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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작가: 노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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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덮어두거나 그의 미색에 홀려 놓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육시준이 그날 경찰서에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그때 그는 경찰청장과 함께였다.

JK 빌라를 구매할 때, 수많은 제약을 뚫고 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신기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이었다.

성신영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거액을 들여 그녀의 옷방을 채워주고 일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고용해서 그녀를 꾸며준 일도 그렇고…

모든 정황을 취합해 보면 배후에는 막강한 재력이 있었을 것이다.

LK의 방계 가족이라는 신분으로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만약 LK의 수장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게 그토록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DH 제품의 판매를 중단 시킨 일도 그렇다.

그때도 의심했었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의혹을 해소시켜 주었다.

육경서와 김찬욱이 서로 합의하에 결정했다는 이유까지 나왔다.

강유리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껴졌다. 여태 그의 신분도 모르고 부자처럼 굴었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왜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면서 나를 속이려 했지?

임천강은 여전히 주절주절 떠들고 있었다. 그녀는 짜증스럽게 발을 들어 그를 힘껏 걷어차 주었다. 그제야 시끄러운 소음이 잦아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임강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인간이 한 말, 사실이죠?”

임강준도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예상보다는 괜찮은 그녀의 반응에 중요한 사실만 어필하기로 마음먹었다.

“LK의 실질적인 집권자는 대표님이시지요. 아무도 그분의 결정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육 회장님도 마찬가지예요.”

말을 마친 그는 무언가 부족했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대표님께서 사모님의 편을 들어주는 한, 아무도 감히 사모님을 손가락질하지 못할 겁니다.”

강유리가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게 사실이라는 거군요.”

임강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입장인가요?”

말투가 조금 이상했다.

강유리는 그를 지나쳐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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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리는 결국 파티 홀로 가지 않았다.각종 정보들을 취합해 봤을 때, 육시준이 LK의 수장이라는 가설은 거의 사실인 것 같았다.그녀가 소문에 둔감해서가 아니라 그가 일부러 신분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이제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이 가득 모인 자리에서 차분한 표정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나와 곧장 주차장으로 갔다.그곳에 롤스로이스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 차의 양측은 비워져 있었다. 모든 게 조보희가 말했던 상황과 비슷하게 들어맞았다. 강유리는 조롱당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조보희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돈이 많은 사람은 항상 신중하고 주변을 경계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던 말. 그녀는 항상 이익을 위해 움직였으니 그가 자신을 경계했다고 해도 할 말은 없었다.하지만 어찌ㅠ됐건 기분이 아주 나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녀는 차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분풀이로 힘껏 걷어차 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귓가에서 조보희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미쳤어? 저거 그분 차잖아! 차에 흠집이라도 냈다가 어떻게 배상하려고 그래?”조보희는 립스틱을 차에 놓고 와서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온 것이었다.마침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롤스로이스를 발로 걷어차려는 강유리를 목격했다.“나 돈 많아. 이까짓 거도 배상 못할 것 같아?”강유리는 잔뜩 화가 나서 짜증스럽게 대꾸했다.조보희가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그런데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강유리는 그 차를 힘껏 노려보았다. 조보희는 한참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모자와 선글라스를 꺼내 그녀에게 주며 말했다.“차고 싶으면 차. 내가 망보고 있을게!”강유리가 한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아니고 곳곳에 CCTV와 블랙박스가 있는데 들키지 않을 리가!하지만 굳이 사고 쳐서 비싼 돈 물어줄 필요는 없었다.“면허증 있지?”조보희가 기죽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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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93화

    옆에서 육경민이 발끈하며 눈을 부릅떴다.‘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여기서 내가 왜 나와!’그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육시준에게 말했다.“곧 시작인데 다들 안 나가세요? 형, 형수님은 아직이야?”물론 갑자기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한 소심한 복수였다.가만히 있던 육경서가 이죽거리며 말했다.“그래서 넌 파트너 정했어? 오늘은 누구 데려올 거야? 설마 애인들이 몰려와서 다투는 일은 없겠지?”“무슨 말을 그렇게 해!”“내가 왜?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네가 하도 밖에서 씨를 뿌리고 다녀서 삼촌이랑 숙모가 얼마나 걱정하시는지 알아?”육경서는 단 몇 마디로 육경민과 그의 가족들의 기를 확 눌렀다.할아버지한테는 찍소리 못하지만 그렇다고 친척들까지 날뛰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그들이 아웅다웅하는 사이, 육시준의 경호원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와서 그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남자의 표정이 확 변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하니 파티에서 내 이름 좀 빼줘.”말을 마친 그는 휑하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사람들은 궁금한 얼굴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육시준이 이렇게 긴장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고 그의 직속 경호원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 생겼기에?육청수 어르신만 똥 씹은 표정으로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무례한 자식!”그는 지팡이로 땅을 두드려대며 불만을 표했다.“오늘 같은 날에 이 무슨 추태야! 경원이가 이번 파티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데! 이번에 얼굴 드러낸다고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이렇게 간단히 취소할 문제냐고!”그룹 내에서 육시준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졌지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존재감이 적었던 육경원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도 너무 형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만큼 중요한 일이겠죠. 어차피 우리 가족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파티도 아니었잖아요.”이번 파티 주최자인 육경원은 인맥을 넓히기 위해 많은 기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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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94화

    현란한 등불이 춤을 춘다. 서울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강남의 한 클럽, 소안영의 아지트였다.룸에 도착한 강유리는 말없이 술만 들이켰다. 지난번 임천강이 바람을 피웠다 들켰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그녀는 조보희에게 시선을 돌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쟤 왜 저래?”조보희도 작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실연당한 것 같은데?”“결혼까지 했는데 실연은 무슨.”“남편이 바람난 게 아닐까?”소안영은 재빨리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물론 꽤 신빙성 있는 추측이기는 하지만 강유리가 있는 자리에서 얘기할 문제는 아니었다.지난번에 남자친구의 바람을 목격한 강유리는 하루아침에 초고속으로 결혼했다.이번에 만약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또 무슨 이상행동을 보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그들이 걱정에 잠겨 있을 때, 강유리가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 내 남편이 억만장자래.”소안영이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 그래? 그건 몰랐네.”그녀는 친구가 술 취했다고 생각하고 조보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조보희가 굉장히 흥분한 얼굴로 다급히 말했다.“드디어 인정한 거야? 역시, 내 눈은 못 속여! 그런데 아까 왜 남편 차를 발로 차려고 했어?”“차를 발로 차? 저 깍쟁이가? 수리비 엄청 나올 텐데!”소안영이 끼어들었다.“게다가 그것도 억만장자가 타고 다니는 롤스로이스였어.”소안영이 놀라며 물었다.“그 새로 나온 한정판?”조보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강유리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너희는 다 알고 있었어?”소안영과 조보희가 입을 다물었다.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그녀는 정말 모르고 있었던 걸까?“너희는 내가 아주 속물이라 돈만 보면 막 흥분하는 사람 같지?”강유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애잔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두 친구는 아무 대답도 줄 수 없었다.무슨 그런 당연한 말씀을!소안영은 친구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지난번에 임천강이 바람을 피웠을 때랑은 반응이 조금 달랐다.그때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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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95화

    “그 인간이 먼저 나 좋다고 그랬단 말이야…”강유리는 다시 그날을 떠올렸다.그러고 보니 고백은 장경호가 먼저 했고 꽃도 장경호가 선물한 것이었다. 그때 그녀는 당연히 육시준이 시켜서 그랬다고 생각했다.오늘 그 차를 보고 든 생각은 그들의 첫 만남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좋아한다는 색안경을 쓰고 보면 모든 게 빈틈이 없었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는 한 번도 제 입으로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었다.“넌 그 사람 좋아해?”소안영이 물었다.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발끈했다.“그럴 리 없잖아!”소안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럼 아무 문제 없잖아. 너희 둘 다 비슷해.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어. 계약 부부는 서로의 이익만 챙기면 되는 거야.”강유리는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과거의 그녀도 그런 마음이었다.그런데 점점 무언가 변화하고 있는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강유리는 굳은 표정으로 다시 술을 들이켜고 말했다.“가게에 새로 온 괜찮은 남자 직원 있어?”옆에서 듣고 있던 조보희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말했다.“그… 그건 좀… 난 아직 모솔이라고. 복근만 멀리서 구경해도 되지 않아?”소안영은 한심하다는 듯이 둘을 쳐다보았다.그녀가 가은 강유리는 말만 세게 했지 속은 순진한 친구였다. 소안영은 직원들을 호출해서 선수 열 명을 룸으로 들여보냈다.조보희는 쑥스럽게 소안영의 등 뒤에 숨어서 눈을 반짝이며 그들의 얼굴을 감상했다.그러던 그녀의 미소가 점점 기괴하게 변했다.“솔직히 나 선수하는 애들 역겹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생긴 사람들인 줄은 몰랐어.”마치 아이돌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이게 부자 사모님의 즐거움이란 걸까?“당연하지. 얘네가 우리 가게 매출을 거의 올려준다고 봐도…”“어째 다들 이렇게 비실비실해? 좀 남자다운 애는 없어?”강유리가 싸늘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소안영은 친구를 힘껏 흘겨보며 물었다.“그래서 원하는 스타일이 뭐야?”강유리가 선수들을 둘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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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96화

    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멍하니 서 있는 선수들을 훑었다.소안영은 놀라서 뒤로 뒷걸음질 쳤다.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집사람?설마 이 사람이 강유리 남편이자 LK의 수장이라고?사실 친구 걱정보다 이 가게가 더 걱정이었다.눈치 빠른 조보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해명했다.“유리는 아무도 지목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얘들이 남편보다 못하다고 핀잔을 줬죠.”소안영도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리고 선수 부르자고 한 건 유리가 아니라 우리예요.”육시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임 비서, 피어싱에서 가장 괜찮은 선수 애들 물색해서 조보희 씨랑 소안영 씨 집에 보내. 이건 내 마음이에요.”소안영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피어싱은 LK 그룹 산하의 유흥업소였다. 그녀가 운영하는 클럽에 비해 규모가 상당했으며 선수를 뽑는 기준도 굉장히 엄격했다.솔직히 피어싱의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서 데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꾼 적도 있었다.하지만 집에 보내라니!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임강준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은 강유리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처참히 부서졌다.이미 취기가 오른 강유리가 육시준의 셔츠 단추를 벗기고 있었다. 단추가 손에 잘 안 잡히자 그녀는 짜증스럽게 셔츠를 잡아당기고 손을 허리춤으로 집어넣었다.조금 전까지 우아한 기품을 자랑하던 육시준 대표는 순식간에 흐트러진 모습이 되었다.두 사람은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육시준이 그녀를 번쩍 들더니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숨 막히게 하는 존재가 사라지자 두 사람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소안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아니지! 저 사람이 강유리 남편이라는 증거도 없잖아?”조보희가 말했다.“그렇지. 우리 아까 너무 쫄보 같은 모습만 보인 거 아니야?”이때, 클럽 매니저가 급급히 안으로 들어왔다.“사장님, LK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소안영은 할 말을 잃었다.육시준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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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97화

    “강유리! 좀 얌전히 있어!”강유리가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소리쳤다.“싫어!”육시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고집스러운 그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이 여자가 정말 술 취해서 이러는지 아니면 일부러 취한 척하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알싸한 알코올 향기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물었다.“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강유리는 그 질문에 잠시 진지하게 고민했다.“당신이 유부녀라는 자각은 있어?”강유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어느 유부녀가 클럽 가서 선수를 부르고 낯선 남자 몸을 더듬거려? 도대체 그런 건 누구한테 배운 거니?”남자의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서 느껴졌다. 그는 지금 무척 분노한 상태였다.강유리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당신 진짜 육시준이야?”육시준이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이제야 나를 알아본 거야?”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예전에는 당신 정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솔직히 모르겠어.”“다시 알아가면 되잖아. 궁금한 게 있으면 지금 물어봐. 솔직하게 대답해 주겠다고 약속하지.”그가 한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강유리는 고개를 돌리고 완벽에 가까운 그의 얼굴을 잠시 감상했다.창밖의 네온등이 안으로 비쳐 들어와 로맨틱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당신은 나 좋아해?”육시준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하지만 술 취한 강유리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에게서 바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그녀는 그것을 부인이라고 단정했다.“그럴 줄 알았어. 나 혼자 착각에 빠져 살았던 거야. 고백은 무슨, 첫눈에 반하기는 무슨, 다 가짜잖아! 장경호가 나를 속였어! 모두가 당신이랑 짜고 나를 속였다고!”예쁜 눈동자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항상 도도한 모습만 보이던 그녀와 달리 오늘의 그녀는 조금 색달랐다.육시준은 심장이 갑자기 벌렁거렸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사과할 필요 없어. 안영이 말이 맞아. 우린 그냥 계약 부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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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98화

    육시준은 입을 꾹 다물고 여자를 지그시 바라봤다.그런데 웬걸, 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차가 JL 빌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임강준이 차 문을 열었다.“대표님.”그는 잠든 강유리를 보자 소리를 죽였다.육시준은 음침한 얼굴로 차에서 내려 반대쪽 차 문을 열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강유리가 눈을 번쩍 떴다.그는 움찔하며 손을 내리고는 싸늘하게 말했다.“깼으면 내려. 도착했어.”평생 높은 위치에서 대접만 받으며 살아온 육시준에게 이 정도로 무례하게 대한 사람은 강유리가 처음이었다.그가 먼저 잘못한 게 맞다고 해도 항상 그녀를 배려하고 신경 써줬는데 너무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클럽에서 선수 부른 것도 모자라 그에게 쓰레기라고 인신공격까지 퍼붓다니.“안아줘.”강유리가 손을 뻗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육시준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자다 깨서 그런지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애교가 묻어 있었다.같이 지낸지도 꽤 시간이 흘렀기에 그는 그녀가 어떨 때 애교를 부리는지 잘 파악하고 있었다.지금 잘못을 인식하고 용서를 구하는 걸까?육시준은 고개를 돌렸다.그는 그녀가 먼저 사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유리는 여전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충격적인 말을 뱉어냈다.“한 달에 6천만 원씩이나 받으면서 날로 먹을 거야?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부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 돈 받았으면 할 일을 해야지!”육시준이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서비스 태도가 불량이면 언제든 사람 교체할 수 있어! 거기 잘생긴 임 비서님, 지금 날 안아서 침실까지 데려다주면 6천만 원 드릴게요!”강유리는 고개를 돌리고 옆에 있는 임강준에게 말을 걸었다.임강준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싶었다.상사의 싸늘한 시선이 날아오자 그는 급급히 뒤로 뒷걸음질 쳤다.“저… 저는 집이 가까워서 걸어서 갈게요! 대표님, 저 퇴근합니다!”말을 마친 임강준은 걸음아 나 살려라 미친 듯이 달렸다.하지만 대문을 나선 그는 지도에 표시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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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99화

    그녀는 비틀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어지럼증이 심해서 직선으로 걷지 못하고 결국 문에 부딪혔다.커다란 손이 그녀를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나한테 씻겨달라고 했잖아? 왜 또 마음이 바뀐 거야? 기다리는 건 재미없어. 돈을 받았으니 내가 할 일을 해야지.”속삭이듯 귀를 간지럽히는 그 목소리에 강유리는 눈앞이 어지러웠다.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욕실에 들어와 있었다.그녀는 다급히 옷깃을 여미며 고개를 저었다.“아… 필요 없어. 안 할래.”“그럴 수는 없어.”육시준은 그녀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입술을 덮쳤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은 이미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욕조에 들어간 강유리는 버둥거리다가 연신 물을 삼키고 쿨럭거렸다.머리에서 물기가 뚝뚝 흐르고 얼굴까지 새빨개져서 기침하는 모습은 조금 안쓰럽기까지 했다.육시준은 조금 마음이 약해졌지만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강유리는 구석으로 도망가서 양팔로 무릎을 끌어안고 경계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육시준은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 욕조에 들어섰다. 길고 매끈한 다리 위로 올라가니…시각적 충격에 강유리는 넋이 나가 버렸다.‘임천강이 정말 작은 거였구나.’그가 자신을 다시 품으로 잡아당겼을 때에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바둥거렸다.“움직이지 마! 안 그러면 나도 무슨 짓 할지 모르겠으니까!”그 말에 놀란 그녀가 움직임을 멈추었다.등 뒤에서 그의 매끈한 살결이 느껴지자 강유리는 온몸에 열기가 올라왔다.다행히 그도 양심은 있는지 별다른 동작 없이 조용히 씻겨주는 데만 집중했다.욕실 공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술기운 때문인지 강유리는 점점 눈꺼풀이 내려왔다.결국 그녀는 단단한 그의 팔에 기댄 채, 잠들어 버렸다.육시준은 들끓는 욕망을 겨우 참고 있었다. 그런데 고개를 숙여 보니 이 양심도 없는 여자는 이미 쿨쿨 자고 있었다.그는 혼란스러웠다.그렇게 다사다난했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한편, 자선 파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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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8화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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