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1215 챕터

제171화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닌가?이때 육경서가 다급하게 김찬욱을 밀어냈다.“비켜! 그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로 우리 형수님한테 수작 부리지 말라고!”한참을 비틀거리다 겨우 중심을 잡은 김찬욱이 소리쳤다.“육경서!”“하, 왜? 이게 사과하러 왔다는 사람 태도야? 형수님, 저 자식이 주는 거 받지 마요. 다음 해 형수님 옷장은 내가 평생 책임질게요! 저딴 브랜드 옷 안 입으면 그만이니까!”하지만 김찬욱도 지지 않겠다는 듯 한 마디 덧붙였다.“앞으로 3년 동안 형수님이 사는 옷 전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브랜드는 형수님이 원하는대로 고르시고요.”“난 5년 동안 책임질 건데?”“10년!”“20년!”“평생! 평생 책임지겠습니다.”이에 육경서가 드디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기싸움에서 진 사람답지 않게 계획대로라는 간사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김찬욱도 그제야 자신이 당했음을 인지하곤 입술을 꽉 깨물었다.저번 드레스룸을 꾸밀 때의 규모를 생각해 보면 해마다 옷에 쓰는 돈이 꽤 많은 것 같은데 그걸 평생 책임지게 생겼다니...게다가 내 여자도 아닌 다른 여자에게 그런 돈을 써야 한다니 속이 쓰려왔다.“아닙니다. 제 옷 정도는 저희 남편이 충분히 살 수 있어요.”하지만 정작 강유리가 거절하니 김찬욱은 더 다급해졌다.“형수님, 우리 사이에 이렇게 매정하게 구실 겁니까?”“우리 사이?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인데요?”“시준 형이랑도 제가...”“우리 형 쟤랑 안 친해요.”때마침 육경서가 탁 맥을 끊어버리자 두 사람은 다시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하지만... 희한하게 그 모습이 사이가 나빠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찐친끼리 서로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인달까?한편, 쿠션을 끌어안은 강유리의 눈동자가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스쳤다.김찬욱에 대해선 그녀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김대헌 회장이 애지중지하는 손자로 워낙 오냐오냐 하면서 키워서인지 싸가지는 없어도 비즈니스적인 능력은 출중하다고 알려진 인물.젊은 나이에 대헌그룹에서 요직을 떡하니 차지한 건 온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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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말을 마친 강유리는 두 사람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갔다.‘이상해... 예감이 안 좋단 말이야...’불안한 얼굴로 입술을 물어뜯던 육경서는 은혜라도 입은 듯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 김찬욱의 모습이 들어오니 왠지 더 울컥했다.“하이고, 지금 웃음이 나와?”“왜? 뭔데?”오늘 저녁 식사에서 이 모든 거짓말이 전부 들통난다면 김찬욱도 육경서도 화를 면하기 힘들 터, 서로의 안위를 위해 육경서는 김찬욱에게도 육시준, 강유리의 기막힌 인연과 오해에 대해 털어놓았다.“우리 형수님이 얼마나 똑똑한데. 지금 뭔가 눈치채신 것 같거든? 우리 형이 LK그룹 회장인 게 들통나면 우리 형은 끝이야. 우리 형이 끝장나면 너도 나도 무사할 것 같아?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조용히 밥이나 먹어. 알겠어?”한편, 옷을 갈아입고 나온 강유리가 휴대폰을 확인했다.[바빠?]육시준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한 그녀는 자연스레 답장했다.[응. 도련님도 집으로 오셨어. 아주머니한테 당신 좋아하는 음식 잔뜩 해두라고 했으니까 일찍 들어와?]...한편, 불그스런 저녁 노을이 물들인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유강엔터 회사 건물 앞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떡하니 멈춰서있다.벌써 20분 넘게 이곳에서 강유리를 기다리고 있던 육시준은 문자를 확인하고 깊은 침묵에 잠긴다.한동안 미간을 찌푸린 채 휴대폰만 노려보는 육시준, 그런 그의 눈치를 살피던 임강준이 넌지시 물었다.“사모님께서 많이 바쁘신가 봐요?”“퇴근했다네. 경서 데리러 갔었나 봐?”‘이크, 사모님이랑 엇갈리셔서 기분이 안 좋으셨던 거구나...’“그 자식은 멀쩡한 차 두고 왜 운전을 안 해? 차고에 자리만 차지할 거면 차라리 팔아버리는 게 낫지. 임 비서, 알아서 처리해.”“알겠습니다.”육경서도 모르는 사이 소유 차량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지고 소름 끼치게 차가운 목소리에 임강준마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이크, 정말 화가 나셨나 보네.’차고에 있는 육경서의 차량 중 몇 대는 아직 제대로 개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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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쿠궁!김찬욱의 말에 수저를 들려던 강유리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에 멈추었다.그리고 우습게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음흉하게 웃던 신주리의 표정이었다.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김찬욱이 어색하게 헛기침을 흘렸다.“아, 아... 전 또 형수님께서 일부러 준비하신 줄 알았죠. 뭐, 잘됐네요. 저도 요즘 몸이 허하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참에 제대로 몸보신 좀 하죠.”“그래. 필요한 사람이 많이 먹어야지.”육경서가 낚지 호롱 두 개를 던져주다시피 김찬욱에게 건넸다.“...”이런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다간 누구 하나 체기에 병원으로 실려가는 불상사가 일어날 거란 생각에 육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역시, 남편 생각해주는 건 와이프뿐이라니까.”“아, DH 제품들도 전부 리콜되고 당신한테 고마운 게 많아. 이렇게라도 고백해야지.”“쿨럭, 쿨럭.”순간 낙지에 목구멍에 콕 걸린 듯한 기분에 김찬욱은 연거푸 기침을 해댔다.“참, 아까 김 대표님 말씀으론 다들 서로 친하다면서?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굴어도 돼? 우정에 금이라도 가면 어쩌지? 찬욱 씨가 많이 슬퍼할 거 같은데...”강유리가 육시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평소의 맑은 눈동자가 아닌 의심이 가득한 눈동자.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에 육시준의 시선이 김찬욱에게 향하고 육경서는 테이블 밑으로 김찬욱의 다리를 툭 건드렸다.‘대답 잘해라, 이 자식아...’자연스레 잔에 든 음료를 마신 김찬욱이 한 마디 툭 뱉었다.“슬프긴요 뭐.”하지만 잔에 든 액체를 삼킨 김찬욱이 미간을 찌푸렸다.‘육경서 이 자식... 잔에 보드카를 담으면 어떡해... 맹물인 줄 알고 잔뜩 마셨잖아! 아니지, 지금은 알코올의 힘이라도 빌리는 게 맞아...’아예 잔에 든 음료를 전부 원샷한 김찬욱이 잔을 탕 하고 내려놓았다.“오늘은 진심으로 사과드리려고 온 겁니다.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저희 측 잘못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론 직원 관리를 잘못한 제 잘못이겠죠.”“사과라... 어떻게든 지금의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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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보글보글...연포탕이 끓는 소리만이 적막이 잠긴 식탁을 메우고...어느새 술기운이 잔뜩 오른 김찬욱은 육경서의 손을 더 꽉 부여잡았다.“아까 우리 두 사람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했을 때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 줄 알아?”한편, 바위처럼 굳어버린 육경서는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김찬욱에게 잡힌 손을 내려다보았다.‘하, 이 손... 할 수만 있다면 정말 잘라버리고 싶다...’깜짝 놀란 건 강유리도 마찬가지였다.‘세상에... 두 사람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 어쩐지... 뭔가 이상하긴 했어. 김찬욱 대표가 뭔가 말하려고 하면 도련님이 바로 막아내는 거 하며...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다 했었는데 커밍아웃 때문이었어?’“형, 형수님. 일부러 숨기려던 건 아니었는데 경서가 자꾸만 비밀로 하자고 해서요. 저도 나름 기업 대표고 경서도 연예인으로서 얼굴 다 팔렸잖아요. 요즘 이미지도 좋은데 게이설이라도 돌면... 이해하시죠?”진심어린 눈동자에 감동한 강유리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 그럼요. 그런데...”육경서가 단순히 엔터회사 소속 연예인이었다면 두 손 두 발 다 들고 찬성했을 것이다. 비록 모든 사람들의 축복을 받을 순 없는 관계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큰 인연인지 알고 있어서였다.하지만, 육경서는 그녀의 남편, 육시준의 친동생이기도 하다.자기 동생의 커밍아웃에 피를 나눈 가족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호기심이 앞섰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육시준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곤 피식 웃었다.“이해는 하지만... 허락은 글쎄...”한 고비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찬욱은 아예 한 술 더떠서 두 사람의 기구한 러브스토리까지 꾸며내 들려주는 기염을 토해냈고 세기의 사랑이라고 타이틀을 붙여도 될 만큼 파란만장한 이야기에 강유리는 물론이고 육경서조차 본인이 정말 이런 경험을 했던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그렇게 한참을 혼자 떠들던 김찬욱이 머쓱한 표정으로 또 술을 한 모금 마셨다.“그런데 형이 무슨 짓을 하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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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강유리, 육시준이 자리를 뜨고 식탁에는 어색함만이 남고 말았다.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동시에 천천히 고개를 든 순간, 김찬욱이 방금 전 말했던 그 광경들이 오버랩되며 육경서도, 김찬욱도 동시에 헛구역질을 시작했다.“욱!”세상에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른 거짓말이 또 있을까?한편, 2층 복도.잠옷을 갈아입고 씻으려던 강유리는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채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베이지색 잠옷에 아무렇게나 늘어트린 목소리, 귀여운 고양이귀 모양 머리띠, 그리고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빛과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처럼 조심스러운 움직임...착장도 행동거지도 10대 소녀라고 해도 될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육시준은 목덜미를 잡다시피하여 강유리를 안방으로 끌어당겼다.“아, 왜 그래! 궁금하지 않아? 당신 동생 인생이 달린 일이잖아.”강유리가 발버둥을 치며 나지막히 경고했다.안방문을 닫은 뒤에야 손에 힘을 푼 육시준이 말했다.“글세, 내가 너라면 네 걱정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그... 그게 무슨 소리야?”강유리가 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워낙 조용한 분위기인데다 어딘가 야릇한 눈빛.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강유리가 옷을 여미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큼, 나 아직 일 안 끝났어. 그리고 이제 겨우 7시야. 정신 좀 차려.”“그래? 남편 몸 걱정을 지나치게 하길래 오늘 일은 다 마친 줄 알았지...”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 육시준이 자연스레 셔츠 단추를 하나둘씩 풀기 시작했다.“윽...”대충 핑계 몇 마디 대서는 벗어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강유리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진짜... 진짜 당신 몸 보신 해주고 싶었던 거였어. 그런데 하필 메뉴들이...”한참을 뒷걸음질 치던 강유리의 발목이 소파에 닿고 순간 중심을 잃은 강유리가 털썩 소파에 쓰러졌다.어느새 셔츠 단추 몇 개를 풀어헤친 육시준이 소파에 눕다시피 한 강유리 위로 다가왔다.“메뉴가 뭐?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준비한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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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한편 1층 식탁.한참 헛구역질만 하던 두 사람 역시 어느 정도 진정한 상태.진심으로 현타가 밀려온 김찬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난 진짜 할만큼 했다. 이 정도면 너희 형 화도 풀리겠지?”“양심이 있다면 풀어야지.”육경서 역시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또 다시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고 두 사람은 동시에 술잔을 들어 안에 든 액체를 원샷했다.그리고 잠시 2층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김찬욱과 육경서는 용수철처럼 의자에서 튀어올랐다.역시 샤워를 마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육시준은 부스스한 머리 때문인지 단순히 옷 때문인지 평소 일할 때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진 모습이었다.애꿎은 술만 마셔대던 육경서, 김찬욱이 쪼르르 달려왔다.육시준이 육경서에게 묘한 눈빛을 보내고 형에 관해선 눈치 백단인 육경서가 바로 입을 열었다.“두 사람 천천히 얘기 나눠. 난 내일 아침 일찍 촬영이라.”이때다 싶어 도망치는 육경서를 김찬욱은 원망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봤다.‘저 자식이 정말... 아주 의리는 제대로 말아드셨구만.’“대표님.”그리고 김찬욱도 드디어 진지한 얼굴로 육시준을 마주했다.여유로운 얼굴로 소파에 앉은 육시준이 그에게 물었다.“네가 이 사람 저 사람 잘 만나고 다니는 줄은 알았지만... 우리 집안 사람한테까지 눈독 들이고 있을 줄은 몰랐다?”감정을 알아챌 수 없는 담담한 목소리에 김찬욱은 침을 꿀꺽 삼켰다.‘큼, 경고인가?’“사모님과 어떤 상황이라는 건 대충 들어서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하려더다 보니... 그리고 저희 측 직원과 있었던 일은 정말 몰랐어요. 영상도...”“워낙 바쁘니까 이해해. 그리고 내가 직접 오더 내린 게 아니라 임 비서가 움직인 거니까 소홀히 여길만도 했지.”‘윽, 이 사람 이렇게 잘 비아냥대는 성격이었던가?’차라리 화를 내면 좋을 텐데. 아무 감정없이 덤덤하게 말하니 진심으로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휴.”잠시 후, 김찬욱은 뭔가 결심한 듯 고개를 숙였다.“정말 죄송합니다. 제 소홀로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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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강유리는 침을 꼴깍 삼켰고, 부자연스럽게 잠옷의 매무새를 정리하고는 느릿느릿하게 침대 가장자리로 걸어가서, 그를 지나쳐 안으로 기어갔다. 이불에 들어가서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 덮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천천히 이불을 끌어 내리더니 큰 눈을 드러내고 옆에 있는 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 육시준은 태블릿에서 시선을 뗐고,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졸려?”그녀가 말없이 그를 쳐다보자, 그는 등불을 끄고 자기 쪽에 있는 탁상 등 불만 켜놓았다. 그의 시선은 다시 화면을 향했다. 강유리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떴고, 눈빛이 점점 흐려져만 갔다.‘이게 끝이야? 계속하지 않는 거냐고! 방금 샤워도 했고 바디로션도 향 신경 써서 발랐는데…… 양치도 두 번이나 했고, 스프레이까지 뿌렸는데…… 팩도 했고 열심히 피부 관리도 했는데…… 겨우 이런 반응이라고?’그녀는 긴 속눈썹을 깜박거리면서 손가락을 뻗어 그의 팔을 콕콕 찔렀다. 말랑말랑한 촉감에 육시준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왜 그래?”“아직도 화났어?”강유리는 떠보듯이 물었고, 육시준은 자신을 떠보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설득하듯 조곤조곤 말했다.“우리가 부부긴 하지만 서로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내가 떠보는 건 내가 모르는 면을알고 싶을 뿐이야.”그녀는 침대에 팔꿈치를 기댔다. 갑자기 일어난 탓인지 머리카락은 헝클어졌고, 헐렁한 잠옷은 어깨에 걸려 있었다. 육시준의 시선에서 보면 마침 옷깃 밑의 광경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는 바로 시선을 뗐다. 그런 그를 보다가 강유리는 직접 달려들어 그의 가슴에 반쯤 안긴 채 그의 머리를 자신의 방향으로 돌려세웠다.“뭐 대단한 일이라고, 뭘 흥분하고 그래?”“……”둘의 시선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나는 어두웠고, 하나는 콧대가 높았다. “기분 나쁘면 솔직하게 말해! 다음에 안 떠보면 될 거 아니냐고! 그런데 알아둬야 할 건,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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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창밖은 고요하고 밤하늘에는 별이 드문드문 반짝이고, 저녁의 쌀쌀한 바람 한 가닥이 커튼이 살짝 스쳤다.얼마 후, 강유리가 곧 이성을 잃을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육시준은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진 채 간드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리야.”“응?”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다 못해 빠져들어 갈 것만 같았다.육시준은 잠시 숨을 고르며 한참 침묵하다가 살짝 일어나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고 말했다.“다음 주 토요일에 시간 좀 비울 수 있어? 나란 사람을 완전히 알게 해줄게. 날 떠볼 필요도, 시험할 필요도 없어.”강유리가 조금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 말했다.“사실 난 상관없어. 누구나 모두 비밀을 가지고 있잖아.”하지만 시험이나 호기심은 본능이었기에 그녀는 그저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였을 뿐이었다.“내가 상관있어.”육시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말을 덧붙였다.“난 네가 나를 다시 봤으면 좋겠어.”오늘 저녁에는 일이 잘 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유리가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심지어 사과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육시준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고, 오히려 죄책감이 더 커져만 갔다. 두 사람이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솔직해져야 한다. 오해와 여러가지 이유로 그의 정체성은 점점 더 민감해졌다. 분명히 아주 작은 일인데 속였다는 생각 때문에 갈수록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졌다. 계속하다가는 일만 엉망이 되니 곧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육시준은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일단 결정을 내리면 즉시 행동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시기를 밸런타인데이로 잡았다. 그의 생애 첫 밸런타인데이였다.강유리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았다. 그동안의 관찰을 통해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육시준이어느 정도 파악됐기 때문이었다. 성격도 좋고 인품도 좋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게 장점이고, 유일한 단점은 태생이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평범한 조건으로도 그는 많은 일들을 척척 해냈다. DH 브랜드 퇴출은 좋은 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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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성홍주도 울분을 발산할 길이 없었고, 다만 찻잔을 단단히 쥐며 말했다.“몹쓸 년 같으니라고. 자기 성씨를 잊은 게 아닌가 싶어!”왕소영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다.“정말 유리 때문이라면 신영이를 좀 도와줘.”성한일도 이를 악물며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러니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성홍주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지금의 유리는 3년 전 손아귀에 있던 그 소녀가 아니야……’그녀는 너무나 모질고 무정하게 변했으며, 그녀의 뒤에는 또 대단한 후원자가 있었다.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성홍주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오늘 이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 천강이는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오랜 세월 동안 지내온 부부 사이였기에 왕소영은 성홍주의 눈빛만 봐도 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은 더욱 슬퍼졌다.“감성이 깊은 애니까 속상해하고 있지 않을까?”“펑!”성홍주는 컵을 탁자 위로 세게 내리치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신영이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속상해할 자격이나 있어? 그 집 가서 전해. 이 혼사 없던 일로 한다고!”지난번 사건이 알려지자, 성홍주는 진작에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신영의 뛰어난 외모와 명성이 강유리보다 얼마나 더 값진지 모르니, 틀림없이 더 훌륭한 남자를 만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성신영은 2층 복도에 서서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모든 말다툼을 들으면서도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타인 엔터는 지금 빈털터리이고 인심이 흐트러지면 조만간 끝장이 날 것이다. 임천강의 이런 수법은 육씨 가문의 발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절대로 강유리가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그를 차버릴 좋은 기회다. 그녀는 계단을 따라 내려와 온화한 목소리로 가족들한테 인사했다.“아빠, 엄마, 왜 아직도 안 주무셔?”성신영은 금방 울어서인지 눈시울이 붉었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몹시 초췌해 보였다.“불쌍한 내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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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이렇게 성신영은 온갖 서러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고, 강제로 임천강과 선을 그어야 했다. 임천강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그저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며칠 동안 회사에서 지내야 할 만큼 머리 아픈 일이 수두룩했다. 무수히 많은 사업이 계약 해지를 하게 되고, 위약금 배상으로 인해 회사의 자금줄이 돌지 못하자 그는 마침내 예비 장인어른을 떠올렸다. 동시에 며칠 동안 성신영과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날 그녀가 짜증 섞인 말투로 대화하다 전화를 끊은 뒤로 다시는 연락이 없는 것이 이상했다.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그는 재빨리 JL빌라로 돌아왔는데, 이미 차가 못 들어가게 조치되어 있었다. 이 집은 성신영의 것으로, 그가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열통 넘는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마침 혼사를 깨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게 됐다. 합의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그것은 말 그대로 통보였다.그는 혼사가 깨졌다는 말을 전해 듣고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겨우 며칠 사이에 일이 어떻게 이렇게 됐지?’이 모든 것은 강유리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그가 곤경에 빠진 틈을 타 유강 엔터는 스타인 엔터의 많은 연예인들한테 손을 내밀었고,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꽤 유명한 연예인들과 이름난 프로듀서들이 줄줄이 유강 엔터로 모여들었다며 이 바닥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이 모든 것은 강유리의 복수극이라고, 그녀의 목적은 스타인 엔터를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다들쉬쉬했다. 하지만 스타인 엔터의 성과는 원래 강유리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소수였다. 그저 그녀의 것을 되찾았을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모 유명 샵.조보희가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는데, 팔로워가 수만 명이나 늘어났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지금 온통 사과의 목소리뿐이며, 또 많은 의류 브랜드가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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