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271 - 챕터 280

1267 챕터

제271화

그녀는 코가 시큰거리더니 멈췄던 눈물이 또다시 흐르기 시작했다."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 누나."강지혁이 그녀의 눈가를 어루만져주었다. ‘누나’라는 한 단어가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고통과 슬픔을 모두 무장 해제시켜버렸다.임유진은 더는 참지 못하고 아이처럼 울어버렸다. 이렇게 소리 내어 울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소리 내어 운다고 한들, 눈물을 많이 흘린다고 한들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자신뿐이었고 눈물은 값어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가 ‘누나’라고 부르자 갑자기 엄마 생각이 떠올랐고 한 번도 자신을 ‘누나’라고 부른 적 없는 남동생도 떠올랐다.그때 엄마와 남동생이 임유진 곁을 떠나지만 않았으면 그녀가 이렇게까지 외롭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녀도 진정한 가족이 생길 수 있었을까?임유진의 울음에 강지혁이 깜짝 놀랐다. 아까 입술을 깨물고 소리 내 울지도 못하는 그녀를 바라볼 때는 마음이 아팠는데 큰 소리로 울고 있는 그녀를 보니 이제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그녀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며 강지혁은 마치 신경 하나하나가 다 마비된 사람처럼 그저 굳어 있을 뿐이었다.강지혁은 자신의 엄마가 자신과 아버지를 버리고 떠났을 때도, 아버지가 눈이 펑펑 내리던 곳에서 얼어 죽었을 때도 그저 가엽다는 느낌만 들었을 뿐 이러한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큰 소리로 우는 그녀를 앞에 두고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가 더는 고통 속에서 허덕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몸은 얼어붙은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이때 임유진이 강지혁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물은 강지혁의 옷을 다 적셔버렸고 그의 심장까지 흘러드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 강지혁이 서서히 얼어붙은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주었다.임유진이 이렇게도 고통스럽고 슬프다면 울어도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안 된다. 그녀의 이런 약해진 모습은 자신만 봐야 한다.임유진을 향한 강지혁의 소유욕은 날이 갈수록 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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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한지영이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그는 아마도...."혹시 강지혁 씨?""네."한지영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강지혁은 짧게 대답하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지영이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핸드폰을 바라보다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유진이는 왜 잠들어 있고 왜 강지혁 씨가 전화를 받은 거지? 설마 지금 둘이 같이 있다는 거야?’‘그리고 집에 없으면 어디 있다는 건데?’한지영의 시선이 핸드폰에서 다시 방문을 향했다.‘설마... 유진이가 지금 강지혁 씨와 같이 살고 있는 건가? 진짜?’한편, 전화 통화를 끊은 강지혁은 품 안에서 곱게 잠이 든 여자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가는 길 그녀가 추워하기라도 할까 봐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녀한테 덮어주었다.저택으로 들어가는 길, 사용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유진이라는 아가씨가 강씨 집안에 들어올 정도로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강 대표가 이렇게까지 한 여성을 보물 다루듯이 다루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들 역시 행여 품에 안긴 여자가 깨기라도 할까 봐 입도 뻥긋하지 않고 그저 두 사람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집사인 한 씨 아저씨는 어릴 때부터 돌봐왔던 작은 도련님이 한 여성한테 이렇게 지극정성인 모습을 보고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애당초 강지혁의 아버지가 강지혁의 어머니를 집에 들였을 때도 역시 똑같이 아껴주고 또 아껴주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는가? 목숨까지 잃어버리지 않았는가.때로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한테 지나치게 감정을 쏟아부으면 그건 독이 되어 결국에는 비극으로 끝난다.작은 도련님도 큰 도련님처럼 자신의 모든 감정을 다 저 아가씨한테 쏟아붓는 건 아닌지... 자신이 지켜본 바로는 작은 도련님은 그 진씨 가문 아가씨한테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한 씨 아저씨는 작은 도련님이 감정적으로 기댈 수 있는 분을 찾았으면 좋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 여성을 너무 많이 사랑하게 되어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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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안돼... 안돼!엄마랑 내 동생 돌려줘!임유진이 힘껏 소리쳤지만,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이때, 핸드폰 벨 소리가 들렸고 천천히 그녀를 이 악몽에서 꺼내주었다.임유진이 천천히 눈을 뜨자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깼어?"아직 비몽사몽인 상태였지만 남자의 잘생긴 얼굴만은 확실히 보였다. 그리고 남자의 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따스함이 흘러나왔다."응..."그녀는 아직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그럼 전화부터 받아."강지혁이 핸드폰을 그녀의 귓가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이니? 유진아, 일어났어?"한지영의 목소리에 임유진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지영아!""그래, 너 지금 어디야? 강지혁 씨랑 같이 있는 거야? 어젯밤에 전화했을 때도 강지혁 씨가 받더니 지금도 또 그 사람이 전화를 받았네."두 번의 전화 모두 강지혁이 받았기 때문에 한지영도 미칠 노릇이었다."어젯밤에도 전화했었어?"임유진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그래, 어제 전화했더니 너 자고 있대.""대체 어떻게 된 거야? 둘이 같이 사는 거야? 지금 대체 무슨 상황인 건데?"한지영은 참아왔던 궁금증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그에 임유진이 입술을 깨물고 그녀를 위해 핸드폰을 쥐고 있는 강지혁을 보며 말했다."얘기하자면 좀 길어... 다음에 만나면 그때 다 말해줄게. 그보다 너 무슨 일 있어?""그게 말이지. 내가 어쩌다 발견하게 됐는데, 당시 사건의 증인이었던 사람이 지금 해성시에 있어. 그래서 너한테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전화한 거야."한지영의 말에 임유진이 잠깐 멈칫하더니 다급하게 말했다."알겠어. 그럼... 너 언제 시간 돼? 우리 만나자.""그럼 나 오늘 퇴근하고 볼까?"한지영이 말을 이었다."너 오늘 환경위생과로 출근해? 내가 퇴근하고 데리러 갈까?""아니야, 계속 만나던 곳으로 와. 거기서 보자.""그래, 알았어."통화가 끝나고 임유진이 몸을 일으키려 양 손바닥으로 침대를 짚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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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그 앨범은 그녀의 추억이 가득 담긴 물건이었다.강지혁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앨범 하나 때문에 목숨도 잃은 뻔한 거 알아? 어제는 운이 좋아서 손에 화상만 입은 정도였지, 만약 불길이 더 커졌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은 해봤어?""그 앨범 나한테 엄청 소중한 거야!"임유진이 말했다."그게 누나 손보다 중요해? 그깟 앨범 하나 지키겠다고 평생 손 못 쓰고 싶어?"강지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중요해. 내 두 손이 다 타버릴지라도 난 그게 더 소중해."임유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한테 있어서 그 앨범은 그리움이고 일종의 집착이었다. 또한, 유일하게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물건이고 자신의 행복했던 시절을 담아 둔 물건이었다.임유진의 대답에 강지혁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갔다. 그녀가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지 않는 거에 화가 났고 그녀보다 더 그녀의 몸을 걱정하는 자신한테도 화가 났다.그녀는 자신의 손이 불구가 돼도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몸에 생채기 하나라도 나는 것이 싫었다."내 앨범은?"임유진이 고집스럽게 물었고 강지혁이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서랍에서 앨범을 꺼내 그녀한테 넘겨주었다.임유진은 그제야 안심이 됐고 조심스럽게 앨범을 한 장 한 장 보고는 눈시울이 붉어졌다.불길로 인해 절반 정도가 타버린 사진도 있었지만 타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는 사진들도 있었다.그녀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고통을 삼키는 듯했다. 앨범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인 듯 보였다.앨범을 덮은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뭐?""나 병원에 데려다줘서 고마워. 그리고 어젯밤에는 내가... 너무 감정적이었지."어젯밤 일을 기억해 낸 임유진이 머쓱해하며 말했다. 그냥 운 것도 아니고 강지혁의 품에서 엉엉 울었으니."이제부터 그런 감정적인 모습은 내 앞에서만 보이는 거로 해."강지혁이 몸을 숙여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에 가까웠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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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그 누구도 누나 함부로 해고 못 해."강지혁이 확신의 찬 말투로 말했다."일단 손부터 다 낫고 말해. 그 손을 하고 제대로 바닥이나 쓸 수 있을 것 같아?"임유진이 고개를 떨구며 침묵했다. 강지혁의 말처럼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손 다 나으면 그때는 뭘 하든 마음대로 해."그리고는 또 뭔가 생각이 난 듯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오늘 한지영 씨하고 만나기로 했었나? 손도 불편한데 날짜 바꾸는 게 어때?"강지혁을 오래 알고 있었던 사람이 이 말을 들었으면 아주 많이 경악했을 것이다. S 시에서 제일 속을 모르겠는 남자가 여인이 상처 하나에 이렇게까지 신경 쓸 줄은 그 누구도 몰랐으니까. 만약 임유진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강지혁 앞에서 곧 죽을 듯이 숨을 헐떡거려도 관심 같은 건 받지 못했을 것이다."아니, 오늘 만나야 해."임유진이 확고하게 대답했다."지영이가 당시 사건의 증인에 관한 소식을 알고 있대. 그래서 만나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봐야 해."임유진은 이때 강지혁 얼굴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살짝 주먹을 쥔 손 역시."증인이라고?""응.""자세한 건 지영이한테 물어봐야 알 수 있어.""지금 혼자서 사건을 다시 파헤치겠다는 말이야?"강지혁이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물었다."내가 말했지. 그 사건은 내가 알아볼 수 있다고. 누나가 이렇게 힘들게 혼자서 애쓸 필요 없어.""하지만 누나가 사건을 다시 알아본다고 해도 차 사고를 낸 진범은 찾을 수 없는 거 아니야? 누가 나한테 누명을 씌웠는지도 모른 채 단지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내 죄를 없앤다고 해도 진범을 찾지 않는 이상 나는 사람들 눈에 여전히 살인자일 뿐이야.""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게 중요해?"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리자 임유진이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이었다면 사람들 시선 따위는 신경도 안 썼을 거야. 하지만 살인죄는... 아니야. 꼭 진실을 밝혀내서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해."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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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사진 속의 임유진은 조그마한 손에 통통한 볼살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까지 상당히 귀여웠다. 강지혁은 자신이 어린애의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마음이 풀어질 줄은 몰랐다. 사진 속에 그녀를 봐도 이렇게 사랑이 피어오르는데 만약 이 모습 이대로 눈앞에 있었으면 아마 물고 빨고 했을 것이다.임유진의 어린 시절이라 이렇게 귀엽다고 느끼는 걸까? 다른 아이들을 봤을 때는 이런 느낌 같은 건 없었는데 말이다.강지혁이 한 장 한 장 사진을 꺼내 보니 처음에는 두 사람이 찍혀있던 사진들이 점점 한 사람으로 바뀌었다. 사진 속의 그녀는 엄마랑 같이 있을 때보다 한두 살 정도 많아 보였던 것 같다.혼자 찍은 사진은 엄마와 같이 찍은 사진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다.임유진은 이 사진들을 보며 추억에 젖어있었다."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랑 사진 찍는 걸 엄청 좋아했는데, 돌아가신 뒤로는 사진이 점점 줄었어."가끔 사진을 찍긴 했었지만 언제나 혼자였다. 마치 아빠가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도 여전히 섞여 들지 못하는 것처럼.그때 강지혁의 눈길이 한 사진에 멈추었고 그 사진을 꺼내려는 손도 멈췄다."왜 그래?"임유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이 사진..."강지혁이 잠깐 멈칫하고는 말했다."이때 몇 살이었어?"임유진이 사진을 보니 거기에는 꽃무늬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가 울타리 앞에 서 있었고 그 뒤로는 우거진 숲이 보였다. 사진을 본 임유진이 마치 추억이 되살아 나는 듯 말했다."아마 8살 9살 이쯤이었을 거야. 내가 이 꽃무늬 치마를 엄청 좋아했는데. 당시에는 엄청 비싸서 집 사정이 괜찮은 아이들만 입을 수 있는 거였어. 당연히 나도 할머니한테는 말도 못 꺼냈고. 그런데 할머니가 글쎄 내가 저 치마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돈을 모아서 나한테 사주셨어."그녀는 외할머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당시 이 치마를 사기까지 할머니가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지도 깨달았다. 그때 당시에는 아마 주변 모든 사람이 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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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아파? 왜 아팠는데?"강지혁이 살짝은 긴장한 듯 물었다."그냥 열이 좀 났었어. 며칠은 꼼짝을 못 하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다시 회복이 됐지 뭐. 아끼던 치마를 더는 못 입게 된 게 아쉬웠을 뿐이야."그녀가 아쉬운 듯 말을 했지만, 당시 외할머니가 속상해하는 자신을 보며 반에서 1등하고 오면 다시 예쁜 치마를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단지 1등을 했을 때 그녀는 이미 외할머니 곁을 떠나 아빠 곁으로 가버렸을 뿐. 하지만 떠날 때 할머니가 몰래 그녀의 가방에 치마를 집어넣었다.임유진이 한창 옛 추억에 빠져 있을 때 강지혁의 손이 그녀의 이마로 다가왔다. 그에 그녀가 깜짝 놀라 물었다."나... 나 지금 열 안 나는데.""알아."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부터 사고 싶은 치마 있으면 내가 다 사줄게."그의 말에 임유진이 심장이 콩닥하고 뛰었다."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치마는 무슨."그녀는 강지혁을 바라보면 심장이 멋대로 뛰어서 눈을 애써 피하고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래?"강지혁이 손을 내리고는 남은 사진까지 다 꺼낸 다음 꽃무늬 치마를 입은 사진을 손에 들었다."그럼 이 사진은 누나가 나한테 선물로 주는 게 어때?"강지혁은 그녀의 의사를 묻는 듯하면서 이미 손은 사진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었다."그 사진으로 뭐하게?"그녀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귀여워서 소장 좀 하려고."전에 둘이 같이 살았을 때는 뛰어노는 아이들한테 관심도 없던 사람이 왜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은 이렇게 소중히 다루는지 모르겠는 임유진이었다."하지만 그 치마 입고 찍은 사진은 나도 그거 하나라."그녀한테도 추억이 많은 사진이고 더군다나 외할머니가 선물해 준 치마였기에 강지혁의 말에 상당히 난감했다."잘됐네."강지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럼 더 가치 있는 사진이네.""..."그녀는 어이가 없었다."다른 사진으로 하면 안 돼?"그녀가 다른 사진을 보여 주며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아니, 난, 이 사진이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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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강지혁이라면 귀여운 사람 같은 건 수도 없이 봤을 텐데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이 그의 소장 욕구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인가?강지혁에 대한 의문이 아직 가시질 않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역시 한지영과 만나는 일이었다. 그녀가 외출하려고 하자 강지혁이 기사님을 붙여줬다. 몇 번의 경험으로 한번 정한 일은 다시 번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임유진은 강지혁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기사님한테 목적지를 말해줬다. 덕분에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반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임유진은 패스트 푸드점에 자리를 잡고 마실 것을 주문한 다음 한지영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친구를 기다리며 유리창을 통해 배달원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배달... 전과가 있는 그녀를 받아주기만 한다면 배달 일을 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지금 있는 환경위생과는 자신이 만약 연차를 쓰게 되면 서미옥 씨가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 결국에는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치게 된다. 그리고 거기는 고정 수입이기에 현재 할머니의 치료비의 1/4이나 부담해야 하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턱없이 모자란 돈이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한지영의 목소리에 임유진이 얼른 고개를 뒤로 돌려 친구의 얼굴을 확인했다."그냥, 배달 일이나 해볼까 하고."그러자 한지영이 깜짝 놀라 말했다."뭐? 배달일이 얼마나 힘든데, 클레임이 좀 들어오는 줄 알아? 그리고 여성 배달원은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배달원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치지는 않잖아."임유진이 말을 이었다."잘하든 못하든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잖아. 환경위생과처럼 내가 휴가를 내면 다른 사람이 내 몫까지 해줘야 하지도 않고.""그건 그래."한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맞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도착했어? 연차 쓴 거야?"임유진이 퇴근 시간이 자신보다 늦다는 걸 아주 잘 알았기에 웬일인지 먼저 도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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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손은 괜찮아? 많이 아파?"한지영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괜찮아.""붕대로 감아서 심각해 보이는 것뿐이야.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이제 물건도 집을 수 있어."한지영이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는 듯 주문하러 갔다.두 사람은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눴고 임유진은 그제야 한지영이 그 증인을 어떻게 찾을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한지영의 직장 동료가 회사 동료들 대화방에 한 개의 동영상을 올렸는데 한지영이 그 동영상을 보고 당시 사건의 증인을 알아본 것이었다.그 남자는 직장 동료의 친척의 딸의 새 남편이었고 현재 해성시에 거주하고 있었다. 한지영이 직장 동료에게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이름을 물었더니 이름까지는 모르고 성이 ‘갈’이였다고 했다.특이한 성에서 한지영은 거의 확신을 했지만, 혹시 몰라 임유진한테도 해당 동영상을 보여주었다.해당 동영상은 신혼 방 집들이하는 영상이었는데 모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임유진은 영상 중에서 새신랑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이윽고 발견한 새신랑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주위 사람들의 환호 속에 신부와 행복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임유진은 영상을 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느꼈다.임유진은 아직도 당시 이 남성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법정에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냉정한 얼굴로 임유진을 가리키며 그녀가 술을 마셨다고 했고 거기에 더해 자신도 옆에서 말리려고 시도했었지만 임유진이 고집을 피우며 차를 몰아 자리를 떴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임유진과 이 남자는 그저 같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있었고 이 남자가 마침 자신의 옆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것뿐이었다.그녀는 지금까지 왜 이 남자가 법정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가 이렇게 증언하라고 시킨 걸까? 자신한테 누명을 씌우려고?하지만 증인과 임유진 사이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었기에 판사는 증인의 말을 믿어주었다. 또한, 이러한 증인이 이 사람뿐이 아니었으니…"이 사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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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차 안의 남자는 꽤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고 소년과 남자 그사이의 모호한 얼굴을 하고 있어 지금 여자아이들이 보면 환장할 아이돌 같은 얼굴이었다. 마치 방금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달까.그런 남자가 지금 그녀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화를 내는 듯했다.‘화를 내고 있다고?’임유진이 의아함에 다시 한번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 봐도 역시 그가 지금 화가 나 있는 상대는 우리 쪽의..."유진아, 내 말 듣고 있어?!"한지영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임유진이 고개를 다시 홱 하고 돌렸다."미안, 뭐라고 했지?"임유진이 한지영을 보며 물었다."네 손 완치되려면 얼마나 걸리냐고.""일주일 정도 걸린대, 그 뒤로는 피부가 점점 회복되길 기다리면 되는 거고."임유진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한번 뒤를 돌아 그 남자 쪽을 바라봤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뭘 보는 거야?"한지영이 임유진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도로에 뭐 있어?""아니야."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잘못 본 건가? 그래, 그럴 거야. 이쪽을 보고 화를 낸 것 같기는 했지만 그게 우리를 향한 건지는 모르는 거잖아.’"참, 너 이제 강지혁 씨랑 같이 사는 거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임유진의 전화를 두 번이나 다 강지혁이 받은 걸 의문스럽게 여긴 한지영이 드디어 내내 궁금했던 걸 물었다."뭐... 그렇지.""그래서... 동거라고?"임유진의 확실치 않은 답변에 한지영이 확실하게 물었다.‘동거’라는 두 글자에 임유진이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뿜을 뻔했다."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잠시 같이 사는 것뿐이야. 나 손 다 나으면 그때는 다시 나올 수 있을 거야."임유진이 얼른 해명했다."나올 수 있다고?"그 말에 한지영이 얼굴을 찌푸렸다."그럼 지금은 강제로 같이 살고 있다는 거야?"지금 생각해 보면 임유진이 고통스럽게 옥살이를 하게 된 것도 거의 절반 이상이 강지혁 때문이었고, 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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