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1265 챕터

제251화

강세헌은 전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러자 강윤석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아버지, 쟤 좀 보세요. 이게 다 아버지가 버릇을 잘못 들인 탓이에요.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잖아요!”강의건은 강세헌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그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강세헌은 정말 대표직을 신경 쓰지 않는 걸까?아니면 뒷길이라도 남겨둔 걸까?“아버지...”“그 입 닥쳐!”강의건이 아들을 째려보며 속으로 원망했다.‘어쩜 이렇게 침착하지 못할까? 아랫사람들보다도 못해!’“다들 의견이 서로 엇갈리니 당장은 결론 내리기 힘들겠구나. 이번 회의는 일단 여기서 마무리해.”강의건은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먼저 회의를 끝냈다.“회장님, 이번 일은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강 대표님은 회사 일에 소홀한 적이 없어요. 그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게다가 사람은 성현이 아니니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에요. 이 일로 대표직까지 바꾸는 건 무리인 것 같네요.”누군가는 아직도 안간힘을 쓰며 강세헌을 지지했다.강의건은 겉으로 머리를 끄덕였지만 속에서 이미 딴 속셈을 차리고 있었다.보아하니 또 강세헌에게 손을 써야 할 듯싶었다.“신중하게 고려해볼게.”강의건이 대답했다.이 말을 들은 강윤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버지가 또다시 세헌이를 지지하는 거야? 그럼 내 공로는 수포가 되잖아?’“아버지...”“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강의건이 아들의 말을 잘랐다!강윤석은 마지못해 일단 입을 다물었지만 가슴이 타들어 갈 듯이 초조했다!...송연아는 강세헌의 자택에 남아 어디도 안 가고 줄곧 찬이를 보살폈다.가끔 찬이가 잠들어도 그녀는 내려놓지 않고 품에서 계속 재웠다.강세헌이 의사를 시켜 찬이의 건강검진을 해보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심재경이 찾은 사람이 아직 안 왔으니까.이때 분유를 먹은 찬이가 정신이 좀 드는지 옹알거리기 시작했고 송연아가 대화를 시도했다.“아가야, 넌 언제쯤 엄마라고 부를래? 응?”“우웅, 아야야...”송연
더 보기

제252화

송연아는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그 여자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흠뻑 도취해서 책상을 쓰다듬고 있었다.‘세헌 씨가 여기서 업무를 보고 있었네!’“응애...”이때 찬이가 불쑥 칭얼대기 시작했다.환상에 잠겨있던 비서가 이 소리를 듣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고 잠겼던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녀는 살며시 문가에 다가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서는 옷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머리를 쳐들고는 밖에 나와 문을 잠갔다!송연아는 구석에 숨어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다. 비서의 좀 전의 행동이 실로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송연아는 고개 숙여 아들을 보면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마음을 가라앉혔다.아무것도 모르는 찬이는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송연아만 물끄러미 쳐다봤다!송연아는 아들의 이마에 입맞춤하고는 품에 꼭 안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그녀는 차에 돌아간 후에야 마음이 놓였다.방금 강세헌 비서의 행위를 되새겨보니...송연아는 문득 소름이 끼쳐 온몸에 닭살이 돋고 식은땀이 흘렀다!앞에 있던 경호원이 물었다.“돌아갈까요?”송연아가 머리를 끄덕였다.“네, 일단 돌아가요.”가는 길에서 송연아는 강세헌의 전화를 받았다.“너 어디 갔어?”송연아는 휴대폰을 꽉 잡고 대답했다.“금방 돌아가요.”“그래.”전화를 끊은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찬이는 조금 졸린 지 그녀의 품에서 잠들었고 집에 도착했을 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송연아는 아기를 안고 집안에 들어갔다. 강세헌과 심재경, 그리고 심재경이 소개해온 의사까지 전부 거실에 있었다.그녀가 들어오자 강세헌이 얼른 찬이를 안고 방에 들어갔고 의사도 뒤따라갔다.송연아가 뭐라 말하려 할 때 심재경이 먼저 그녀에게 말했다.“걱정 마, 카일 의사가 찬이를 검사할 뿐이야. 세헌이가 줄곧 찬이의 건강을 걱정했었어.”송연아도 그가 걱정하는 걸 알고 있다. 그녀 또한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이참에 잘
더 보기

제253화

그녀는 결국 생각을 접었다.강세헌의 화가 풀리기만 하면 되니까.“그 의사가 찬이의 가정 의사로 되어주겠대요?”강세헌이 대답했다.“아니.”그가 돈을 얼마나 주든 의사는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 의사에겐 꿈이 있으니까. 다만 찬이에게 무슨 일 생기면 가장 빨리 달려오겠다고 약속했다.심재경이 카일을 떠올린 건 카일이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카일의 여자친구가 한국인이라 그녀를 위해 본인 사업을 포기했다. 단 카일 같은 능력자는 어딜 가나 큰 성과를 이룬다!카일이 가정의 제안을 거부한 것도 더 많은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이건 의사의 본업이니까.송연아가 생각했다.‘의사가 되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다들 아픈 환자를 치료할 마음을 갖고 있나 봐.’하여 이 대답도 예외는 아니었다.우웅...이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송연아는 밖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이 원장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다름이 아니라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어요.”“무슨 부탁?”“우리 시에서 댄스대회를 여는데 스포츠센터에서 하잖아요. 제가 심사위원으로 뽑혔는데 일이 있어 못 갈 것 같으니 연아 씨가 대신 가주실래요?”송연아가 단칼에 거절했다.“난 안 돼.”“왜죠?”송연아가 대답했다.“난 심사할 자격도 없고 또 그럴 시간도 없어.”“오래 걸리지 않아요. 오후면 충분할 거예요.”이 원장이 말했다.“꼭 좀 부탁드릴게요.”송연아는 침대에 누워있는 찬이를 보더니 여전히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줄곧 찬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고 인제야 시간이 조금 났으니 말이다.“지금은 정말 시간이 안 돼...”“아이참,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임설 씨가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어요. 임설 씨는 연아 씨가 심사위원이 돼주길 바라고 있어요...”송연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뭐라고?”“연아 씨 저번에 저를 통해서 임설 씨를 찾으셨잖아요. 두 분 친하신가 봐요! 아니면 임설 씨가 왜 저를 통해 연아 씨를 심사위원으로 밀어줄 생각을 했겠어요?”어쨌거나 심사
더 보기

제254화

그녀의 물음에 강세헌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으니까.왜 갑자기 비서 얘기가 나오지?화제가 너무 빨리 전환된 게 아닐까?“그냥 비서일 뿐이야.”강세헌은 비서의 행동을 단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다.“왜 그렇게 물어?”송연아는 비서가 그의 사무실에서 했던 행동을 떠올리며 미간을 구겼다.“아까 회사에 세헌 씨 찾아갔을 때 비서가 사무실에 있었어요.”송연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비서는 가끔 그의 사무실에 들어갈 때가 있어 강세헌도 당연하게 생각했다.“그게 왜?”송연아는 입술을 앙다물었다.‘내가 괜한 생각을 했나? 하지만 아까 분명 세헌 씨 책상에 엎드려서 그런 자세로... 내가 잘못 본 걸까? 아닐 텐데, 나 그럴 리 없는데!’“연아야, 너 지금 질투해? 내 부하가 여자라서 마음이 안 놓이면 당장 바꿀게.”강세헌은 줄곧 어두운 표정만 짓고 있다가 문득 입꼬리가 올라갔다.송연아는 두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물었다.“내가 질투하는 거로 보여요?”“그게 아니면?”강세헌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되물었다.그 당시 비서의 그런 몸짓을 보았을 때 송연아도 충격을 받고 소름이 끼친 건 사실이다. 단 질투는 아니다. 강세헌이 사무실에 없었고 비서 홀로 쇼를 하고 있었으니까!“내가 왜 질투를 해요?”강세헌은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진짜 질투 안 해? 응?”그가 송연아의 귓가에 얼굴을 갖다 대자 뜨거운 숨결이 귀에 닿아 너무 간지러웠다. 송연아는 목을 움츠리며 곧바로 인정했다.“질투해요, 한다고요. 인제 됐죠?”강세헌은 그녀의 볼에 입 맞추고는 또다시 귓불을 간지럽혔다.“질투해야 날 좋아한다는 걸 의미하지...”그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송연아는 바로 눈치채고 황급히 물었다.“아직 밥 안 먹었죠? 얼른 가서 밥할게요...”그녀는 말하면서 강세헌을 밀치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오은화가 저택에 없으니 그들에게 밥해줄 도우미가 없었다.송연아는 냉장고를 열어보았지만 안이 텅 비어 있었다.“우리 마트 다녀올래요?
더 보기

제255화

강세헌은 그녀의 애교에 사르르 녹아내려 웃으며 답했다.“네 맘대로 해.”송연아는 신이 나서 미소 지었다.“그렇게 좋아?”강세헌이 눈썹을 들썩거렸다.“걔가 대체 무슨 짓을 꾸밀지 똑똑히 지켜보고 싶어서요.”송연아가 대답했다.강세헌은 고개 돌려 그녀를 힐긋 바라봤다. 호기심 넘치고 탐험을 좋아하는 건 약간의 승부욕이 있다는 걸 증명하지만, 강세헌은 그런 그녀가 좋았다.그는 너무 연약한 여자는 별로였다. 송연아는 조금 강한 면이 있고 머리가 똑똑한 편이다.그렇다고 전혀 연약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녀의 몸이 매우 나른하여 품에 안기니 좀처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송연아는 연약함과 강인함을 겸비한 여자였다.곧이어 마트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후 송연아가 가방에서 동전을 꺼내 카트를 밀고 왔다. 강세헌은 의식주가 전부 세팅되어 있어 홀로 마트에 쇼핑하러 온 적이 없다.집에 있는 먹을 것들은 오은화가 마련해놓은 것이다.그는 자신이 익숙지 않는 일에 말을 아끼고 묵묵히 송연아를 따라다녔다. 길을 잃을까 봐서가 아니라 그녀와 좀 더 가까이하고 싶어서였다.송연아는 한 손을 내밀더니 그의 손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마트 못 와봤죠?”강세헌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약간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아주 가끔 와.”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못 와봤으면 못 와봤다고 해요. 세헌 씨는 강씨 일가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돌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마트에 못 와본 것도 당연한 일이죠. 그렇게 숨길 필요 없어요.”강세헌은 도리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넌지시 물었다.“그렇게 웃겨?”“아니요... 전혀 안 웃겨요.”송연아는 바로 쫄았다.강세헌은 그런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이 여자가 정말, 내 앞에서 온갖 끼를 다 부려. 먼저 날 비웃고 이젠 겁먹은 거야? 널 어쩌면 좋아?’하필 그는 이런 송연아가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쇼핑 구역으로 간 두 사람은 쭉 둘러보면서 물건을 골랐다.한 시간 남짓 지난 후에야 쇼핑을 마쳤는데
더 보기

제256화

그녀는 임설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이젠 임설이 뭘 할지 거의 짐작이 갔다.현장 스태프들이 계속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고 그녀는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누군가가 다가오며 그녀에게 집적거렸다.“혹시 안무가예요?”송연아가 머리를 내저었다.“아니요.”“그럼 심사위원인가요?”그자가 물었다.상대는 남자 심사위원이었다. 보통 춤추는 남자들은 몸매가 날씬하고 길쭉한 편이다. 남자는 깔끔한 외모에 머리도 단정하게 세팅하여 전혀 느끼해 보이지 않고 굉장히 밝은 이미지였다!송연아가 대답하려 할 때 임설이 다가오자 곧바로 켕기는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저 심사위원은 맞는데 누구 대신해서 온 거예요.”“어쩐지, 낯설더라니. 제가 매번 댄스대회 심사위원들을 다 봤고 아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그쪽이 유난히 낯설더라고요.”송연아는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 말했다.“제가 이런데 처음 와서 아직 잘 몰라요.”“괜찮아요. 이따가 제 옆에 앉아요.”남자가 열정적으로 말했다.송연아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인 후 또다시 연약하고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야 너무 고맙죠.”“많이 두려우신 것 같은데 그냥 사람들 춤 잘 추는지, 동작이 규범이 돼 있는지 보면 돼요. 너무 걱정할 거 없어요. 모르는 거 있으면 저한테 물어봐요. 제가 가능한 다 도와드릴게요.”남자가 웃으며 말했다.임설은 가까운 곳에서 선반에 걸려있는 안무 복장을 체크하는 척하며 실은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송연아도 그녀가 엿듣는 걸 진작 알고 있어 일부러 우물쭈물하며 남들에게 들킬까 봐 남자 옆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목소리도 정확하게 임설이 들을 수 있게끔 조절했다.“아까 말했잖아요, 난 지인 부탁으로 대신 온 거라 사실 아무것도 몰라요! 심사위원이 될 자격은 더 없고요. 그쪽한테만 알려주는 거니까 꼭 비밀 지켜야 해요. 실은 나 춤출 줄도 몰라요.”남자의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아무것도 모르는데 심사위원이 될 수 있다고? 이건... 좀 아니지!’
더 보기

제257화

진행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내가 술렁거렸다.학부모들은 썩 내키지 않았다. 반나절이나 열심히 해왔는데 최종 성적을 취소하다니!“왜죠? 우리 아이들이 오후 내내 고생했고 저희도 여기서 반나절이나 기다렸는데 왜 성적을 취소하는 거죠?”“그러게요. 아이 때문에 일부러 반차까지 냈단 말이에요.”“성적 취소라니, 대체 무슨 일이에요? 저희한테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관중석의 학부모들이 흥분하며 뿔뿔이 내려와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참가 학생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다들 진정하세요. 실은 방금 누군가가 심사위원으로 사칭했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부득이하게 대회 결과를 취소하게 되었습니다.”아래의 원성이 더욱 거세졌다.“대체 어떻게 된 거죠? 사칭이라니요!”“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장내에 온갖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방금 송연아와 얘기를 나누던 남자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녀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연아 씨 일이 발각된 거 아니에요?”송연아는 이 모든 게 자신을 겨냥한 일이란 걸 너무 잘 알았다.지금쯤 임설은 아마도 어딘가에 숨어서 그녀가 망신당하는 꼴을 지켜볼 게 뻔하다.송연아는 두려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럼 어떡해요?”남자가 제안했다.“먼저 나가실래요?”송연아는 못 나간다는 걸 뻔히 알면서 일부러 그의 말에 찬성했다.“좋은 방법이네요.”말을 마친 그녀가 이제 막 나가려 하자 임설이 어느 모퉁이에서 튀어나왔는지 그녀를 덥석 잡더니 불만을 표출하는 학부모들에게 말했다.“바로 이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사칭했어요. 춤출 줄은 아예 모르고 심사위원이 될 자격은 더 말할 것도 없죠. 그래서 이번 대회 결과를 취소하기로 했어요. 다들 불만 있으면 이 사람한테 따지세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모든 화살이 송연아를 향했다.송연아는 머리를 숙이고 진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저 멀리에서 이제 막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강세헌만이 그녀의 눈가에 스친 냉랭함을 보아냈다.
더 보기

제258화

임설은 무슨 큰 꼬투리를 잡은 듯이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내가 장담하건대 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심사위원으로 사칭하고 있어. 참가 학생들의 노력을 허비했고 학부모님들의 시간도 지체했지. 진짜 너무 궁금해서 묻는 건데 넌 도대체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거야?”“뭘 어떻게 올라와. 저 가냘픈 꼴 좀 봐, 몸 팔아서 올라온 게 뻔하지...”그 사람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송연아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하더니 순간 쫄아버렸다.줄곧 그녀를 편들던 남자 심사위원마저 송연아의 눈빛에 화들짝 놀랐다.마냥 연약해 보이던 그녀가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변하다니, 좀 전과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었다.“내가 춤을 못 춘다고? 만약 추면 어쩔 건데?”송연아가 물었다.임설은 여전히 안 믿는 눈치였다.“그럴 리 없어. 만약 네가 춤출 줄 알면 내가 맨손으로 스포츠센터를 청소할게.”송연아가 나지막이 되물었다.“약속 지키는 거지?”임설은 이런 송연아의 모습에 아직도 그녀가 켕기는 거라 여기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당연하지. 여기 있는 사람들이 증인이 돼줄 거야.”아래에서 누군가가 맞장구를 쳐주었다.“그래요, 우리가 증인이 돼줄게요.”사실 다들 기적을 바랐다. 송연아가 춤을 잘 춰야만 참가 학생들도 다시 겨룰 필요가 없으니까.물론 일부 잘하지 못한 학생들의 학부모는 다시 겨룰 기회를 원했다.하지만 대부분 학부모들은 다시 겨루길 바라지 않았다!“어떤 곡으로 하실래요?”남자 심사위원은 송연아가 전에 연약한 척했다는 걸 다 알아챘다!그녀가 감히 이렇게 말한다는 건 충분히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안 그러면 쉽게 이런 말을 내뱉지 못할 테니까.송연아는 가장 자신 있는 곡으로 선택했다.임설은 문득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네가 감히 춤을 춰?”“못할 게 뭐야?”송연아는 코트 단추를 풀어헤쳤다. 그녀는 안에 춤추기 딱 좋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이를 본 임설은 입이 쩍 벌어졌다.‘진작 준비를 해왔어?! 완전 잘 어울리는 원피스까지 입고 왔잖아!’“아니,
더 보기

제259화

임설은 치가 떨려 목소리까지 떨었다.“네가 일부러 그런 거니까 난 동의할 수 없어.”이 큰 스포츠센터를 그녀 홀로 청소하려면 두 날도 더 걸릴 것이다. 게다가 맨손으로 청소하다니, 이 굴욕을 어떻게 견디란 말인가? 그녀는 앞으로 직장에 다닐 엄두조차 안 났다.남들이 그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송연아를 해치려 했던 건 그녀에게 먼저 이용당했기 때문이다. 임설은 그녀를 너무 쉽게 믿어버려 강세욱을 해쳤다. 이 수모를 견딜 수가 없어 송연아를 난처하게 만들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려고 했는데 정작...임설은 몇 번이고 송연아에게 덮쳐들어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송연아가 그녀 가까이 다가갔다.“스포츠센터를 다 청소할 필요 없어. 내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하면 돼.”“그게 뭔데?”임설은 선택의 여지가 있을 줄 몰랐다.“네가 송예걸에게 문자 보냈지? 백수연도 네가 감방에서 빼내서 어딘가에 숨겼지?”송연아는 드디어 원하던 바를 물었다.임설은 어안이 벙벙했다.“송예걸은 뭐고 백수연은 또 누구야?”송연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가 거짓말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했다.“아닌 척하지 마.”“내가 왜 아닌 척해야 하는 건데?”임설은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송예걸, 백수연 그게 다 누구냐고? 내가 왜 그들을 잡아가?”임설이 부정했고 송연아는 그녀의 표정에서 전혀 이상한 낌새를 발견하지 못했다. 순간 송연아도 어쩔 바를 몰랐다.“인정하지 않으면 네가 한 약속 지켜. 스포츠센터를 깨끗이 청소해. 다들 지켜보고 있으니 약속 어기지 마.”말을 마친 송연아는 무대 아래에 내려와 스태프에게 말했다.“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더는 지체하지 말고 얼른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해요.”이젠 바보 멍청이라 해도 누구의 계략인지 눈치챘을 것이다.임설이 송연아를 해치려다가 도리어 제 발등 찍힌 격이 되었다!임설은 멘탈이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겉으론 어쩔 수 없이 버텨내야 했다.그녀는 이번 사건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빨개진 그녀의 얼굴은 곧 터질
더 보기

제260화

다가온 남자는 좀 전의 심사위원이었다. 송연아가 까먹고 옷을 챙기지 않아 옷을 주러 왔는데 마침 그때 임설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 남자가 재빨리 나서서 도와주려고 할 때 누군가가 한발 앞섰다.“여기 코트요.”남자 심사위원이 옷을 건넸다.송연아가 받으려 했지만 강세헌이 먼저 가로채 갔다. 그는 고마운 뜻이 전혀 없고 도리어 차가운 눈길로 심사위원을 째려봤다.송연아가 춤출 때 그는 이 남자가 넋이 나간 얼굴로 송연아를 쳐다보는 걸 주의 깊게 지켜봤다.지금 설마 코트를 돌려주는 빌미로 집적대려는 걸까?송연아는 그런 강세헌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옷을 까먹고 못 챙긴 건 사실이니까. 송연아는 웃으며 남자 심사위원에게 말했다.“고마워요, 오늘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아니에요.”남자 심사위원이 쑥스럽게 웃으며 물었다.“이분은...”“제 남편이에요.”송연아가 대답했다.오늘 강세헌은 옷에 힘을 좀 뺐다. 남자 심사위원은 그가 평범한 사람인 줄 알고 저도 몰래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나보다 키 좀 크고, 살짝 잘생긴 거 말고는 별 볼 거 없는데? 게다가 나처럼 자상하지도 않잖아.’그는 강세헌의 차가운 눈빛을 바라보며 그의 성격이 난폭하다는 걸 알아챘다.“연아 씨...”남자 심사위원이 이제 막 말하려 할 때 강세헌이 아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우리 이만 가자.”그는 남자 심사위원의 말을 잘랐다.송연아는 그런 강세헌을 힐긋 쳐다볼 뿐 아무 말 없이 순순히 따라갔다.그녀는 차에 타서야 입을 열었다.“기분 나빠 보이는데 혹시 방금 심사위원을 경계하는 거예요?”강세헌은 침묵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송연아는 그를 너무 잘 알아 아무 대답 없으니 더 캐묻지도 않았다.그의 성격은 이렇듯 난폭할 따름이니 송연아가 화제를 돌렸다.“내 생각에 이번에 찬이를 해친 사람이 바로 임설인 것 같아요. 어쩌면 배후에 조력자가 있을지도 몰라요.”이건 단지 그녀의 추측일 뿐이다.임설에게 그럴만한 동기가 있으니까.“임설은 백수연을
더 보기
이전
1
...
2425262728
...
12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