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341 - Chapter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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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이날, 성도윤은 회사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진정제로 겨우 잠잠해진 임채원은 약효가 지나자 다시 큰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나 죽게 놔둬! 죽게 놔두라고!”그녀는 미친 듯이 벽에 부딪혀 머리는 빨갛게 부어올랐는데 또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아이가 없어졌으니 나도 살지 않을 거야. 나 죽겠다고!”간호사들은 너무 놀라 재빨리 성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성도윤은 회사 일을 잠시 놔두고는 최대한 빨리 달려왔다.그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임채원을 꽉 끌어안고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질 거야.”임채원은 갑자기 얌전해지더니 성도윤을 꼭 끌어안고는 억울한 얼굴을 보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도윤아, 아기가 없어졌어. 도현 오빠가 나에게 남겨준 유일한 생명인데 이렇게 사라져버렸어...”“나 간호사한테서 들었는데 내 자궁도 잘려 나갔다고 하던데, 앞으로 계속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 이번 생은 망한 건가?”성도윤은 묵묵히 임채원을 침대에 내려놓고는 뜨거운 수건으로 벽에 부딪힌 그녀의 머리를 찜질하며 속삭였다.“넌 절대 망하지 않았어. 성씨 가문은 영원히 널 지켜줄 거니까.”“정말이야?”임채원은 계속 울먹이는 얼굴로 물었다.“그거 알아? 설아 씨가 나를 찾아와서 도발했어. 성씨 가문에서는 나를 아이 낳는 도구로만 생각한다고. 내가 아이를 낳으면 이용 가치가 없어서 바닷물에 지워지는 모래처럼 나도 성씨 가문에서 지워질 거래...”“그리고 설아 씨가 자기는 나보다 더 가치가 있대. 어머님도 나보다 설아 씨를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두 사람 재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나 너무 속상해서 설아 씨 손을 잡고 다시 설명을 잘 들으려고 했는데 설아 씨는 화가 났는지 날 바닥으로 밀쳐냈어. 아기는 그렇게 없어져 버렸고!”그녀는 한 번 또 한 번 차설아가 어떻게 그녀를 다치게 했는지 반복했다.성도윤은 그저 묵묵히 들으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임채원이 겨우 진정한 것 같아 보이자 성도윤은 그제야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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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어두운 방에서 컴퓨터 모니터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성도윤은 임채원의 말대로 이 모든 일이 차설아 때문에 일어났는지 확인해 보려고 해수 리조트 CCTV 화면을 계속해서 돌려봤다.한 번 또 한 번 되감으면서 차설아가 어떻게 임채원을 모욕하고, 또 어떻게 임채원을 밀쳐내고, 또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피범벅이 된 임채원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지 확인했다.“젠장!”성도윤은 신경을 온통 화면에 집중했다.너무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굳어졌고, 차설아에 대한 실망스러운 감정으로 저도 모르게 조용한 어둠 속에서 속마음을 뱉어냈다.그는 차설아가 절대 나쁜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제멋대로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자라고만 생각했지.하지만 동영상을 확인한 성도윤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한 여자가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이 정도로 매정해질 수도 있구나 싶었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까지 죽일 수 있으니!성도윤은 통제 불능이 될 것 같은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휴대폰을 꺼내 진무열에게 전화를 걸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당장 차설아를 S시로 데려와. 꼭 임채원에게 사과해야만 해. 그리고 나에게도, 성씨 가문에게도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야!”전화기 너머의 진무열은 성도윤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대표님, 너무 늦었어요. 사모님... 아니, 차설아 씨는 이미 떠났습니다.”“떠났다고?”성도윤이 차가운 얼굴을 보이며 물었다.“어디로 갔는데? 또 어디로 갈 수 있는데?”“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진무열이 말을 이어갔다.“아마 일주일 전쯤에 저에게 찾아와서 작별 인사를 고했어요, 곧 해안시를 떠난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다시는 해안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저에게 성대 그룹 분들에게 대신 작별 인사를 해달라며 부탁했어요. 모든 직원들에게 선물까지 준비했고, 대표님에게도 말을 전하라고 했어요...”그 말을 들은 성도윤은 분노가 끓어올랐다.‘이 여자가 잘못을 저질러놓곤 도망을 가? 아무 얘기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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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성도윤은 당장이라도 진무열의 목을 조르고 싶은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사라져?”“그러게요. 저희 진짜 낱낱이 찾아봤어요. 하지만 차설아 씨가 어디로 떠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참... 차설아 씨와 함께 민이 이모라는 분도 사라졌어요...”여기까지 말한 진무열은 한숨을 푹 쉬고는 석고대죄를 지은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저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제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한 번 직접 찾아보세요!”성도윤은 한시라도 지체하지 않았다. 개인 비행기를 타고는 해안으로 돌아왔다.그는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완전히 종적을 감출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당연히 이 모든 건 차설아가 아직 해안에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다.그래서 그는 그가 갖고 있는 인맥과 힘을 총동원해 그녀를 찾아내려고 했다.성도윤은 더 많은 수색 인원을 파견했다. 해안의 구석구석을 수색했고, 또 강진우와 사도현에게도 도움을 부탁해 합법적인 수단과 불법적인 수단 모두 사용했다.지금의 사도현은 이미 완쾌되어 퇴원했고, 강진우와 같이 성씨 가문 저택에서 성도윤과 합류했다.“무슨 소식이 있어?”성도윤은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더니 이미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는 강진우와 사도현을 향해 물었다.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윤 형,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갈등이 생겼는데, 설아 쨩이 종적을 감춘 채 사라졌어? 남은 평생 영원히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기세인데?”사도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화재 사고에서 차설아가 그의 목숨을 살렸다고 할 수도 있었다. 아직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하기도 전에 차설아가 사라져버렸으니 그는 마음속으로 아쉬움이 남았다.“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어. 잔말 말고 얼른 사람이나 찾아!”성도윤은 마음이 초조해 그들과 잡담을 나눌 여유도 없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차설아를 찾아내고 싶었다.하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차설아를 어딜 가서 찾는단 말인가?“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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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말 그대로야.”성도윤이 잔잔한 목소리로 별 표정 없이 말했다.어차피 아이도 죽었고, 차설아도 사라졌으니 이 비밀을 더는 지킬 필요도 없었다.“뭐... 뭐?”사도현은 놀란 마음에 입을 떡 벌렸다.강진우도 그처럼 최소 10분 뒤에야 머릿속으로 이 모든 일을 정리하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도윤아, 왜 그랬어? 그나저나 너도 힘들겠어.”성도윤이 차가운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내가 왜 힘들겠어? 내 이 목숨도 도현 형 덕분에 건진 건데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도현 형 소원을 들어줘야지. 하지만... 내가 너무 못났어!”그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더니 눈시울을 붉혔다.그는 성도현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도윤 형이 뭐가 힘들어? 힘든 건 당연히 설아 쨩이지!”사도현은 저도 모르게 차설아의 편을 들었다.“형님을 위해 책임을 지면 책임을 질 것이지, 왜 설아 쨩을 괴롭히냐고. 도윤 형이 임채원과 아이를 위해 책임진다고는 하지만 형이 설아 쨩을 위해 책임진 적은 있어? 4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설아 쨩이 뭘 잘못해서 형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그만해!”강진우가 사도현에게 그만하라는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그때는 도윤이랑 설아 씨가 맨날 이혼하길 노래 부르더니, 왜 이제 와서 설아 씨 편을 들어? 불난 집에 부채질할 셈이야? 도윤이가 힘든 게 안 보여?”“그 말이 아니라. 그냥 설아 쨩이 불쌍해서 그러지. 설아 쨩이 뭘 잘못했어...”“난 도윤이 마음이 이해가 가!”강진우는 애처로운 얼굴로 안색이 짙은 성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도윤이는 그저 채원 씨랑 아이가 성씨 가문에 남을 명분을 주고 싶었던 거야. 아이가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길 바랐을 뿐이라고. 그리고 그때 도윤이는 전혀 설아 씨를 사랑하지 않았잖아, 설아 씨도 도윤이를 사랑하지 않은 것 같았고.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을 누가 견딜 수 있겠어? 두 사람은 결국 이혼했을 거야. 채원 씨와 아이는 이혼에 빌미를 제공했던 거고...”사도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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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내가 목 졸라 죽일 뻔했잖아, 너무했냐고?”성도윤이 물었다.“너무했다고 할 수 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사도현은 제삼자의 입장으로 객관적으로 말했다.“도윤 형 평소 행동 스타일로 봤을 때 충분히 상대방을 목 졸라 죽일 수 있어. 하지만... 그 사람이 설아 쨩이라면 도윤 형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하긴 해.”성도윤과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사도현은 평소 명석하고 이성적인 성도윤이 이렇게 넋을 잃은 모습은 처음이었다.성도윤 때문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또 안타깝기도 해 사도현은 더 심한 말을 하지도 못했다.“자업자득이야!”덤덤한 얼굴의 성도윤은 갑자기 분노를 폭발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을 죽였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 너무한 것 없어!”사도현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는 입을 삐죽이며 매를 벌었다.“그래, 너무한 것 없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해서 설아 쨩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도 도윤 형이 이번에는 제대로 목을 조르려고 그러는 거지?”성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사람 찾고 말해!”사도현과 강진우는 서로를 마주 보고 웃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들은 누구보다도 성도윤을 잘 알고 있었다. 말은 차갑게 해도 분명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었다.“그럼 더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먼저 사람부터 찾는 게 좋겠어.”강진우가 침착하게 분석했다.“내가 알아낼 수 있는 행적 데이터에 의하면 설아 씨는 사라지기 전에 차씨 저택, 서산 공동묘지, 천신 그룹 본사, 성대 그룹 본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씨 저택 본가로 갔어.”성도윤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그러니까 데이터에 의하면 본가로 간 뒤로 사라졌다는 거야?”“응, 데이터로는 그렇게 나타나고 있어. 지금까지 총 51시간 지났어.”강진우는 입수한 데이터를 프로젝터로 투영하고는 차설아가 다녀간 곳을 하나하나씩 성도윤에게 짚어줬다.사도현이 말했다.“51시간이면 이틀 조금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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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사실 성도윤은 잘 알고 있었다, 차설아는 성씨 저택에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기적을 바라고 있었다.‘나도 참 웃겨. 그렇게 단호하고 결단력 있던 내가 왜 이렇게 주춤주춤 망설이는 거야? 이성적이지 않은 모습이 전혀 나답지 않잖아.’성도윤은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긴 손가락으로 이불 위를 살짝 스쳤다. 마치 그녀의 머리카락, 그녀의 얼굴, 그녀의 뽀얀 피부를 스치듯이 말이다...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차설아 생각뿐이었다.그를 향한 웃는 모습, 화내는 모습, 도발하는 모습, 수줍은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낙담하고 점점 멀어져가는 그녀의 모습...가슴 한편이 구멍 난 것처럼 공허했고, 마음이 괴로웠다.“젠장!”성도윤은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더는 이대로 살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결국 여자 하나가 떠나갔을 뿐인데 내 삶은 전혀 영향받지 않을 거야. 이렇게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고. 게다가 상대는 마음이 독하고 잔인한 여자야!’그렇게 원한을 품고 성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설아로 가득 찬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다만 고개를 돌렸을 때, 서랍에 있던 크라프트지 표지의 노트에 마음이 이끌렸다.노트는 자물쇠로 잠겨졌는데 왠지 모르게 비밀이 가득 담긴 일기장 같기도 했다.‘설마 차설아의 일기장인가?’성도윤은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곧장 노트를 꺼내고는 어떻게 자물쇠를 열지 고민하고 있었다.하지만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비밀번호는 모두 정확하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아예 손으로 자물쇠를 ‘찰칵’ 비틀어 열었다.일기장을 펼치기 전에 성도윤은 잠깐 멈칫했다.아무래도 일기는 프라이버시이고,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건 허용되지 않은 일이라 그는 떳떳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도윤은 이 두꺼운 일기장을 몽땅 읽어보기로 했다...‘어차피 잘못을 저질렀으니 열어봤던 김에 다 봐야지.’하지만 뜻밖에도 노트에는 일기가 아닌 소설 원고가 쓰여 있었다.바로 한때 인기를 끌어모았던 성도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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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나는 몰랐다, 이 세상에는 정말 ‘첫눈에 반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났지만, 가장 비극적인 방식으로 서로와 함께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나랑 결혼해야 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나를 차갑게 대하는지도 조금 이해할 것만 같았다...”“아마 그 사람 마음속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꿈이라든가, 시라든가, 먼 곳이라든가, 사랑하는 여인이라든가... 하지만 유독 나만 없는 것 같다. 다만 주례해 주시는 분께서 ‘반지를 교환하면 신랑 성도윤 군과 신부 차설아 양은 일생 동안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하였습니다’라는 말씀하실 때, 나는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어느 날 나도 그 사람 마음속에서 조금이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를 바랐다. 아주 조금이라도 괜찮다!”“나는 너무나도 서럽게 울어 눈물 콧물 뒤범벅이 되었고 그 사람은 잔뜩 놀란 모양이었다. 분명 죽을 만큼 싫었을 텐데도 나를 위해 눈물을 닦아주고 반지를 끼워주었다. 차갑고도 부드러운 얼굴로 말이다. 그 순간, 나는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제3화, 기다리다.“난 그 사람과의 결혼 생활을 상상해 봤었다. 같이 소파에 틀어박혀 로맨스 영화를 본다거나, 같이 복잡한 레고로 아름다운 성을 쌓는다거나, 같이 게임을 하거나,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거나, 내가 가장 잘하는 요리를 그 사람이 끝까지 다 먹는 것을 본다거나, 손을 잡거나, 또 서로 껴안은 채 잠이 든다거나...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결혼 후의 삶은 계속 ‘기다림’밖에 없었다.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그가 밥 먹기를 기다리고, 그가 한가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하지만 비참한 건, 수많은 ‘기다림’ 중에서 그를 맞이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어느 외롭고 쓸쓸하던 밤, 나는 홀로 잠이 들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서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사랑도 점점 식어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사랑이 거의 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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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정말이야?”성도윤은 사도현을 보더니 차갑던 눈동자는 다시 불처럼 환하게 반짝였다.“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설아 쨩이 영흥 부둣가의 골동품 시장에 나타났대. 이건 보내온 사진들이고.”사도현은 재빨리 휴대폰을 켜고 사진 한 장을 확대해서 성도윤에게 보여줬다.사진 속의 여인은 옆모습일 뿐이었는데, 오뚝한 콧날부터 턱선까지, 차설아와 똑같이 완벽한 이목구비를 자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차설아가 전에 입었던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흐릿한 옆모습 사진만으로도 성도윤의 모든 열정과 희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가보자고.”두 사람은 차를 타고 영흥 부둣가로 향했다. 강진우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성씨 본가에 남아 있었다.사도현은 성도윤은 가는 내내 노트 하나를 꽉 쥐고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도윤 형, 이 노트는 뭐야? 기밀문서야? 왜 계속 쥐고 있는 거야?“아니야.”성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그와 더 말을 하고 싶지 않은지 눈길을 창밖으로 돌렸다.하지만 사도현은 꼬치꼬치 캐물었다.“기밀문서가 아니면 뭔데?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쥐고 있어? 나 봐도 돼?”그는 손을 뻗어 노트를 가져오려고 했지만 성도윤의 차가운 눈빛에 놀라 몸을 움츠렸다.“분명 여자가 쓸 것 같은 노트인데 말이야. 그리고 자물쇠를 차고 있는데 도윤 형이 억지로 비틀어 연 거 아니야?”사도현이 주절주절 분석하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다.“나 알겠어. 이거 일기장이지? 설아 쨩 일기장?”“오호, 도윤 형, 왜 남의 일기를 훔쳐보고 그래? 너무한 거 아니야?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게 불법이라는 걸 알아? 도윤 형처럼 떳떳한 사람이 이런 짓도 하는구나. 역시 설아 쨩을 너무 사랑해서 이성을 잃은 건가?”“닥쳐!”성도윤은 불쾌한지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사도현의 입을 꿰매고 싶었다.사도현이 말을 계속 이어갔다.“이렇게 품위 없는 짓을 도윤 형 혼자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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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성도윤보다도 더 심한 감정 기복을 겪게 되었다.“응? 이대로 끝이야?”사도현은 노트를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가슴을 치켜 울부짖기 시작했다.“이제 곧 야한 장면이 그려질 텐데, 왜 이대로 끝이야? 작가가 누군데? 당장 가서 재촉해야겠어!”성도윤은 그에게 봉변당할까 봐 저도 모르게 자리를 옆으로 옮겼다.사도현은 또 노트의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 보더니 뭔가를 깨달은 듯이 물었다.“도윤 형, 설마 이게 형이랑 설아 쨩 얘기야?”성도윤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아니면 뭐겠어?”“그럼 이거 설아 쨩이 쓴 거야? 내용이 다 사실이야?”“반반이라고 할 수 있지!”성도윤이 덤덤하게 말했다.소설 속의 일들은 실제에서 일어나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 패턴은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었다.사도현은 깜짝 놀란 얼굴을 보이더니 보물을 품듯 노트를 소중히 다루면서 말했다.“설아 쨩이 글까지 잘 쓰는지 몰랐네. 너무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두 사람 얘기를 풀어냈잖아, 나 너무 슬프다고!”성도윤은 눈썹을 치켜들더니 마치 칭찬받은 사람이 자기인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내가 말했었잖아, 차설아 공부 엄청 잘했었다고. 문과든 이과든.”“역시 대단하네!”사도현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도윤 형, 아무리 봐도 설아 쨩이랑 이혼한 건 형이 잘못한 것 같아. 이렇게 대단한 와이프를 그냥 내보내다니. 설아 쨩을 다른 남자에게 그냥 넘겨주겠다는 거 아니야?”성도윤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른 남자들이 차설아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차설아를 다루기 쉬운 줄 알아?”“그럼 설아 쨩을 감당할 수 있는 남자가 나타난다면 설아 쨩을 넘겨도 된다는 거야?”성도윤이 어깨를 으쓱하며 쿨한 척해다.“안 될 것도 없지.”“그럼 그 사람이 나라면?”사도현이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보았다.“너 진심이야?”성도윤이 예리한 눈빛으로 사도현을 보며 말했다.“차설아가 네 스타일은 아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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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차는 영흥 부둣가에 도착했다.사도현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성도윤을 보며 말했다.“도윤 형, 한 번 시합해 볼래? 만약 형이 먼저 설아 쨩을 찾아낸다면 나 앞으로 평생 설아 쨩을 형수님으로 모시고 살면서 절대 다른 마음 품지 않을게. 하지만 내가 먼저 찾는다면... 나 정말 설아 쨩한테 다가가기 시작할 거야!”성도윤이 싸늘한 얼굴을 보이고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든지.”“역시 해안 성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시원시원해.”사도현이 말하고는 재빨리 차 문을 열어 백 미터 달리기하듯 차에서 뛰어내리며 서둘러 차설아를 찾기 시작했다.성도윤은 느긋하게 차에서 내리고는 고급 양복의 주름을 잘 정리하고는 담담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도도하고 시크한 모습은 마치 황제가 행차하는 것 같았다.영흥 부둣가의 골동품 시장은 해안에서 가장 큰 골동품 시장이었다.여러 나라 항구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값비싼 보물들이 밀수되어 여기서 되팔렸다. 덕분에 많은 부자들이 생기긴 했지만 당연히 범죄도 늘어났다. 불법 조직들은 대부분 이곳에 모여 있었다.성도윤은 긴 다리로 북적거리는 인파를 지나쳤다. 그는 관광객처럼 여기저기 구경하고는 마침내 작은 노점 앞에 걸음을 멈췄다.노점상은 흰 수염에 피부가 거무스름한 노인이었다. 바닥에는 린넨 재질의 거친 천이 깔렸고, 그 위로는 다양한 유형이 보물이 놓여 있었다.동전, 옥기, 고화, 토용 등 보물 하나하나가 오래되어 보였는데 무덤에서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하지만 골동품 시장에 이런 노점들은 많고도 많았고, 바닥에 놓인 보물들도 비슷했기 때문에 노점 앞에는 구경꾼들이 많이 몰리지 않았다.“젊은이, 뭐 사려고 그래?”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느릿느릿 말했다.“내가 파는 물건은 시장에서 도매로 생산되는 물건들과 달라. 여기 놓인 보물들이 모두 내가 무덤에서 직접 파낸 것들이라고. 마음 놓고 사면 돼!”성도윤이 대답했다.“저 물건 사러 온 건 아닌데요.”“나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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