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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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오예라가 5섯번째 따귀 씬을 찍을 현장의 분위기는 이미 살얼음판이었다. 그녀는 점점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서민우는 컷 소리와 함께 몰래 강유리의 눈치를 살폈다.촬영 전, 강유리가 막무가내인 사람에게는 똑같은 방식으로 대하야 한다고 그에게 조언했다. 그녀의 사람일 수록 당하지만 말고 상대에 맞서 싸우리거 했다.그는 긴가민가해사 우희나를 걸고 넘어지며 생트집을 잡았보았다. 강유리는 정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녀가 한 말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하여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그의 긴장한 시선을 받은 강유리가 한숨을 내 쉬었다. 자신이 하는 수 없이 총대를 메야 겠다고 생각한 강유가 입을 열었다.“여전히 별로네요. 처음 씬으로 하죠.”‘괘씸한 것, 그녀는 분명 고의적이다!’오예라는 퉁퉁 부은 자신의 뺨을 보다가 강유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하지만 강유리는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저 멀지 않은 곳에 멍하니 서있는 비서 우희나의 매니저를 보며 입을 열었다.“얼음주머니를 갖다 드리지 않고 뭐 해!”오예라는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강유리의 행동에 냉소를 지었다.그렇게 행동한한들 그녀는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희나 씨 손에 문제라도 생기면 내일 촬영은 어떡해?”“...”‘우희나의 손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강유리 이 몹쓸 년, 분명히 그녀를 골탕먹였으면서 사과 한마디 없다니?젠장.’강유리는 아무리 유명하다고 한들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누구도 그녀의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걸 행동으로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 하고 강유리는 몸을 일으켜 1층 화장실로 향했다.그녀는 속이 불편했다. 아마도 어젯밤에 마신 술때문에 숙취가 남아 오늘 제대로 된 한끼도 못 먹어서 인 것 같다. 그래서 장이 탈이 났나 보다.급했던 그녀는 먼 곳의 동태까지 살 필 여유가 없었다.거기에는 한참 전부터 그녀를 지켜보는 두 실루엣이 있었다.육시준은 두번째 씬을 찍을 때부터 이미 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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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강유리는 순간 멈칫했다. 머리속에 무수히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갔다.‘그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걸 알았을까?사람이라도 심었나?’수많은 우려 중에서도 그가 그녀를 조롱하고 있지 않는지가 제일 중요했다.잠깐의 고민끝에 그녀는 3개의 물음표만 조심스럽게 보내보았다.[???]이내 간단명료한 몇마디로 답장이 왔다.[촬영지에 있다고 해서 널 데리러 온 거야.]강유리는 생각에 잠겼다.‘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이 방법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통화하려다 이내 다시 종료버튼을 눌렀다.‘어떤 말투로 말해야 할까?너무 부탁하는 말투면 비굴하지 않을까?’한참 망설이다가 대화창에 타자를 했다.[뭐 좀 사다줘...]지우고.당당하게.[뭐 좀 사와.]콧대 높은 이 남자가 여자의 생리현상에 대한 것들을 알 리 없었다. 강유리가 어플을 클릭해 자신이 사용하는 브랜드를 캡쳐해서 보내려는데 문자가 또 다시 울렸다.[샀어. 그런데 내가 들고 들어가야 한다고?]문자를 보내고 있는 육시준도 망설이고 있었다.그의 문자를 계속 기다린 것인지, 그가 선물을 들고 사과하기를 기다린 것인지 몰라 망설였다.특별한 날을 맞은 선물이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보다 낭만적인 분위기속에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적어도 깨끗한 곳에서 선물해야 하지 않을까?진심이라고?이런 더러운 화장실에서?’한편, 문자를 확인한 강유리가 두눈을 동그랗게 떴다.‘나쁜 자식, 사람을 붙인 게 확실하네!이 자식 변태 아니야?어떻게정확하게 알 수 있어?소름이야!’강유리는 휴대폰을 보며 씩씩거렸다.[그래! 직접 들고 들어와!]‘이렇게 된 이상 될대로 되라고 하지 뭐.’그가 이 일로 그녀를 비웃기라도 한다면 그녀도 화장실에 들어온 그를 똑같이 비웃을 것이다.답장을 받은 육시준이 입술을 깨물었다.난감해하는 그의 표정을 본 임강준이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에요?”육시준은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런 건 아닌데 요구가 점점 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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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이 상태로 주라는 거야?”밖에서 또 소리가 들렸다. 짜증스런 그의 말투에 불만이 묻어 있었다.다행이 강유리가 눈치 채지못했다. 그녀는 그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아니면 어디까지 해주려고 그래?”아마도 이 난처한 상황이 옥신각신한 말투로 무마된 듯했다. 강유리는 문을 빼꼼 열고 그 좁은 사이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빨리 줘!”문이 열리자 육시준은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잘 배운 덕에 곁눈질 할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육시준은 한참을 망설이며 겨우 뻣뻣하게 손을 뻗어 물건을 건네줬다.작은 상자 하나.물건을 건네 받은 강유리는 즉시 문을 닫고 안으로 잠갔다.손에 들려있는 곱게 포장된 상자에 그녀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 ‘이게 뭐야?새로 출시한 삽입형인가?’상자가 열리고 눈앞에 반짝이는 다이아가 나타났다. 어둡고 쾨쾨한 작은 공간이 삽시에 환해졌다......하지만 강유리의 화는 머리끝까지 치미르고 말았다.“육시준! 장난쳐?”“탁!”다이아를 담았던 상자가 밖으로 던져졌다.상자는 데구르르 굴러가다 열렸다. 유일무이한 그 다이아는 그렇게 버려졌다. 육시준은 마치 그의 진심이 버려져 바닥에 뒹굴고 여기없이 밟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그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화를 애써 참았다.“강유리!”강유리는 저린 다리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하마터면 중심을 놓칠 뻔했다.또 한켠에서는 세차게 쏟아내고 있었다.자신이 행동이 과했다는 것을 직감한 강유리는 그제야 그 비싸 보이는 다이아를 던진 걸 후회했다.더군다나 밖에 있는 남자는 자신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던 남편이 아니라 건드릴 수 없는 그런 사람이다.하지만 건물을 통틀어 그밖에 알지 못하기에 그의 심기를 건드려 그가 떠난다면 그녀는 끝이었다.강유리의 목소리는 한껏 부드러워졌다.“난, 그게 아니라, 다른 게 필요해.”“...”긴 침묵이 흘렀다.육시준은 아직 흥분해선 안 된다고, 그녀에게 잘못한 걸 생각하며 화를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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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앞뒤 퍼즐을 맞춘 그는 깨달았다. 강유리가 왜 그렇게 화를 낸 것인지, 왜 장난치냐고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그가 오해한 것 같다.머리가 윙윙 울렸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임강준을 보았다.‘내 와이프의 비밀을 다른 남자가 알게 되었다.’육시준의 살벌한 눈빛에 임강준의 등골이 오싹했다.“사, 사장님, 학교 대문앞에 편의점이 열었는지 제가 가볼까요?”“필요없어.”육시준이 차갑게 덧붙였다.“넌 여기를 지켜.”임강준은 걱정어린 눈빛으로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대표님이 사실 줄 알까?’워낙 종류도 많아서 아주 복잡해 보였다.‘낮용...밤용...슈퍼롱...’육시준도 뭐가 뭔지 잘 몰랐다. 하지만 가벼운 손짓으로 진열해 놓은 것들을 모조리 쓸어 담는 것으로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강유리는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그렇게 신주리에게 끝내 답장왔다.무심한 네글자가 왔다.[살아있니?]강유리가 그녀에게 답장했다.[매우 급함, 구출 요망.]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답장하려는데 그녀가 문자 테러를 시작했다.[와! 너의 남편이 재벌이라고 안영이 그러던데 진짜야? 오늘이 만우절은 아니지?][어젯밤에 어린 오빠들과 신나게 논 걸 들켰다며? 하하하하 안영이랑 어울리더니 쌤통이야, 그러게 행동거지를 잘했어야지!][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가정은 무사하고?][그러고 보니 내가 너의 남편을 못 봤네? 어떻게 생겼어? 듣기론 못생겨서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근데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데 재벌이라면서 왜 너랑 결혼하려는 거야?]그녀의 궁금증과 못 믿겠다는 표정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강유리는 말없이 휴대폰을 도로 넣었다.대꾸하고 싶지 않았다.‘중요한 순간에는 의지가 되지 않는다......’그러다 다시 생각했다. ‘육시준도 믿지 말아야 하나?다시 올까?왜 아직도 안 오지?’망설이다가 휴대폰을 다시 꺼내 또 다른 사람에게 그녀의 화장실에 갇긴 상황을 알리려는 그때, 문밖에 인기척이 들렸다. 그리고 문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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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그의 행동으로 아무 감각 없었던 그녀의 다리가 조금씩 찌릿찌릿하기 시작했다.“아!”그녀가 신음소리를 반복했다.끝음을 길게 끌다가 억누르는 것이 너무 야릇하게 들려서 못된 상상을 하게 했다.육시준이 그녀를 흘겼다.강유리도 자신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는 이상한 소리에 흠칫 놀랐다. 발그스레해진 볼을 하고는 결사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조심 좀 해. 다리가 불편...”남자는 그저 피식 웃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화장실 입구를 두줄로 늘어서서 지키던 보디가드들은 이미 돌아갔다. 생존욕구가 강한 임강준도 어디로 갔는 지 보이지 않았다.어둠이 드리우고 학교 정원에 가로등이 켜졌다.불빛이 나무잎 사이로 길을 비췄다. 두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조용하니 꽤 낭막적이었다.하지만 이건 연기일 뿐이다. 강유리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다행인지 불행인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는다.다행은 육시준이외에 누구도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고, 불행은 육시준이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본 것이다.‘어떻게 그의 앞에서 당당하게 행동할 것인가?’그가 하루 아침에 재벌이 된 그 순간부터 그녀는 자격을 잃었던 것 같았다.그녀는 체념한 듯 그의 품에 안겨 찍소리도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신의 위상을 촘촘히 느끼고 있었다.차에 오른 후에도 침묵은 계속 되었다.그러다 어느순간, 강유리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고개를 돌려 입을 열려는데 뒤쪽의 검은 물체에 시선을 뺏꼈다.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 짜증스럽게 물었다.“뒤쪽에 저건 뭐야?”육시준은 앞쪽에 시선을 고정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네가 원했거.”그녀는 손을 뻗어 검은색 주머니를 헤쳐보았다.그녀의 눈꼬리에 격련이 이렀다.‘재벌이면 이렇게 제멋대로야?롤스로이스를 생리대로 채운다고?’“이렇게 많이 사면 어떡해?”중얼거리는 그녀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육시준은 아랑곳 하지 않고 대꾸했다.“좋아하잖아?”‘어느 누가 생리대를 좋아하는가?잠깐.’그녀는 조금전 상황을 골똘히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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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육시준은 아무 미동도 없었다. 브레이크를 밟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강유리는 씩씩거리며 그를 쏘아봤다. 그녀가 화를 내려는 그때 육시준이 작은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선물이야.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버려도 돼. 하지만 두 번 다시 주워주지 않을 거야.”“...”강유리가 시무룩하니 고개를 떨궜다.담담하게 뱉은 그의 말이 둔탁하게 날아와 그녀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콧대가 높은 그였지만 그녀를 위해 기꺼이 타협했다....‘자기가 잘못했으면서!’강유리는 뾰로통해하며 상자를 낚아챘다.“기어이 준다고 하니 그냥 받을게!”그제야 육시준은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달래듯이 물었다.“그럼 화내지 않을 거지?” 상자를 만지작거리던 그녀의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돈만 밝히는 여자라 물질적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조금 전 그녀는 모든 걸 제쳐놓고 다시 돌아가 다이아를 찾으려 했다.그는 그녀의 제일 취약한 점을 파악하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이 결혼은 애초부터 물질적인 것을 기초로 성사된 것이다.애초부터 물질적인 결혼이었고 그녀의 감정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녀 혼자 잠시 착각하고 있었다......어느덧 그들을 태운 차가 정원에 들어섰다. 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오늘 우리의 모습이 처음 만났던 날과 똑같지 않아?”강유리는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는 시치미를 떼고 반문했다.“뭐가?”육시준이 대답했다.“오해가 있었지만 멋대로 판단하는 바람에 서로의 마음에 귀 기울일 생각을 하지 않잖아, 그때도, 지금도.”강유리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것 같기도 해.”“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서 널 힘들게 한 것 같네, 이 빚은 내가 갚을 거야.”육시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굳게 다짐하는 듯한 말투였다.예상밖으로 강유리도 쿨하게 반응했다.“그래.”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육시준은많은 말들을 준비했지만, 그녀의 반응에 당황해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그럼, 기분이 풀린 거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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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씻고 나니 향기로운 향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촬영장 화장실에서 겪었던 불쾌함이 말끔하게 사라졌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불행이 찾아왔다.생리통이 오늘따라 심했다.한편, 육시준은 작은방 샤워실에서 깨끗하게 씻고 나와 식탁에 앉았다. 그렇게 30분 넘게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강유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그의 얼굴에 점점 불만으로 가득했다.무더운 8월이었지만, 육시준으로 인해 한기가 돌았다.육시준은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았고 기분을 잘 드러내지도 않는다.그랬던 육시준이 자기의 기분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자, 오 씨 아주머니와 류 집사는 처음 보는 이 광경에 깜짝 놀랐다.류 집사가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사모님께서 피곤하셔서 먼저 잠에 드신 것은 아닐까요? 시간도 많이 늦었고…”육시준이 차갑게 쏘아붙였다.“9시 반 밖에 안 되었는데요?”“...”“아까 차에 있던 물건들, 사모님 물건이죠? 여자들이 이 시기에 제일 예민해요, 잠도 많아지고요.”차 안의 물건을 옮기면서 내용물을 확인한 오 씨 아주머니가 말했다.그 말을 들은 육시준이 의아해했다.“그래요?”오 씨 아주머니가 설명해 줬다.“당연하죠!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이 많아지는 시기거든요, 될수록 비위를 맞춰 주는게 좋을거예요.” “...”그는 오 씨 아주머니가 자기한테 장난을 친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이런 이유 때문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면, 그는 기꺼이 눈 감아 줄 수 있었다.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육시준이 몸을 일으켰다.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방문을 열자, 방안은 어두컴컴했다. 그저 침대 헤드의 조명만 켜져 있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부드러운 불빛이었다.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린 그녀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불빛에 비춰 진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이마에 머리카락들이 땀에 젖어 아무렇게나 붙어있다....눈쌀을 한껏 찌푸린 육시준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유리야?”강유리는 비몽사몽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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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방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빛을 등지고 서 있어서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풍기는 아우라가 차가울 뿐이다. 그는 지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그녀는 홧김에 잃어버렸던 이성을 서서히 되찾았다.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녀가 나직이 웅얼거렸다.“건들면 배가 아파, 너무 아파서 내가 이성을 잃었나봐...”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고작 이틀 사이에 모두 겪고 있었다.아무도 그에게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한 적 없었고, 발에 차인 적도 없었으며. 아무도 그에게 꺼지라고 한 적 없다. 이런 대우는 처음이다.그렇다고 화를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그녀가 예민한 시기이기에 최대한 그녀의 기분을 맞춰야 한다는 오 씨 아주머니의 말을 되뇌었다. 힘들어 보이는 그녀를 보면서 인내심을 발휘해 보았다.“다른 불편한 곳은 없고?”강유리는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였다.“너무 졸려.”육시준이 물었다.“배는 안 고파?”너무 힘든 하루를 보냈던 탓에 그녀는 입맛을 잃었다.강유리는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육시준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다정한 손길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푹 쉬어. 내일 의사를 부를게.”“...”강유리는 그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화를 내지 않는 그가 의외였다.그의 신분을 그녀가 알게 되었으니 충분히 성질을 부려도 되는데 이렇게 착하게 자기 기분에 맞춰주는 게 믿기지 않았다.재벌은 역시 다르다.연신 감탄하며 강유리는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가끔 전해지는 복통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더러 진통제를 사 오라고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부부이기도 하고 그녀가 그동안 잘해준 것을 봐서라도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옆자리가 내려앉는 느낌이 들더니 그녀의 몸이 그대로 포근한 품에 안겼다. 그리고 큰 손이 그녀의 아랫배를 살포시 감쌌다. 너무 따뜻했다.그러자 통증이 가시고 온몸이 나른해졌다.그녀는 더욱 깊이 파고들며 스르르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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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그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적인 방법을 육시준에게 알려주었다. 따뜻한 물 마시기, 핫팩 붙이기,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같은 조언을 했다.결국 육시준은 그에게 직접 와서 진료해 달라고 했다.“아픈 유리 씨가 걱정된다며 저를 호출하더라고요.”송이혁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은 꽤 가까운 사이 같았다.강유리는 둘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이 사람이 이혁 씨를 불렀다고요? 둘이 아는 사이에요?”“...”육시준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송이혁의 표정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둘이 어떤 사이인지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이때 송이혁이 벌떡 일어서며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제수씨, 안녕하세요. 전에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는데 저는 육시준의 친구예요. 만나서 반가워요.”그녀는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할아버지의 병세 때문에 흉부외과 전문의인 송이혁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닿았고, 그녀는 조금 의아했었다.하지만 둘이 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단번에 모든 의문이 풀렸다.할아버지의 진료 시간이 꼭 그날이어야 했던 것은분명히 의도한 것이다. 그녀가 육씨 가문의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벌인 짓일 것이다.육시준이 제안한 것인 줄 알았던 그녀의 오해가 풀렸다.육경서가 제안한 것이고 육시준은 임기응변 능력을 발휘했고 그의 ‘설계’에 특별게스트까지 출현하게 되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차렸다.강유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어쨌든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그 모습을 본 송이혁은 악수하려던 손을 도로 집어넣었다.“부부 사이 일에 감히 개입할 수 없었어요. 무례한 행동으로 기분이 나쁘게 해드렸네요, 너그럽게 용서해줘요.”송이혁은 대뜸 자진 신고를 하며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육시준이 그를 흘겨 보면서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어디 불편한 데 없어? 병원에 가기 싫은 거면 약이라도 처방해 달라고 할게.”강유리는 자리에 앉으며 컵에 물을 따랐다.“괜찮아, 산부인과 의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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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조보희는 울면서 앞으로 나아가던 중, 입구에서 걸어나온 사람이 강유리가 아닌 다른 사람인 걸 확인하고 울음을 뚝 그쳤다.그리고 딸꾹질하기 시작했다.송이혁은 갑자기 반짝이는 상대의 눈빛에 경계심을 높였다.“여기서 만나네요.”조보희가 눈물을 쓱 훔치며 물었다.“어떻게…. 여기에 계셨던 거예요?”“그게...”송이혁이 급하게 둘러댔다.“외래 검진요.”조보희는 순간 멈칫했다. 얼굴에 폈던 환희가 격분으로 바뀌었다.“외래 검진이요? 유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육시준, 그 나쁜 새끼가 우리 유리 때렸나요? 젠장! 우리를 엿먹이고, 언젠가 유리도 해칠 거란 걸 알았어요. 돈이 많으니까 정말 뵈는 게 없나 보네요...”씩씩거리면서 방향을 틀어 차 트렁크로 향했다. 그녀는 야구방망이를 꺼내 어깨 위에 걸쳤다. 그 움직임이 하도 빨라서 송이혁은 그녀를 말릴 틈이 없었다.그녀의 하이힐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냈다.“육시준! 감히 여자를 때려?”“...”집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육시준은 소파에 앉아있었고 그 옆에 강유리도 있었다. 둘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향했다.흥분된 얼굴로 분노하던조보희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꽈당!”야구방망이가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경쾌한 소리가 났다. 스스로 놀란 그녀는 무서워서 양팔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육시준이 왜 아직 집에 있는 건지 누구라도 대답해 줬으면 좋겠는데….출근해야 할 시간인데, 왜 출근을 하지 않고?’그녀는 강유리를 향한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려 한 것이지, 그녀의 남자에게 선전포고할 생각은 없었다...숨 막히는 적막이 몇초간 이어졌다.난처함을 못 견디지 못해 도망가려던 그때 송이혁이 안으로 들어오며 떨어진 야구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친구를 도와주려는 거죠?”“아니, 친구는 아니에요.”조보희는 표정이 좋지 않은 남자를 보며 손사래를 쳤다.“전 그저 사장님이 도구가 필요하실 것 같아서 제공하러 온 것뿐이에요.”육시준과 강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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