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13화

Author: 유진
한지영은 눈을 깜빡이더니 휴대폰을 들어 해진 그룹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고유정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진 그룹을 모른다고? 진심으로?’

고유정은 이런 상황이 전개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해진 그룹이라고 얘기하면 당연히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눈치를 볼 줄 알았는데 한지영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대놓고 검색까지 해댔다.

한지영은 인터넷으로 해진 그룹에 관해 한번 쓱 훑어보더니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고 웃음을 지었다.

“고유정 씨가 누군지 이제 잘 알겠네요. 방금 조만간 연신 씨랑 약혼식을 올릴 거라고 했나요? 그렇다는 건 아직 약혼을 한 건 아니라는 소리네요? 그리고 백씨 가문에서 점 찍어둔 연신 씨 미래 와이프라는 건 백씨 가문의 뜻이지 연신 씨 뜻은 아니라는 소리고요. 그러니까 종합해 보면 고유정 씨는 연신 씨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뜻이 되네요?”

한지영은 백연신에게 미리 정해진 짝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분명 아직 확인된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녀는 아주 당연하게 백연신을 믿고 있었다.

어쩌면 이런 게 사랑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고유정은 틀린 거 하나 없는 한지영의 말에 이를 바득바득 갈며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확실히 한지영의 말처럼 결혼은 단지 고씨 가문과 백씨 가문의 어른들 사이에서 얘기가 오고 간 것일 뿐 백연신은 이에 동의한 적이 없다.

“참, 제 소개를 안 했죠?”

한지영은 목을 가다듬고는 어깨를 쭉 편 채 고유정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지영이에요. 연신 씨의 공식 여자친구죠! 아까 공식 여자친구인 저한테 조용히 사라지라고 했었나요? 아무것도 아닌 그쪽이 그런 말 하는 거, 솔직히 웃긴 거 아시죠?”

고유정은 당돌한 자기소개에 코웃음을 치고는 한지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됐고, 액수 불러요. 얼마면 연신 씨 옆에서 떨어질래요?”

그 말에 한지영의 두 눈이 반짝였다.

드라마 속에서나 봤던 장면을 자신이 직접 겪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드라마에서는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114화

    한지영의 말대로 고유정은 애초부터 10억을 줄 생각 따위 없었고 그저 한지영과의 대화가 필요했을 뿐이다. 백연신에게서 한지영을 떨어트려 놔야 했으니까.하지만 한지영은 생각보다 똑똑한 여자였고 그녀의 의도를 금세 알아챘다.그때, 한지영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한지영이 휴대폰을 집어 들어 화면을 보니 발신자는 백연신이었다.“어디야?”통화버튼을 누르자 백연신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카페요. 연신 씨 집안이 점 찍어둔 연신 씨 미래 와이프랑 얘기 나누고 있어요. 해진 그룹 딸이라는데요?”한지영이 태연한 목소리로 답했다.“뭐?”백연신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그 여자가 널 찾아갔어? 너한테 이상한 짓은 안 했고?!”“돈을 줄 테니 연신 씨 옆에서 사라져달라는데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거짓말 같아요. 돈을 줄 생각이 없어 보이거든요.”고유정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오늘 그녀의 계획은 하나도 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러니 이대로 계속 여기 있어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고유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오늘 일 반드시 후회해줄 거야!’라는 눈빛으로 한지영을 쏘아보고는 씩씩대며 자리를 벗어났다.한지영은 계속 통화하다가 고유정이 걸어가는 걸 보고는 큰소리로 외쳤다.“아, 커피 잘 마셨어요!”이에 고유정은 자리에 우뚝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 한 번 더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완전히 카페를 나가버렸다.“무슨 소리야?”전화기 너머로 그 소리를 들은 백연신이 물었다.“별거 아니에요. 커피값을 고유정 씨가 냈거든요. 그래서 보내기 전에 잘 마셨다고 인사했어요.”백연신은 그 말에 순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역시 한지영은 한지영이었다.사실 아까 고유정이 그녀를 찾아왔다는 걸 들었을 때는 한지영이 괜한 오해를 하는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불안했었다.하지만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듯했다.“데리러 갈까?”“아니요. 사실 퇴근하고 바로 유진이한테 가기로 했었거든요. 유진이 집에서 나오면 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115화

    “강지혁이 그냥 널 거기에 가두고만 있었다고? 너한테... 이상한 짓은 안 했고?”한지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응, 안 했어.”임유진의 답에 한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완전히 미친놈은 아니네.”한지영은 곧바로 뭔가 떠오른 듯 또다시 물었다.“참, 어제 강지혁이랑 더는 볼 일 없다고 했던 건 무슨 말이야? 너희 둘...”“말 그대로야. 앞으로 더 이상 강지혁이랑 볼 일 없어. 전에 말했던 누나 동생 놀이도 완전히 끝났고. 이제는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이 된 거지.”임유진은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그 평온한 표정이 한지영에게는 전혀 평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한지영은 강지혁이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임유진에게 큰 상처를 줬으니까.하지만... 강지혁과 임유진이 이제는 완전히 남이 됐다고 하니 어쩐지 가슴이 욱신거렸다.어쩌면 한지영은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임유진이 강지혁과 다시 잘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건지도 모른다.“세상에 남자가 강지혁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뭐. 잘됐어. 너는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을 거야!”한지영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임유진은 그 말에 그저 담담하게 웃어 보이기만 했다.한지영은 강지혁과 완전히 끝난 지금 임유진이 이대로 연애를 포기하고 혼자 살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그리고 임유진은 그런 그녀의 걱정을 정확히 눈치채고 있었다.솔직히 임유진은 혼자 살게 되는 것에 큰 두려움은 없었다. 심지어 이대로 죽을 때까지 혼자여도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감정에 휘둘려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는 기분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았으니까.“맞다. 너 강현수랑은 어떻게 된 거야?”한지영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파티장에서 손가락이 골절된 채로 임유진을 찾으려고 하는 그 모습이 아직 눈에 훤했다.한지영은 강현수가 임유진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임유진은 그간 강현수와의 일들을 한지영에게 전부 다 얘기해주었다.한지영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116화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강현수에게로 찾아가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임유진이 계속 감추기로 한 이상 멋대로 나설 수는 없었다.그때 한지영의 카톡 알림이 울렸다.이에 한지영이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백연신이었다.[언제 올 거야?]임유진은 무심결에 그 메시지 내용을 보고는 한지영을 향해 말했다.“연신 씨 기다리는 것 같은데 이만 가봐. 우리는 다음에 밖에서 봐.”“그래, 이만 가야겠다. 너,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 혼자 다 짊어지려 하지 말고. 알겠어?”한지영은 아직 걱정을 내려놓지 못한 듯했다.“그래, 알았어.”임유진은 편한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진정 마음속으로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오직 한지영뿐이라 그런지 한지영 앞에서는 언제나 진실한 표정만 지었다.한지영은 임유진의 집에서 나오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강지혁과 완전히 끝난 지금 상황에 강현수가 갑자기 배턴터치 하듯 열렬한 구애를 하는 게 과연 임유진에게 좋은 일일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임유진은 강현수를 좋아할 마음도 그를 받아줄 마음도 전혀 없어 보였으니까.한지영은 오늘따라 일방적 사랑이 아닌 쌍방의 사랑이 얼마나 큰 행운이고 복인지 다시금 깨달았다.그리고 백연신과 처음에는 조금 삐걱거렸지만 그래도 지금은 서로를 많이 믿고 사랑하게 된 것에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한지영은 빠르게 백연신의 별장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려 별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백연신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통화하는 표정이 무척이나 무서웠다. 평소 한지영이 봐왔던 표정이 아니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백연신은 한지영이 들어온 것을 보더니 금방 무서운 표정을 지우고 그녀가 잘 알고 있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한지영은 그걸 보고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소파에 앉아 꽃받침을 하고 통화하는 백연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스피커폰은 아니었지만 한지영은 백연신의 통화 상대가 그의 아버지의 첫 번째 부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117화

    “나랑 그 여자가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백씨 가문에서 내 죽음을 제일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이 그 여자니까.”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백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백연신에게 빼앗겼으니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네가 오늘 만난 고유정도 그 여자 짓이야. 고씨 가문의 도움을 받아 나를 상대하려는 거지. 그러기 위해서는 결혼이 제일 좋은 수단이었을 테고.”한지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고씨 집안을 이용해 연신 씨를 상대하려는 거면 고유정 씨를 자기 아들과 결혼시키는 게 더 좋지 않아요?”“고유정은 버리는 패야.”“버리는 패요? 고유정 씨는 고씨 집안의 딸이잖아요.”“고유정은 그 집 딸이 아니야. 어릴 때 아이가 바뀌었어. 고씨 집안은 그걸 알고 난 뒤로 쭉 친딸을 찾아다녔고 수년간 찾은 끝에 드디어 친딸을 찾게 됐지. 이 얘기는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고유정한테도 얘기하지 않았을 거야.”한지영은 그 말을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건 완전히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고씨 가문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건 친딸이야. 고유정은 피가 섞인 것도 아니니 마침 이용할 수 있을 때 이용하려는 거겠지.”백연신은 한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아마 그쪽에서는 고유정을 보내 나한테 고씨 가문은 나와 한패라는 허상을 심어주려고 했을 거야. 그러다 내가 완전히 속아 넘어갔을 때 배신할 생각이었을 거고. 그러면 백씨 가문은 자연스럽게 그 여자 것이 되겠지.”한지영은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부자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며 감탄 아닌 감탄을 했다.“그런데 연신 씨는 고유정이 그 집 친딸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그 정도도 알아내지 못하면 지금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백연신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한지영은 자신감 넘치는 그의 얼굴을 보고는 순간 넋을 잃었다. 이 남자는 평소에도 예쁜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더더욱 예뻤다.“오늘 고유정이 찾아온 걸 보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118화

    한지영은 백연신을 째려보았다.“그걸 질문이라고. 연신 씨도 한번 깨물려볼래요?”“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 자.”백연신은 자신의 볼을 그녀에게 들이밀었다.한지영은 진심인 듯한 그를 보고 조금 당황스러웠다.그리고 막상 깨물려고 보니 쉽게 왠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한지영은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백여신은 마초 같은 진한 남성미가 넘치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여성처럼 선이 예쁘게 여린 느낌은 또 아니었다.이렇게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오늘따라 그의 얼굴이 더 완벽해 보였고 더 섹시해 보였다.한지영은 백연신의 얼굴을 덥석 잡더니 깨무는 것이 아닌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이 예쁜 얼굴을 어떻게 깨물 수가 있을까.백연신은 이에 멈칫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안 깨물어?”“이렇게 예쁜 얼굴을 어떻게 깨물어요. 뽀뽀만 해도 모자란 데.”한지영은 그의 위에 올라타 이번에는 뽀뽀가 아닌 키스를 해댔다.“지영아...”백연신은 간신히 입술을 떼고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자고 갈래?”“당연히 그럴 생각이었는데요?”한지영은 팔을 들어 적극적으로 백연신의 목을 휘감으며 말했다.오늘 밤, 그녀는 백연신을 꼭 끌어안고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사랑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지 잔뜩 느끼게 해줄 생각이다.백연신은 그 말에 한지영을 안은 채로 소파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한지영은 그에게 안겨 침실 침대에 눕혀지고는 그제야 뭔가 생각난 듯 손을 들어 그의 가슴팍을 밀어냈다.“잠깐만요. 우리 콘돔...”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연신이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술을 탐해버렸다.한지영은 그와의 키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간신히 이성을 되찾고 입술을 뗐다.“잠깐... 만약 우리 이대로 하면... 나 임신할지도 몰라요...”“그럼 임신해.”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전에는 임신하면 백씨 가문에서 수작을 부릴까 봐 그렇게 걱정해놓고는 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119화

    “그렇긴 한데... 좀 빠르지 않아요?”한지영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백연신의 계획대로 라면 그녀는 3개월 뒤에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이 된다.이건 아무래도 너무 빨랐다.“그렇게 생각해?”백연신은 한지영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나한테는 아니야. 나는 솔직히 늦은 편이라고 생각해. 나는 우리가 하룻밤을 보냈던 그 날부터 언젠가는 너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백연신은 절대 한순간의 흥미로 움직이지 않는다. 한지영과 평생을 함께할 생각이 없었다면 애초에 그날 밤을 같이 보내지도 않았을 거고 그녀를 다시 찾아오는 수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니 그에게 있어 결혼은 절대 빠른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야 결혼 얘기를 꺼내는 것이 상당히 늦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한지영은 빨개진 얼굴로 백연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숨을 한번 들이켜고는 뭔가 결심한 듯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좋아요. 우리 3개월 뒤에 결혼해요!”한지영은 말을 마친 후 먼저 그에게 입을 맞췄다.그녀 역시 결혼 상대로 백연신이 아닌 다른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늦은 밤.고이준은 지금 불안한 얼굴로 굳게 닫힌 피의 방 문을 바라보고 있다.강지혁은 저녁을 먹은 후 이 방으로 들어가서는 6시간이나 넘었는데도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니겠지?’고이준은 문득 이 방에 있는 장검이 생각났다.세월이 오래 지난 터라 장검이 옛날처럼 날카롭지 않았지만 사람 살을 파고들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고이준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불안해졌고 결국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손을 들어 방문을 두드리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고 강지혁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대표님.”고이준은 서둘러 강지혁의 몸부터 훑어보았다. 다행히 아무런 상처도 없는 것으로 보아 별다른 일은 없었던 것 같다.하지만 지금의 강지혁은 마치 하나의 얼음장 같아 보였다. 그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임유진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120화

    강지혁은 저택을 봉쇄함으로써 이 저택에서 있던 일들을 모두 기억 한편에 봉인해 영원히 꺼내지 않을 생각이다.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성큼성큼 저택 밖으로 나왔다.앞으로 그는 두 번 다시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의 희망과 절망이 모두 깃든 이 저택은 그의 금기가 될 것이고 한때 누나라고 불렀던 여자 역시 그의 금기가 될 것이다.....배유진은 오늘 임유진의 로펌으로 찾아왔다.임유진을 만나려고 온 것이 아닌 차정훈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는 인터넷에 악의적인 악플을 남기고 있는 악플러들을 고소할 생각이다.차 변호사는 그녀의 의뢰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려운 건도 아니고 배여진의 제시한 금액이 상당히 괜찮았으니까.배여진은 얘기를 마친 후 웃으며 말했다.“제가 차 변호사님한테 의뢰를 한 건 이곳에 유진이가 있어서예요. 사촌 동생이 있는 곳이면 제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차 변호사는 웃으며 예의상의 답변을 하고는 배여진이 떠나려고 할 때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유진 씨, 언니분 모셔다드리고 오세요.”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배여진을 데리고 사무실을 나섰다.“유진아, 너 괜찮은 거지? 현수 씨한테 너 돌아왔다는 소식 듣고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임유진은 그녀를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았다.배여진이 하는 말이 진심일 리가 없었다. 배여진은 이대로 임유진이 돌아오지 않길 간절히 바랐던 사람일 테니까.“우리 로펌에 의뢰를 맡긴 건 솔직히 의외야.”임유진이 말했다.“뭐가 의외야. 당연히 사촌 동생이 다니는 로펌으로 와야지. 우리 가족이잖아.”배여진은 좋은 언니인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임유진은 이런 그녀가 이해가 가지 않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다.‘이미 나한테 다 들킨 마당에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가족? 정말 그렇게 생각해?”임유진은 배여진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그, 그럼 당연하지.”배여진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그럼 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121화

    “고작 그거 먹고 떨어지라고? 네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지 않냐?”장이경은 배여진을 아래위로 훑더니 변태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보다 너 많이 예뻐졌다? 강현수가 너한테 잘해주나 봐?”“됐고, 또 뭣 때문에 온 거야?”배여진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장이경은 얼마 전 배여진을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돈을 주지 않으면 배여진의 사진들을 인터넷에 뿌리겠다고 협박했다.그녀의 사진이라는 건 강현수를 만나기 전 화장기 없이 후줄근한 상태로 찍은 사진과 장이경과 찍었던 스킨십 사진이었다.만약 그 사진들이 인터넷에 떠돌게 되면 바로 강현수의 귀에 들어갈 것이고 톱스타가 되겠다는 그의 꿈도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된다.그렇기에 배여진은 어쩔 수 없이 장이경에게 돈을 줌으로써 사진 원본을 사들였다.그렇게 일이 해결됐다고 생각했는데 장이경은 그 뒤로도 계속해서 그녀를 찾아왔고 매번 다른 사진들을 가져와 협박해댔다.“뭣 때문에 왔는지 다 알고 있잖아. 돈 내놔.”장이경은 아주 당당하게 돈을 요구했다.이에 배여진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100억 줄 테니까 갖고 있는 사진 다 내놔. 만약 그 뒤로 또 찾아오면 그때는 현수 씨한테 다 말하고 널 처리해 버리라 할 거야. 나는 너한테 평생 돈 뜯기는 것보다 차라리 현수 씨가 그 사진들을 보는 게 나으니까!”장이경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사실이 강현수의 귀에 들어가면 좋은 게 하나 없었다.‘뭐 100억이면 충분하지. 내가 언제 또 100억을 만져보겠어.’“좋아, 그렇게 할게.”“그럼 일단 나한테 일주일만 시간을 줘. 돈 준비해서 바로 연락할게.”장이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일주일 동안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거짓말이면 가만 안 둬.”배여진은 장이경이 떠난 후 씩씩대며 발을 동동 굴렀다.“장이경을 하루빨리 처리해야겠어! 이대로 계속 놔둬서는 안 돼. 저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나한테 해를 끼치고 말 거야! 그리고...”그녀는 손톱을

Latest chapter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93화

    소민아는 그런 그녀의 아부가 싫지 않았기에 이름이 알려진 뒤로 심심풀이용으로 하던 라이브에 문혜진을 포함한 상류층 사람들을 부르며 인기몰이를 했다. 다들 무척이나 협조적이었고 심지어는 새벽에 연락해도 흔쾌히 나와주었다.부자들이 나오는 컨텐츠는 수요가 많았기에 소민아는 라이브로 얻은 인기에 힘입어 자신만의 작은 회사까지 차리며 계속해서 라이브로 수익을 벌어 들었다.하지만 임유진이 돌아온 뒤로 모든 것이 변했다. 매일같이 아부하며 스케줄을 물어보던 친구들은 갑자기 연락이 뚝 끊겼고 라이브에 와주기로 했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다른 스케줄이 있다며 거절을 해왔다.그리고 이제는 제일 만만하고 항상 개처럼 따르던 문혜진조차도 그녀의 초대를 단칼에 거절해버렸다.강씨 가문의 안주인 후보가 아닌 소민아는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옆에 있던 비서는 소민아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은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그럼 오늘 라이브는 어떻게...”“뭘 어떻게 해요? 지금 당장 스케줄 가능한 연예인 쪽으로 연락 돌리세요. 인기 없는 애들 말고 지금 한창 핫한 애들로요.”소민아가 앙칼진 목소리로 대꾸했다.‘너희들이 없으면 내가 라이브 못할 줄 알아? 두고봐.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겠어!’“네, 알겠습니다.”비서는 고개를 한번 숙이더니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소민아는 의자 시트에 등을 기댄 채 화를 억누르다 다시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앨범을 한번 훑어보았다.많고 많은 사진 속 유난히 눈에 띄는 사진이 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한정판 드레스에 예쁜 루비 목걸이를 하고 강지혁의 바로 옆에 서 있는 임유진의 사진이었다.해당 사진은 누군가가 SNS에 업데이트한 사진으로 소민아는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자신의 앨범에 저장했다.소민아는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또다시 분노를 터트렸다.“드레스도 내가 먼저 고른 거고 루비 목걸이도 내가 먼저 발견한 건데 왜 다 이 여자한테 가 있는 거야!”임유진이 나타나기 전, 한창 사모님 기분을 내며 쇼핑하던 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92화

    “아주 잠깐 아팠을 뿐인데 뭐하러. 그리고 통증이 시작됐을 때 나는 침실이 아니라 서재에 있었어. 아침에 박 선생한테 연락해봤는데 큰 문제는 아니래. 그리고 일전에 박 선생이 처방해준 약도 아직 있어서 크게 문제 될 건 없어. 괜찮아.”임유진은 괜찮다는 그의 말에도 좀처럼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나 정말 괜찮아. 큰 상처도 아니고. 며칠 지나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강지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보다... 5년 전에 내 곁을 떠난 이유가 뭔지 정말 기억이 안 나?”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사실이었다.다른 기억은 다 돌아왔지만 하필이면 그때의 기억만 마치 누가 잘라놓기라도 한 듯 아주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사실 기억을 찾고 싶은 건 강지혁뿐만이 아니라 임유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절벽에서 그렇게 떨어진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왜 현이만 곁에 있었는지, 그리고 나머지 한 아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만약 살아있다면 지금쯤 어디에 있는지 등등 궁금한 게 너무도 많았다.임유진은 손을 뻗어 강지혁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어젯밤에... 사실은 많이 아팠던 거지?”강지혁은 아주 잠시만 아팠다고 했지만 그랬다면 이런 깊은 상처들이 생겼을 리가 없다.“지금은 안 아파.”“만약 앞으로 또 통증이 찾아오면 내가 자고 있더라도 깨워. 내가 아무것도 모르게 하지 마.”임유진은 강지혁이 고통스러워하는 순간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자고 있었다는 게 너무나도 속상했다.“나도 알아. 너 아플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뭐 없다는 거. 하지만 우리는 부부잖아. 그때 혼인신고하고 나올 때 아플 때도 슬플 때도 언제나 함께 있자고 맹세했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뭐든 얘기해줘. 너 혼자 아파하지 마.”강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임유진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았다.얼굴이 창백해질 때까지 괴롭게 토를 하던 그녀의 얼굴이 또다시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임유진은 그의 곁을 떠난 게 분명히 그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91화

    하지만 머리에 손이 닿기도 전에 강지혁이 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괜찮아. 이제 안 아파.”“그래.”임유진은 안도한 듯 웃으며 손을 거두어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강지혁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왜? 뭐 할 말 있어?”강지혁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큰 결심을 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5년 전에 네가 날 떠난 거 말이야. 정말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닌 거 확실해?”“그건 갑자기 왜 물어? 그리고 말했잖아. 내가 널 떠난 건 분명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서일 거라고.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너밖에 없어.”임유진은 당시 절벽에서의 일을 얘기해 주면 강지혁에게 큰 자극으로 다가올까 봐 오늘도 진실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너도 알다시피 난 너에 관한 기억이 거의 없잖아.”임유진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그럼 앞으로 내가 틈틈이 우리가 함께했을 때 얘기를 해줄게. 계속 듣다 보면 네 기억도 점점 돌아오게 될 거야.”“너는 내가 기억을 다 찾았으면 좋겠어?”강지혁이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당연하지. 하지만 내 바람이 그렇다고 괜히 조바심낼 필요는 없어. 나는 네 기억이 아주 자연스럽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돌아왔으면 좋겠으니까.”‘천천히... 하지만 내 기억은 이미...’강지혁은 조금 복잡한 얼굴로 임유진의 손을 놓아주었다.임유진은 손이 풀리자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듯 몸을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막 바닥에 발을 딛고 일어나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몸이 앞으로 기울여버렸다.강지혁은 재빠르게 임유진을 받아내고는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고마...”임유진은 몸을 바로 세운 후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 강지혁의 손등을 보고 멈칫했다. 그도 그럴 게 고운 손에 시퍼런 멍이 한가득했기 때문이다.“너 손이 왜 이래?”임유진이 눈을 크게 뜬 채 묻자 강지혁은 재빠르게 손을 거두어들였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90화

    임유진의 상처받은 눈빛과 아프게 내뱉은 모든 말이 그에게는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헉!”어두운 저녁, 강지혁은 악몽에서 깨듯 눈을 번쩍 떴다.한숨 잤는데도 여전히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그를 괴롭혔다. 기억이 떠오르면 떠오를수록 통증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강지혁은 이를 꽉 깨문채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 너무나도 괴로워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옆에 누워있는 그녀가 깨기라도 할까 봐 그는 마음껏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임유진은 오늘 많이 피곤했던 건지 평소보다 깊게 잠이 들었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였다.강지혁은 휘청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와서는 안간힘을 쓰며 옆방과 연결된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다시 닫은 후 그는 힘이 다한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분명히 아픈 건 머리뿐이어야 하는데 이제는 머리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다 아픈 느낌이었다.일전 박건태가 말했던 것처럼 강지혁은 쉽게 기억을 떠올리고 빠르게 기억을 찾아가는 일반 사람들과 달리 아주 조그마한 자극에도 쉽게 두통을 느끼며 아주 힘겹게 기억을 되찾고 있었다.임유진 때문에 고통이 전보다 더할 거라는 건 이미 인지한 바 있지만 이렇게도 통증이 강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머리가 두 동강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강지혁은 지금 너무나도 힘들고 괴로웠다.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꽉 움켜쥔 채 아주 미약한 흐느낌만 내고 있었다.소리를 키우면 임유진이 깰 수도 있으니 꼭 참고 있었다.강지혁은 자꾸만 새어 나오는 흐느낌에 결국에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피가 입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이렇게 아픈데도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세글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임유진.그녀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기억의 조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가며 그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그 시각 임유진은 강지혁의 흐느낌 소리도 그가 아파하는 것도 그 무엇하나 느끼지 못한 채 아주 깊게 잠들어 있었다.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천국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89화

    “혁아,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내 말 들려? 눈 좀 떠봐!”다급한 여자의 목소리에 어둠이 천천히 걷혔다.강지혁은 고통의 감정이 서서히 사라짐과 동시에 누군가가 관자놀이 쪽을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걱정으로 가득 뒤덮인 임유진의 얼굴이 보였다.“머리가 아픈 거지? 병원으로 갈까? 아니면 집사님한테 전화해서 지난번에 저택으로 왔었던 의사를 부르라고 할까?”강지혁은 임유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그의 이마는 어느새 땀으로 가득 뒤덮여 있었다.‘과거의 나는 대체 널 얼마나 많이 사랑했던 걸까? 왜 네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살기 싫다는 감정부터 들었을까?’전에는 기억이 떠올라도 어디까지나 제삼자의 관점으로 그저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만 들 뿐이었는데 오늘은 마치 그 일을 그대로 겪은 것처럼 심장이 아팠다.너무나도 아프고 고통스러워 정신이 다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대체 얼마나 많이 사랑해야 이런 느낌이 들 수가 있는 거지?“혁아, 내 말 들려? 나 보여?”아무런 대답도 없자 임유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조금 심각한 얼굴로 그의 눈앞에서 손을 휘휘 저었다.그런데 그때 강지혁이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따뜻한 손이다. 차디찬 유골함 따위가 아닌 매우 따뜻한 손이다.강지혁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으스러질 듯이 임유진을 꽉 끌어안았다.“기억을 잃기 전의 내가 널 얼마만큼 사랑했는지 한번 얘기해봐.”간절하고도 유약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임유진은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당황한 것도 잠시 이내 그가 원하는 대로 얘기해주었다.“많이, 아주 많이 사랑했어. 혁이 너는 나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기꺼이 버릴 수 있었어.”아직 절벽에서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고이준이 해줬던 얘기만으로도 그녀는 강지혁이 당시 어떤 마음이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그녀를 얼마나 사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88화

    “그래.”강지혁은 임유진의 허리에 손을 두른 채 발걸음을 돌렸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 그는 아주 잠깐 시선을 돌려 백연신의 얼굴을 힐끔 바라보았다.백연신의 얼굴에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감정이 잔뜩 서려 있었다. 아니, 이건 절망에 가까운 감정이었다.분명히 살아있는데도 마치 껍데기만 남아있는 듯했다.강지혁은 그 얼굴을 본 순간 심장이 철렁하며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졌다. 머릿속으로 기억의 파편이 빠르게 스쳐 가는 게 느껴졌다.“혁아, 왜 그래?”임유진이 조금 의아한 얼굴로 갑자기 멈춘 강지혁을 바라보았다.“아무것도 아니야.”강지혁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더니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와 함께 파티장을 벗어났다.차에 오른 후, 강지혁은 시트에 등을 기대고는 곧바로 두 눈을 감았다.“많이 피곤해?”부드러운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울려 퍼졌다.“조금.”“그럼 잠깐 눈 좀 붙이고 있어. 집에 도착하려면 30분 정도 걸려야 하니까.”임유진이 말했다.강지혁은 편히 쉬기 위해 심호흡을 두어 번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마음이 진정되기는커녕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고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아까 봤던 백연신의 얼굴만 떠올랐다.그 언젠가 자신 역시 그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다.언제? 아니, 애초에 그렇게까지 절망할 일이 있었나?그때 웬 장면 하나가 빠르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까와 달리 이번에는 아주 정확하게 보였다.기억의 파편 속 그는 웬 유골함을 껴안은 채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있었다. 절망이 그대로 담긴 울음소리는 꼭 이대로 목숨마저 포기하려는 사람 같았다.“왜 내가 아닌 건데? 왜 네가...! 너한테 미안해해야 할 사람도 나고 죽어야 할 사람도 난데 왜 네가 죽어버린 거냐고! 아아악!!”그는 주위 시선 따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왜 울고 있는 거지?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이건 임유진이 죽은 뒤에 일어난 일인 건가? 임유진이 죽었다고 생각해 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87화

    “그러고 보니 너 얼마 전에 해외로 다시 간다고 하지 않았어? 새 프로젝트 시작했다며.”이한이 물었다.“당분간은 여기 있으려고.”강현수가 답했다.5년이나 지났음에도 임유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강지혁밖에 없었지만 그는 그럼에도 떠날 수가 없었다. 방금처럼 그저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기만 해도 좋으니 그저 곁에 있고 싶었다. 지금으로서는 그래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이한은 강현수의 대답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뒤돌면 해외로 가 있던 놈이 갑자기 해외 스케줄을 취소했다는 건 물어보나 마나 임유진 때문일 게 분명했다.사실 평소 가벼운 마음으로 이제 그만 임유진을 잊으라고는 했지만 만날 때마다 점점 야위어가는 강현수를 보고 있자니 이한은 이제 진심으로 그가 걱정되기 시작했다.임유진이 돌아온 이상 강지혁은 절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테니까. 즉 강현수에게는 영원히 기회가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임유진은 강지혁과 함께 간단하게 디저트로 배를 채운 후 홀로 테라스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보니 마침 백연신이 넋을 잃은 얼굴로 달빛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오늘은 만월이라 평소보다 달빛이 조금 더 강한 듯한 느낌이었다.백연신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인기척 소리에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임유진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왜 혼자예요?”“혁이는 지금 사업 얘기로 한창이라 혼자 왔어요.”임유진이 답했다.“그러는 백연신 씨야말로 왜 혼자예요? 고은채 씨는요?”“일이 있어서 먼저 갔어요.”임유진은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 이내 백연신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지영이는 백연신 씨를 정말 많이 사랑했어요. 둘이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도 늘 백연신 씨와는 가치관이 달라 헤어진 것뿐이지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건 아니라고 했어요. 백연신 씨는 그저 사랑과 사업 중에서 사업을 택한 것뿐이라면서.”임유진의 말에 백연신은 옆으로 늘어트린 손을 저도 모르게 꽉 말아쥐었다.“지영이는 백연신 씨와 헤어지고서 나서 단 한 번도 백연신 씨를 원망하거나 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86화

    정다연은 볼을 감싼 채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정인태를 바라보았다.“아빠, 내가 틀린 말 했어요? 나는...”“입 다물라고 했지! 네가 뭔데 회장님 걱정을 해?! 그리고 네가 뭐라고 사모님이 사생활을 털어놔?!”정인태는 어렵게 일군 사업이 딸 때문에 한순간에 엎어질까 봐 전례 없는 분노를 터트렸다.하지만 이미 일은 엎질러졌고 그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어버렸다.“며칠 전에 얘기했던 계약 건은 아무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네요.”강지혁의 청천벽력같은 말에 정인태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강지혁은 얘기를 다 마쳤다는 듯 고개를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았다.“발은 좀 어때? 이제 괜찮아?”“응, 괜찮아졌어.”“배는 안 고파? 저쪽으로 가서 뭐 좀 먹을까?”“응, 그러자.”아침에 눈을 뜨고서부터 줄곧 온 신경을 파티에 쏟아부었던 터라 안 그래도 허기가 느껴졌던 참이었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은 채 디저트 코너로 향했다.두 사람이 떠난 후 정인태는 곧바로 또 한 번 딸의 뺨을 내리쳤다.“너 때문에 우리 집안은 망했어! 이런 멍청한 것! 그러게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정다연은 두 뺨이 빨갛게 부은 채로 눈물을 글썽였다.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몇 분도 안 돼 온데간데없어졌다.상황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볼 장 다 봤다는 듯 하나둘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었다. 5년 만에 돌아온 안주인이라고는 하나 임유진은 여전히 강지혁이 사랑하는 아내라는 것을 말이다.고은채는 가만히 옆에서 소란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리며 백연신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임유진 씨 능력 좋은데요? 5년이나 지났는데도 강지혁 씨의 마음을 꽉 잡고 있고. 정 회장 가문은 조만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되겠네요. 협력해줄 회사가 아무도 없을 테니까.”“고은채, 너는 사랑이 뭔지 몰라.”백연신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생각해요? 만약 내가 사랑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과연 연신 씨한테 5년이라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85화

    정다연은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이는 강지혁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숨을 헙 하고 들이켰다.“얘기는 다 끝났어?”임유진이 강지혁을 바라보며 물었다.“응.”강지혁은 조금 더 걸어와 임유진의 앞에 섰다.“무슨 소란인 건데?”“다른 건 아니고 여기 정다연 씨가 내가 변호사인 줄도 모르고 나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더라고. 그래서 그러면 안 된다고 차분하게 얘기를 하던 중이었어.”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강지혁은 생각보다 나약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조금 의외라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사실 늘 파티장에는 자기 분수도 모르고 설치는 부류들이 있기에 만약 그것들이 임유진에게 뭐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호되게 갚아줄 심산이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임유진은 누군가가 괴롭힌다고 해서 쉽게 당해줄 사람도 아니었고 도리어 침착하게 말로 제압하는 당찬 여자였다.정다연은 임유진의 말에 서둘러 해명했다.“회, 회장님, 오해예요. 사모님에 대해 함부로 얘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저는 그저 사모님이 여러모로 오해를 받고 있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지난 5년간 어떻게 사셨는지 얘기해 달라고 한 것뿐이었어요! 다른 뜻은 절대 없었어요!”“오해?”강지혁의 차가운 시선이 정다연의 얼굴에 고정됐다.“그럼 누가 뭘 어떻게 오해했는지 어디 한번 들어볼까?”당연하게도 그의 질문에 나서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저... 저는 정말 아까 사람들이 다 오해하고 궁금해하길래... 그래서 대신 물은 거예요. 저, 정말 악의는 하나도 없었어요. 믿어주세요...”정다연은 지금 식은땀이 다 났다. 아무리 강지혁이 욕심났어도 끝까지 입을 다물었어야 했다.“네가 뭔데 사람들을 대변해 내 와이프의 지난 5년간을 묻지? 우리 집 일에 간섭도 다 하고 정씨 가문도 꽤 심심한가 봐?”강지혁은 상대가 어리다고 봐주는 법이 없었다.정다연은 다리가 풀리는 느낌에 휘청거리다 간신히 다시 중심을 잡았다.그때 50대 중후반 정도로 돼 보이는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는 다름 아닌 정다연의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