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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없이 조용했는데, 마치 그녀만의 세계에 빠진 것 같았다. 의사가 그녀의 손에 들고 있던 앨범을 빼내려고 할 때, 그녀는 문득 정신이 든 듯, 두 손을 꼭 잡아당겼다.

“안돼요!”

“가져가려는 게 아니라 손의 상처를 보고 싶었을 뿐이야.”

강지혁이 유유히 말했다.

“누나, 이거 이리 줘. 의사한테 손의 상처를 잘 검사하라고 하자, 알았지?”

누나라는 이 한마디에 마침내 그녀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혁…… 아.”

그녀가 중얼거렸다.

“나야.”

그가 대답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

그녀의 입술이 떨렸고, 겨우 그친 눈물이 또 한 번 쏟아졌다.

“다 탔어. 엄마랑 함께했던 앨범이 다 타버렸어.”

그녀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고, 곱게 말아 올린 속눈썹은 움직일 때마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는 듯했다.

강지혁은 멍하니 있었다. 이 반쯤 검게 그을린 앨범…… 이것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의 앨범인 건가?

그들이 함께 생활한 그 시간 동안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깨달았다.

그제야 의사는 마침내 임유진의 두 손을 볼 수 있었다. 상처를 살피던 의사는 곧 화상을 입은 부분을 처리하고 상처 표면을 깨끗이 씻은 다음 붕대를 감았다.

그녀의 손등에 난 지난번 멍이 아직 낫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상처가 덧나 양손의 손끝을 모두 가제로 감쌌다.

그 과정에서 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치 아픔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

강지혁은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꺼내 임유진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울지 마…….”

그녀의 눈물은 그를 괴롭히고 그를 어쩔 수 없게 만들었다. 설령 그가 S 시를 뒤엎을 수 있다고 해도,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앨범에 대해서는, 그가 아무리 많은 돈을 써서라도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의 눈물을 닦는 것뿐이었다…….

“화상을 입긴 했지만 다행히 심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양손에 물이 묻히면 안 되고 하루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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