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몰랐다, 이 세상에는 정말 ‘첫눈에 반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났지만, 가장 비극적인 방식으로 서로와 함께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나랑 결혼해야 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나를 차갑게 대하는지도 조금 이해할 것만 같았다...”“아마 그 사람 마음속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꿈이라든가, 시라든가, 먼 곳이라든가, 사랑하는 여인이라든가... 하지만 유독 나만 없는 것 같다. 다만 주례해 주시는 분께서 ‘반지를 교환하면 신랑 성도윤 군과 신부 차설아 양은 일생 동안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하였습니다’라는 말씀하실 때, 나는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어느 날 나도 그 사람 마음속에서 조금이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를 바랐다. 아주 조금이라도 괜찮다!”“나는 너무나도 서럽게 울어 눈물 콧물 뒤범벅이 되었고 그 사람은 잔뜩 놀란 모양이었다. 분명 죽을 만큼 싫었을 텐데도 나를 위해 눈물을 닦아주고 반지를 끼워주었다. 차갑고도 부드러운 얼굴로 말이다. 그 순간, 나는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제3화, 기다리다.“난 그 사람과의 결혼 생활을 상상해 봤었다. 같이 소파에 틀어박혀 로맨스 영화를 본다거나, 같이 복잡한 레고로 아름다운 성을 쌓는다거나, 같이 게임을 하거나,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거나, 내가 가장 잘하는 요리를 그 사람이 끝까지 다 먹는 것을 본다거나, 손을 잡거나, 또 서로 껴안은 채 잠이 든다거나...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결혼 후의 삶은 계속 ‘기다림’밖에 없었다.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그가 밥 먹기를 기다리고, 그가 한가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하지만 비참한 건, 수많은 ‘기다림’ 중에서 그를 맞이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어느 외롭고 쓸쓸하던 밤, 나는 홀로 잠이 들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서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사랑도 점점 식어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사랑이 거의 메말
“정말이야?”성도윤은 사도현을 보더니 차갑던 눈동자는 다시 불처럼 환하게 반짝였다.“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설아 쨩이 영흥 부둣가의 골동품 시장에 나타났대. 이건 보내온 사진들이고.”사도현은 재빨리 휴대폰을 켜고 사진 한 장을 확대해서 성도윤에게 보여줬다.사진 속의 여인은 옆모습일 뿐이었는데, 오뚝한 콧날부터 턱선까지, 차설아와 똑같이 완벽한 이목구비를 자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차설아가 전에 입었던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흐릿한 옆모습 사진만으로도 성도윤의 모든 열정과 희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가보자고.”두 사람은 차를 타고 영흥 부둣가로 향했다. 강진우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성씨 본가에 남아 있었다.사도현은 성도윤은 가는 내내 노트 하나를 꽉 쥐고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도윤 형, 이 노트는 뭐야? 기밀문서야? 왜 계속 쥐고 있는 거야?“아니야.”성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그와 더 말을 하고 싶지 않은지 눈길을 창밖으로 돌렸다.하지만 사도현은 꼬치꼬치 캐물었다.“기밀문서가 아니면 뭔데?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쥐고 있어? 나 봐도 돼?”그는 손을 뻗어 노트를 가져오려고 했지만 성도윤의 차가운 눈빛에 놀라 몸을 움츠렸다.“분명 여자가 쓸 것 같은 노트인데 말이야. 그리고 자물쇠를 차고 있는데 도윤 형이 억지로 비틀어 연 거 아니야?”사도현이 주절주절 분석하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다.“나 알겠어. 이거 일기장이지? 설아 쨩 일기장?”“오호, 도윤 형, 왜 남의 일기를 훔쳐보고 그래? 너무한 거 아니야?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게 불법이라는 걸 알아? 도윤 형처럼 떳떳한 사람이 이런 짓도 하는구나. 역시 설아 쨩을 너무 사랑해서 이성을 잃은 건가?”“닥쳐!”성도윤은 불쾌한지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사도현의 입을 꿰매고 싶었다.사도현이 말을 계속 이어갔다.“이렇게 품위 없는 짓을 도윤 형 혼자 할
성도윤보다도 더 심한 감정 기복을 겪게 되었다.“응? 이대로 끝이야?”사도현은 노트를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가슴을 치켜 울부짖기 시작했다.“이제 곧 야한 장면이 그려질 텐데, 왜 이대로 끝이야? 작가가 누군데? 당장 가서 재촉해야겠어!”성도윤은 그에게 봉변당할까 봐 저도 모르게 자리를 옆으로 옮겼다.사도현은 또 노트의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 보더니 뭔가를 깨달은 듯이 물었다.“도윤 형, 설마 이게 형이랑 설아 쨩 얘기야?”성도윤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아니면 뭐겠어?”“그럼 이거 설아 쨩이 쓴 거야? 내용이 다 사실이야?”“반반이라고 할 수 있지!”성도윤이 덤덤하게 말했다.소설 속의 일들은 실제에서 일어나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 패턴은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었다.사도현은 깜짝 놀란 얼굴을 보이더니 보물을 품듯 노트를 소중히 다루면서 말했다.“설아 쨩이 글까지 잘 쓰는지 몰랐네. 너무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두 사람 얘기를 풀어냈잖아, 나 너무 슬프다고!”성도윤은 눈썹을 치켜들더니 마치 칭찬받은 사람이 자기인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내가 말했었잖아, 차설아 공부 엄청 잘했었다고. 문과든 이과든.”“역시 대단하네!”사도현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도윤 형, 아무리 봐도 설아 쨩이랑 이혼한 건 형이 잘못한 것 같아. 이렇게 대단한 와이프를 그냥 내보내다니. 설아 쨩을 다른 남자에게 그냥 넘겨주겠다는 거 아니야?”성도윤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른 남자들이 차설아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차설아를 다루기 쉬운 줄 알아?”“그럼 설아 쨩을 감당할 수 있는 남자가 나타난다면 설아 쨩을 넘겨도 된다는 거야?”성도윤이 어깨를 으쓱하며 쿨한 척해다.“안 될 것도 없지.”“그럼 그 사람이 나라면?”사도현이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보았다.“너 진심이야?”성도윤이 예리한 눈빛으로 사도현을 보며 말했다.“차설아가 네 스타일은 아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차는 영흥 부둣가에 도착했다.사도현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성도윤을 보며 말했다.“도윤 형, 한 번 시합해 볼래? 만약 형이 먼저 설아 쨩을 찾아낸다면 나 앞으로 평생 설아 쨩을 형수님으로 모시고 살면서 절대 다른 마음 품지 않을게. 하지만 내가 먼저 찾는다면... 나 정말 설아 쨩한테 다가가기 시작할 거야!”성도윤이 싸늘한 얼굴을 보이고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든지.”“역시 해안 성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시원시원해.”사도현이 말하고는 재빨리 차 문을 열어 백 미터 달리기하듯 차에서 뛰어내리며 서둘러 차설아를 찾기 시작했다.성도윤은 느긋하게 차에서 내리고는 고급 양복의 주름을 잘 정리하고는 담담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도도하고 시크한 모습은 마치 황제가 행차하는 것 같았다.영흥 부둣가의 골동품 시장은 해안에서 가장 큰 골동품 시장이었다.여러 나라 항구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값비싼 보물들이 밀수되어 여기서 되팔렸다. 덕분에 많은 부자들이 생기긴 했지만 당연히 범죄도 늘어났다. 불법 조직들은 대부분 이곳에 모여 있었다.성도윤은 긴 다리로 북적거리는 인파를 지나쳤다. 그는 관광객처럼 여기저기 구경하고는 마침내 작은 노점 앞에 걸음을 멈췄다.노점상은 흰 수염에 피부가 거무스름한 노인이었다. 바닥에는 린넨 재질의 거친 천이 깔렸고, 그 위로는 다양한 유형이 보물이 놓여 있었다.동전, 옥기, 고화, 토용 등 보물 하나하나가 오래되어 보였는데 무덤에서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하지만 골동품 시장에 이런 노점들은 많고도 많았고, 바닥에 놓인 보물들도 비슷했기 때문에 노점 앞에는 구경꾼들이 많이 몰리지 않았다.“젊은이, 뭐 사려고 그래?”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느릿느릿 말했다.“내가 파는 물건은 시장에서 도매로 생산되는 물건들과 달라. 여기 놓인 보물들이 모두 내가 무덤에서 직접 파낸 것들이라고. 마음 놓고 사면 돼!”성도윤이 대답했다.“저 물건 사러 온 건 아닌데요.”“나 알겠어,
사도현은 순식간에 기운이 쭉 빠졌다.차설아는 정말 보통 여자와는 달랐다. 머리가 너무 똑똑했기에 그의 속셈을 단번에 꿰뚫어 볼 것이고, 쉽게 사도현에게 넘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게다가 그는 방금 호들갑을 떨며 부둣가 주위를 열심히 찾아봤지만 차설아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의기소침하게 성도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와 소식을 알아보려고 한 거였다.그는 어색한 마음에 애써 화두를 돌리며 말했다.“도윤 형, 지금 뭐 하는 거야? 손에 왜 대나무 통을 들고 있어? 요술이라도 하려는 거야?”성도윤은 사도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대나무 통을 열심히 흔들기 시작했다.대여섯 번 흔들더니 스틱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노인은 스틱을 줍더니 그 위에 쓰인 글을 보고는 복잡한 표정으로 물었다.“젊은이, 자네 무엇을 알고 싶은가?”성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과 더 인연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그 사람’은 당연히 차설아였다.노인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바람은 불다가 멈추고를 반복하고, 인연은 사람의 마음에 달린다.”성도윤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자네와 그 사람의 인연은 허무맹랑한 바람과 같아 기복이 심하고 아무것도 정해졌다고 말할 수 없지. 인연이 다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 하지만 운세를 풀어보자면 앞으로 4년 동안은 더는 만날 수 없을 것 같네. 4년 뒤의 상황은 당신들에게 달렸고. 서로 그리워한다면 인연을 더할 기회가 있을 것이야. 하지만 한쪽이라도 포기한다면 인연은 다한 거나 다름없지.”노인은 자세하고도 솔직하게 말했다.“...”성도윤은 그 말을 듣더니 곰곰이 생각에 잠기면서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옆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던 사도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쳇, 거짓말쟁이 아니야. 아무 얘기도 안 한 거나 다름없는데. 인연이 다했는데 또 계속될 수 있다는 건 뭔 말이야?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겠네.”그는 성도윤을 위로하며 말을 이어갔다.“도윤 형, 저 늙은이
사도현이 말하고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유치해!”성도윤은 이마를 짚더니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그도 차설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어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하지만 노인이 그를 붙잡더니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젊은이, 그건 자네 친구의 인연일세. 따라가지 말고 여기 남아서 내 보물들을 한 번 보는 건 어때? 언젠가 자네와 그 사람이 다시 인연을 이어가는 증표가 될지 누가 알겠나?”다른 사람이 노인의 말을 들었으면 그가 헛소리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성도윤은 이상하게도 그의 말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추었다. 바닥에 놓인 물건들을 보더니 한 비단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정확히는 비단 위의 패턴이 그의 눈길을 끈 것이다.“선생님, 이 비단은 얼마입니까?”성도윤이 노인을 향해 물었다.“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그냥 1000원을 주게. 운세 풀이하는 돈만 받을 테니까.”노인이 말하고는 비단을 꼼꼼히 상자 안에 담아 성도윤에게 넘겼다.“역시 안목이 다르네. 이 비단도 자네 같은 주인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네.”“고맙습니다.”성도윤이 상자를 건네받고는 말했다.그는 물어볼 게 많았지만 차설아에게 어쩌면 위험이 있을지도 몰라 더는 말하지 않고 빠르게 지하 카지노로 향했다.영흥 부둣가에 있는 골동품 시장 지하 카지노는 법의 속박을 받지 않고, 오직 주먹으로만 힘을 겨루는 위험한 곳이었다.이곳에는 매일 어둠과 폭력, 피비린내로 가득 찼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차설아도 말이야.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거야? 정말 죽으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정말 사람 걱정하게 만드네!’지하 카지노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온갖 담배 연기와 냄새가 진동했는데 동시에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아무도 통제하지 않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그 어떤 물건이라도 거래할 수 있었다. 수많은 도박꾼들이 눈을 붉히며 도박판을 둘러쌌는데 그들은 순식간에 부자가 될 수도 있었고, 또 순식간에 빈털터리로 될 수
‘차설아,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정말 사람 괴롭힐 줄 아네. 나한테 잡히면 죽었어!’카지노는 워낙 컸기에 매개 구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하지만 한 구역은 유독 인기가 많았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원형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흥분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성도윤은 바로 그쪽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원형 테이블 위에는 묘령의 여인이 밧줄로 묶여 있었다.그녀는 비칠 듯 말 듯 한 흰색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깃털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움츠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성도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앞으로 돌진하려고 했다.깃털 가면에 가려진 그녀의 이목구비는 차설아와 똑같다고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똑같이 오뚝한 콧날과 앙증맞은 입술, 그리고 그녀의 턱선, 쇄골까지, 모두 차설아 그대로였다.다만 그녀는 어떤 우람한 몸집의 흑인에게 잡히고 있었다.“이 여자는 흔히 볼 수 없는 천하절색 미인이죠. 베팅에 성공해서 혼자 쓰든,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하든 절대 밑진 장사는 아닐 겁니다. 또 베팅하실 분 있나요?”흑인이 소리를 지르며 말하고는 또 여인을 호되게 잡아당겼다.그 힘에 여인은 몸을 비틀거렸고 가엾은 목소리를 내었다.그 소리는 곧바로 남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그들의 투지를 불태웠다.그들은 하나둘씩 돈을 쏟아부어 베팅했다.성도윤이 그 모습을 보고는 모든 동작을 멈췄다.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저 제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은 한껏 어두워졌다.이때, 이미 사람들의 중심에 섰던 사도현이 입을 열었다.“셋까지 셀 테니까 당장 그 사람 내놔. 아니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흑인은 매일같이 사도현처럼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만났었기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는 웃으며 말했다.“이봐요, 무릇 남자라면 다 미인을 좋아합니다. 미인을 얻으려면 베팅하셔야지요. 승리하면 데려가시고, 패배하면
“조심해!”성도윤이 인파의 가장자리에서 높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이곳은 결국 다른 사람의 영역이었고, 사도현은 워낙 눈에 띄게 행동했으니 매우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공범까지 있어?”흑인이 성도윤을 발견하고는 다른 쪽에 있는 경호원을 보며 말했다.“저 사람도 잡아! 가차 없이 쏴버려!”“누가 감히 총을 쏘는지 내가 한 번 보겠어!”원래 비교적 잠잠했던 사도현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먼저 품에 안긴 차설아를 조심히 내려놓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흑인을 보며 말했다.“나한테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는데 우리 도윤 형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 죽으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지!”흑인은 사도현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봤어도 이렇게 날뛰는 사람은 처음인데 말이다.총까지 보였는데도 잘못을 빌기는커녕 오히려 도발을 해?사도현은 두말없이 또 흑인의 배를 발로 걷어차고는 목소리를 높였다.“당장 무릎 꿇고 도윤 형한테 사과해!”성도윤은 어이가 없었다.‘무릎이야 꿇을 수는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그는 원래 이 모든 걸 구경하고만 있었을 뿐이다.하지만 사도현의 말에 그는 순식간에 이 일에 연루되었다.‘총알 맞지 않고 안전하게 이곳을 떠나는 건 어려워 보이는데? 사도현이 아주 나를 제대로 끌어내렸구나.’경호원들은 총알을 장전하고 당장이라도 총을 쏘려고 했었다.하지만 그들은 성도윤과 사도현의 강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꼼짝하지 못했고, 총을 쏘려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저 두 사람은 보내줘. 그리고 여기 책임자를 불러와. 이 일은 내가 모두 책임질 테니까.”성도윤이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는 바닥에 쓰러진 흑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사도현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도윤 형, 먼저 설아 쨩이랑 가. 이런 분야는 내가 더 잘 아니까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사 가문은 해안의 90%에 가까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대부분 그레이존을 걸쳤고, 그는 어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