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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할머니 다 뵈었어?”

강지혁이 물었다.

“쉬고 계셔서 먼저 나왔어.”

임유진이 대답했다.

이때 배여진이 차 두 잔을 두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

“유진아, 차 마셔.”

임유진의 눈가에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에 올 땐 단 한 번도 차를 내준 적이 없으니까.

“유진아, 함께 오신 분 우리한테 소개해줘야지.”

셋째 이모가 입을 열었는데 말투가 살짝 비아냥거리는 말투였다.

“이쪽은 ‘지혁’이고요, 내 남자친구예요.”

임유진은 일부러 강지혁의 성을 공개하지 않았다. 괜히 친척들이 그의 신분을 알고 무슨 소란이라도 피울까 봐.

그녀는 단지 외할머니가 노후를 잘 보내시길 바랄 뿐이다.

“남자친구?”

배여진이 비명을 질렀다.

“말도 안 돼!”

그녀는 마치 임유진이 가당치도 않은 농담이라도 한 것처럼 혀를 내둘렀다.

강지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배여진을 싸늘하게 쳐다봤다.

순간 배여진은 살얼음장이라도 들어간 듯 온몸에 한기가 일고 심지어 내뱉는 숨조차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뭐 문제 되나요?”

강지혁이 느긋하게 물었다.

배여진은 가식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답했다.

“아... 아니요. 저는 단지 유진이가 감방에 갔었고 이제 막 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니 너무 빨라서 그런 거예요...”

그녀의 말 속에 담긴 뜻은 너무 명확했다. 임유진이 감방에 다녀온 일을 작정하고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임유진이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는 건 상대가 절대 감방에 다녀왔다는 그녀의 과거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배여진은 굳게 믿었다.

이런 꼼수를 임유진이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감방 다녀온 일을 지적당하고도 전혀 난처하지 않은 적은 그녀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강지혁이라 그런 듯싶다. 그는 임유진에 대한 모든 일을 알고 있으니까.

강지혁은 배여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더 짙어졌고 얼굴에 분노가 살짝 스쳤지만 곧장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게 왜요? 난 유진이가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랐어요. 내 마음을 받아줘서 며칠이나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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