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051 - Chapter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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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차설아의 기색이 갑자기 긴장되었다.이상하네? 이른 아침 낯선 땅에서 그보다 눈도 먼 사람이 어디로 도망간 걸까?그녀는 서둘러 문을 열고 사람을 찾으려다가 남아름과 부딪쳤다.“설아야, 일찍 일어났네? 어젯밤 잘 잤어?”여자는 우아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뒤에서 직원이 밀고 있는 흰색 미니밴을 가리키며 열정적으로 말했다.“부서 사람들에게 너랑 성도윤 씨의 건강 상태에 따라 영양가 있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라고 했거든. 빨리 입맛에 맞는지 먹어봐.”차설아는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는데 표정이 안 좋았다.“아줌마, 고마워요, 마음만 받을게요. 일이 좀 생겨서 먼저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서두르지 마,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아줌마가 도와줄까?”“그게...”차설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는데 솔직히 고백해야 할지 몰랐다.어쨌든 이 일을 입 밖에 낸다는 게 너무 창피했다. 중상을 입고 시력을 잃은 사람도 잘 보지 못하는 자신이 폐인과 뭐가 다른가?남아름은 차설아의 난처함을 눈치채고 다시 입을 열었다.“아줌마한테 말하기 불편해도 괜찮아... 네가 여기 올 때면 친정으로 돌아왔다 생각해. '신지 요양병원'의 모든 인력, 물력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너의 일에 반드시 전력을 다해 협력할 거고.”여자의 진지한 말에 차설아의 거리낌이 사라졌고 그녀는 가볍게 기침을 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기, 혹시 성도윤을 보신 분 없습니까?”“성도윤 씨는 너랑 함께 있지 않았어?”“아침에 일어나 보니 방에 없었고 언제 뛰쳐나갔는지도 몰라요.”차설아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볼이 불룩해지며 이를 갈았다.“제 몸 상태도 모르고 왜 이러는지... 몸에 상처도 있고 눈도 보이지 않는데 감히 사라지다니, 이건 순전히 죽으러 나간 거 아녜요?”“설아야, 일단 당황하지 마, 우리 요양원 공공 구역에 CCTV가 있어, CCTV를 보면 성도윤 씨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아마 근처에 있을 거야.”남아름은 차설아를 다독이고 있다가 안보부서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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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남아름은 직원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난 2년간 신지 요양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용음구에 산림 지킴이를 보내 안전상의 위험을 제거해 왔으니 큰 문제는 없을 거야.”“그 사람도 보통이 아니니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믿어요.”차설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고 하얗고 깨끗한 얼굴에는 별로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아줌마는 볼일 보세요. 제가 찾으러 가면 돼요.”“안 돼!”남아름은 차설아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용음구는 지세가 복잡하고 깊은 못과 구덩이가 너무 많아. 그리고 간혹 멧돼지와 늑대도 출몰한다고. 넌 가본 적이 없으니까 내가 전문요원을 보낼게.”“큰 문제가 없다고 하시더니 왜 그러세요? 사람 분명히 찾을 수 있다면서요?”“어...”남아름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도 크지 않고 사람도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지만 어쩌면 백골 더미로 찾을 수도 있을 따름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전에 이것보다 더 위험한 일도 많이 겪었어요, 정말 문제없어요.”차설아는 말을 마친 뒤 남아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용음구로 향했다.구불구불하고 질퍽한 산길을 지나 깊고 좁은 골짜기에 이르니 흐르는 계곡 소리가 귀에 맴돌고 그러다 이따금 한두 번 짐승의 울음이 들려왔는데 소름이 끼쳤다.방금 했던 말이 전혀 과장되지 않았는데 용음구는 확실히 너무 험악해서 정상인이라도 대처할 수 없었다. 성도윤은 눈까지 멀었으니 아마... 진작 죽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어 뼈다귀도 남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아니, 아니야. 성도윤은 보통 사람이 아니니 분명 괜찮을 거야.”차설아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헛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핏자국이나 유골만 안 보인다면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니 그는 분명 살아있을 거다!여자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성도윤이 남긴 단서를 찾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걸어오는 길에 축축한 흙바닥에 어렴풋이 난 발자국이 보였는데 이 발자국은 성도윤이 남긴 것이 틀림없었다. 이 발자국을 따라가면 남자를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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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뼈를 갉아 먹던 반달가슴곰은 뒤에서 소리가 나자 이내 멈춰 서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입과 몸의 털은 온통 피투성이였고 곰은 발바닥으로 뼈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그 뼈 위에는 피투성이가 된 살점이 붙어 있었다.“아!”차설아는 무너져 내렸다... 성도윤의 뼈다귀와 살이 이렇게 생생하게 눈앞에 나타나다니!“쾅!”반달가슴곰도 흥분했는지 아니면 도발인지는 몰라도 차설아를 향해 소리쳤다.“죽여버릴 거야, 널 산산조각 낼 거라고!”차설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힘을 다해 다리를 돌려 반달가슴곰의 머리를 향해 힘껏 걷어찼다.그녀는 가냘픈 몸매에도 불구하고 매우 민첩했고 게다가 힘도 엄청났는데 반달가슴곰을 비틀거리게 차버렸다.“???”반달가슴곰은 아마 이렇게 사나운 사람을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곰은 멍해졌고 손에 쥔 막대 뼈도 잊은 채 차설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는데 마치 이 여자 뭐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보긴 뭘 봐? 네가 내 남편을 먹어놓고 억울하다는 거야 뭐야?”차설아는 너무 슬픈 나머지 미치광이처럼 울면서 반달가슴곰을 마구 때렸다. “내가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뱉어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배를 찢어서라도 그를 되찾을 거니까!”“네가 그 사람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이렇게 먹어버리다니... 이 숲에 이렇게 많은 멧돼지로도 모자라서 왜 사람은 잡아먹고 난리야! 뼈도 남기지 않고...”“쾅! 쾅!”반달가슴곰은 차설아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내고 커다란 곰 발바닥을 들어서는 차설아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차설아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는데 킬러 랭킹 1위의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가볍게 곰의 공격을 피하더니 반달가슴곰에게 또 다른 공격을 가했다.반달가슴곰의 눈, 코는 모두 차설아에 의해 여러 대를 제대로 맞았다.하지만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어찌할 수 없었는데 몇 번의 공격이 지나자 차설아는 체력이 떨어져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머리카락도 땀에 젖었다.하지만 그녀는 지지 않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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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차설아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눈길을 돌렸고 벌떡 일어나 남자를 꼭 껴안았다.“어떻게 된 거에요? 곰한테 물려 죽은 거 아니었어요?”“좋게 좀 생각하시죠?”성도윤은 별로 내키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여자가 끌어안도록 내버려 둔 채 새침한 어조로 말했다.차설아는 눈을 비비며 여전히 믿기지 않아 했다.“방금... 설마 당신이 총을 쏜 거에요?”“네,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성도윤의 손에는 긴 사냥총이 쥐어져 있었고 총구에는 아직도 흰 연기가 남아 있었는데 이는 방금 그 세 발이 바로 그가 쏜 것임을 의미했다.그의 사격은 늘 정확했는데 오랫동안 연습하지 않고 심지어 눈을 가리고도 소리를 듣고 백발백중할 수 있었다.“대단한데요? 날 거의 다 따라잡았어요. 킬러 조직이 당신을 안다면 거금을 주고 채용했을 거예요!”차설아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성도윤을 보는 눈빛에 설렘이 더해졌다.그는 이 녀석이 시력을 잃은 후에 갓난아이처럼 아무것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눈감고도 한 마리 곰을 총살할 수 있는 지독한 캐릭터라니!여자는 남자를 다시 찾은 기쁨에 잠겼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그런데 당신은 밤새 병원을 벗어났는데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사냥총을 가지고 있는 거죠? 이 반달가슴곰이 갉아먹은 것이 당신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이에요?”“이 사냥총은 우연히 주운 거예요. 반달가슴곰이 갉아먹은 사람이 바로 이 사냥총의 주인인 것 같아요.”성도윤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신도 정말 대단하네요. 하늘이 도와주네...”차설아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성도윤은 정말 목숨이 긴 사람이라고 말이다.게다가 그의 마음가짐은 정말 안정적이었는데 눈이 먼 상태에서 그 큰 병원을 빠져나와 이런 날짐승과 맹수가 곳곳에 있었는데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마치 공원을 산책하는 것처럼 홀가분하다니...“당신도 보통이 아닌걸요? 여자가 혼자 이런 이상한 곳에 와서 반달가슴곰을 맨손으로 때리다니, 당신에 대한 이해가 나도 좀 더 풍부해졌어요.”성도윤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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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그런데...”성도윤의 쓸쓸한 목소리가 그윽하고 으슥한 숲속으로 유난히 파고들며 가슴을 파고들었다.“나 지금은 마음을 바꿨어요.”“무슨 뜻이에요?”차설아는 남자를 응시했는데 그녀의 쓸쓸한 살굿빛 눈동자엔 약간의 기대가 담겨 있었다.“조금 전에 이곳에 남기로 했어요.”“정말이요?”여인의 두 눈매는 마치 별처럼 반짝였다. “그럼 이제는 탈출하지 않는 거예요? 드디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걸 알았군요?”“그건 아니고...”성도윤의 완벽한 얼굴은 타고난 자신감으로 여유로웠다.“내가 진짜 떠나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건 일도 아니죠, 누구도 날 막진 못할 거에요.”“푸!”차설아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이 지경이 됐으면서 말은 잘해.“맞아, 맞아요. 당신이 제일 대단하고 제일 강하죠, 이 숲에 사방팔방 수많은 길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가장 험한 용음구를 고르다니... 당신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건 알고 있는 거죠?”“당신이 이렇게 대단하니 우리 내기나 할까요? 당신이 혼자 용음구에서 벗어나면 서은아에게 데려다주고 자유를 줄게요.”성도윤은 살짝 눈썹을 치켜들며 되물었다.“진심이에요?”“당연하죠, 만약 못해도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얌전히 내 서방님이 되는 거예요. 내가 섭섭지 않게 대해줄게요.”여자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어린아이를 놀리듯 배짱 좋게 남자의 뺨을 주물렀다.“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이에요.”성도윤은 고개를 젖히고 심호흡을 하며 뭔가를 느끼더니 사냥총을 어깨에 메고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어이, 아니... 당신 진짜예요?”차설아는 이 녀석이 무릎을 꿇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설마 정말 응전할 줄은 몰랐다. 빌어먹을 남자의 승부욕이란!“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여기는 전체 삼림 지역에서 가장 험악한 용음구라고요. 맹수가 없더라도 이 지세는 대처할 방법이 없어요. 갑자기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면 그냥 끝이라고. 이만하면 됐어요, 억지 부리지 말아요.”성도윤의 걸음걸이는 아주 굳건했는데 차설아와 거리가 멀어지자 쿨하게 한마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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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차설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남자는 잠시 멈칫했지만 그윽한 눈동자는 여전히 초점이 흐릿했고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그러길 바라죠...”“당신...”남자의 애처로운 모습은 차설아를 무너뜨렸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정말 안 보여요?”“당신이랑 그런 장난을 칠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어요.”차가운 얼굴을 한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상처가 보였다.“미안해요, 정말 당신이 너무 대단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놈의 입이 문제야 정말!”차설아는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성도윤처럼 자존심 강한 사람이 눈이 멀어 가뜩이나 의기소침한데 눈먼 체하고 있다고 오해까지 했으니 이것은 그의 상처를 반복적으로 짓밟는 것과 다름없었다.성도윤은 별 표정 없이 정면을 응시하며 얇은 입술로 차갑게 내뱉었다.“그래서, 계속할 거에요?”차설아는 입술을 깨물고 대답했다.“당신이 계속하고 싶으면 계속해요.”“그럼 좀 비켜줄래요?”성도윤은 고개를 돌렸다. 보아하니 정말 혼자 힘으로 용음구를 빠져나가려고 마음을 먹은 듯했다.“...”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떨구고 다시 남자의 뒤로 향했다.둘 다 집요함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사람이라 누구도 그만두려고 하지 않았다.결국 성도윤은 자신의 힘으로 무사히 용음구를 빠져나왔다.이때 구조를 온 전문 일군들과 마주쳤는데 모두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두 분 다 괜찮으신 겁니까?”“어머나, 이럴 수가. 우리 같은 전문인들도 사냥총을 소지하고 짝을 지어 다녀야 하는데 어떻게...?”“어, 그게... 상황이 좀 복잡해요.”여러 사람의 속사포 같은 질문에 차설아는 어색해했다.그녀도 성도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몰라 성도윤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네가 졌어.”성도윤은 다른 사람들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걸음을 멈추고 차설아가 있는 쪽을 향해 말했다.“그래, 내가 졌어.”차설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겼으니 너의 소원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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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차설아는 남자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가려고 할 때는 언제고 왜 갑자기 이러는 거예요?”“단지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내가 떠나고 싶다면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는 걸. 만약 내가 남는다면 그것도 내 선택이라고요.”성도윤은 다소 거만하게 대답을 했다.“그런데... 왜요?”차설아는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그녀는 이제는 성도윤이 큰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도망갈 실력이 있다고 믿었다.다만 그는 오로지 서은아만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왜 또 갑자기 남기를 원하는 거지? 이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당신은 내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떠나려 한다고 했죠, 하지만 당신은 죽음을 무릅쓰고 나를 구하려고 했잖아요? 그건 우리의 관계가 단순한 병우사이가 아니라는 걸 설명하겠죠...”성도윤은 잠시 멈칫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나와 당신 사이에 무슨 특별한 교류가 있는지 알고 싶어요.”기억 일부가 빠진 것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지만 차설아가 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서은아는 물론 심지어 그의 어머니도 그렇게 이 여자를 신경 쓰지는 않았을 거다.모두가 그에게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으니 그가 스스로 남아서 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차설아는 순간적으로 멍해져서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정말 알고 싶으면 치료에 협조해요. 다시 내 모습을 보면 기억이 날지도 모르잖아요.”“좋은 제안이네요.”성도윤은 시력을 잃은 이래 볼 수 없었던 즐거움과 적극성을 가지고 말했다.“당신을 만날 날을 기대하죠.”“...”차설아는 대답이 없었고 그녀의 마음속은 복잡했다.아마 당신이 나를 만나는 날이면 내가 얼마나 가치가 없는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성도윤은 무사히 신지 요양병원으로 돌아왔고 더 이상 심술을 부리지 않았다.민이 이모는 그를 검사한 후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차설아는 옆에 이를 지켜보고 있었고 가슴이 조여왔는데 그녀는 성도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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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차설아는 다시 가슴을 졸이며 긴장된 표정으로 민이 이모를 바라봤다.“이모, 뜸 들이지 말고 한 번에 다 얘기해 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마음이 쪼여와서 질식할 것 같아요.”민이 이모는 얼굴을 찡그리며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제 아버지의 의술이 뛰어나긴 해도 치료 스타일이 조금 기이해요. 게다가 아버지께서는 중의학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처방만 사용하셔서 저도 그의 처방을 지금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에요...”“어떤 처방이에요? 얼마나 기이해요?”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의 처방에는 특별한 약인이 필요해요...”차설아는 한참을 말없이 고민하다가 민이 이모한테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제공할 테니까 필요하시면 쓰셔도 돼요.”“그렇게 되면 아가씨한테 너무 큰 상처가 될 거예요. 배신자를 위해 그럴 가치가 있을까요?”“저 때문에 도윤 씨가 이렇게 되었으니, 제가 목숨이라도 바쳐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알겠어요, 저도 아가씨가 도련님한테 빚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해요.”말을 마친 두 사람은 성도윤의 치료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성도윤도 모처럼 차설아가 주는 대로 받아 마시고 먹었다.일주일이 지난 후, 성도윤의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었고, 그의 맥을 짚어본 민이 이모도 마침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도련님의 맥이 이제 안정되었고 혈맥도 많이 원활해졌어요. 두 번의 치료 과정만 더 거친 후, 눈을 집중적으로 치료해도 될 것 같아요.”차설아는 기쁨에 겨워 눈까지 번쩍 뜨면서 답했다.“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네요!”성도윤의 치료를 위해 약인을 제공한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목소리도 눈에 띄게 쇠약해졌으면 눈두덩이도 검게 변했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차설아의 수척해진 모습을 본 민이 이모는 마음이 너무 아팠고 아버지의 처방전을 쓴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앞으로의 처방에는 약인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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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성도윤은 약간 조롱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설아 씨가 갑자기 숙녀처럼 너무 조용해져서 적응이 안 돼요.”차설아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은 성도윤은 그동안 수다쟁이처럼 말이 많던 그녀가 요 며칠간 유난히 조용했고 시들어가는 버드나무처럼 목소리에도 힘이 없으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심상치 않아, 뭔가 있는 것 같아!’그러나 차설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제가 워낙 숙녀라서 그래요.”성도윤은 당당한 그녀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눈매가 부드러워졌고 환하게 웃었다.“맨손으로 곰을 때려눕히는 숙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하네요.”그는 분명 차설아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녀와 함께 있으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과 있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이러한 편안함은 약혼녀인 서은아와 함께 있는 것보다 더 그를 즐겁게 했다.처음에는 편안한 이유를 찾기 위해 여기에 남았다면, 이제는 아무런 목적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남고 싶었다.차설아는 성도윤을 지그시 응시하면서 희망찬 목소리로 말했다.“곧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게 될 거예요.”그녀는 의기소침하게 풀이 죽어있던 성도윤이 점점 당당했던 예전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매우 뿌듯했다.따스한 아침 햇살과 뭉게구름 아래서 대화를 나누다가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어젯밤 잠을 설쳤던 최설아는 피곤함이 갑자기 밀려와 기운이 없었고 그녀는 실눈을 뜨고 등나무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성도윤에게 물었다.“커피 마실 건데, 도윤 씨도 필요해요?”“설아 씨가 직접 타 주는 커피라면 당연히 마셔야죠.”이어 그는 뻔뻔하게 자기의 까다로운 요구를 말하기 시작했다.“유라 씨, 커피 온도는 58도를 넘지 않고 설탕 두 스푼을 추가하고 원두 본연의 맛이 잘 느껴지는 커피로 부탁할게요. 제 입맛이 좀 까다롭죠?”그녀는 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단번에 동의했다.“문제없어요, 잠시만 기다려줘요.”성도윤의 아내로 사는 동안 차설아의 커피를 내리는 솜씨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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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차설아는 곱게 갈린 커피 가루를 보면서 만족하다가 손목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이때,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남아름이 차설아의 손목 상처를 한 눈에 알아보고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설아야, 뭐 해? 손목의 상처를 좀 봐, 그냥 직원들한테 시키면 되지.”그녀는 남아름한테 환한 웃음을 짓고는 다시 커피를 내렸다.“괜찮아요. 아줌마. 저 생각보다 나약하지 않아요!”“피가 거즈를 빨갛게 물들였는데 뭐가 괜찮아, 오염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래!”언제나 봄바람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웠던 남아름은 자기를 막 대하는 차설아를 보면서 화가 났고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커피 머신을 낚아채고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설아야, 어떻게 소중한 너의 피로 성도윤의 약인을 만들어 줄 바보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어. 네 엄마가 네가 남자 때문에 이렇게 다쳤다는 걸 아신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차설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저는 아빠를 살리기 위해 엄마의 피가 필요하다고 하면, 엄마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어줄 거라고 믿어요! 마찬가지로 아저씨를 살리는 데 아줌마의 피가 필요하다면, 아줌마도 주저 없이 주겠죠?”“너...”남아름은 순간 말문이 막혀 반박할 수 없었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다시 말했다.“약인을 만드는 데 사람의 피가 필요하면 나한테 미리 말해줬으면 됐잖아. 요양원에 있는 혈액 창고의 피로도 충분한데 왜 네 소중한 피를 사용해서 몸을 망가뜨려. 아저씨랑 내가 너의 부모님께 뭐라고 설명해야 하니?”“아줌마가 절 걱정하는 건 이해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피로 약인을 만들어야만 효과가 있다고 해서 방법이 없었어요. 그리고 보다시피 그 약인이 정말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됐잖아요. 제가 한 결정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요.”남아름은 그녀의 말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고 코웃음을 쳤다.“설아야, 아줌마를 속이려고 하지 마! 세계 최고의 의대를 졸업한 나도 들어본 적 없는 이상한 치료법이라니 이건 말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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