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는 남자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가려고 할 때는 언제고 왜 갑자기 이러는 거예요?”“단지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내가 떠나고 싶다면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는 걸. 만약 내가 남는다면 그것도 내 선택이라고요.”성도윤은 다소 거만하게 대답을 했다.“그런데... 왜요?”차설아는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그녀는 이제는 성도윤이 큰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도망갈 실력이 있다고 믿었다.다만 그는 오로지 서은아만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왜 또 갑자기 남기를 원하는 거지? 이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당신은 내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떠나려 한다고 했죠, 하지만 당신은 죽음을 무릅쓰고 나를 구하려고 했잖아요? 그건 우리의 관계가 단순한 병우사이가 아니라는 걸 설명하겠죠...”성도윤은 잠시 멈칫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나와 당신 사이에 무슨 특별한 교류가 있는지 알고 싶어요.”기억 일부가 빠진 것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지만 차설아가 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서은아는 물론 심지어 그의 어머니도 그렇게 이 여자를 신경 쓰지는 않았을 거다.모두가 그에게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으니 그가 스스로 남아서 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차설아는 순간적으로 멍해져서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정말 알고 싶으면 치료에 협조해요. 다시 내 모습을 보면 기억이 날지도 모르잖아요.”“좋은 제안이네요.”성도윤은 시력을 잃은 이래 볼 수 없었던 즐거움과 적극성을 가지고 말했다.“당신을 만날 날을 기대하죠.”“...”차설아는 대답이 없었고 그녀의 마음속은 복잡했다.아마 당신이 나를 만나는 날이면 내가 얼마나 가치가 없는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성도윤은 무사히 신지 요양병원으로 돌아왔고 더 이상 심술을 부리지 않았다.민이 이모는 그를 검사한 후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차설아는 옆에 이를 지켜보고 있었고 가슴이 조여왔는데 그녀는 성도윤에게
차설아는 다시 가슴을 졸이며 긴장된 표정으로 민이 이모를 바라봤다.“이모, 뜸 들이지 말고 한 번에 다 얘기해 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마음이 쪼여와서 질식할 것 같아요.”민이 이모는 얼굴을 찡그리며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제 아버지의 의술이 뛰어나긴 해도 치료 스타일이 조금 기이해요. 게다가 아버지께서는 중의학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처방만 사용하셔서 저도 그의 처방을 지금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에요...”“어떤 처방이에요? 얼마나 기이해요?”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의 처방에는 특별한 약인이 필요해요...”차설아는 한참을 말없이 고민하다가 민이 이모한테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제공할 테니까 필요하시면 쓰셔도 돼요.”“그렇게 되면 아가씨한테 너무 큰 상처가 될 거예요. 배신자를 위해 그럴 가치가 있을까요?”“저 때문에 도윤 씨가 이렇게 되었으니, 제가 목숨이라도 바쳐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알겠어요, 저도 아가씨가 도련님한테 빚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해요.”말을 마친 두 사람은 성도윤의 치료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성도윤도 모처럼 차설아가 주는 대로 받아 마시고 먹었다.일주일이 지난 후, 성도윤의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었고, 그의 맥을 짚어본 민이 이모도 마침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도련님의 맥이 이제 안정되었고 혈맥도 많이 원활해졌어요. 두 번의 치료 과정만 더 거친 후, 눈을 집중적으로 치료해도 될 것 같아요.”차설아는 기쁨에 겨워 눈까지 번쩍 뜨면서 답했다.“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네요!”성도윤의 치료를 위해 약인을 제공한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목소리도 눈에 띄게 쇠약해졌으면 눈두덩이도 검게 변했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차설아의 수척해진 모습을 본 민이 이모는 마음이 너무 아팠고 아버지의 처방전을 쓴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앞으로의 처방에는 약인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성도윤은 약간 조롱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설아 씨가 갑자기 숙녀처럼 너무 조용해져서 적응이 안 돼요.”차설아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은 성도윤은 그동안 수다쟁이처럼 말이 많던 그녀가 요 며칠간 유난히 조용했고 시들어가는 버드나무처럼 목소리에도 힘이 없으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심상치 않아, 뭔가 있는 것 같아!’그러나 차설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제가 워낙 숙녀라서 그래요.”성도윤은 당당한 그녀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눈매가 부드러워졌고 환하게 웃었다.“맨손으로 곰을 때려눕히는 숙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하네요.”그는 분명 차설아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녀와 함께 있으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과 있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이러한 편안함은 약혼녀인 서은아와 함께 있는 것보다 더 그를 즐겁게 했다.처음에는 편안한 이유를 찾기 위해 여기에 남았다면, 이제는 아무런 목적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남고 싶었다.차설아는 성도윤을 지그시 응시하면서 희망찬 목소리로 말했다.“곧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게 될 거예요.”그녀는 의기소침하게 풀이 죽어있던 성도윤이 점점 당당했던 예전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매우 뿌듯했다.따스한 아침 햇살과 뭉게구름 아래서 대화를 나누다가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어젯밤 잠을 설쳤던 최설아는 피곤함이 갑자기 밀려와 기운이 없었고 그녀는 실눈을 뜨고 등나무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성도윤에게 물었다.“커피 마실 건데, 도윤 씨도 필요해요?”“설아 씨가 직접 타 주는 커피라면 당연히 마셔야죠.”이어 그는 뻔뻔하게 자기의 까다로운 요구를 말하기 시작했다.“유라 씨, 커피 온도는 58도를 넘지 않고 설탕 두 스푼을 추가하고 원두 본연의 맛이 잘 느껴지는 커피로 부탁할게요. 제 입맛이 좀 까다롭죠?”그녀는 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단번에 동의했다.“문제없어요, 잠시만 기다려줘요.”성도윤의 아내로 사는 동안 차설아의 커피를 내리는 솜씨는 바
차설아는 곱게 갈린 커피 가루를 보면서 만족하다가 손목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이때,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남아름이 차설아의 손목 상처를 한 눈에 알아보고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설아야, 뭐 해? 손목의 상처를 좀 봐, 그냥 직원들한테 시키면 되지.”그녀는 남아름한테 환한 웃음을 짓고는 다시 커피를 내렸다.“괜찮아요. 아줌마. 저 생각보다 나약하지 않아요!”“피가 거즈를 빨갛게 물들였는데 뭐가 괜찮아, 오염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래!”언제나 봄바람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웠던 남아름은 자기를 막 대하는 차설아를 보면서 화가 났고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커피 머신을 낚아채고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설아야, 어떻게 소중한 너의 피로 성도윤의 약인을 만들어 줄 바보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어. 네 엄마가 네가 남자 때문에 이렇게 다쳤다는 걸 아신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차설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저는 아빠를 살리기 위해 엄마의 피가 필요하다고 하면, 엄마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어줄 거라고 믿어요! 마찬가지로 아저씨를 살리는 데 아줌마의 피가 필요하다면, 아줌마도 주저 없이 주겠죠?”“너...”남아름은 순간 말문이 막혀 반박할 수 없었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다시 말했다.“약인을 만드는 데 사람의 피가 필요하면 나한테 미리 말해줬으면 됐잖아. 요양원에 있는 혈액 창고의 피로도 충분한데 왜 네 소중한 피를 사용해서 몸을 망가뜨려. 아저씨랑 내가 너의 부모님께 뭐라고 설명해야 하니?”“아줌마가 절 걱정하는 건 이해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피로 약인을 만들어야만 효과가 있다고 해서 방법이 없었어요. 그리고 보다시피 그 약인이 정말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됐잖아요. 제가 한 결정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요.”남아름은 그녀의 말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고 코웃음을 쳤다.“설아야, 아줌마를 속이려고 하지 마! 세계 최고의 의대를 졸업한 나도 들어본 적 없는 이상한 치료법이라니 이건 말도 안
“그때...”남아름은 더 이상 그 일을 회상하기 싫은 듯 얼굴을 찡그렸다.“시간이 많이 흘렀어. 예전의 일을 들추는 것보다 지금을 잘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아니요!”차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움켜쥐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차씨 가문은 8대 명문가 중 우두머리에서 전멸될 정도로 수많은 참혹한 일을 당했어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거듭 예정의 일을 들추지 말라고 당부하셔서 끓어오르는 복수심을 억누르고 잠잠하게 있었을 뿐이에요.”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예전의 일을 들추지 않는다고 해서 없었던 일로 변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 후 몇 년 동안 부모님을 비참하게 죽인 범인이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서 마음 편히 잠에 들지 못했고 잠이 든다고 해도 부모님이 아래로 떨어져 피투성이가 되는 꿈에 시달려야 했어요. 전 오빠를 납치한 사람과 부모님을 살해한 사람이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진실을 파헤쳐서 복수를 할 거예요.”겉으로는 과거의 고통에서 헤어나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차설아는 마치 거대한 산이 그녀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고 고통에서 하루도 벗어나지 못했다.게다가 쌍둥이 오빠인 차성철의 존재와 그의 쓰라린 과거를 알게 된 후부터 그녀의 복수심은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다.“부모님께서 그곳에서 편히 쉬도록 오빠와 함께 범인을 찾아 복수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성도윤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계획이 늦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지금 그의 상태가 점차 호전되고 있으니, 저도 이제 못했던 복수를 시작해야죠.”차설아는 원두를 가는 남아름의 손을 꼭 잡으며 정중하게 부탁했다.“저도 제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아니까 더 이상 말릴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복수하려는 마음은 절대 꺾이지 않을 거니까 이모가 아는 모든 사실을 저한테 숨김없이 말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의 부모님을 위한 일이기도 해요.”“아이고, 이 녀석아! 어쩜 이렇게 네 엄마를 쏙 빼닮았
남아름은 종잡을 수 없이 변한 차설아의 표정을 보면서 자기의 생각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그렇다고 해서 성씨 가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두 가문은 줄곧 해안에서 서로 도우면서 발전했고 그동안 큰 이익 충돌도 없었어. 그냥 네 오빠의 일로 왕래가 줄어들면서 관계가 소원해졌을 뿐이야. 그리고 난 성씨 가문의 궐기가 자체의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해.”그 덕에 차설아의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고 점차 이성을 되찾았다.“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희 가문이 파산했을 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건 성씨가문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만약 그들이 부모님을 죽인 범인이라면, 할아버지께서 진정으로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건 성씨 가문이라면서 성도윤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지 않으셨겠죠.”차설아가 성씨 가문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할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신뢰로 인해 마음이 바뀌었다.남아름은 때로는 진실을 모르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차설아를 말리고 싶었다.“설아야, 지나간 일을 다시 들춘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어. 그러니까 이쯤에서 옛날 일은 다 잊고 충실하게 살아가자...”그러나 차설아의 고집은 쉽게 꺾이지 않았고 그저 남아름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저도 제 분수를 알아요.”원두가 다 갈리자, 차설아는 성도윤의 요구에 따라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렸다.정자에 앉아 차설아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성도윤은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어 약간의 불만이 섞인 말투로 물었다.“커피 한 잔을 타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어느새 차설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그는 커피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녀를 기다리는 마음이 더 컸다.“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똑같이 맛있는 커피를 마시려면 그만한 기다림이 필요한 법이에요.”차설아는 손수 내린 커피를 성도윤의 손에 쥐어주며 말을 이어 나갔다.“이 커피를 마시면 단언컨대 사랑에 빠질
차설아는 기대에 부푼 초롱초롱한 눈으로 성도윤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어때요?”성도윤을 입을 오므리며 부드러운 커피가 혀를 통해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가는 느낌을 만끽했다.“내가 마셔본 커피 중에서 제일 맛있어요! 뭔가 오래된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비록 성도윤은 까다롭기 짝이 없는 데다가 트집 잡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차설아가 내려준 커피는 단번에 그를 중독시킬 만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차설아는 성취감에 교만한 표정을 지었고 턱까지 치켜들면서 답했다.“당연하죠! 누가 만든 커피인데요!”차설아는 성도윤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전문적으로 배웠었고, 그의 아낌없는 찬사는 그녀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으며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자, 복잡했던 기적의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면서 차설아와 관련된 일부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서 번쩍였다. 안개에 감춰진 흐릿한 장면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그를 더 고통스럽게 했다.성도윤은 얼굴을 찌푸렸고 손바닥을 이마에 대면서 약간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빌어먹을!”차설아는 즉시 이상함을 감지하고 그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부축하며 걱정되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요?”그는 갑자기 현기증이 났고 속까지 울렁거려 가쁜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내가 예전에 이 커피를 마셔본 것 같아요. 하지만 기억을 떠올리려고 할수록 점점 더 흐릿해져서 너무 괴로워요...”차설아는 문득 의사의 당부가 떠올라 성도윤의 등을 몇 번 쓰다듬으며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도윤 씨, 그만 생각하고 얼른 심호흡해요.”복잡한 뇌 수술을 받은 성도윤은 적절한 휴식이 필요했고 억지로 기억을 떠올리려고 할수록 대뇌에 무리가 가서 심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그래서 차설아는 그가 헛된 생각을 하지 않도록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커피 한 잔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지 상상도 못 했다.“대체 어디서 이 커피를 마셔 봤을까요?”성도윤은 여전히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다잡으려고 노력했다.“그뿐만이 아녜요!”성도윤은 손가락의 힘이 세지고 말투가 더욱 거칠어졌다.“나는 내가 회복되는 날을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요. 말해 봐요, 당신과 나 사이에 도대체 무슨 과거가 있었던 거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은아인데 왜 당신은 매번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거예요?”그가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단지 자신이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기억을 더듬을 때마다 그는 칼로 끊임없이 자신의 뇌를 자르는듯한 고통을 느꼈고 현기증이 났다.“난... 윽!”차설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아픔에 소리를 질렀다.“왜 그래요?”성도윤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즉시 손을 놓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신 손에 힘이 너무 세서 아파서 그래요.”차설아는 숨을 죽이고 손목의 거즈를 조심스레 정리했는데 피가 배어 나왔다.마음속으로 그녀는 지금의 자신을 원망했는데 피가 조금 났다고 이렇게나 허약하니 만약 이럴 때 적과 마주친다면 분명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차설아가 정신을 다시 다잡기도 전에 민이 이모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렸다.“아가씨, 큰일 났어요!”민이 이모는 황급히 뒤뜰에 와서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성도윤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는 말을 멈추었다.“괜찮아요, 무슨 일 있으면 그냥 말씀하세요.”차설아는 성도윤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민이 이모에게 말했다.“누가 찾아왔는데 오 원장님께서 조금은 감당하기 버거워하시는 것 같아요. 두 분 좀 피해계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민이 이모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찾아온 사람이 정말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차설아는 천성적으로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녀의 사전에 후퇴란 없었다.“찾아왔으니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지 한 번 봐야겠네요.”차설아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그 사람을 만날 준비를 했다.그러나 민이 이모는 그녀의 손목에서 새어 나온 핏자국을 한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