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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임유진이 이상함을 느끼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여기를 못 떠나.”

임유진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몸이 경직되어버렸다.

이건 강지혁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어보자 불과 5m도 안 되는 거리에 강지혁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는 검은색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무섭게 줄지어 있었다.

꼭 이런 상황이 생길 줄 알고 여기서 줄곧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 나 지금 완전히 네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거지?”

강현수는 차가운 눈길로 강지혁을 노려보았다.

“선생님을 일부러 여기로 부른 거야? 날 끌어들이려고?”

만약 소영훈이 아니었다면 강현수는 애초에 여기를 찾아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강지혁은 그 말을 무시하고 강현수의 뒤에 있는 임유진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내 모든 걸 준다고 했는데도 강현수와 함께 떠나는 걸 선택한 거야?”

임유진은 강지혁이 이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금 그의 얼굴은 싸늘하지 그지없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다정함이 흘러넘치던 두 눈이 지금은 무섭게 변해 있었다.

“내가 떠날 생각이 없었다고 하면 믿을 거야?”

임유진의 질문에 강지혁이 코웃음을 쳤다.

“강현수랑 같이 이 저택에서 나와 놓고, 그리고...”

강지혁은 임유진과 강현수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두 사람이 잡고 있는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

“둘이 이러고 있는데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고?”

임유진의 심장이 철렁했다. 쓸쓸하고 아릿한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내 말 못 믿어?”

“이 상황에서 내가 널 어떻게 믿어야 하는데?”

강지혁이 되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임유진이 코웃음을 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쩌면 강지혁과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내가 하는 말은 전부 다 믿겠다며. 멋대로 의심하고 멋대로 추측하지 않겠다며?”

임유진은 입안이 썼다.

그의 말이 아직도 이렇게 선명하게 귓가에서 맴돌고 있는데 정작 그 말을 내뱉은 강지혁은 지금 그녀를 믿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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