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191 - Chapter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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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그녀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덮어두거나 그의 미색에 홀려 놓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육시준이 그날 경찰서에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그때 그는 경찰청장과 함께였다.JK 빌라를 구매할 때, 수많은 제약을 뚫고 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신기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이었다.성신영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거액을 들여 그녀의 옷방을 채워주고 일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고용해서 그녀를 꾸며준 일도 그렇고…모든 정황을 취합해 보면 배후에는 막강한 재력이 있었을 것이다.LK의 방계 가족이라는 신분으로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만약 LK의 수장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모든 게 그토록 자연스러웠다.그리고 DH 제품의 판매를 중단 시킨 일도 그렇다.그때도 의심했었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의혹을 해소시켜 주었다.육경서와 김찬욱이 서로 합의하에 결정했다는 이유까지 나왔다.강유리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껴졌다. 여태 그의 신분도 모르고 부자처럼 굴었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을까?왜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면서 나를 속이려 했지?임천강은 여전히 주절주절 떠들고 있었다. 그녀는 짜증스럽게 발을 들어 그를 힘껏 걷어차 주었다. 그제야 시끄러운 소음이 잦아들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임강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인간이 한 말, 사실이죠?”임강준도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예상보다는 괜찮은 그녀의 반응에 중요한 사실만 어필하기로 마음먹었다.“LK의 실질적인 집권자는 대표님이시지요. 아무도 그분의 결정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육 회장님도 마찬가지예요.”말을 마친 그는 무언가 부족했는지 한마디 덧붙였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의 편을 들어주는 한, 아무도 감히 사모님을 손가락질하지 못할 겁니다.”강유리가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이게 사실이라는 거군요.”임강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입장인가요?”말투가 조금 이상했다.강유리는 그를 지나쳐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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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강유리는 결국 파티 홀로 가지 않았다.각종 정보들을 취합해 봤을 때, 육시준이 LK의 수장이라는 가설은 거의 사실인 것 같았다.그녀가 소문에 둔감해서가 아니라 그가 일부러 신분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이제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이 가득 모인 자리에서 차분한 표정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나와 곧장 주차장으로 갔다.그곳에 롤스로이스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 차의 양측은 비워져 있었다. 모든 게 조보희가 말했던 상황과 비슷하게 들어맞았다. 강유리는 조롱당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조보희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돈이 많은 사람은 항상 신중하고 주변을 경계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던 말. 그녀는 항상 이익을 위해 움직였으니 그가 자신을 경계했다고 해도 할 말은 없었다.하지만 어찌ㅠ됐건 기분이 아주 나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녀는 차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분풀이로 힘껏 걷어차 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귓가에서 조보희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미쳤어? 저거 그분 차잖아! 차에 흠집이라도 냈다가 어떻게 배상하려고 그래?”조보희는 립스틱을 차에 놓고 와서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온 것이었다.마침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롤스로이스를 발로 걷어차려는 강유리를 목격했다.“나 돈 많아. 이까짓 거도 배상 못할 것 같아?”강유리는 잔뜩 화가 나서 짜증스럽게 대꾸했다.조보희가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그런데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강유리는 그 차를 힘껏 노려보았다. 조보희는 한참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모자와 선글라스를 꺼내 그녀에게 주며 말했다.“차고 싶으면 차. 내가 망보고 있을게!”강유리가 한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아니고 곳곳에 CCTV와 블랙박스가 있는데 들키지 않을 리가!하지만 굳이 사고 쳐서 비싼 돈 물어줄 필요는 없었다.“면허증 있지?”조보희가 기죽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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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옆에서 육경민이 발끈하며 눈을 부릅떴다.‘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여기서 내가 왜 나와!’그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육시준에게 말했다.“곧 시작인데 다들 안 나가세요? 형, 형수님은 아직이야?”물론 갑자기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한 소심한 복수였다.가만히 있던 육경서가 이죽거리며 말했다.“그래서 넌 파트너 정했어? 오늘은 누구 데려올 거야? 설마 애인들이 몰려와서 다투는 일은 없겠지?”“무슨 말을 그렇게 해!”“내가 왜?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네가 하도 밖에서 씨를 뿌리고 다녀서 삼촌이랑 숙모가 얼마나 걱정하시는지 알아?”육경서는 단 몇 마디로 육경민과 그의 가족들의 기를 확 눌렀다.할아버지한테는 찍소리 못하지만 그렇다고 친척들까지 날뛰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그들이 아웅다웅하는 사이, 육시준의 경호원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와서 그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남자의 표정이 확 변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하니 파티에서 내 이름 좀 빼줘.”말을 마친 그는 휑하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사람들은 궁금한 얼굴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육시준이 이렇게 긴장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고 그의 직속 경호원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 생겼기에?육청수 어르신만 똥 씹은 표정으로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무례한 자식!”그는 지팡이로 땅을 두드려대며 불만을 표했다.“오늘 같은 날에 이 무슨 추태야! 경원이가 이번 파티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데! 이번에 얼굴 드러낸다고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이렇게 간단히 취소할 문제냐고!”그룹 내에서 육시준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졌지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존재감이 적었던 육경원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도 너무 형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만큼 중요한 일이겠죠. 어차피 우리 가족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파티도 아니었잖아요.”이번 파티 주최자인 육경원은 인맥을 넓히기 위해 많은 기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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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현란한 등불이 춤을 춘다. 서울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강남의 한 클럽, 소안영의 아지트였다.룸에 도착한 강유리는 말없이 술만 들이켰다. 지난번 임천강이 바람을 피웠다 들켰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그녀는 조보희에게 시선을 돌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쟤 왜 저래?”조보희도 작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실연당한 것 같은데?”“결혼까지 했는데 실연은 무슨.”“남편이 바람난 게 아닐까?”소안영은 재빨리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물론 꽤 신빙성 있는 추측이기는 하지만 강유리가 있는 자리에서 얘기할 문제는 아니었다.지난번에 남자친구의 바람을 목격한 강유리는 하루아침에 초고속으로 결혼했다.이번에 만약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또 무슨 이상행동을 보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그들이 걱정에 잠겨 있을 때, 강유리가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 내 남편이 억만장자래.”소안영이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 그래? 그건 몰랐네.”그녀는 친구가 술 취했다고 생각하고 조보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조보희가 굉장히 흥분한 얼굴로 다급히 말했다.“드디어 인정한 거야? 역시, 내 눈은 못 속여! 그런데 아까 왜 남편 차를 발로 차려고 했어?”“차를 발로 차? 저 깍쟁이가? 수리비 엄청 나올 텐데!”소안영이 끼어들었다.“게다가 그것도 억만장자가 타고 다니는 롤스로이스였어.”소안영이 놀라며 물었다.“그 새로 나온 한정판?”조보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강유리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너희는 다 알고 있었어?”소안영과 조보희가 입을 다물었다.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그녀는 정말 모르고 있었던 걸까?“너희는 내가 아주 속물이라 돈만 보면 막 흥분하는 사람 같지?”강유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애잔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두 친구는 아무 대답도 줄 수 없었다.무슨 그런 당연한 말씀을!소안영은 친구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지난번에 임천강이 바람을 피웠을 때랑은 반응이 조금 달랐다.그때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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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그 인간이 먼저 나 좋다고 그랬단 말이야…”강유리는 다시 그날을 떠올렸다.그러고 보니 고백은 장경호가 먼저 했고 꽃도 장경호가 선물한 것이었다. 그때 그녀는 당연히 육시준이 시켜서 그랬다고 생각했다.오늘 그 차를 보고 든 생각은 그들의 첫 만남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좋아한다는 색안경을 쓰고 보면 모든 게 빈틈이 없었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는 한 번도 제 입으로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었다.“넌 그 사람 좋아해?”소안영이 물었다.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발끈했다.“그럴 리 없잖아!”소안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럼 아무 문제 없잖아. 너희 둘 다 비슷해.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어. 계약 부부는 서로의 이익만 챙기면 되는 거야.”강유리는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과거의 그녀도 그런 마음이었다.그런데 점점 무언가 변화하고 있는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강유리는 굳은 표정으로 다시 술을 들이켜고 말했다.“가게에 새로 온 괜찮은 남자 직원 있어?”옆에서 듣고 있던 조보희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말했다.“그… 그건 좀… 난 아직 모솔이라고. 복근만 멀리서 구경해도 되지 않아?”소안영은 한심하다는 듯이 둘을 쳐다보았다.그녀가 가은 강유리는 말만 세게 했지 속은 순진한 친구였다. 소안영은 직원들을 호출해서 선수 열 명을 룸으로 들여보냈다.조보희는 쑥스럽게 소안영의 등 뒤에 숨어서 눈을 반짝이며 그들의 얼굴을 감상했다.그러던 그녀의 미소가 점점 기괴하게 변했다.“솔직히 나 선수하는 애들 역겹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생긴 사람들인 줄은 몰랐어.”마치 아이돌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이게 부자 사모님의 즐거움이란 걸까?“당연하지. 얘네가 우리 가게 매출을 거의 올려준다고 봐도…”“어째 다들 이렇게 비실비실해? 좀 남자다운 애는 없어?”강유리가 싸늘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소안영은 친구를 힘껏 흘겨보며 물었다.“그래서 원하는 스타일이 뭐야?”강유리가 선수들을 둘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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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멍하니 서 있는 선수들을 훑었다.소안영은 놀라서 뒤로 뒷걸음질 쳤다.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집사람?설마 이 사람이 강유리 남편이자 LK의 수장이라고?사실 친구 걱정보다 이 가게가 더 걱정이었다.눈치 빠른 조보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해명했다.“유리는 아무도 지목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얘들이 남편보다 못하다고 핀잔을 줬죠.”소안영도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리고 선수 부르자고 한 건 유리가 아니라 우리예요.”육시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임 비서, 피어싱에서 가장 괜찮은 선수 애들 물색해서 조보희 씨랑 소안영 씨 집에 보내. 이건 내 마음이에요.”소안영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피어싱은 LK 그룹 산하의 유흥업소였다. 그녀가 운영하는 클럽에 비해 규모가 상당했으며 선수를 뽑는 기준도 굉장히 엄격했다.솔직히 피어싱의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서 데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꾼 적도 있었다.하지만 집에 보내라니!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임강준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은 강유리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처참히 부서졌다.이미 취기가 오른 강유리가 육시준의 셔츠 단추를 벗기고 있었다. 단추가 손에 잘 안 잡히자 그녀는 짜증스럽게 셔츠를 잡아당기고 손을 허리춤으로 집어넣었다.조금 전까지 우아한 기품을 자랑하던 육시준 대표는 순식간에 흐트러진 모습이 되었다.두 사람은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육시준이 그녀를 번쩍 들더니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숨 막히게 하는 존재가 사라지자 두 사람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소안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아니지! 저 사람이 강유리 남편이라는 증거도 없잖아?”조보희가 말했다.“그렇지. 우리 아까 너무 쫄보 같은 모습만 보인 거 아니야?”이때, 클럽 매니저가 급급히 안으로 들어왔다.“사장님, LK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소안영은 할 말을 잃었다.육시준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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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강유리! 좀 얌전히 있어!”강유리가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소리쳤다.“싫어!”육시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고집스러운 그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이 여자가 정말 술 취해서 이러는지 아니면 일부러 취한 척하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알싸한 알코올 향기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물었다.“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강유리는 그 질문에 잠시 진지하게 고민했다.“당신이 유부녀라는 자각은 있어?”강유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어느 유부녀가 클럽 가서 선수를 부르고 낯선 남자 몸을 더듬거려? 도대체 그런 건 누구한테 배운 거니?”남자의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서 느껴졌다. 그는 지금 무척 분노한 상태였다.강유리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당신 진짜 육시준이야?”육시준이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이제야 나를 알아본 거야?”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예전에는 당신 정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솔직히 모르겠어.”“다시 알아가면 되잖아. 궁금한 게 있으면 지금 물어봐. 솔직하게 대답해 주겠다고 약속하지.”그가 한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강유리는 고개를 돌리고 완벽에 가까운 그의 얼굴을 잠시 감상했다.창밖의 네온등이 안으로 비쳐 들어와 로맨틱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당신은 나 좋아해?”육시준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하지만 술 취한 강유리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에게서 바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그녀는 그것을 부인이라고 단정했다.“그럴 줄 알았어. 나 혼자 착각에 빠져 살았던 거야. 고백은 무슨, 첫눈에 반하기는 무슨, 다 가짜잖아! 장경호가 나를 속였어! 모두가 당신이랑 짜고 나를 속였다고!”예쁜 눈동자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항상 도도한 모습만 보이던 그녀와 달리 오늘의 그녀는 조금 색달랐다.육시준은 심장이 갑자기 벌렁거렸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사과할 필요 없어. 안영이 말이 맞아. 우린 그냥 계약 부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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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육시준은 입을 꾹 다물고 여자를 지그시 바라봤다.그런데 웬걸, 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차가 JL 빌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임강준이 차 문을 열었다.“대표님.”그는 잠든 강유리를 보자 소리를 죽였다.육시준은 음침한 얼굴로 차에서 내려 반대쪽 차 문을 열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강유리가 눈을 번쩍 떴다.그는 움찔하며 손을 내리고는 싸늘하게 말했다.“깼으면 내려. 도착했어.”평생 높은 위치에서 대접만 받으며 살아온 육시준에게 이 정도로 무례하게 대한 사람은 강유리가 처음이었다.그가 먼저 잘못한 게 맞다고 해도 항상 그녀를 배려하고 신경 써줬는데 너무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클럽에서 선수 부른 것도 모자라 그에게 쓰레기라고 인신공격까지 퍼붓다니.“안아줘.”강유리가 손을 뻗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육시준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자다 깨서 그런지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애교가 묻어 있었다.같이 지낸지도 꽤 시간이 흘렀기에 그는 그녀가 어떨 때 애교를 부리는지 잘 파악하고 있었다.지금 잘못을 인식하고 용서를 구하는 걸까?육시준은 고개를 돌렸다.그는 그녀가 먼저 사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유리는 여전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충격적인 말을 뱉어냈다.“한 달에 6천만 원씩이나 받으면서 날로 먹을 거야?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부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 돈 받았으면 할 일을 해야지!”육시준이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서비스 태도가 불량이면 언제든 사람 교체할 수 있어! 거기 잘생긴 임 비서님, 지금 날 안아서 침실까지 데려다주면 6천만 원 드릴게요!”강유리는 고개를 돌리고 옆에 있는 임강준에게 말을 걸었다.임강준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싶었다.상사의 싸늘한 시선이 날아오자 그는 급급히 뒤로 뒷걸음질 쳤다.“저… 저는 집이 가까워서 걸어서 갈게요! 대표님, 저 퇴근합니다!”말을 마친 임강준은 걸음아 나 살려라 미친 듯이 달렸다.하지만 대문을 나선 그는 지도에 표시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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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그녀는 비틀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어지럼증이 심해서 직선으로 걷지 못하고 결국 문에 부딪혔다.커다란 손이 그녀를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나한테 씻겨달라고 했잖아? 왜 또 마음이 바뀐 거야? 기다리는 건 재미없어. 돈을 받았으니 내가 할 일을 해야지.”속삭이듯 귀를 간지럽히는 그 목소리에 강유리는 눈앞이 어지러웠다.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욕실에 들어와 있었다.그녀는 다급히 옷깃을 여미며 고개를 저었다.“아… 필요 없어. 안 할래.”“그럴 수는 없어.”육시준은 그녀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입술을 덮쳤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은 이미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욕조에 들어간 강유리는 버둥거리다가 연신 물을 삼키고 쿨럭거렸다.머리에서 물기가 뚝뚝 흐르고 얼굴까지 새빨개져서 기침하는 모습은 조금 안쓰럽기까지 했다.육시준은 조금 마음이 약해졌지만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강유리는 구석으로 도망가서 양팔로 무릎을 끌어안고 경계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육시준은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 욕조에 들어섰다. 길고 매끈한 다리 위로 올라가니…시각적 충격에 강유리는 넋이 나가 버렸다.‘임천강이 정말 작은 거였구나.’그가 자신을 다시 품으로 잡아당겼을 때에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바둥거렸다.“움직이지 마! 안 그러면 나도 무슨 짓 할지 모르겠으니까!”그 말에 놀란 그녀가 움직임을 멈추었다.등 뒤에서 그의 매끈한 살결이 느껴지자 강유리는 온몸에 열기가 올라왔다.다행히 그도 양심은 있는지 별다른 동작 없이 조용히 씻겨주는 데만 집중했다.욕실 공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술기운 때문인지 강유리는 점점 눈꺼풀이 내려왔다.결국 그녀는 단단한 그의 팔에 기댄 채, 잠들어 버렸다.육시준은 들끓는 욕망을 겨우 참고 있었다. 그런데 고개를 숙여 보니 이 양심도 없는 여자는 이미 쿨쿨 자고 있었다.그는 혼란스러웠다.그렇게 다사다난했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한편, 자선 파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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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듣기에는 주최측의 강한 책임감으로 들렸지만 사실 그의 말은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이런 일은 어차피 비서나 호텔 매니저들에게 시키면 된다.그가 주동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청한 것은 너는 각별하다는 의미였다.재밌네.성신영은 나긋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하고 연락처를 남겼다.그녀가 떠나자 옆에 있던 비서가 차 문을 열며 말했다.“유강 그룹의 둘째 따님이십니다. 예전에 유강 엔터의 전임 대표와 약혼했다가 최근에 파혼했다고 합니다.”육경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유강 그룹 둘째 따님이 왜 성 씨야?”비서는 유강 그룹의 가족 사항을 간단하게 요약해서 대답했다.설명을 다 들은 육경원이 웃으며 말했다.“어쩐지 들러붙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라니. 그 엄마가 가르친 거겠군.”“실장님, 그 여자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걸 뻔히 아시면서….”하지만 날아온 싸늘한 시선에 비서는 입을 다물었다.육경원은 핸드폰에 있는 연락처를 보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요즘 짜증 나는 일도 많은데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장난감을 내칠 수는 없지.”사람들은 육경민을 바람둥이로 알고 있었지만 넷째인 육경원이 더 변태스러운 인간이라는 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지난번 브랜드사에서 보내온 선물 있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거 없어?”그가 무심한 듯 물었다.“별로 많지는 않습니다만 성연 주얼리에서 보내온 목걸이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로열 측 고아연 씨가 이벤트 때 한번 착용한 적 있지요. 지금은 그냥 방치해 둔 상태입니다.”“그럼 그거로 하자.”육경원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성신영 씨한테 어울리는 물건이군.”숙취와 극심한 스트레스에 강유리는 오후가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침대 머리에 꿀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허겁지겁 그것을 마셨다.흐릿한 기억이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어젯밤에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소안영의 가게를 찾아 술을 마신 기억이 났다. 친구들은 그녀에게 어차피 계약 결혼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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