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리, 육시준이 자리를 뜨고 식탁에는 어색함만이 남고 말았다.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동시에 천천히 고개를 든 순간, 김찬욱이 방금 전 말했던 그 광경들이 오버랩되며 육경서도, 김찬욱도 동시에 헛구역질을 시작했다.“욱!”세상에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른 거짓말이 또 있을까?한편, 2층 복도.잠옷을 갈아입고 씻으려던 강유리는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채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베이지색 잠옷에 아무렇게나 늘어트린 목소리, 귀여운 고양이귀 모양 머리띠, 그리고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빛과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처럼 조심스러운 움직임...착장도 행동거지도 10대 소녀라고 해도 될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육시준은 목덜미를 잡다시피하여 강유리를 안방으로 끌어당겼다.“아, 왜 그래! 궁금하지 않아? 당신 동생 인생이 달린 일이잖아.”강유리가 발버둥을 치며 나지막히 경고했다.안방문을 닫은 뒤에야 손에 힘을 푼 육시준이 말했다.“글세, 내가 너라면 네 걱정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그... 그게 무슨 소리야?”강유리가 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워낙 조용한 분위기인데다 어딘가 야릇한 눈빛.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강유리가 옷을 여미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큼, 나 아직 일 안 끝났어. 그리고 이제 겨우 7시야. 정신 좀 차려.”“그래? 남편 몸 걱정을 지나치게 하길래 오늘 일은 다 마친 줄 알았지...”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 육시준이 자연스레 셔츠 단추를 하나둘씩 풀기 시작했다.“윽...”대충 핑계 몇 마디 대서는 벗어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강유리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진짜... 진짜 당신 몸 보신 해주고 싶었던 거였어. 그런데 하필 메뉴들이...”한참을 뒷걸음질 치던 강유리의 발목이 소파에 닿고 순간 중심을 잃은 강유리가 털썩 소파에 쓰러졌다.어느새 셔츠 단추 몇 개를 풀어헤친 육시준이 소파에 눕다시피 한 강유리 위로 다가왔다.“메뉴가 뭐?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준비한 건 아니고?”
한편 1층 식탁.한참 헛구역질만 하던 두 사람 역시 어느 정도 진정한 상태.진심으로 현타가 밀려온 김찬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난 진짜 할만큼 했다. 이 정도면 너희 형 화도 풀리겠지?”“양심이 있다면 풀어야지.”육경서 역시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또 다시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고 두 사람은 동시에 술잔을 들어 안에 든 액체를 원샷했다.그리고 잠시 2층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김찬욱과 육경서는 용수철처럼 의자에서 튀어올랐다.역시 샤워를 마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육시준은 부스스한 머리 때문인지 단순히 옷 때문인지 평소 일할 때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진 모습이었다.애꿎은 술만 마셔대던 육경서, 김찬욱이 쪼르르 달려왔다.육시준이 육경서에게 묘한 눈빛을 보내고 형에 관해선 눈치 백단인 육경서가 바로 입을 열었다.“두 사람 천천히 얘기 나눠. 난 내일 아침 일찍 촬영이라.”이때다 싶어 도망치는 육경서를 김찬욱은 원망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봤다.‘저 자식이 정말... 아주 의리는 제대로 말아드셨구만.’“대표님.”그리고 김찬욱도 드디어 진지한 얼굴로 육시준을 마주했다.여유로운 얼굴로 소파에 앉은 육시준이 그에게 물었다.“네가 이 사람 저 사람 잘 만나고 다니는 줄은 알았지만... 우리 집안 사람한테까지 눈독 들이고 있을 줄은 몰랐다?”감정을 알아챌 수 없는 담담한 목소리에 김찬욱은 침을 꿀꺽 삼켰다.‘큼, 경고인가?’“사모님과 어떤 상황이라는 건 대충 들어서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하려더다 보니... 그리고 저희 측 직원과 있었던 일은 정말 몰랐어요. 영상도...”“워낙 바쁘니까 이해해. 그리고 내가 직접 오더 내린 게 아니라 임 비서가 움직인 거니까 소홀히 여길만도 했지.”‘윽, 이 사람 이렇게 잘 비아냥대는 성격이었던가?’차라리 화를 내면 좋을 텐데. 아무 감정없이 덤덤하게 말하니 진심으로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휴.”잠시 후, 김찬욱은 뭔가 결심한 듯 고개를 숙였다.“정말 죄송합니다. 제 소홀로 형님
강유리는 침을 꼴깍 삼켰고, 부자연스럽게 잠옷의 매무새를 정리하고는 느릿느릿하게 침대 가장자리로 걸어가서, 그를 지나쳐 안으로 기어갔다. 이불에 들어가서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 덮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천천히 이불을 끌어 내리더니 큰 눈을 드러내고 옆에 있는 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 육시준은 태블릿에서 시선을 뗐고,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졸려?”그녀가 말없이 그를 쳐다보자, 그는 등불을 끄고 자기 쪽에 있는 탁상 등 불만 켜놓았다. 그의 시선은 다시 화면을 향했다. 강유리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떴고, 눈빛이 점점 흐려져만 갔다.‘이게 끝이야? 계속하지 않는 거냐고! 방금 샤워도 했고 바디로션도 향 신경 써서 발랐는데…… 양치도 두 번이나 했고, 스프레이까지 뿌렸는데…… 팩도 했고 열심히 피부 관리도 했는데…… 겨우 이런 반응이라고?’그녀는 긴 속눈썹을 깜박거리면서 손가락을 뻗어 그의 팔을 콕콕 찔렀다. 말랑말랑한 촉감에 육시준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왜 그래?”“아직도 화났어?”강유리는 떠보듯이 물었고, 육시준은 자신을 떠보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설득하듯 조곤조곤 말했다.“우리가 부부긴 하지만 서로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내가 떠보는 건 내가 모르는 면을알고 싶을 뿐이야.”그녀는 침대에 팔꿈치를 기댔다. 갑자기 일어난 탓인지 머리카락은 헝클어졌고, 헐렁한 잠옷은 어깨에 걸려 있었다. 육시준의 시선에서 보면 마침 옷깃 밑의 광경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는 바로 시선을 뗐다. 그런 그를 보다가 강유리는 직접 달려들어 그의 가슴에 반쯤 안긴 채 그의 머리를 자신의 방향으로 돌려세웠다.“뭐 대단한 일이라고, 뭘 흥분하고 그래?”“……”둘의 시선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나는 어두웠고, 하나는 콧대가 높았다. “기분 나쁘면 솔직하게 말해! 다음에 안 떠보면 될 거 아니냐고! 그런데 알아둬야 할 건,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창밖은 고요하고 밤하늘에는 별이 드문드문 반짝이고, 저녁의 쌀쌀한 바람 한 가닥이 커튼이 살짝 스쳤다.얼마 후, 강유리가 곧 이성을 잃을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육시준은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진 채 간드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리야.”“응?”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다 못해 빠져들어 갈 것만 같았다.육시준은 잠시 숨을 고르며 한참 침묵하다가 살짝 일어나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고 말했다.“다음 주 토요일에 시간 좀 비울 수 있어? 나란 사람을 완전히 알게 해줄게. 날 떠볼 필요도, 시험할 필요도 없어.”강유리가 조금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 말했다.“사실 난 상관없어. 누구나 모두 비밀을 가지고 있잖아.”하지만 시험이나 호기심은 본능이었기에 그녀는 그저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였을 뿐이었다.“내가 상관있어.”육시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말을 덧붙였다.“난 네가 나를 다시 봤으면 좋겠어.”오늘 저녁에는 일이 잘 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유리가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심지어 사과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육시준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고, 오히려 죄책감이 더 커져만 갔다. 두 사람이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솔직해져야 한다. 오해와 여러가지 이유로 그의 정체성은 점점 더 민감해졌다. 분명히 아주 작은 일인데 속였다는 생각 때문에 갈수록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졌다. 계속하다가는 일만 엉망이 되니 곧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육시준은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일단 결정을 내리면 즉시 행동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시기를 밸런타인데이로 잡았다. 그의 생애 첫 밸런타인데이였다.강유리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았다. 그동안의 관찰을 통해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육시준이어느 정도 파악됐기 때문이었다. 성격도 좋고 인품도 좋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게 장점이고, 유일한 단점은 태생이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평범한 조건으로도 그는 많은 일들을 척척 해냈다. DH 브랜드 퇴출은 좋은 예인데,
성홍주도 울분을 발산할 길이 없었고, 다만 찻잔을 단단히 쥐며 말했다.“몹쓸 년 같으니라고. 자기 성씨를 잊은 게 아닌가 싶어!”왕소영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다.“정말 유리 때문이라면 신영이를 좀 도와줘.”성한일도 이를 악물며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러니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성홍주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지금의 유리는 3년 전 손아귀에 있던 그 소녀가 아니야……’그녀는 너무나 모질고 무정하게 변했으며, 그녀의 뒤에는 또 대단한 후원자가 있었다.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성홍주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오늘 이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 천강이는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오랜 세월 동안 지내온 부부 사이였기에 왕소영은 성홍주의 눈빛만 봐도 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은 더욱 슬퍼졌다.“감성이 깊은 애니까 속상해하고 있지 않을까?”“펑!”성홍주는 컵을 탁자 위로 세게 내리치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신영이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속상해할 자격이나 있어? 그 집 가서 전해. 이 혼사 없던 일로 한다고!”지난번 사건이 알려지자, 성홍주는 진작에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신영의 뛰어난 외모와 명성이 강유리보다 얼마나 더 값진지 모르니, 틀림없이 더 훌륭한 남자를 만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성신영은 2층 복도에 서서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모든 말다툼을 들으면서도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타인 엔터는 지금 빈털터리이고 인심이 흐트러지면 조만간 끝장이 날 것이다. 임천강의 이런 수법은 육씨 가문의 발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절대로 강유리가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그를 차버릴 좋은 기회다. 그녀는 계단을 따라 내려와 온화한 목소리로 가족들한테 인사했다.“아빠, 엄마, 왜 아직도 안 주무셔?”성신영은 금방 울어서인지 눈시울이 붉었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몹시 초췌해 보였다.“불쌍한 내 딸아
이렇게 성신영은 온갖 서러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고, 강제로 임천강과 선을 그어야 했다. 임천강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그저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며칠 동안 회사에서 지내야 할 만큼 머리 아픈 일이 수두룩했다. 무수히 많은 사업이 계약 해지를 하게 되고, 위약금 배상으로 인해 회사의 자금줄이 돌지 못하자 그는 마침내 예비 장인어른을 떠올렸다. 동시에 며칠 동안 성신영과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날 그녀가 짜증 섞인 말투로 대화하다 전화를 끊은 뒤로 다시는 연락이 없는 것이 이상했다.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그는 재빨리 JL빌라로 돌아왔는데, 이미 차가 못 들어가게 조치되어 있었다. 이 집은 성신영의 것으로, 그가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열통 넘는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마침 혼사를 깨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게 됐다. 합의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그것은 말 그대로 통보였다.그는 혼사가 깨졌다는 말을 전해 듣고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겨우 며칠 사이에 일이 어떻게 이렇게 됐지?’이 모든 것은 강유리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그가 곤경에 빠진 틈을 타 유강 엔터는 스타인 엔터의 많은 연예인들한테 손을 내밀었고,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꽤 유명한 연예인들과 이름난 프로듀서들이 줄줄이 유강 엔터로 모여들었다며 이 바닥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이 모든 것은 강유리의 복수극이라고, 그녀의 목적은 스타인 엔터를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다들쉬쉬했다. 하지만 스타인 엔터의 성과는 원래 강유리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소수였다. 그저 그녀의 것을 되찾았을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모 유명 샵.조보희가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는데, 팔로워가 수만 명이나 늘어났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지금 온통 사과의 목소리뿐이며, 또 많은 의류 브랜드가 찾아와
강유리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조보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너 바쁘다며?”“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얼른 말해.”“......”조보희는 욕을 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으면서 순순히 말했다.“나 그 사람 어디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HZ그룹의 사장같은데…일 거야. 우리 아빠가 그러던데, 너 요즘 HZ그룹이랑 협업하려고 한다며? 쳇, 중간에서 가로채 갔네?”전화 너머에는 침묵으로 가득했다. 조보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너 설마 내가 거짓말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믿든 말든 네 선택이지만......”‘사진이 있지만 주진 않을 거야, 안 믿으면 너만 손해지, 쌤통이다!’“넌 지금 HZ그룹에서 뭐 하는데?” 강유리가 갑자기 물었다.조보희가 허세를 부리며 대답했다. “난 당연히 일하지, 너만 바쁜 줄 아니?”강유리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수긍했다. “그럼 넌 하던 일 마저 해. 나중에 내가 밥 살게. 끊는다.”‘이 애매한 태도는 뭐지? 믿는 건지 안 믿는 건지도 모르겠네.’강유리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지만, 이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그녀가 급히 입을 열었다.“오늘!”“뭐?”강유리가 어안이 벙벙해서 묻자,조보희가 다급히 말했다. “오늘 나 밥 사줘, 나 오늘밖에 시간 안 돼!”강유리는 어이가 없었다. “나 이따가 손님 만나야 해.”“그럼 이 언니가 직접 간다. 30분이면 도착하니까 로비로 사람 보내!” 조보희는 말이 끝나자마자 대답할 여지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30분 뒤, 조보희는 유강엔터의 로비에 도착했다.막 차에서 내리려는데, HZ그룹 사장의 차가 건물로 들어왔다.그녀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한무리의 사람이 서류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리더니, 당당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임천강은 이미 행방을 감춘 뒤였다.조보희는 얼른 차에서 내려 무리를 따라갔다.강유리는 그들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젊은 여직원을 보내
조보희는 오늘 심플한 스커트를 입었다.하지만 손에는 금팔찌와 옥팔찌 여러 개와 두 개의 진주 목걸이를 두르고 있었다......그녀의 과한 메이크업까지 더해지니 촌스럽고 허세가 가득해, 눈에 담기 꺼려졌다.조보희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녀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너 표정이 왜 그래? 나 무시하지 마! 나 요즘 팔로워도 꽤 늘었다고!”강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사무실로 향했다. 조보희도 그녀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갔다.자기가도 미운 짓 하는 건 아는지, 사무실로 돌아온 후에야 조용히 물었다. “너네 회사 투자자 찾는 거야? 네 남편 찾아가면 되잖아, 남편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다른 사람을 찾는 거야?”강유리는 사무실의 의자에 앉아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네가 내 남편이 대단한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육씨 가문의 DH랑 관련 있는 거 맞지? 데이오도 얼마 전에 협업했잖아? 데이오 대표가 기회주의자로 얼마나 유명한데, 그가 협업했다는 건 분명 무슨 냄새를 맡은 게 분명해!”“......”조보희의 확신에 찬 얼굴에 강유리는 머리가 멍해졌다.데이오는 확실히 먼저 그들에게 협업 제안을 했었다.하지만 그녀와 하석훈은 그들이 제공했던 DH 스캔들 영상에 대한 감사 표시라고 여겼다. 어쨌든 그 사건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적지 않았기에.게다가 DH도 그들과 협업하고자 했던 참이었고, 데이오는 경쟁을 통해 겸사겸사 DH를 짓밟고 가려고 했었다......“내가 다 맞췄지? 그러니까 나한테 다 말해봐, 내가 다른 사람한테 가서 얘기할 것도 아닌데!” 조보희는 그녀의 침묵에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강유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남편이 네 말처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면 내가 이렇게까지 하겠니? 이 작은 회사를 지키면서?”조보희는 그녀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부자들은 원래 다 신중하잖아. 너 좋은 일 막 시켜주지 않아! 그래도 네 남편이니까 네가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