임유진에 대한 모든 일을 알고 있으니까.강지혁은 배여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더 짙어졌고 얼굴에 분노가 살짝 스쳤지만 곧장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게 왜요? 난 유진이가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랐어요. 내 마음을 받아줘서 며칠이나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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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이 남자는 다른 사람들이 임유진의 험담을 한 글자도 못 말하게 할 기세였다.배여진은 질투가 활활 타올랐다. 왜 임유진은 이렇게 잘생긴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게다가 감옥 다녀온 일도 마다하지 않는데 정작 본인은 일찌감치 결혼했지만 상대가 고작 대장장이였다.그해 시집가면서 적어도 남편이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예물도 그럴싸하게 줬지만 해가 갈수록 불만이 점점 커졌다.전에 배여진과 함께 어울리던 여자들은 죄다 큰 도시에서 잘 지내고 있고 판검사에게 시집가서 듣기만 해도 신분 상승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녀의 남편은 고작 대장장이다.몇 년 동안 그녀는 이런 생각에 빠져있었다. 애초에 너무 일찍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도시 남자에게 시집가진 않았을까? 적어도 대기업 다니는 회사원쯤은 만날 수 있을 텐데!“어머, 이분이 바로 유진의 남자친구분이셨어.”옆에 있던 셋째 이모가 덥석 끼어들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너 이번엔 소중히 여겨야 해. 지난번에 뭐랬더라, 돈 많고 능력 좋은 남자를 만났다고 했나? 그런 사람이 왜 너 같은 여자를 만나겠어. 그거 다 한순간의 신선감 때문이지. 이봐, 그새 차였잖아.”강지혁이 미간을 구기며 임유진을 바라봤다.“돈 많고 능력 좋은 남자라니? 누굴 말하는 거야?”“...”임유진은 이모가 강지혁을 말하는 거라고 대충 짐작이 갔다. 저번에 그가 위풍당당하게 마을로 찾아와 그녀를 구했으니까.다만 그땐 큰 외삼촌, 둘째 외삼촌, 셋째 이모까지 전부 박성호의 집에서 나오지 않아 강지혁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아니나 다를까 셋째 이모가 친절한 척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유진이가 여기서 지낼 때 돈 많고 능력 좋은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을 거느리고 우리 집에 찾아와 얘를 데려간 거예요. 타고 온 차들도 전부 고급 차였어요. 그때 유진이가 얼마나 걱정되던지, 돈 많고 능력 좋은 남자가 유진이를 갖고 노는 걸 수도 있는데 얘가 무작정 빠져버리면 어떡하나 엄청 걱정했어요. 다행히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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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배여진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지혁은 대놓고 그녀에게 벽을 쳤으니까!이를 쭉 지켜보던 셋째 이모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임유진에게 투덜거렸다.“유진아, 여진이가 좋은 뜻으로 한 말인데 네 남자친구 너무 거리 두는 거 아니야? 손님으로 오셨는데 우리가 임금처럼 높이 떠받들어야 해?”임유진이 담담하게 말했다.“내 남자친구는 낯가림이 심해서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해요.”셋째 이모와 배여진은 하마터면 제 침에 사레 걸릴 뻔했다.낯가림이 심하다고?!이 남자가 어딜 봐서 낯가림이 심하단 거지?한편 이때 강지혁이 두 모녀를 힐긋 쳐다보자 둘은 순간 겁에 질려 몸을 움찔거렸다.셋째 이모는 입을 비죽거렸지만 아무 말 없었고 배여진이 뻔뻔스럽게 둘이 언제 어디서 만났고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 집요하게 캐물었다. 심지어 강지혁의 신분, 직장, 집안 조건 등등 꼬치꼬치 따져 물었지만 임유진이 얼렁뚱땅 흘려넘겼다.배여진은 반나절이나 물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은 하나도 얻지 못했다. 다만 강지혁이 바로 앞에 있어 감히 발광하진 못하고 억지웃음을 지을 뿐이었다.“넌 지금 무슨 일 해?”“작은 식당에서 배달 일 하고 있어.”임유진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일말의 열등감도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하지만 듣는 이의 입장에선 그녀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한때 변호사로 만인의 부러움을 자아내던 임유진이 한낱 배달 일을 하고 있다니, 이건 환경미화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그럼 네 남자친구는... 음, 지혁 씨는 다른 직장 알아봐 주지 않았어?”배여진이 물으면서 임유진 옆에 앉은 강지혁을 힐긋 쳐다봤는데 그는 한창 임유진의 손을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강지혁의 길고 새하얀 손가락은 더할 나위 없이 예뻤는데 임유진의 손가락을 쓰다듬는 제스처가 너무 자상했다. 배여진은 그가 어루만지는 손이 본인 손이면 얼마나 좋겠냐는 망상에 빠질 지경이었다!“난 지금 하는 일에 엄청 만족해.”임유진이 대답했다. 유미 언니와 식당의 다른 직원들도 그녀를 잘해주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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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엄마도 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유진이가 오늘 남자친구까지 데려왔는데 우리가 어딜 감히 괴롭히겠어요. 지금 얘 남자친구를 깍듯이 모셔도 모자랄 판이라고요.”셋째 이모가 비아냥거렸다.한편 외할머니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남자친구? 우리 유진이 남자친구 생겼어? 어서 이 할미한테도 보여줘야지!”“네, 지금 바로 데려올게요.”임유진이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셋째 이모는 언짢은 듯이 말했다.“엄마, 아직 기뻐하긴 일러요. 유진의 남자친구는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사기꾼일지도 모른다고요!”어찌 됐든 셋째 이모는 조카딸 유진이가 훌륭한 남자친구를 찾아서 제 딸보다 더 잘나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됐다! 유진이는 신중해서 남들 한두 마디에 쉽게 넘어갈 애가 아니야.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아서 판단해!”외할머니가 말했다.셋째 이모는 입술을 비죽거렸다. 임유진이 강지혁을 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자 외할머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이분이 바로 유진의 남자친구야?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임유진이 막 소개하려 할 때 강지혁이 선뜻 입을 열었다.“강지혁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지혁이라고 불러주세요 할머니.”강지혁은 웃어른을 향한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이 모습에 임유진은 흠칫 놀랐다. 평상시에 그가 이런 말투로 누군가와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극히 드물었으니까.“그래, 반가워 지혁아.”외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유진이는 착한 아이야. 다만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앞으로 잘 좀 부탁할게.”“네, 할머니. 유진이는 제 평생 하나뿐인 여자입니다. 유진이 말곤 절대 다른 사람 선택하지 않아요.”강지혁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임유진은 얼굴이 빨개지고 강지혁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눈치를 줬다.그런데 외할머니의 이어진 말이 더 직설적이었다.“그럼 우리 유진이랑 결혼할 생각이야?”외할머니는 이 질문을 건넬 때 탁한 두 눈이 갑자기 예리해졌다. 마치 강지혁을 훤히 꿰뚫어 볼 것처럼 말이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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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강지혁은 허리 숙여 그녀에게 바짝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일러?”“...”임유진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외할머니는 한숨을 내쉬곤 외손녀의 손을 잡아당겼다.“이르긴 뭐가 일러. 이 할미는 하루빨리 우리 유진이 시집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단 말이야.”임유진은 흠칫 놀랐다. 할머니가 손을 어루만진 순간 그녀는 할머니가 전보다 훨씬 야위고 뼈밖에 안 남아 손이 앙상해진 걸 발견했다.뼈 위에 얇은 가죽을 한 층 씌운 것처럼 살결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외할머니는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늙으셨다.임유진은 가슴이 찡하고 속상한 표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났다.“어머, 왜 또 속상한 표정이야?”외할머니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네가 지금 잘 지내고 또 이렇게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도 있으니 이 할미는 한시름 놓인단다. 이젠 저세상으로 가도 네 어미 볼 낯이 있겠구나.”“할머니, 그런 말 하지 말아요!”임유진이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그녀는 외할머니가 이렇게 떠나는 게 너무 두려웠다. 인제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외할머니뿐이니까!“그래, 그래, 안 말할게. 몇 년은 더 살아야지. 그래야 우리 유진이 결혼하고 애 낳는 모습도 볼 수 있지.”외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임유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할머니께 드리려고 사 온 다과 세트를 꺼내 공손히 권했다.세 사람은 얘기를 더 나눴고 외할머니는 강지혁의 집안 상황을 물었다. 강지혁에겐 할아버지 한 분만 계시고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그가 어릴 때 매정하게 그를 버렸다.“지혁이랑 우리 유진의 경력이 꽤 비슷하네. 얘도 엄마가 돌아가고 내 옆에서 한동안 지냈었어.”외할머니는 말씀하시다가 문득 뭔가 떠오른 듯싶었다.“나 여기 유진의 어릴 때 사진도 있는데 한 번 볼래?”“네.”강지혁이 바로 대답했다.임유진은 쑥스러운 듯이 할머니께 응석을 부렸다.“할머니!”“어서 그 앨범 꺼내와.”외할머니가 임유진에게 분부했다.강지혁과 외할머니의 따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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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그래? 참 다행이야, 서로 달라서.”강지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딴 여자가 임유진의 얼굴을 하는 것은 원치 않으니까.그래도 어릴 때 서로 닮은 것은... 나름대로 좋은 일이었다.강지혁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자 긴 속눈썹이 짙은 눈동자를 가렸다. 순간 눈가에 스친 생각과 계략도 그대로 가려졌다......강지혁과 임유진은 남아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외할아버지 노준태가 돌아왔는데 임유진한테도 쌀쌀맞으니 강지혁에겐 더 싸늘할 따름이었다.임유진은 외할아버지의 태도에 이미 적응했지만 강지혁까지 그렇게 대하니 못내 걱정스러웠다.강지혁의 신분에 누군가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리는 없으니까.한편 강지혁은 그녀에게 미소 지으며 마치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걱정하지 말라고 눈빛으로 암시했다.이에 임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밥 먹을 때 외할머니는 매우 즐거워하시며 입맛도 평소보다 좋아지셨다.다만 옆에서 밥 먹던 배여진이 참지 못하고 비난 조로 말을 내뱉었다.“아 참, 할아버지 모르셨죠? 유진이가 이젠 환경위생과에서 나와 배달 일을 하고 있대요. 배달이 좀 힘들긴 해도 부지런히 일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을걸요.”“배달이 자랑이야?!”노준태가 시큰둥하게 말했다.“수년간 공부하더니 결국 배달 일을 해?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임유진은 사색이 되었고 외할머니가 그녀를 위해 앞장서줬다.“이 영감탱이가 못하는 말이 없어! 유진이는 지금 자력갱생하고 있어요. 남의 것을 훔치고 뺏은 것도 아닌데 뭐가 낯부끄러워요?!”“진작 이럴 거면 그땐 뭣 하러 오랜 시간 공부했어! 차라리 여진이처럼 일찌감치 나와서 돈이나 벌지.”노준태가 쏘아붙였고 배여진이 한마디 덧붙였다.“유진아, 난 네가 좀 더 분발해서 가족들 체면을 세워줄 줄 알았는데 법을 배운 사람이 음주운전이라는 치명적인 범죄를 저지를 거라곤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앞으론 더는 그러지 마. 저번에 감방 다녀온 일로 우리 집안이 마을에서 체면이 다 깎였단 말이야.”외할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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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그래, 그래. 우리 유진이가 제일 효도하네.”외할머니는 웃으며 대답했다.효도? 임유진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만약 진짜 효도한다면 외할머니를 집으로 모셔가서 직접 보살펴줘야 한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강지혁의 집에서 지내기에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보살펴주려면 사전에 강지혁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할머니만 괜찮으시다면 유진이더러 할머니를 S 시로 모시고 가서 보살펴드리게 할게요.”이때 불쑥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화들짝 놀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곤 예상치도 못한 듯싶었다.외할머니도 흠칫 놀라더니 웃으며 대답했다.“성의만 받을게. 난 여기서 지내는 거에 이미 적응됐어. 게다가 아들, 딸도 있는데 외손녀가 보살펴주면 사람들이 뭐라 해. 나중에 몸이 좀 나아지면 그때 다시 너희들 보러 S 시로 갈게.”외할머니는 고개 돌려 임유진에게도 말했다.“이만 가보거라. 늦기 전에 S 시에 도착해야지.”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다음에 또 뵈러 올게요.”외할머니와 작별인사를 마친 후 임유진과 강지혁은 차를 타고 시동을 걸어 서서히 외할머니 집에서 멀어져갔다. 임유진은 백미러로 줄곧 제자리에 서 계시는 할머니를 바라봤다. 할머니는 차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 임유진은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오늘 외할머니를 뵈러 왔지만 할머니는 예전보다 확연히 늙은 모습이었다. 큰 병을 앓고 난 후 비록 다 회복했지만 할머니의 몸은 전보다 많이 못 해졌다.노인들은 원기를 회복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한 듯싶다.“외할머니 걱정되면 내가 방법을 생각해볼게. 사람 시켜서 할머니를 S 시로 모셔올 수도 있어.”강지혁의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임유진은 묵묵히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야. 외할머니는 집에 머물면서 잘 쉬면 몸이 빨리 나아지실 거야.”삼촌, 이모들이 얼마나 효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체면은 꼭 지켜야 한다.마을 사람들과 거의 다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삼촌, 이모들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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