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고요하고 밤하늘에는 별이 드문드문 반짝이고, 저녁의 쌀쌀한 바람 한 가닥이 커튼이 살짝 스쳤다.얼마 후, 강유리가 곧 이성을 잃을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육시준은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진 채 간드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리야.”“응?”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다 못해 빠져들어 갈 것만 같았다.육시준은 잠시 숨을 고르며 한참 침묵하다가 살짝 일어나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고 말했다.“다음 주 토요일에 시간 좀 비울 수 있어? 나란 사람을 완전히 알게 해줄게. 날 떠볼 필요도, 시험할 필요도 없어.”강유리가 조금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 말했다.“사실 난 상관없어. 누구나 모두 비밀을 가지고 있잖아.”하지만 시험이나 호기심은 본능이었기에 그녀는 그저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였을 뿐이었다.“내가 상관있어.”육시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말을 덧붙였다.“난 네가 나를 다시 봤으면 좋겠어.”오늘 저녁에는 일이 잘 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유리가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심지어 사과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육시준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고, 오히려 죄책감이 더 커져만 갔다. 두 사람이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솔직해져야 한다. 오해와 여러가지 이유로 그의 정체성은 점점 더 민감해졌다. 분명히 아주 작은 일인데 속였다는 생각 때문에 갈수록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졌다. 계속하다가는 일만 엉망이 되니 곧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육시준은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일단 결정을 내리면 즉시 행동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시기를 밸런타인데이로 잡았다. 그의 생애 첫 밸런타인데이였다.강유리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았다. 그동안의 관찰을 통해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육시준이어느 정도 파악됐기 때문이었다. 성격도 좋고 인품도 좋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게 장점이고, 유일한 단점은 태생이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평범한 조건으로도 그는 많은 일들을 척척 해냈다. DH 브랜드 퇴출은 좋은 예인데,
성홍주도 울분을 발산할 길이 없었고, 다만 찻잔을 단단히 쥐며 말했다.“몹쓸 년 같으니라고. 자기 성씨를 잊은 게 아닌가 싶어!”왕소영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다.“정말 유리 때문이라면 신영이를 좀 도와줘.”성한일도 이를 악물며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러니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성홍주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지금의 유리는 3년 전 손아귀에 있던 그 소녀가 아니야……’그녀는 너무나 모질고 무정하게 변했으며, 그녀의 뒤에는 또 대단한 후원자가 있었다.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성홍주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오늘 이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 천강이는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오랜 세월 동안 지내온 부부 사이였기에 왕소영은 성홍주의 눈빛만 봐도 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은 더욱 슬퍼졌다.“감성이 깊은 애니까 속상해하고 있지 않을까?”“펑!”성홍주는 컵을 탁자 위로 세게 내리치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신영이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속상해할 자격이나 있어? 그 집 가서 전해. 이 혼사 없던 일로 한다고!”지난번 사건이 알려지자, 성홍주는 진작에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신영의 뛰어난 외모와 명성이 강유리보다 얼마나 더 값진지 모르니, 틀림없이 더 훌륭한 남자를 만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성신영은 2층 복도에 서서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모든 말다툼을 들으면서도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타인 엔터는 지금 빈털터리이고 인심이 흐트러지면 조만간 끝장이 날 것이다. 임천강의 이런 수법은 육씨 가문의 발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절대로 강유리가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그를 차버릴 좋은 기회다. 그녀는 계단을 따라 내려와 온화한 목소리로 가족들한테 인사했다.“아빠, 엄마, 왜 아직도 안 주무셔?”성신영은 금방 울어서인지 눈시울이 붉었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몹시 초췌해 보였다.“불쌍한 내 딸아
이렇게 성신영은 온갖 서러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고, 강제로 임천강과 선을 그어야 했다. 임천강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그저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며칠 동안 회사에서 지내야 할 만큼 머리 아픈 일이 수두룩했다. 무수히 많은 사업이 계약 해지를 하게 되고, 위약금 배상으로 인해 회사의 자금줄이 돌지 못하자 그는 마침내 예비 장인어른을 떠올렸다. 동시에 며칠 동안 성신영과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날 그녀가 짜증 섞인 말투로 대화하다 전화를 끊은 뒤로 다시는 연락이 없는 것이 이상했다.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그는 재빨리 JL빌라로 돌아왔는데, 이미 차가 못 들어가게 조치되어 있었다. 이 집은 성신영의 것으로, 그가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열통 넘는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마침 혼사를 깨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게 됐다. 합의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그것은 말 그대로 통보였다.그는 혼사가 깨졌다는 말을 전해 듣고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겨우 며칠 사이에 일이 어떻게 이렇게 됐지?’이 모든 것은 강유리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그가 곤경에 빠진 틈을 타 유강 엔터는 스타인 엔터의 많은 연예인들한테 손을 내밀었고,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꽤 유명한 연예인들과 이름난 프로듀서들이 줄줄이 유강 엔터로 모여들었다며 이 바닥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이 모든 것은 강유리의 복수극이라고, 그녀의 목적은 스타인 엔터를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다들쉬쉬했다. 하지만 스타인 엔터의 성과는 원래 강유리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소수였다. 그저 그녀의 것을 되찾았을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모 유명 샵.조보희가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는데, 팔로워가 수만 명이나 늘어났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지금 온통 사과의 목소리뿐이며, 또 많은 의류 브랜드가 찾아와
강유리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조보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너 바쁘다며?”“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얼른 말해.”“......”조보희는 욕을 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으면서 순순히 말했다.“나 그 사람 어디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HZ그룹의 사장같은데…일 거야. 우리 아빠가 그러던데, 너 요즘 HZ그룹이랑 협업하려고 한다며? 쳇, 중간에서 가로채 갔네?”전화 너머에는 침묵으로 가득했다. 조보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너 설마 내가 거짓말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믿든 말든 네 선택이지만......”‘사진이 있지만 주진 않을 거야, 안 믿으면 너만 손해지, 쌤통이다!’“넌 지금 HZ그룹에서 뭐 하는데?” 강유리가 갑자기 물었다.조보희가 허세를 부리며 대답했다. “난 당연히 일하지, 너만 바쁜 줄 아니?”강유리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수긍했다. “그럼 넌 하던 일 마저 해. 나중에 내가 밥 살게. 끊는다.”‘이 애매한 태도는 뭐지? 믿는 건지 안 믿는 건지도 모르겠네.’강유리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지만, 이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그녀가 급히 입을 열었다.“오늘!”“뭐?”강유리가 어안이 벙벙해서 묻자,조보희가 다급히 말했다. “오늘 나 밥 사줘, 나 오늘밖에 시간 안 돼!”강유리는 어이가 없었다. “나 이따가 손님 만나야 해.”“그럼 이 언니가 직접 간다. 30분이면 도착하니까 로비로 사람 보내!” 조보희는 말이 끝나자마자 대답할 여지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30분 뒤, 조보희는 유강엔터의 로비에 도착했다.막 차에서 내리려는데, HZ그룹 사장의 차가 건물로 들어왔다.그녀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한무리의 사람이 서류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리더니, 당당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임천강은 이미 행방을 감춘 뒤였다.조보희는 얼른 차에서 내려 무리를 따라갔다.강유리는 그들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젊은 여직원을 보내
조보희는 오늘 심플한 스커트를 입었다.하지만 손에는 금팔찌와 옥팔찌 여러 개와 두 개의 진주 목걸이를 두르고 있었다......그녀의 과한 메이크업까지 더해지니 촌스럽고 허세가 가득해, 눈에 담기 꺼려졌다.조보희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녀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너 표정이 왜 그래? 나 무시하지 마! 나 요즘 팔로워도 꽤 늘었다고!”강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사무실로 향했다. 조보희도 그녀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갔다.자기가도 미운 짓 하는 건 아는지, 사무실로 돌아온 후에야 조용히 물었다. “너네 회사 투자자 찾는 거야? 네 남편 찾아가면 되잖아, 남편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다른 사람을 찾는 거야?”강유리는 사무실의 의자에 앉아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네가 내 남편이 대단한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육씨 가문의 DH랑 관련 있는 거 맞지? 데이오도 얼마 전에 협업했잖아? 데이오 대표가 기회주의자로 얼마나 유명한데, 그가 협업했다는 건 분명 무슨 냄새를 맡은 게 분명해!”“......”조보희의 확신에 찬 얼굴에 강유리는 머리가 멍해졌다.데이오는 확실히 먼저 그들에게 협업 제안을 했었다.하지만 그녀와 하석훈은 그들이 제공했던 DH 스캔들 영상에 대한 감사 표시라고 여겼다. 어쨌든 그 사건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적지 않았기에.게다가 DH도 그들과 협업하고자 했던 참이었고, 데이오는 경쟁을 통해 겸사겸사 DH를 짓밟고 가려고 했었다......“내가 다 맞췄지? 그러니까 나한테 다 말해봐, 내가 다른 사람한테 가서 얘기할 것도 아닌데!” 조보희는 그녀의 침묵에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강유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남편이 네 말처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면 내가 이렇게까지 하겠니? 이 작은 회사를 지키면서?”조보희는 그녀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부자들은 원래 다 신중하잖아. 너 좋은 일 막 시켜주지 않아! 그래도 네 남편이니까 네가 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강유리가 의아한 얼굴로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곤 옷을 바꿔입은 뒤 방을 나서자 오 씨 아주머니께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쳐들어왔다.그중 패션 감각이 뛰어난 한 여자가 강유리의 방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시선을 베란다에 고정했다.베란다는 햇빛이 잘 들어 메이크업하기에 적합했다.강유리는 입을 뻥끗하기도 전에 여자에게 잡혀 인형처럼 끌려갔다.코디가 강유리를 훑어보더니 감탄을 연발했다."사모님, 제가 본 분들 중에서 제일 완벽한 이목구비를 가지신 것 같아요, 피부도 너무 좋으세요. 오늘은 공식적인 활동에 참석하셔야 하니까 제가 예쁘게 꾸며드릴게요."강유리는 속으로 고작 데이트 하나가 얼마나 정식적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Amy 언니, 사모님께서 고른 드레스 제가 가지고 들어갈까요?"문밖에서 들린 목소리에 강유리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Amy?"강유리는 그제야 눈앞에 여자가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여자의 얼굴은 잡지에서 보던 것과 똑같았다.국제적으로 유명한 스타일리스트, 재벌 집 사모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강유리 같은 사람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강유리는 인파들 속에서 유일하게 낯익은 오씨 아주머니를 의아하게 바라봤다.그녀의 눈빛을 알아챈 오씨 아주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자선 파티는 오후 4시부터 시작이에요, 그 전에 티타임이 있는데 사모님께서는 처음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니 조금 일찍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강유리가 물으려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지만 오씨 아주머니 덕분에 다른 유용한 소식을 알게 되었다.그들은 오늘 저녁 육씨 가문에서 주최하는 칠석을 주제로 한 자선 파티에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이 자선 파티는 서울에서도 이름있는 것이었다, 강유리도 육씨 가문에서 주최하는 이 자선 파티에 대해 예전부터 소문으로 익히 들었다.육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은 셋째 사모님의 아들이었는데 나이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성숙하고 듬직했으며 똑똑한
육시준이 강유리에게 서서히다가갔다.강유리의 이마에 육시준의 이마가 닿았고 코끝이 닿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곧 닿으려던 찰나, 강유리는 주변 사람들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황급히 육시준을 밀어냈다."늦겠다! 얼른, 얼른 따라 와!"강유리는 말을 마치자마자 육시준을 지나쳐 밖으로 나갔고 육시준은 그런 강유리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따라 나갔다."사모님."Amy 무리는 멍청하게 서서 눈앞의 광경을 지켜봤다. 방금 그들이 본 육시준은 임 비서가 말한 워커홀릭과 거리가 멀었다.이그는 분명 와이프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강유리가 완벽한 모습으로 파티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전용 헬기를 보내 해외에 있던 Amy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게 육시준이었다.한편 마당에서는 롤스로이스 팬텀이 존귀한 신분을 뽐내고 있었다. 차 앞에서 대기 중이던 임강준은 강유리를 보더니 공손하게 차 문을 열었다."사모님, 타시죠."차에 타려던 강유리는 그 차를 발견하고 멈칫했다.눈앞의 차는 그녀가 귀국하던 당시, 강유리가 찬 돌멩이에 긁힌 그 차였다.그녀는 자신의 연락처를 두 번이나 남겼지만 배상하라고 찾아오는 이가 없었다.오늘 이 차를 보지 않았다면 강유리는 그 사실을 완전히 잊을 뻔했다."이 차, 네 것이었어?"강유리가 육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응."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임강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육시준도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속으로 잔뜩 긴장하며 강유리를 바라봤다.8월의 무더운 여름, 마당의 식물들도 강렬한 햇빛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불어오는 바람마저 후덥지근해 사람의 마음까지 짜증 나게 만들었다.육시준은 지금 이 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그때, 강유리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런 우연이 어디 있나 했네, 너 진작에 나 눈여겨보고 있었구나. 겉으로는 배상 안 해도 된다고 하고 뒤로는 몰래 계획하고 있던 거였어? 역시 사업가는 손해 보는 장사 안 한다는 말이 맞네."강유리의
강유리는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보곤 의아했다.HZ 그룹의 부 회장님?"손 사장님?"강유리가 의아한 얼굴로 전화를 받아들었다."강 사장님, 제가 어제 사장님 회사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생각해 봤는데 유강엔터 잠재력이 상당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투자가 가능하다고 보는데 계약서 들고 오시죠, 주소는 메시지로 보내드릴게요." HZ그룹이 토요일에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특근을 하면서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 강유리는 조금 믿기지 않았다.‘그것도 하필 지금이라니.’강유리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가 보내온 주소를 보고 망설여졌다.주소는 천강호텔이었다.[마침 여기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강 사장님도 괜찮으시죠?]강유리가 주소와 함께 보내온 메시지를 바라봤다.아직 이른 시간이었기에 계약서를 체결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결국 강유리는 고개를 돌려 잘생긴 남편을 바라보며 애교를 부렸다."자기야…""안 돼."하지만 육시준은 차갑게 거절했다.차 안은 조용했고 휴대폰 소리도 작지 않은 탓에, 붙어 앉은 육시준이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 HZ 그룹은 실력도 평범했고 사장의 사람 됨됨이도 좋지 않았기에 적합한 파트너가 아니었다.잠시 뒤, 파티에서 신분을 공개하면 강유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더욱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그런데 하필 지금 그곳에 강유리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전에도 본가에 같이 들르기로 해놓고 안 갔잖아,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돼."육시준이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육시준이 한 말을 들은 강유리가 미안함에 목소리가 작아졌다."전에는 내가 정말 미안해, 하지만 지금 이거, 나한테 엄청 중요한 기회야. 성홍주 때문에 누구도 나한테 투자를 못 하고 있단 말이야. 그런 나한테 투자를 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계약 시간까지 바꿔 달라고 하는 건 좀 그렇잖아.""그럼 거절하면 되겠네."육시준이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무슨 소리하는 거야! 나 우리 회사 돈 많이 벌게 해야 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