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이라면 귀여운 사람 같은 건 수도 없이 봤을 텐데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이 그의 소장 욕구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인가?강지혁에 대한 의문이 아직 가시질 않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역시 한지영과 만나는 일이었다. 그녀가 외출하려고 하자 강지혁이 기사님을 붙여줬다. 몇 번의 경험으로 한번 정한 일은 다시 번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임유진은 강지혁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기사님한테 목적지를 말해줬다. 덕분에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반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임유진은 패스트 푸드점에 자리를 잡고 마실 것을 주문한 다음 한지영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친구를 기다리며 유리창을 통해 배달원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배달... 전과가 있는 그녀를 받아주기만 한다면 배달 일을 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지금 있는 환경위생과는 자신이 만약 연차를 쓰게 되면 서미옥 씨가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 결국에는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치게 된다. 그리고 거기는 고정 수입이기에 현재 할머니의 치료비의 1/4이나 부담해야 하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턱없이 모자란 돈이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한지영의 목소리에 임유진이 얼른 고개를 뒤로 돌려 친구의 얼굴을 확인했다."그냥, 배달 일이나 해볼까 하고."그러자 한지영이 깜짝 놀라 말했다."뭐? 배달일이 얼마나 힘든데, 클레임이 좀 들어오는 줄 알아? 그리고 여성 배달원은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배달원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치지는 않잖아."임유진이 말을 이었다."잘하든 못하든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잖아. 환경위생과처럼 내가 휴가를 내면 다른 사람이 내 몫까지 해줘야 하지도 않고.""그건 그래."한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맞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도착했어? 연차 쓴 거야?"임유진이 퇴근 시간이 자신보다 늦다는 걸 아주 잘 알았기에 웬일인지 먼저 도착해
"손은 괜찮아? 많이 아파?"한지영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괜찮아.""붕대로 감아서 심각해 보이는 것뿐이야.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이제 물건도 집을 수 있어."한지영이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는 듯 주문하러 갔다.두 사람은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눴고 임유진은 그제야 한지영이 그 증인을 어떻게 찾을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한지영의 직장 동료가 회사 동료들 대화방에 한 개의 동영상을 올렸는데 한지영이 그 동영상을 보고 당시 사건의 증인을 알아본 것이었다.그 남자는 직장 동료의 친척의 딸의 새 남편이었고 현재 해성시에 거주하고 있었다. 한지영이 직장 동료에게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이름을 물었더니 이름까지는 모르고 성이 ‘갈’이였다고 했다.특이한 성에서 한지영은 거의 확신을 했지만, 혹시 몰라 임유진한테도 해당 동영상을 보여주었다.해당 동영상은 신혼 방 집들이하는 영상이었는데 모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임유진은 영상 중에서 새신랑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이윽고 발견한 새신랑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주위 사람들의 환호 속에 신부와 행복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임유진은 영상을 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느꼈다.임유진은 아직도 당시 이 남성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법정에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냉정한 얼굴로 임유진을 가리키며 그녀가 술을 마셨다고 했고 거기에 더해 자신도 옆에서 말리려고 시도했었지만 임유진이 고집을 피우며 차를 몰아 자리를 떴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임유진과 이 남자는 그저 같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있었고 이 남자가 마침 자신의 옆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것뿐이었다.그녀는 지금까지 왜 이 남자가 법정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가 이렇게 증언하라고 시킨 걸까? 자신한테 누명을 씌우려고?하지만 증인과 임유진 사이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었기에 판사는 증인의 말을 믿어주었다. 또한, 이러한 증인이 이 사람뿐이 아니었으니…"이 사람 맞아?"
차 안의 남자는 꽤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고 소년과 남자 그사이의 모호한 얼굴을 하고 있어 지금 여자아이들이 보면 환장할 아이돌 같은 얼굴이었다. 마치 방금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달까.그런 남자가 지금 그녀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화를 내는 듯했다.‘화를 내고 있다고?’임유진이 의아함에 다시 한번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 봐도 역시 그가 지금 화가 나 있는 상대는 우리 쪽의..."유진아, 내 말 듣고 있어?!"한지영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임유진이 고개를 다시 홱 하고 돌렸다."미안, 뭐라고 했지?"임유진이 한지영을 보며 물었다."네 손 완치되려면 얼마나 걸리냐고.""일주일 정도 걸린대, 그 뒤로는 피부가 점점 회복되길 기다리면 되는 거고."임유진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한번 뒤를 돌아 그 남자 쪽을 바라봤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뭘 보는 거야?"한지영이 임유진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도로에 뭐 있어?""아니야."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잘못 본 건가? 그래, 그럴 거야. 이쪽을 보고 화를 낸 것 같기는 했지만 그게 우리를 향한 건지는 모르는 거잖아.’"참, 너 이제 강지혁 씨랑 같이 사는 거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임유진의 전화를 두 번이나 다 강지혁이 받은 걸 의문스럽게 여긴 한지영이 드디어 내내 궁금했던 걸 물었다."뭐... 그렇지.""그래서... 동거라고?"임유진의 확실치 않은 답변에 한지영이 확실하게 물었다.‘동거’라는 두 글자에 임유진이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뿜을 뻔했다."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잠시 같이 사는 것뿐이야. 나 손 다 나으면 그때는 다시 나올 수 있을 거야."임유진이 얼른 해명했다."나올 수 있다고?"그 말에 한지영이 얼굴을 찌푸렸다."그럼 지금은 강제로 같이 살고 있다는 거야?"지금 생각해 보면 임유진이 고통스럽게 옥살이를 하게 된 것도 거의 절반 이상이 강지혁 때문이었고, 심지어
이 반응은 분명히 뭔가 있다는 생각에 임유진이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한지영을 바라봤다."누구 있는 거지?""뭐..."한지영이 쑥스러운 듯 웃었다."딱 한 명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긴 했었는데 얼굴이 너무 어려 보여서 그 남자랑 같이 있으면 내가 꼭 돈으로 어린애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아름다운 만난 정도였지 뭐...""..."돈으로 어린애를 사는 것 같다는 말에 임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한지영도 이제 고작 27살인데 누가 누구한테 어리다고 하는 건지."많이 어려?""뭐…. 좀 어려."그녀가 어깨를 한 번 들썩였다."그때 해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그 뒤로... 아, 됐어. 그 사람은 아마 지금 나 같은 건 잊어버린 지 오래일 거야."‘그렇게 잘생긴 남자 주위에는 예쁘고 어린 여자들이 차고 넘치겠는데 고작 며칠 알고 지낸 나 같은 걸 기억할 리가 없잖아.’한지영은 그때를 회상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만남이 있었다는 거에 만족했다.임유진은 한지영의 입에서 해외라는 단어가 나오자 얼굴이 삽시에 어두워졌다. 한지영이 해외로 나간 건 딱 한 번뿐이었고 임유진의 일이 터지기 전에 해외에서 더 공부하고 싶다는 일념에 학교 쪽에 면접 신청을 보냈었다.하지만 한지영이 출국하고 곧바로 임유진의 일이 터졌고 그에 한지영은 면접을 포기한 채 서둘러 귀국했었다.임유진은 돌이켜 보면 모두 자신 때문에 한지영이 공부할 기회도 잃었고 그로 인해 한지영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지영의 부모님이 아까워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친구인 나도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아까워 미칠 것 같으니까.임유진의 표정을 본 한지영은 바로 그녀가 또 자신이 해외로 가서 공부하지 못하게 된 것이 그녀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괜한 생각 하지 마. 내가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된 건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리고 나 성적도 너무 좋은 편이 아니어서 면접을 봤다고 해도 통과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였어.
그 말에 강지혁이 그녀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내가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해?"임유진이 그의 눈빛에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실소를 터트렸다. 강지혁의 말대로 그가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의 눈빛에 자신은 왜 그렇게 긴장했지?"나 먼저 올라갈게."임유진이 피하든 그를 지나쳤다. 하지만 이제 막 두 걸음 정도 걸었을까? 강지혁이 갑자기 그녀의 팔을 끌어당기더니 이내 그녀를 자신의 품속에 끌어안았다."난 누나가 무죄라는 말 믿어."강지혁이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하지만 누나 혼자 뭔가를 알아내려 한다는 건 불가능해. 벌써 3년이나 지난 사건이야. 지금 뭔가 찾는다고 해도 누나가 원하는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아?"그 말에 임유진이 맑은 눈동자로 강지혁을 보며 옅게 웃었다."너 같이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 사람조차도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난 왜 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언젠가는 꼭 내 결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을까?"그녀의 웃는 얼굴이 그에게는 햇살처럼 눈 부셨고 가슴 한구석은 찔리기라도 한 듯 아프기 시작했다. 강지혁이 그렇게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내가 도와준다고 하면? 누나가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준다고 하면?"임유진이 갑자기 돌변한 그의 태도에 어리둥절했다."만약 내가 누나한테 네가 원하는 진실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계속 내 옆에서 나만 바라봐달라고 하면 누나는 어떻게 할 거야?"강지혁의 숨결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임유진의 심장이 현재 전례 없이 두근거리고 있었다.임유진이 만약 저 제안을 수락한다면 그동안 무겁게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던 죄를 씻고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결백은 그녀의 자유를 대가로, 아니 그녀의 몸을 대가로 쟁취한 것이 된다. 이런 게 과연 그녀가 정말로 원하는 것일까?그녀도 이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라 제안을 수락하면 어
"누나가 그 여자애가 맞든 아니든 너는 평생 내 곁에만 있어야 해, 다른 사람은 안 돼."강지혁이 사진을 노려보며 차갑게 읊조렸다. 그의 말에는 짙은 소유욕이 묻어 있었고 그녀를 쥔 손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일종의 다짐과도 같았다....호화로운 클럽 룸 안, 임유라는 현재 온 힘을 다해 강현수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놓인 상황으로 봐서는 강현수한테 기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임유라가 룸에 들어서서부터 강현수는 줄곧 임유진에 대해서만 질문했다. 그녀의 어릴 적은 어땠는지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등과 같은 임유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게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모두 물어보고 있다.‘뭐야 이게! 여자친구는 나잖아!’임유라는 속으로 엄청 짜증이 났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지으며 사이좋은 자매인 것처럼 그녀의 기억 속 임유진의 얘기를 늘어놓았다. 기억을 회상한다고 해도 생활 속의 작은 일이 전부였지만 강현수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임유라의 얘기를 경청했다.이윽고 임유진의 어릴 적 얘기를 일단락하고 임유라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현수 씨, 전에 일은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원래 하기로 했었던… 조연 자리도 지금은 없고, 다들 뒤에서 내 흉만 보고 있어요. 당신 전 여자친구는 모두 잘나가는 사람들뿐이었다고, 다 내가 제일 못났다고 그런단 말이에요..."강현수가 어디 계속해 보라는 듯 임유라를 바라보고 있었다.임유라는 자신의 연기가 이 남자 앞에서는 막히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야만 했다."나도 당신 옆자리에 어울릴 수 있는 여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말인데... 나한테 배역 하나만 주면 안 돼요? 나 진짜 잘할 수 있어요. 이번에는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을게요."임유라가 사정하듯 말했다."그래요? 어떤 배역이 하고 싶은데요?"강현수가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유명한 감독이 연출한 영화나 드라마면 다 괜찮지!’임유라가 자신의 주제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겸손하
"그럼 계속 당신 언니 얘기를 해볼까요?"강현수가 나지막이 속삭였다."네? 이러고... 말하라고요?"임유라가 황당해하며 물었다."네, 이러고 하세요."강현수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임유라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자신의 기억 속의 임유진 얘기를 하며 마음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임유진은 그저 일개 환경미화원일 뿐인데, 심지어 전과도 있는데!’‘아무리 얼굴이 예쁘다고 한들 어떻게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나보다 3년이나 옥살이를 하다 나온 임유진한테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냐고?’‘대체... 강현수는 임유진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냐고!’심지어 임유라는 강현수가 그녀와 연인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게 자신이 임유진의 동생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임유라는 이런 불길한 생각은 금세 치워버렸다."그러다 언니가 소민준을 만나게 되고 소민준은 그 뒤로 계속 언니한테 구애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언니가 산을 타다 발이 삐끗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소민준이 언니를 업고 산 아래까지 내려갔었거든요. 그러다 결국 언니도 소민준의 마음을 받아줬고요. 두 사람이 그때 얼마나 아름다운 연애를 했는지, 언니가 소민준한테 직접 한 도시락도 가져다 바쳤다니까요."임유라는 일부러 두 사람의 연애사를 구체적이고 달콤하게 묘사하며 강현수한테 임유진은 이미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음을 어필했다. 또한, 자신은 공식적인 남자친구가 당신이 처음이라는 것까지.임유라가 계속 말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강현수의 손도 점점 내려가 드디어 그녀가 불빛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강현수는 임유라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소민준이 자기를 업어줘서 소민준하고 연애했다는 거예요?"강현수의 목소리는 덤덤하기 그지없었지만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들었다."네... 네, 그렇죠..."강현수의 아우라에 잔뜩 겁먹은 임유라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그에 강현수가 시선을 천천히 내리깔더니 입을 열었다."이만 가보세요."‘뭐라고?’임유라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그대로 가만히
그녀는 강현수를 등에 업고 힘들게 걸어가면서도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괜찮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내가 경찰 아저씨 만날 때까지 계속 너를 업고 있어 줄 거니까."‘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라...’그녀의 몸은 두려움에 엄청나게 떨고 있었고 목소리도 이미 떨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매우 무서웠을 텐데 그녀는 끝까지 강현수를 다독여 주고 있었다."너 좀 무겁다..."가끔 참다못해 불평을 늘어놓긴 했지만."미안해"강현수는 그녀의 말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었다."헤헤, 상처 다 나으면 너도 다 업어줘야 해. 알겠지?"그녀는 여전히 생긋생긋 웃으며 열심히 걸음을 옮겼다.강현수는 자신이 자기보다 작은 여자애한테 보호받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래, 앞으로는 내가 계속 업어줄게."이 말이 그녀한테 하는 얘기 같지만, 사실은 강현수가 자신한테 하는 말이었다. 앞으로 어떠한 힘든 일이 있어도 꼭 그녀를 업고 같이 나아가겠다는 일종의 다짐과도 같은 말이었다.‘대체, 어디 있는 거야...’몇 년간 강현수는 그날 그렇게 그녀의 손을 놓친 것을 끊임없이 후회했다. 당시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계속 그의 곁에 있었을까?강현수는 끊임없이 가정했고, 그에 대한 답변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임유진도 그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면..."너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강현수가 나지막이 소리를 내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침묵뿐이었다.....임유진은 현재 환경위생과에 사직서를 내러 왔다. 그녀가 일을 그만두겠다는 소식을 들은 소장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그만두겠다고? 아니, 왜? 혹시 일이 많이 힘들어? 바닥 쓰는 일이 힘들면 사무직으로 바꿔줄 수도 있어."며칠 전 윗선에서 임유진이 휴가를 쓴다고 말이 왔을 때 그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그전에도 직장 내에서 임유진과는 일을 하지 말라며 동료들이 그녀를 쫓아내려고 했을 때도 소장은 윗선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직장 내 따돌림은 바람직하지 못하니 알아서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