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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괜찮아, 내가 알아서 찾을게.”

임유진이 거절하며 얘기했다.

강지혁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더니 그녀의 손가락을 잡은 손에 힘을 살짝 더 주었다.

“누나는 내가 누나를 도와서 일자리를 찾아주는 게 싫어?”

임유진은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온몸에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난 혼자 힘으로 취직하고 싶을 뿐이야.”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키고 시선을 들어 그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만약 강지혁이 임유진을 도와 일자리를 찾는다면 일이 쉬워질 것은 뻔했다. 게다가 그가 주는 일은 쉽고 돈도 많이 벌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를 언제까지 가질 수 있을까?

나중에 그가 이 게임에 질려서 임유진을 차버린다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또 혹은 이 걱정 때문 만이 아니라 그녀의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었다.

오늘까지 굳세게 살아오면서, 잔혹한 현실과 고된 생활이 그녀의 자존심을 다 갉아먹었다.

예전의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꿇는다는 상상을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감옥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꿇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바닥에서 뒹굴던 음식을 주워 먹었고 또 다른 사람의 발밑에 짓밟힌 젓도 있었다.

살아있는 것도 힘든데, 자존심을 지킬 여유는 더더욱 없었다.

지금의 그녀는 예전의 그녀와 달리 자존심 따위 버린 지 오래였다.

그저 조금 남은 자존심만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약과 붕대를 가져오던 고용인은 주변의 공기가 숨 막힐 듯 무겁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고용인은 손을 달달 떨며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용주의 심기를 거스르게 될까 봐 빠르게 옆으로 물러났다. S시에서 감히 강지혁을 건드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임유진은 눈을 크게 뜨고 강지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강지혁이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답던 두 눈에도 눈에 띄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말 못할 두려움이 그녀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하긴, 임유진은 원래도 강지혁이라는 사람을 두려워했으니.

하지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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