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101 - Chapter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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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1화

강지혁은 임유진이 감옥에 있을 때 수많은 괴롭힘 속에 힘들게 지냈다는 걸 그간 그저 자료로만 알고 있었다. 그때도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지만 오늘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니 마음이 한층 더 괴로웠다.강지혁은 지금 심장이 아려와 호흡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그간 임유진이 감옥에 가게 되는 걸 그저 지켜만 봤던 자신과 타인이 그녀를 괴롭히는 걸 방관한 자신을 무수히도 많이 후회했지만 오늘은 유독 더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과거의 자신이 미치도록 원망스럽고 후회스러웠다.강지혁은 몸을 낮추고 임유진의 손을 잡은 다음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입을 맞췄다.“왜 나는 네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너를 만나지 못했을까...”잔뜩 잠긴 목소리가 후회를 싣고 강지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강지혁은 할 수만 있다면 임유진이 감옥 가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애초에 그런 고통을 받지 않게 무죄를, 그리고 결백을 주고 싶었다.하지만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그녀는 고통을 받을 대로 다 받았다.임유진은 자신의 손가락에 입을 맞추고 있는 남자를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았다.그의 입술이 닿은 곳이 점점 뜨거워 났다. 아니, 손가락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뜨거워 나기 시작했다.“너...!”“내가 잘못했어.”강지혁은 그녀의 말을 끊고 진지한 얼굴로 사과했다.여태껏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해본 적 없던 그가 지금 임유진의 앞에서 잘못을 빌었다.“유진아, 내가 잘못했어. 그때 너랑 헤어지는 게 아니었어...”그리고 그녀가 누명을 썼을 당시 못 본 척 지나치는 게 아니었다.당시 강지혁의 눈에 임유진은 그저 버려진 패에 불과했고 그녀가 그저 재수 없게 걸려들었을 뿐이라고만 생각했다.그때 당시의 행동이 결국 돌고 돌아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임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이 지금 잘못했다고 한 건가...?!“너를 믿었어야 했어. 네가 나를 언젠가는 배신할 거라는 생각에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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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이번에는 평생 잘할 자신이 있다....소영훈은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강현수는 그 소식을 듣고는 서둘러 소영훈의 집으로 찾아왔다.“선생님, 오늘 누구한테 끌려간 겁니까? 어디로 끌려간 겁니까?”강현수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소영훈은 그런 그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강현수가 이토록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그리고 그를 이렇게 만든 건 아마...“임유진 씨 때문이지?”강현수의 동공이 흔들렸다.“그래서 오늘 정말 유진 씨 손 치료해주러 간 겁니까?”“그래. 눈이 가려진 채 누군가에게 그렇게 데려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소영훈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그 아가씨 옆에 남자가 한 명 있더구나. 그 남자, 강지혁 맞아?”강현수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 대답했다.“네, 맞아요.”“하필이면 그런 놈을 라이벌로 뒀으니, 쯧쯧.”소영훈은 혀를 차며 강현수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는 건지는 몰라도 어쩐지 강현수는 꽤 힘든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았다.“선생님, 그곳이 어딘지 혹시 아시겠어요?”“아까도 말했다시피 가는 길 내내 시야를 차단당했어. 하지만 시간을 대충 계산해봤을 때 의원으로부터 2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확보됐을 때는 오래된 한옥에 도착해 있었고. 나도 그 저택을 자세히 둘러본 건 아니지만 일단 큰 규모의 집이었어.”소영훈은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보았다.강현수는 그의 말을 토대로 생각에 잠겼다. 오래된 한옥에 의원으로부터 20분 정도의 거리...범위가 좁혀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너무 넓다.그리고 강지혁의 사람들이 그 20분간 일부러 소영훈을 데리고 주위를 뺑뺑 돌았을 수도 있다.“그래서 유진 씨는 거기서 어때 보였어요?”한참 뒤 강현수가 물었다. 하지만 호기롭게 물어본 것 치고는 표정이 어쩐지 조금 어두웠다. 꼭 듣기 싫은 걸 듣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말이다.“뭐 특별할 건 없었어. 그 강지혁이라는 놈이 끔찍이 챙겨주고 있더구나.”소영훈은 말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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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헉!”임유진은 눈을 번쩍 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악몽인가? 또 악몽을 꾼 건가?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숨을 고르고 있는 그때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꿈을 꿨길래 이래?”임유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거기에는 강지혁이 있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너는 왜 여기 있어?”“잠이 안 와서.”강지혁은 티슈를 들어 그녀의 이마에 맺혀있는 땀을 닦아주었다.“땀 좀 봐. 낮에 손을 치료했을 대보다 더 많이 흘린 것 같아. 혹시 감옥에 있었을 때 꿈을 꾼 거야?”그 말에 임유진은 흠칫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어떻게 안 거지?!“아까 네가 꿈결에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어.”그녀가 고통스럽게 내뱉은 말 때문에 강지혁은 더더욱 죄책감에 휩싸였다.임유진은 쓰게 웃었다. 지난번에는 그녀가 강지혁이 꿈꾸는 것을 들어버렸고 이번에는 강지혁이 그녀의 악몽을 들어버렸다.“맞아. 그때 일들이 갑자기 꿈에 나왔어. 전에는 조금 더 자주 꿨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야.”임유진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이에 강지혁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랑 헤어진 뒤로 다시 불을 켜고 자기 시작한 거야?”임유진은 그 질문에 침묵했다.전에 강씨 저택에 있었을 당시 그녀는 불을 끄고 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강지혁과 헤어진 뒤로는 다시 불을 켜야만 잠들 수 있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답을 들은 거나 마찬가지였다.“미안해.”강지혁이 나지막이 속삭였다.어쩌면 이 세상에서 그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임유진밖에 없을지도 모른다.임유진은 그의 사과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늦었어. 이만...”“나 오늘 이 방에서 자도 돼?”강지혁은 그녀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이에 임유진은 눈을 깜빡거렸다.“여기서?”여기서 자겠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이지? 설마...?“손만 잡고 잘게. 걱정하지마. 네가 날 다시 사랑하기 전까지 너한테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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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강지혁은 줄곧 임유진을 사랑하고 있었다.“유진아, 나는 네가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너만 바라보고 너만 좋아하고 너만 사랑할게...”강지혁은 말을 이어가다 서서히 잠이 들어버렸다.임유진의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감이 들고 만족감이 찾아왔다.몇 분 후, 임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바닥에서 곤히 자고 있는 강지혁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아침.임유진은 자기가 언제 잠이 든 건지 기억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계속 강지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다.그럼 그렇게 계속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는 건가?강지혁이 지금 방에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아니면 상당히 민망한 상황이 펼쳐졌을 테니까.임유진은 침에서 일어나 씻은 후 방에서 나왔다.아래로 내려가니 강지혁이 부엌에서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일어났어? 지금 아침 만들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임유진은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는 그를 가만히 지켜보았다.강지혁이 아팠던 날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식사는 항상 강지혁이 책임졌다.임유진이 그가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지금 꽤 새로운 기분이었다.몇 분 후, 강지혁은 식탁 위에 음식을 하나하나 올려놓았다.흰쌀밥에 계란말이, 그리고 소시지볶음에 콩나물국까지, 일반 가정집에서 먹는 아침상 그대로였다.임유진은 앞에 차려진 음식을 바라보다가 문득 강지혁이 직접 차린 상을 받은 사람은 어쩌면 자신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어제... 그렇게 자고 나서 나 이상한 짓 하지는 않았지?”임유진은 계란말이를 입에 넣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건 내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어제는 내가 너보다 더 먼저 잠들었잖아.”“...”“물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네 모습이...”강지혁은 뜸을 들이며 말을 잇지 않았다.이에 임유진이 다급하게 물었다.“내 모습이 왜?”“아침에 눈을 떠보니까 네가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한 채로 자고 있더라고.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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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너는 지금 그저 무서울 뿐인 거야. 내가 너한테 다시 상처 줄까 봐, 그게 무서워서 날 사랑하는 걸 주저하는 것뿐인 거야. 내 말이 맞아?”강지혁이 부드럽게 물었다.임유진은 순간 그에게 마음을 들킨 기분이었다. 어쩌면 정말 그의 말대로 단지 무서운 것일지도 모른다.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줄곧 그를 사랑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유진아, 다시는 너한테 상처 주지 않을게.”강지혁은 진지한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그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임유진의 앞으로 걸어와 그녀와 두 눈을 마주쳤다.“믿기 힘들어?”“그런 건 누구도 보장 못 해.”“믿기 힘들면 네 앞에서 맹세할게.”“그럴 필요는...”임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은 허리를 숙이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얼굴에는 장난기 하나 없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결연한 표정이 어려있었다.“맹세할게. 만약 너를 조금이라도 아프게 하면 그때는 그 열 배보다 더한 고통으로 갚을게. 만약 네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면 그날은 내 마음도 죽는 날일 거야.”임유진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지혁이 이런 식으로 무릎 꿇을 줄도 몰랐고 이렇게 얘기할 줄도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그를 바라보았다.강지혁은 시선을 내리더니 머리를 더 숙이고 낮게 속삭였다.“그거 알아? 아직도 세상 어떤 곳에서는 내 모든 충성과 마음을 다 바치겠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발등에 입을 맞춘대.”임유진은 그 말에 두 눈이 흔들렸다.방금 뭐라고 한 거지?그리고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지금 설마...?!순간 심장이 억제할 수 없을 만큼 세차게 뛰었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오른발에서 천천히 슬리퍼를 벗겼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발등 위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유진아, 사랑해. 내 모든 걸 너한테 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너를 사랑해.”강지혁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굳은 맹세가 묻어 있었다.임유진의 머리는 이 순간 완전히 새하얗게 되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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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임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야 그가 조금 야위었다는 것을 눈치챘다.게다가 그의 오른손에는 아직 붕대가 감겨 있었다.임유진은 문득 그날 강지혁이 그의 손가락을 부러트렸던 것이 생각났다.“손가락은 좀 어때요?”“괜찮아요. 큰 상처도 아니었어요.”강현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보다 유진 씨 찾기까지 애먹었어요. 어제 선생님이 이곳으로 데려와 지지 않았더라면 아마 계속 막막했을 거예요.”그는 걱정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강지혁이 이곳으로 데려와 유진 씨를 난감하게 만들지는 않았어요?”“네, 그러지는 않았어요.”임유진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이곳에서 보냈던 나날을 회상하는 건지 그녀의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일었다.강현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또다시 초조함과 불안함이 들끓었다. 그럴 일 없다고,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상황이 어느새 현실이 되었을까 봐 두려운 모양이었다.“여기서 나가요.”강현수는 왼손을 내밀어 임유진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 저택 주위에 시큐리티 시스템이 깔려있어요. 해킹하는 데 성공해 지금은 보안이 잠시 해제한 상태지만 곧 다시 회복될 거예요. 그래서 지금 빨리 떠나야 해요.”그 말에 임유진이 멈칫했다.“이곳을 떠난다고요?”강현수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왜요. 설마 떠나기 싫어요?”임유진의 머릿속에 순간 어제 강지혁이 무릎을 꿇은 채 발등에 입술을 맞추며 맹세하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임유진은 그때 분명히 흔들렸고 설렜다. 강지혁 때문에 설렜다.그녀를 지독하게 상처를 준 남자지만 그래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줄곧 저도 모르게 어쩌면 이번에는 그와 함께하면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강지혁은 그녀를 믿겠다고 했고 그녀를 사랑하겠다고 했으며 다시는 상처 주지 않을 거라고 했다.그러니 어쩌면 이번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임유진의 망설임이 강현수의 눈에도 훤히 보였다.강현수는 심장이 철렁해 나며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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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임유진이 이상함을 느끼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여기를 못 떠나.”임유진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몸이 경직되어버렸다.이건 강지혁의 목소리였다.고개를 들어보자 불과 5m도 안 되는 거리에 강지혁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는 검은색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무섭게 줄지어 있었다.꼭 이런 상황이 생길 줄 알고 여기서 줄곧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하, 나 지금 완전히 네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거지?”강현수는 차가운 눈길로 강지혁을 노려보았다.“선생님을 일부러 여기로 부른 거야? 날 끌어들이려고?”만약 소영훈이 아니었다면 강현수는 애초에 여기를 찾아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강지혁은 그 말을 무시하고 강현수의 뒤에 있는 임유진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내가 내 모든 걸 준다고 했는데도 강현수와 함께 떠나는 걸 선택한 거야?”임유진은 강지혁이 이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지금 그의 얼굴은 싸늘하지 그지없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다정함이 흘러넘치던 두 눈이 지금은 무섭게 변해 있었다.“내가 떠날 생각이 없었다고 하면 믿을 거야?”임유진의 질문에 강지혁이 코웃음을 쳤다.“강현수랑 같이 이 저택에서 나와 놓고, 그리고...”강지혁은 임유진과 강현수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두 사람이 잡고 있는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둘이 이러고 있는데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고?”임유진의 심장이 철렁했다. 쓸쓸하고 아릿한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내 말 못 믿어?”“이 상황에서 내가 널 어떻게 믿어야 하는데?”강지혁이 되물었다.그리고 이번에는 임유진이 코웃음을 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쩌면 강지혁과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내가 하는 말은 전부 다 믿겠다며. 멋대로 의심하고 멋대로 추측하지 않겠다며?”임유진은 입안이 썼다.그의 말이 아직도 이렇게 선명하게 귓가에서 맴돌고 있는데 정작 그 말을 내뱉은 강지혁은 지금 그녀를 믿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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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못할 건 없지.”강현수는 물러서지 않았다.S 시의 꼭대기에 있는 두 남자가 지금 서로를 원수 보듯 노려보고 있다.“만약 유진 씨가 이곳에서 떠나기를 원하면 나는 오늘 무슨 수를 써서든 이곳에서 유진 씨를 데리고 떠날 거야.”강현수가 말했다.“이번에는 아예 손을 부러트려야겠네.”강지혁은 말을 마치고는 강현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강현수는 이런 상황이 생길 줄 이미 예상했기에 가볍게 옆으로 피했다. 두 남자는 서로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기 시작했다.언뜻 비등해 보였지만 강현수는 오른손에 상처를 입고 있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강지혁은 강현수를 빠르게 제압하더니 그의 왼손을 잡고 금방이라도 부러트릴 것처럼 뒤로 꺾었다.하지만 그때 임유진이 다가와 강지혁의 손을 꽉 잡았다.“그만해! 강지혁, 그만해!”강지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만약 내가 기어이 오늘 이 손을 부러트려야겠다면?”“사람 손 하나 부러트리는 게 너한테는 그렇게 쉬운 일이야?”임유진이 물었다.그녀는 순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손을 이렇게 만들어놨던 진세령과 소민준이 떠올랐다.그들의 한낱 가벼운 행동이 그녀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강현수를 지켜주고 싶어?”강지혁이 물었다.“그래.”임유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강현수는 이미 자신 때문에 손가락을 다쳤다. 그러니 또다시 자신 때문에 그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강현수에게는 더 이상 빚지고 싶지 않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렇게도 강현수가 신경 쓰여?”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강현수가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강현수는 어릴 적 함께 생사의 고비를 넘겼던,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친구니까.물론 결과적으로 임유진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기억이 돌아왔음에도 그가 계속 착각하게 내버려 두었다.하지만 지난번 그 절벽에서 다시 강현수와 만났을 때, 강현수는 그녀를 구해줬다. 만약 그때 그대로 떨어졌다면 어쩌면 지금쯤 영원히 눈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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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꼭 약속 지킬 거니까 너도 날 잊으면 안 돼, 알겠지?”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하지만 임유진은 그 약속한 게 무색하게 너무나도 쉽게 그를 잊어버렸고 그와의 약속을 져버렸다.털썩.임유진은 강지혁에게 무릎을 꿇었다.그녀의 돌발 행동에 두 남자 모두 깜짝 놀랐다.“너...!”강지혁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강현수 때문에 무릎을 꿇어? 네가 이러면 내가 강현수를 봐줄 것 같아?!”“강현수 씨 때문이 아니야.”임유진은 깊게 숨을 한번 들이켰다. 그녀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줄곧 마음속을 헤집었던 혼란이 점차 옅어져 갔다.“너랑 나 사이의 일에 다른 사람을 끼워 넣지 마. 날 사랑한다고 했지? 하지만 나는 네 사랑이 감당이 안 돼. 그러니까 강지혁... 이제 그만 날 놓아줘.”“널... 놓아달라고?”강지혁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이제까지 중에서 제일 어둡게 변했다.그는 그녀가 무릎을 꿇는 게 그녀를 놓아달라는 이유가 아닌 차라리 강현수 때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알아?”강지혁은 강현수를 풀어주고 고개를 돌려 임유진을 내려다보았다.“알아.”임유진의 짤막한 두 글자에 강지혁은 순간 누군가가 총이라도 맞은 것만 같았다.그녀에게 모든 걸 다 주겠다고 했는데, 발등에 맹세까지 하며 충성을 바치겠다고 했는데 임유진은 지금 무릎을 꿇고 자신을 놓아달라고 말하고 있다.“임유진, 너한테 나는 대체 뭐였어? 대체 뭐였냐고!”강지혁은 그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야수가 울부짖듯 원망과 분노가 가득 섞인 채로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어떻게 이렇게도 쉽게 놓아달라고 할 수 있는 거지? 또 어떻게 이렇게도 쉽게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거지?임유진은 고개를 들어 아무런 감정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너랑 나는 애초부터 만나면 안 되는 사람이었어. 너는 그때 나를 구해주지 말았어야 했고 나도 너를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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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하지만 임유진은 아니었다.그녀에게는 그와 만난 것이,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그저 단순히 일어나서는 안 될 ‘착오’에 불과했다.모든 걸 다 내줄 정도로 사랑한 여자가 지금은 무릎을 꿇고 놓아달라고 하고 있다.세상에 이것보다 더 잔인한 일이 또 있을까?“그래. 놓아줄게.”강지혁의 입에서 해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 순간부터 너랑 나는 철저하게 모르는 남인 거야.”두 사람은 이제 연인도 아니고, 누나 동생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그런 사이다.두 사람은 결국 얼마나 길게 뻗어도 결코 만날 수 없는 그런 평행선 같은 사이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을 데리고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집 안은 먼지가 조금 쌓인 것 외에 큰 변화는 없었다.“강지혁한테 무릎까지 꿇을 필요는 없었어요.”강현수가 말했다.“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 상황을 벗어나게 할 수 있었어요.”임유진은 쓰게 웃었다.어제 강지혁은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오늘은 도리어 그녀가 강지혁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물론 두 사람이 원하는 건 정반대였다.한 사람이 원하는 건 사랑이었고 다른 한 사람이 원하는 건 자유였으니까.“오늘 고마웠어요. 하지만...”임유진은 복잡한 얼굴로 그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다행히 강지혁은 강현수의 왼손을 부러트리지 않았다.만약 정말 부러트렸으면 임유진은 강현수를 향한 죄책감이 더 커졌을 것이다.“나 때문에 이럴 필요까지는 없었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현수 씨를...”“좋아하지 않는다고요?”강현수가 대신 대답했다.“물론 오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내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1년 뒤에도, 2년 뒤에도, 심지어 10년, 20년 뒤에도 그럴까요?”임유진은 흠칫했다.“나는 유진 씨를 기다릴 수 있어요. 유진 씨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이상 나는 계속 이렇게 기다릴 거예요.”“만약 내 마음이 평생 바뀌지 않는다면요?”임유진의 질문에 강현수는 미소를 지었다.“그럼 평생 서로 독신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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