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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꼭 약속 지킬 거니까 너도 날 잊으면 안 돼, 알겠지?”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임유진은 그 약속한 게 무색하게 너무나도 쉽게 그를 잊어버렸고 그와의 약속을 져버렸다.

털썩.

임유진은 강지혁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돌발 행동에 두 남자 모두 깜짝 놀랐다.

“너...!”

강지혁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강현수 때문에 무릎을 꿇어? 네가 이러면 내가 강현수를 봐줄 것 같아?!”

“강현수 씨 때문이 아니야.”

임유진은 깊게 숨을 한번 들이켰다. 그녀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줄곧 마음속을 헤집었던 혼란이 점차 옅어져 갔다.

“너랑 나 사이의 일에 다른 사람을 끼워 넣지 마. 날 사랑한다고 했지? 하지만 나는 네 사랑이 감당이 안 돼. 그러니까 강지혁... 이제 그만 날 놓아줘.”

“널... 놓아달라고?”

강지혁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이제까지 중에서 제일 어둡게 변했다.

그는 그녀가 무릎을 꿇는 게 그녀를 놓아달라는 이유가 아닌 차라리 강현수 때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알아?”

강지혁은 강현수를 풀어주고 고개를 돌려 임유진을 내려다보았다.

“알아.”

임유진의 짤막한 두 글자에 강지혁은 순간 누군가가 총이라도 맞은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모든 걸 다 주겠다고 했는데, 발등에 맹세까지 하며 충성을 바치겠다고 했는데 임유진은 지금 무릎을 꿇고 자신을 놓아달라고 말하고 있다.

“임유진, 너한테 나는 대체 뭐였어? 대체 뭐였냐고!”

강지혁은 그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야수가 울부짖듯 원망과 분노가 가득 섞인 채로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도 쉽게 놓아달라고 할 수 있는 거지? 또 어떻게 이렇게도 쉽게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거지?

임유진은 고개를 들어 아무런 감정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랑 나는 애초부터 만나면 안 되는 사람이었어. 너는 그때 나를 구해주지 말았어야 했고 나도 너를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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