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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성도윤은 약간 조롱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설아 씨가 갑자기 숙녀처럼 너무 조용해져서 적응이 안 돼요.”

차설아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은 성도윤은 그동안 수다쟁이처럼 말이 많던 그녀가 요 며칠간 유난히 조용했고 시들어가는 버드나무처럼 목소리에도 힘이 없으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상치 않아, 뭔가 있는 것 같아!’

그러나 차설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제가 워낙 숙녀라서 그래요.”

성도윤은 당당한 그녀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눈매가 부드러워졌고 환하게 웃었다.

“맨손으로 곰을 때려눕히는 숙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그는 분명 차설아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녀와 함께 있으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과 있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이러한 편안함은 약혼녀인 서은아와 함께 있는 것보다 더 그를 즐겁게 했다.

처음에는 편안한 이유를 찾기 위해 여기에 남았다면, 이제는 아무런 목적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남고 싶었다.

차설아는 성도윤을 지그시 응시하면서 희망찬 목소리로 말했다.

“곧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게 될 거예요.”

그녀는 의기소침하게 풀이 죽어있던 성도윤이 점점 당당했던 예전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매우 뿌듯했다.

따스한 아침 햇살과 뭉게구름 아래서 대화를 나누다가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어젯밤 잠을 설쳤던 최설아는 피곤함이 갑자기 밀려와 기운이 없었고 그녀는 실눈을 뜨고 등나무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성도윤에게 물었다.

“커피 마실 건데, 도윤 씨도 필요해요?”

“설아 씨가 직접 타 주는 커피라면 당연히 마셔야죠.”

이어 그는 뻔뻔하게 자기의 까다로운 요구를 말하기 시작했다.

“유라 씨, 커피 온도는 58도를 넘지 않고 설탕 두 스푼을 추가하고 원두 본연의 맛이 잘 느껴지는 커피로 부탁할게요. 제 입맛이 좀 까다롭죠?”

그녀는 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단번에 동의했다.

“문제없어요, 잠시만 기다려줘요.”

성도윤의 아내로 사는 동안 차설아의 커피를 내리는 솜씨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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