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강지혁이 그녀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내가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해?"임유진이 그의 눈빛에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실소를 터트렸다. 강지혁의 말대로 그가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의 눈빛에 자신은 왜 그렇게 긴장했지?"나 먼저 올라갈게."임유진이 피하든 그를 지나쳤다. 하지만 이제 막 두 걸음 정도 걸었을까? 강지혁이 갑자기 그녀의 팔을 끌어당기더니 이내 그녀를 자신의 품속에 끌어안았다."난 누나가 무죄라는 말 믿어."강지혁이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하지만 누나 혼자 뭔가를 알아내려 한다는 건 불가능해. 벌써 3년이나 지난 사건이야. 지금 뭔가 찾는다고 해도 누나가 원하는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아?"그 말에 임유진이 맑은 눈동자로 강지혁을 보며 옅게 웃었다."너 같이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 사람조차도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난 왜 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언젠가는 꼭 내 결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을까?"그녀의 웃는 얼굴이 그에게는 햇살처럼 눈 부셨고 가슴 한구석은 찔리기라도 한 듯 아프기 시작했다. 강지혁이 그렇게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내가 도와준다고 하면? 누나가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준다고 하면?"임유진이 갑자기 돌변한 그의 태도에 어리둥절했다."만약 내가 누나한테 네가 원하는 진실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계속 내 옆에서 나만 바라봐달라고 하면 누나는 어떻게 할 거야?"강지혁의 숨결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임유진의 심장이 현재 전례 없이 두근거리고 있었다.임유진이 만약 저 제안을 수락한다면 그동안 무겁게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던 죄를 씻고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결백은 그녀의 자유를 대가로, 아니 그녀의 몸을 대가로 쟁취한 것이 된다. 이런 게 과연 그녀가 정말로 원하는 것일까?그녀도 이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라 제안을 수락하면 어
"누나가 그 여자애가 맞든 아니든 너는 평생 내 곁에만 있어야 해, 다른 사람은 안 돼."강지혁이 사진을 노려보며 차갑게 읊조렸다. 그의 말에는 짙은 소유욕이 묻어 있었고 그녀를 쥔 손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일종의 다짐과도 같았다....호화로운 클럽 룸 안, 임유라는 현재 온 힘을 다해 강현수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놓인 상황으로 봐서는 강현수한테 기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임유라가 룸에 들어서서부터 강현수는 줄곧 임유진에 대해서만 질문했다. 그녀의 어릴 적은 어땠는지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등과 같은 임유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게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모두 물어보고 있다.‘뭐야 이게! 여자친구는 나잖아!’임유라는 속으로 엄청 짜증이 났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지으며 사이좋은 자매인 것처럼 그녀의 기억 속 임유진의 얘기를 늘어놓았다. 기억을 회상한다고 해도 생활 속의 작은 일이 전부였지만 강현수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임유라의 얘기를 경청했다.이윽고 임유진의 어릴 적 얘기를 일단락하고 임유라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현수 씨, 전에 일은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원래 하기로 했었던… 조연 자리도 지금은 없고, 다들 뒤에서 내 흉만 보고 있어요. 당신 전 여자친구는 모두 잘나가는 사람들뿐이었다고, 다 내가 제일 못났다고 그런단 말이에요..."강현수가 어디 계속해 보라는 듯 임유라를 바라보고 있었다.임유라는 자신의 연기가 이 남자 앞에서는 막히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야만 했다."나도 당신 옆자리에 어울릴 수 있는 여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말인데... 나한테 배역 하나만 주면 안 돼요? 나 진짜 잘할 수 있어요. 이번에는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을게요."임유라가 사정하듯 말했다."그래요? 어떤 배역이 하고 싶은데요?"강현수가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유명한 감독이 연출한 영화나 드라마면 다 괜찮지!’임유라가 자신의 주제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겸손하
"그럼 계속 당신 언니 얘기를 해볼까요?"강현수가 나지막이 속삭였다."네? 이러고... 말하라고요?"임유라가 황당해하며 물었다."네, 이러고 하세요."강현수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임유라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자신의 기억 속의 임유진 얘기를 하며 마음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임유진은 그저 일개 환경미화원일 뿐인데, 심지어 전과도 있는데!’‘아무리 얼굴이 예쁘다고 한들 어떻게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나보다 3년이나 옥살이를 하다 나온 임유진한테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냐고?’‘대체... 강현수는 임유진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냐고!’심지어 임유라는 강현수가 그녀와 연인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게 자신이 임유진의 동생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임유라는 이런 불길한 생각은 금세 치워버렸다."그러다 언니가 소민준을 만나게 되고 소민준은 그 뒤로 계속 언니한테 구애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언니가 산을 타다 발이 삐끗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소민준이 언니를 업고 산 아래까지 내려갔었거든요. 그러다 결국 언니도 소민준의 마음을 받아줬고요. 두 사람이 그때 얼마나 아름다운 연애를 했는지, 언니가 소민준한테 직접 한 도시락도 가져다 바쳤다니까요."임유라는 일부러 두 사람의 연애사를 구체적이고 달콤하게 묘사하며 강현수한테 임유진은 이미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음을 어필했다. 또한, 자신은 공식적인 남자친구가 당신이 처음이라는 것까지.임유라가 계속 말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강현수의 손도 점점 내려가 드디어 그녀가 불빛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강현수는 임유라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소민준이 자기를 업어줘서 소민준하고 연애했다는 거예요?"강현수의 목소리는 덤덤하기 그지없었지만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들었다."네... 네, 그렇죠..."강현수의 아우라에 잔뜩 겁먹은 임유라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그에 강현수가 시선을 천천히 내리깔더니 입을 열었다."이만 가보세요."‘뭐라고?’임유라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그대로 가만히
그녀는 강현수를 등에 업고 힘들게 걸어가면서도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괜찮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내가 경찰 아저씨 만날 때까지 계속 너를 업고 있어 줄 거니까."‘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라...’그녀의 몸은 두려움에 엄청나게 떨고 있었고 목소리도 이미 떨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매우 무서웠을 텐데 그녀는 끝까지 강현수를 다독여 주고 있었다."너 좀 무겁다..."가끔 참다못해 불평을 늘어놓긴 했지만."미안해"강현수는 그녀의 말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었다."헤헤, 상처 다 나으면 너도 다 업어줘야 해. 알겠지?"그녀는 여전히 생긋생긋 웃으며 열심히 걸음을 옮겼다.강현수는 자신이 자기보다 작은 여자애한테 보호받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래, 앞으로는 내가 계속 업어줄게."이 말이 그녀한테 하는 얘기 같지만, 사실은 강현수가 자신한테 하는 말이었다. 앞으로 어떠한 힘든 일이 있어도 꼭 그녀를 업고 같이 나아가겠다는 일종의 다짐과도 같은 말이었다.‘대체, 어디 있는 거야...’몇 년간 강현수는 그날 그렇게 그녀의 손을 놓친 것을 끊임없이 후회했다. 당시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계속 그의 곁에 있었을까?강현수는 끊임없이 가정했고, 그에 대한 답변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임유진도 그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면..."너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강현수가 나지막이 소리를 내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침묵뿐이었다.....임유진은 현재 환경위생과에 사직서를 내러 왔다. 그녀가 일을 그만두겠다는 소식을 들은 소장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그만두겠다고? 아니, 왜? 혹시 일이 많이 힘들어? 바닥 쓰는 일이 힘들면 사무직으로 바꿔줄 수도 있어."며칠 전 윗선에서 임유진이 휴가를 쓴다고 말이 왔을 때 그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그전에도 직장 내에서 임유진과는 일을 하지 말라며 동료들이 그녀를 쫓아내려고 했을 때도 소장은 윗선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직장 내 따돌림은 바람직하지 못하니 알아서 잘
그러면 앞으로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 차별 대우를 받을 것이 뻔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이상한 시선으로 볼 것이다.“괜찮아요. 업무 환경을 좀 바꾸고 싶어서요.”임유진이 얘기했다.“그렇구나.”소장은 임유진 배후의 그분이 그녀를 위해 직업을 준비해 주는 줄 알았다. 그래서 더는 임유진을 붙잡을 수가 없었다. 그저 사직하겠다는 임유진을 말리지 않고 휴가를 맡았을 때의 월급도 깎지 않았다. 게다가 한 달의 월급을 더 지급하며 재무 쪽에 보내 처리하게 했다.환경위생과에서 나온 임유진은 깊이 숨을 들이켰다. 더 준 한 달의 월급은 아마도 소장이 좋은 뜻으로 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강지혁과 상관있을 것이다.그녀가 올곧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거절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도 하지 못했다.외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저번에 한지영에게서 빌린 돈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나갈 돈이 많은데, 그렇게 되면 원래의 빚도 갚지 못하고 더 많은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할 것이다.임유진은 서미옥이 일하는 곳까지 걸어가 서미옥과 작별 인사를 했다.서미옥은 임유진이 사직한다는 것을 알고 놀라서 말했다.“네가 사직이라니,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야?”“항상 휴가를 쓰는 것도 안 좋잖아요.”그녀가 얘기했다.“그건 그냥 돌발 상황이야. 휴가를 맡으면 뭐 어때, 내가 좀 더 일하면 되지.”서미옥이 말하면서 여전히 붕대로 감싸져 있는 임유진의 손가락을 보았다.“손은 괜찮아?”“이틀 정도만 지나면 붕대 풀 수 있대요. 큰일은 아니에요.”임유진이 대답했다.“그럼 앞으로 어디에 취직하려고?”서미옥이 그녀를 걱정하며 물었다.“가서 배달이나 할까 봐요.”임유진이 대답했다.“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서미옥이 한숨을 쉬었다. 배달이라는 일은 오토바이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직업이었기에 웬만한 청소부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힘든 건 두렵지 않아요.”임유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저 돈이 없는 것이 두려웠다.돈이 진정으로 필요할
“괜찮아, 내가 알아서 찾을게.”임유진이 거절하며 얘기했다.강지혁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더니 그녀의 손가락을 잡은 손에 힘을 살짝 더 주었다.“누나는 내가 누나를 도와서 일자리를 찾아주는 게 싫어?”임유진은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온몸에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느껴졌다.“난 혼자 힘으로 취직하고 싶을 뿐이야.”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키고 시선을 들어 그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만약 강지혁이 임유진을 도와 일자리를 찾는다면 일이 쉬워질 것은 뻔했다. 게다가 그가 주는 일은 쉽고 돈도 많이 벌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를 언제까지 가질 수 있을까? 나중에 그가 이 게임에 질려서 임유진을 차버린다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또 혹은 이 걱정 때문 만이 아니라 그녀의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었다.오늘까지 굳세게 살아오면서, 잔혹한 현실과 고된 생활이 그녀의 자존심을 다 갉아먹었다.예전의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꿇는다는 상상을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감옥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꿇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바닥에서 뒹굴던 음식을 주워 먹었고 또 다른 사람의 발밑에 짓밟힌 젓도 있었다.살아있는 것도 힘든데, 자존심을 지킬 여유는 더더욱 없었다. 지금의 그녀는 예전의 그녀와 달리 자존심 따위 버린 지 오래였다.그저 조금 남은 자존심만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약과 붕대를 가져오던 고용인은 주변의 공기가 숨 막힐 듯 무겁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고용인은 손을 달달 떨며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용주의 심기를 거스르게 될까 봐 빠르게 옆으로 물러났다. S시에서 감히 강지혁을 건드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임유진은 눈을 크게 뜨고 강지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강지혁이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답던 두 눈에도 눈에 띄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말 못할 두려움이 그녀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하긴, 임유진은 원래도 강지혁이라는 사람을 두려워했으니. 하지만 지금
임유진의 얼굴은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 그녀는 무의식 간에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돌리기 전에, 강지혁의 손은 이미 그녀의 턱을 가볍게 잡았다.“누나, 아까 나를 열심히 보던데. 왜요? 내가 그렇게 예뻐요?”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것인지 몰랐다. 예쁘다? 안 예쁘다? 어떻게 대답도 좋은 결과는 없었다. 임유진은 얼굴이 더 뜨거워지는 기분에 시선을 피하려고 했지만 피할 방법이 없었다.옆에 있던 고용인은 갑자기 눈치를 채며 고개를 숙였다. 눈앞의 일을 눈에 담을 수 없다는 듯했다. 하지만 대화하는 목소리만 들었을 때, 그녀의 마음은 싱숭생숭했다.강지혁은 임유진을 대할 때면 항상 다른 사람이 되곤 했다. 임유진이 설마 앞으로 강씨 가문의 사모님이 될까?하지만 임유진은 환경위생과에서 청소부를 하던 사람이 아닌가?강지혁이 이런 여자와 결혼하려고 할까?...저녁, 침대에 누운 임유진은 잠이 오지 않았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을 보며 붕대가 감긴 손가락을 쳐다보았다. 요 며칠 매일 강지혁이 직접 그녀를 위해 약과 붕대를 갈아주었다.임유진에 대한 인내심과 세심함은 이미 소민준을 이겨버린 지 오랬다. 심지어 참지 못하고 찰나의 순간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만약... 만약 그가 강지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로 설렜을지도 모른다.항상 자신을 보호해 주고 또 어디 하나 빠진 곳 없이 완벽한 남자에게 설레지 않을 여자는 적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강지혁이라서, 임유진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에 대한 공포심이 깊게 자리 잡았다. 그래서 가끔은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항상 정신을 차리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손의 상처가 다 나으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임유진이 생각했다.이튿날, 그녀는 핸드폰으로 배달 기사가 필요한 곳이 있나 찾기 시작하고 이력서를 썼다.배달 기사라는 직업은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건증이 필요했다. 임유진은 보건증이 없으면 이 일을 할 수 없다
“내 손 지금은 거의 다 나았어. 언제 셋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그녀가 화제를 돌렸다.강지혁은 그녀의 손가락을 가볍게 만지다가 동작을 멈췄다.“왜, 누나는 그렇게 빨리 돌아가고 싶어?”“상처가 다 나았으니 이곳에 머무를 필요가 더는 없지.”그녀가 입술을 잘근 씹으며 얘기했다.“진짜로 떠나려고?”그의 표정이 갑자기 차가워졌다.“응.”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왜 그렇게 나와 같이 있는 걸 싫어하는 거야?”이젠 그의 목소리마저 차갑게 얼어버렸다.“혼자가 습관 되어서.”임유진이 대답했다. 그러자 강지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혼자가 습관 되었다고? 진짜 그런 거라면 왜 애초에 나를 집으로 데려왔어? 혼자여서, 적적해서, 같이 사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날 데려왔잖아. 나랑 같이 살면서 서로에게 기대자고 했던 말들, 누나가 한 말인데 다 잊은 거야?’임유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어떻게 이 일들을 잊겠는가. 하지만 그때의 여러 가지 행동들은 지금 와서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임유진은 입을 다문 채, 강지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공기는 또 숨 막힐 정도로 무거워졌다.갑자기 강지혁의 목소리가 임유진의 귓가에 들렸다.“누나의 상처가 다 나았으니 떠나겠다고 했지? 그럼 상처가 생기면 떠나지 않을 거야?”놀란 임유진이 고개를 확 들어 커다란 눈으로 강지혁을 쳐다보았다. 그는 그저 갑자기 몸을 기울이더니 한 손으로 임유진의 뒤통수를 잡고 얇은 입술을 그녀의 붉은 입술에 갖다 댔다.임유진은 그저 코끝에 두 사람의 호흡이 얽히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키스 중이었다. 질식해서 죽을 것 같던 찰나, 갑자기 입술에서 아픔이 밀려오더니 비릿한 피 냄새가 입안에 퍼졌다.키스가 끝날 때, 임유진은 그저 입술이 살짝 아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강지혁이 일부러 그녀의 입술을 문 것이었다.강지혁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으며 임유진을 쳐다보았다. 예쁘게 웃는 눈 속의 눈동자는 차갑기만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