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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하지만 임유진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그와 만난 것이,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그저 단순히 일어나서는 안 될 ‘착오’에 불과했다.

모든 걸 다 내줄 정도로 사랑한 여자가 지금은 무릎을 꿇고 놓아달라고 하고 있다.

세상에 이것보다 더 잔인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 놓아줄게.”

강지혁의 입에서 해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순간부터 너랑 나는 철저하게 모르는 남인 거야.”

두 사람은 이제 연인도 아니고, 누나 동생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그런 사이다.

두 사람은 결국 얼마나 길게 뻗어도 결코 만날 수 없는 그런 평행선 같은 사이었다.

...

강현수는 임유진을 데리고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집 안은 먼지가 조금 쌓인 것 외에 큰 변화는 없었다.

“강지혁한테 무릎까지 꿇을 필요는 없었어요.”

강현수가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 상황을 벗어나게 할 수 있었어요.”

임유진은 쓰게 웃었다.

어제 강지혁은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오늘은 도리어 그녀가 강지혁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물론 두 사람이 원하는 건 정반대였다.

한 사람이 원하는 건 사랑이었고 다른 한 사람이 원하는 건 자유였으니까.

“오늘 고마웠어요. 하지만...”

임유진은 복잡한 얼굴로 그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강지혁은 강현수의 왼손을 부러트리지 않았다.

만약 정말 부러트렸으면 임유진은 강현수를 향한 죄책감이 더 커졌을 것이다.

“나 때문에 이럴 필요까지는 없었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현수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강현수가 대신 대답했다.

“물론 오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내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1년 뒤에도, 2년 뒤에도, 심지어 10년, 20년 뒤에도 그럴까요?”

임유진은 흠칫했다.

“나는 유진 씨를 기다릴 수 있어요. 유진 씨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이상 나는 계속 이렇게 기다릴 거예요.”

“만약 내 마음이 평생 바뀌지 않는다면요?”

임유진의 질문에 강현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평생 서로 독신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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