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261 - 챕터 270

1267 챕터

제261화

세 사람이 커피를 주문하자 한세리는 일부러 임유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임유진이 지금 하는 일이 어떠냐고 물었다. 사실 임유진이 지금 얼마나 비참하게 지내는지 더 듣고 싶었을 뿐이고 강지혁이 이것을 들은 후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기도 했다.그러나 강지현은 아무렇지 않은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듯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유진아, 사무실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서 일을 찾아보는 게 어때? 사무실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청소한다고 해도, 네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것보다 낫잖아.”한세리는 착한 척 말했다.임유진은 눈을 들었지만 한세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난 일자리를 바꿀 생각이 없어.”“그래?”한세리는 입을 삐죽거렸다.“사무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면, 월급을 환경미화원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정말 생각 없어?”“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 안다고 생각해.”임유진의 말투도 점점 차가워졌다.한세리는 또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하용준에게 끌려갔고, 마침 웨이터가 커피를 들고나와 화제가 일단락되었다.“자, 이 커피는 비싼 커피예요, 따뜻할 때 더 맛있어요.”한세리가 말했다.강지혁은 자세를 바로잡고 우아하게 커피를 들고 향기를 맡으며 한 모금 마셨다.한세리는 눈앞의 남자를 보며 그가 아이돌 스타처럼 느껴졌고, 커피 한 잔 마시는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고 생각했다.“강지혁 씨, 유진이와는 어떻게 만났어요?”한세리가 궁금해서 물었다.“눈이 올 때 그녀가 먼저 찾아와 말을 걸어와 알게 됐어요.”강지혁이 웃으며 대답했다.‘겨우 이렇게?! 이건 너무 쉬운 거 같은데!’“그렇다면 유진이가 먼저 강지혁 씨를 좋아한 거네요?”한세리가 또 물었다.강지혁은 고개를 숙인 채 밀크티를 마시고 있는 임유진을 힐끗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렇죠.”임유진은 밀크티를 뿜을 뻔했다. 그럴 리가!하지만 이때 한세리가 스스로 그녀와 강지혁의 관계를 오해한 거니, 임유진도 뭐라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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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임유진은 움찔하더니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물결이 출렁이는 듯한 강지혁의 눈빛을 바라보았다.그러자 한세리는 얼굴빛이 변하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지혁 씨 몰라봤는데…… 유진이를 정말 사랑하네요. 그럼 결혼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그녀가 시집가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결혼해야죠.”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심장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강지혁을 쳐다보았다.“그럴 리가요?!”한세리가 불쑥 말했다.강지혁은 시큰둥하게 한세리를 힐끗 보았다.“안 될 게 뭐가 있어요?”강지혁의 눈빛이 하도 서늘하여 한세리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자, 가자, 유진아.”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고 일어섰고 임유진도 아무 말 없이 강지혁을 따라 떠났다.하용준은 한세리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세리야, 너 방금 네 친구가 감옥에 있었다는 얘기를 왜 꺼냈어? 강지혁 씨가 알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만약 몰랐다면, 오히려 그 두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겠어? 심지어 헤어질 수도 있었을 거야.”그녀는 일부러 그런 거다! 한세리는 이를 갈며 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남겨진 강지혁의 커피잔을 본 그녀는 그제야 이렇게 비싼 커피를 그가 단지 한 모금 마셨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흥, 남자친구가 허울뿐인 것 같아, 커피 한 모금만 마시고 안 마셨어. 아마 평소에 좋은 커피는 전혀 안 마시나 봐. 이렇게 좋은 커피도 즐기지 못하는 걸 보면.”한세리는 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추측이 옳다고 생각했다.여자가 감옥에 가는 것을 개의치 않고 환경미화원과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면, 아마 찌질이일 뿐이고, 취할 수 있는 점은 얼굴만 잘생겼다는 것 같았다.“세리야, 너도 그런 말 하지 마.”하용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여자친구가 친구 얘기를 그렇게 하는 것에 못마땅했다.한세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웨이터를 불러 계산을 하려 했지만 웨이터의 한마디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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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하지만 내가 한 말은 모두 마음에 두는 게 좋을 거야.”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멍해졌다. 그의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마음에 두라니…… 그가 전에 한 말들이라면…….그녀가 결혼하고 싶어 하면 그는 결혼하련다는 그 말, 그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까?두 사람이 차에 오를 때까지 임유진의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으로 뒤엉켜 있었다. 차가 강 씨 저택에 도착하자 그녀는 강지혁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집으로 들어가려던 그의 발걸음을 갑자기 멈췄다.“참, 나 배가 고파본 적이 없는 건 아니야.”강지혁이 말했다.“나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고플 때가 있었어.”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시신이 화장된 후 홀로 아버지의 유골함을 들고 작고 허름한 방에 계속 있을 때, 그는 몹시 배가 고팠다……. 배고파서 온몸에 힘이 거의 없어졌는데 그때 죽음과 스쳐 가는 것 같았다.결국 이웃이 와서 문을 두드려 먹을 것을 주고 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임유진은 멍해져서, 의외라는 듯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 말을 할 때의 담담한 말투는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옛날 그가 ‘혁'이었을 때 그녀에게 말했던 어린 시절의 일이 떠올랐다.그의 어머니는 그와 그의 아버지를 두고 가셨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눈밭에서 죽었다…… 그러고 보면 강 씨 가문에 들어가기 전에 강지혁도 사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늘어뜨린 자신의 두 손을 살며시 모았다. 아까…… 그가 마지막 말을 할 때, 그녀는 심지어 예전처럼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를 위로하고 싶었다.하지만 곧, 그녀는 그가 ‘혁이'가 아니라, 강지혁이며, 그녀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임 씨 저택, 임유라는 촬영장에서 받은 억울함을 부모에게 하소연하고 있다.“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언니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하다니, 언니는 분명히 강지혁을 알면서도 우리에게 말도 하지 않고, 일부러 그런 거예요. 그냥 내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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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임유진은 자신이 좋은 것을 얻지 못하니, 우리가 좋은 것을 얻는 게 싫은 거예요!”방미령이 화를 내며 말했다.“만약 유진이가 유라와 현수의 일을 망친다면, 내가 유진이를 혼내줄 거예요!”임정호가 입을 열었다.“무슨 오해가 있는 것 아니야?”어쨌거나 임유진도 그의 딸이고, 그에게 있어서 어떤 딸이 강현수와 함께하든지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중요한 건, 강현수의 장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무슨 오해가 있겠어요! 유진이가 주제를 모르는 거지!”방미령이 말했다.“아니면, 강지혁과 사귀면서 왜 또 강현수를 건드릴 수 있겠어요? 감옥살이했던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진지하게 대해줄까? 그냥 노는 거예요.”방미령은 의붓딸을 헐뜯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의붓딸이 정말 친딸의 좋은 인연을 뺏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유라는 달라요. 유라는 맑고 깨끗해요. 지금도 강현수의 진짜 여자친구인데, 장차 여배우가 되어 강 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방미령은 임유라가 당장 유명배우나 되고 강 씨 사모님이 된 듯 말했다.임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내가 유진이에게 집에 한번 오라고 해서 얘기해볼게. 유진이와 강현수가 거리를 두게 하여, 유라의 좋은 일을 망치지 않게 하지 뭐.”임유라와 방미령은 서로를 쳐다보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고마워요, 아빠.”임유라는 말하고 나서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언니가 듣지 않으면 어떡하죠?”“나는 유진이의 아빠야. 유진이의 성이 아직 임 씨라면 내 말을 들어야 해.”임정호는 꿋꿋한 모습으로 말했다.고개를 살짝 숙인 임유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임유진은 저녁에 아버지 임정호의 전화를 받았다.“유진아, 너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았구나. 돌아와서 네 어머니의 묘지 옮기는 일을 상의해 보는 게 좋겠어.”임정호가 말했다.“묘지를 옮긴 다고요?”임유진은 멍해졌다.“그래, 네 엄마는 처음에 남의 마을에 있는 묘지에 묻혔어. 그런데 지금은 그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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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그녀가 몸을 돌렸을 때, 강지혁은 어느새 두 방 사이에 있는 문에 기대어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하고 있었다.“누구 전화야?”그가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아버지.”임유진이 대답했다.“내일 저녁에 집에 갈 거니까 운전기사에 나 데리러 오지 말라고 해.”강지혁은 뭔가 고민하는 듯한 눈빛을 지었다.“내가 같이 가줄까?”그녀는 오히려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함께 돌아간다고? 그는 어떤 신분으로 그녀와 함께 돌아가려는 거지? 게다가 그녀는 돌아가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일을 처리해야 한다.“아니야, 나 혼자 가면 돼.”임유진이 말했다.“늦었어, 자고 싶어.”다시 말해 그가 가야 한다는 얘기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허리를 숙이더니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감았다.“이렇게 나를 거절할 거야?”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면 내가 뭘 해야 누나가 나한테 예전처럼 대할 수 있을까?”그는 숨을 내쉬며 그녀의 얼굴에 따뜻한 입김을 내뿜었다.그녀가 예전처럼 그를 향해 부드럽게 웃고, 부드럽게 말해주며, 두 눈에는 온통 그의 모습으로 가득 차, 그들이 진정으로 서로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예전처럼?’임유진은 어리둥절했다.“예전의 넌 ‘혁이’였잖아.”그녀가 중얼거렸다.“그럼 난 이제 ‘혁이'가 될게. 누나 한 사람만의 ‘혁이'말이야.”강지혁이 말했다.그녀의 심장은 갑자기 심하게 뛰었다.그녀 혼자만의 ‘혁이'가 가능할까?그녀는 분명히 그를 두려워해야 하는데, 그의 말을 들었을 때 왜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는 걸까.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대고 말했다.“나는 이런 말을 누나한테만 했는데 누나는 나를 ‘혁이'로 생각하면 안 돼?”그녀와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살 수 있는 ‘혁이’로……————임유진은 밤새 거의 자지 못한 채 강지혁의 말만 머릿속에 되뇌고 있었다.그녀 혼자만의 ‘혁이’라니? 설마 그들 남매 게임을 아직 충분히 하지 못했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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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임유진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을 안다면, 환경위생소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심지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엑스트라까지 할 수 있을까?“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미 다 지나간 일이에요.”임유진은 말을 얼버무리고 있었다.“하지만 미옥 언니, 난 엑스트라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 일은 앞으로 안 할 거예요. 이수호 씨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요. 저 좀 이따 그룹채팅방에서 나갈게요.”어쨌든, 어제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은 많은 사람이 봤다. 연예계라는 이런 그룹에서 많은 사람이 오다가다 마주치게 될 텐데, 만약 그녀가 다시 엑스트라로 나간다면 어색하기만 할 뿐이니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다만 수입을 올릴 방법이 하나 부족하다는 것이 오히려 좀 아쉬웠다. 다른 수단을 취해서 수입을 좀 늘릴 수 있는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구나.”서미옥도 임유진이 어제 일에 대해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더는 묻지는 않았다.“그럼 나중에 내가 이수호 씨에게 얘기할게. 하지만 너 그룹채팅방에서 나가기 전에 이수호 씨에게 따로 인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알았어요.”임유진이 대답했다.마음속으로 또 돈 버는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지영이에게서 빌린 돈을 빨리 갚아야 하고, 외할머니 쪽의 병원비도 나중에 늘어나게 되면 그녀에게는 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될 것이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고 싶었다.예전에는 좋은 책을 읽고 훗날 지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육체노동으로 돈을 벌고 있다. 이전에 그렇게 여러 해 동안 배운 각종 지식, 심지어 외운 각종 법률 조문은 그녀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다.이것도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퇴근길에 임유진은 환경위생업소 인근 노점으로 가서 간단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이 도시락은 강 씨 저택 셰프가 만든 저녁 식사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그녀는 이 도시락을 먹으며 아무런 부담이나 구속을 느끼지 않았다.강씨 저택에서 강지혁과 함께 밥을 먹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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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자, 먼저 앉아.”임정호가 말했다.임유진은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엄마의 묘를 어디로 옮기려 해요?”“그건 급하지 않아.”임정호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면 먼저 너와 네 여동생의 관해 얘기하자. 오늘 아빠는 너희 둘을 화해시키고 싶어. 예전과 상관없이 너희들은 여전히 자매잖아, 언니인 네가 동생을 많이 보호해야 한다.”임유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전 우리 엄마 무덤을 어디로 옮길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임유진은 언짢았다.“아니, 이 일은 이따가 다시 얘기하고 너와 네 여동생에 대해 먼저 얘기하자.”“언니, 예전에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내가 사과할게.”임유라는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다.하지만 임유진은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임유라가 지금 그럴수록 더 문제가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되니 말이다.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임정호의 말에 임유진은 임유라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자, 너희들은 친자매인데 남자 때문에 싸우면 안 되지.”임정호가 큰딸에게 말했다.“유진아, 강현수는 네 여동생의 남자친구야, 너네 여동생의 인연을 망쳐서는 안 돼.그리고 지금 강지혁과 가까운 사이잖아? 그럼 더더욱 네 여동생과 강수현 사이에 끼어들지 말았어야 했어.”임유진은 문득 깨달았다. 이것이야말로 중요한 거겠지.“쟤와 강수현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관심 없어요. 다만 어머니의 묘를 어디로 옮길지 알고 싶어요.”임유진은 질문을 되풀이했다.“싫어? 설마 정말 임유라와 강수현 사이에 끼어들고 싶은 거야? 잘 들어, 만약 네가 감히 유라의 인연을 망친다면, 평생 네 어머니의 무덤을 만들 생각도 하지 마!”임유진은 차갑게 자신의 아버지를 쳐다보았다.“원하느냐 마느냐는 내 말 한마디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에요. 만약 강수현이 정말로 쟤를 좋아한다면, 아무도 빼앗을 수 없을 거예요. 만약 강수현이 쟤에게 처음부터 진지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붙잡을 수 없을 거예요!”“무슨 소리야!”옆에 있는 방미령이 화를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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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너는 입만 열면 네 엄마인데, 네 여동생은 안중에도 없어? 좋아, 정말 네 엄마의 좋은 딸이야!”임정호는 화가 나서 곧장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이윽고 앨범 한 권을 꺼냈다.임유진은 경직됐다. 이 앨범은…… 어머니의 앨범이다. 그중에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도 많다!임정호는 라이터를 꺼내 앨범에 불을 붙였다.“너 여동생을 이렇게 볼 수 없다면, 이 앨범을 줄 필요도 없어. 너의 어머니도 너 같은 딸을 원하지 않을 거야!”앨범이 불타오르자 임정호는 타일 바닥에 불붙은 앨범을 그대로 내던졌다.임유진은 거의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서 두 소매를 걷고 필사적으로 그 타오르는 불꽃을 내리쳤다.‘태우면 안 돼, 안 돼!’이것은 어머니가 그녀에게 준 추억이고! 그녀의 그리움이기에 이렇게 태우면 안 된다.임유진은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비명을 지르는지조차 몰랐다. 그녀는 단지 두 손으로 타오르는 불꽃을 계속 내리칠 뿐, 심지어 불이 손을 데었는데도 개의치 않고 필사적으로 불을 끄려고 했다.미친 사람처럼 말이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임정호, 방미령과 임유라는 깜짝 놀랐다.마침내, 불이 꺼졌을 때, 임유진은 너덜너덜해진 앨범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얼굴이 온통 눈물투성이 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비틀거리며 앨범을 품에 안은 채 눈을 들어 아버지라고 불러야 할 사람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던 아내의 유품까지도…… 이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다니,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녀의 어머니가 전혀 없었다.사랑이란 시간이 흐르면 그리움도 남지 않는 법이다.청초하고 우아한 얼굴에는 눈물에 젖은 낭패로 가득 찼지만 예쁜 두 눈은 차갑게 임정호를 바라보았다.임정호는 딸의 눈빛에 조금 놀랐지만, 억지로 체면을 세워 한마디 했다.“너…… 누가 아버지를 그렇게 보라고 했어. 이 앨범을 내가 태우고 싶으면 태우는 거야!”임유진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고 더 차가워진 눈빛으로 말했다.“엄마가 지금 살아 계셨다면, 분명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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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만약 임유진 얼굴을 태웠다면, 그녀에게도 걱정을 덜었을 것이다. 적어도 강현수가 얼굴을 망가뜨린 여자를 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아쉽다!————임유진은 자신이 어떻게 계단을 내려갔는지 몰랐다. 자신의 걸음 하나하나가 마치 온 힘을 다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앨범을 움켜쥔 두 손은 감정이 북받쳐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이 앨범을 뒤지고 안에 있는 사진들이 얼마나 타버렸는지 볼 용기조차 없었다.이것들은 모두 그녀의 추억이고 그녀와 어머니의 추억이다!그녀가 비틀거리며 동네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그림자 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그 초조한 목소리는 숨길 수 없는 걱정으로 그녀의 머리 위로 울려 퍼졌다.“왜 그래?”그녀는 자신이 마치 그림자에 휩싸인 것처럼 느껴졌다. 곧 상대방이 두 팔로 흔들리는 그녀의 몸을 지탱했다.‘누가, 누가 그러는 거지?’임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지극히 아름다운 눈이었다. 마치 예쁜 복숭아꽃처럼,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 칠흑 같은 눈동자는 마치 흑요석처럼 그렇게도 투명했지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누나 왜 그래?”그는 긴 눈썹을 찌푸리고, 그녀의 눈물 자국을 보며 마음이 무엇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혁아…….”그녀가 중얼거리며 이 이름을 불렀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부르지 않았을까?겨우 한 달 남짓인데 벌써 오래된 것 같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단지 혁이만 있는 것 같았다. 한때 그녀와 함께 의지하며 살았던 혁이, 서로 기대로 따뜻하게 해줄 수 있던 혁이다.그의 표정이 갑자기 멍해진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여기 있어.”“혁아, 나…… 나 너무 힘들어…….”그녀는 지쳐서 걸을 힘도 없고 울 힘도 없어졌다.그는 허리를 숙여 갑자기 그녀를 안아 들고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한 차 옆을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마치 얌전한 인형처럼 그의 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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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없이 조용했는데, 마치 그녀만의 세계에 빠진 것 같았다. 의사가 그녀의 손에 들고 있던 앨범을 빼내려고 할 때, 그녀는 문득 정신이 든 듯, 두 손을 꼭 잡아당겼다.“안돼요!”“가져가려는 게 아니라 손의 상처를 보고 싶었을 뿐이야.”강지혁이 유유히 말했다.“누나, 이거 이리 줘. 의사한테 손의 상처를 잘 검사하라고 하자, 알았지?”누나라는 이 한마디에 마침내 그녀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혁…… 아.”그녀가 중얼거렸다.“나야.”그가 대답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그녀의 입술이 떨렸고, 겨우 그친 눈물이 또 한 번 쏟아졌다.“다 탔어. 엄마랑 함께했던 앨범이 다 타버렸어.”그녀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고, 곱게 말아 올린 속눈썹은 움직일 때마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는 듯했다.강지혁은 멍하니 있었다. 이 반쯤 검게 그을린 앨범…… 이것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의 앨범인 건가?그들이 함께 생활한 그 시간 동안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깨달았다.그제야 의사는 마침내 임유진의 두 손을 볼 수 있었다. 상처를 살피던 의사는 곧 화상을 입은 부분을 처리하고 상처 표면을 깨끗이 씻은 다음 붕대를 감았다.그녀의 손등에 난 지난번 멍이 아직 낫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상처가 덧나 양손의 손끝을 모두 가제로 감쌌다.그 과정에서 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치 아픔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강지혁은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꺼내 임유진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울지 마…….”그녀의 눈물은 그를 괴롭히고 그를 어쩔 수 없게 만들었다. 설령 그가 S 시를 뒤엎을 수 있다고 해도,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앨범에 대해서는, 그가 아무리 많은 돈을 써서라도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의 눈물을 닦는 것뿐이었다…….“화상을 입긴 했지만 다행히 심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양손에 물이 묻히면 안 되고 하루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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