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651 - Chapter 660

1665 Chapters

제651화

몇몇 남자들이 오랜만에 술집 룸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최근 경사스러운 일이 꽤 많았다. 배경원과 임수정이 약혼했고 1년 후에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결혼과 동시에 두 회사도 본격적으로 손을 잡기 시작할 것이다.앞으로 배씨 가문과 임씨 가문은 생사고락을 같이하면서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신석훈도 고백에 성공했고 최연희는 일곱 과목 전부 A를 받으면서 오성 의대에 파격적으로 합격했을 뿐만 아니라 학사와 석사 연계 과정 자격까지 얻었다.그녀는 신석훈과 함께 박사 공부까지 마친 후 같은 수술대에서 손을 잡기로 약속했다.육경섭은 그런 두 사람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원래 연애도 저렇게 하나? 박사 공부를 마치면 나이가 몇인데 두 사람 언제 결혼하고 언제 애를 낳아? 평생 인류 의학 사업에 공헌하겠다는 건가?’“경섭 형님처럼 배운 게 없는 사람은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알 리가 없죠.”배경원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육경섭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흘겨보자 배경원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육경섭은 양을 덮치는 늑대처럼 배경원을 덮치더니 아주 신속하게 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빼앗았다.방한서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털을 빗겨주고 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그가 데려다 키우는 길고양이였고 이름을 캡틴이라 지었다. 뚱냥이보다 적게 먹지만 주인에 대한 충성심은 훨씬 강했다.방한서가 티격태격하는 육경섭과 배경원을 보며 응원하자 캡틴도 옆에서 야옹 하며 흥분했다.최연준은 여유롭게 담배에 불을 붙였고 육경섭은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장모님의 예쁨을 받는 사위는 역시 달랐다...그런데 함께 어울리는 그들과 달리 유찬혁은 딴 세상 사람처럼 여전히 혼자서 수심에 찬 얼굴로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곽보미와의 관계가 아직도 아무런 발전이 없었다. 평소에는 말주변이 좋은 변호사지만 곽보미 앞에만 서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싸우다 지친 육경섭과 배경원이 유찬혁의 양쪽에 앉아 눈빛을 주고받자마자 유찬혁의 기분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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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며칠 후 강서연은 최연준과 함께 맨체스터에 무사히 도착했다. 다행히 임신 반응도 없어서 이틀 동안 시차 적응을 마치니 활기를 되찾았다.이제부턴 이 도시의 이모저모를 구경할 계획이었다.이곳은 최연준이 자란 곳이다. 런던 날씨와 달리 안개도 자욱하지 않았고 매일 맑은 하늘과 따스한 햇볕을 맞이할 수 있었으며 건물마다 역사적인 정서가 짙게 배어있었다.맨체스터는 이 도시만의 독특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해가 질 때면 하얀 비둘기 떼들이 성당 위를 날아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남겼다.강서연은 이곳에 오자마자 바로 마음에 들었다.최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올드 트래퍼드에 가서 축구 경기도 보았고 노던 쿼터에 가서 신기하고 희한한 물건을 사기도 했으며 앨버트 광장에서 비둘기 먹이도 주곤 했다.예전에 최연준은 기분이 우울할 때만 이곳에 왔었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광장의 비둘기들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걸 보니 아무래도 꽤 살만한 모양이다.“여기 좋지?”최연준은 뒤에서 그녀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한 손에 잡힐 듯한 가느다란 허리는 진작 사라졌다. 이제 몇 달만 더 지나면 아마 안기도 버거울 것 같다.강서연은 그를 보며 가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좋았고 그의 품에 안겨있는 지금이 더 좋았다.사실 강서연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최연준이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최연준이 없었더라면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그녀 눈에는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요 며칠 충분히 놀았으니까 내일부터는 회사에 나가봐야겠죠?”“응.”강서연의 질문에 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맨체스터에 금방 도착했을 때 김자옥은 환영파티를 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임신한 그녀가 그런 장소에 가기 불편한 점을 고려하여 파티를 간단한 가족 모임으로 바꾸었다.강서연은 이 기회에 김씨 가문의 가족들과 얼굴을 익혔다.외할아버지는 아주 다정하신 분이었다. 얼핏 보면 최재원처럼 위엄이 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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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아무튼 난 당신과 함께 싸울 거예요.”그의 손을 잡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강서연의 눈빛이 부드러우면서도 확고했다.“예전부터 늘 그랬던 거 아니었나요?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 해결하게 내버려두지 않기로 약속했었잖아요.”최연준은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가볍게 웃었다.“그래. 당신 말이 맞아. 그럼 당신은 뭘 하고 싶은데?”“아직은 좀 더 생각해 봐야 해요.”강서연이 히죽 웃었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배꼽시계가 꼬르륵 울렸다. 민망한 얼굴로 남편을 올려다보던 그녀의 두 볼이 저도 모르게 발갛게 달아올랐다.최연준은 그런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크게 웃었다.“여보, 난 당신이 뭘 하면 좋을지 생각났어. 차라리 여기서 한식집을 열어서 먹으면서 돈을 버는 거야. 어때?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겠지?”강서연이 펄쩍 뛰며 그를 때리려 하자 최연준은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이따가 더 많이 먹으니까.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시 중심의 호텔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곳에서 몇몇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 후 그중 한 여자가 나지막이 말했다.“아가씨, 저분이 바로 연준 도련님과 함께 오성에서 온 사모님이에요.”“응, 알아.”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아가씨, 그럼 앞으로는 어찌하실 건지...”“뭔 소리야 그게?”소녀가 도우미를 째려보았다.“연준 오빠가 데려온 새언니인데 당연히 사이좋게 잘 지내야지.”그러고는 또다시 히죽 웃어 보였다.소녀는 스타일리쉬한 모직 코트에 체크 원피스를 매치했고 옥스퍼드 슈즈까지 신어 완벽한 영국 스타일을 보여줬지만 얼굴은 전형적인 동양인이었다.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온화해 보였으며 타고난 요염함이 돋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대학생이었지만 옆에 세워진 고급 자동차가 그녀의 남다른 신분을 말해주고 있었다.“아가씨, 연준 도련님이 내일부터 본사로 출근하신답니다.”“그래...”소녀가 나지막이 말했다.“내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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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강서연은 어리둥절한 나머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소녀는 자연스럽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새언니는 아직 절 만난 적이 없어요. 전 김유정이라고 하고 저희 아버지가 바로 김성주예요. 저희 아버지는 만난 적이 있죠?”“아, 네.”강서연은 그제야 누군지 알았다.“연준 씨 사촌 여동생 김유정 씨군요.”“맞아요.”김유정이 활짝 웃었다.지난번 가족 모임에서 강서연은 최연준의 삼촌인 김성주를 만났었다. 뭔가 괴상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는데 몸이 매우 뚱뚱했고 웃을 때는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상대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그리고 김씨 가족 전체에서 김자옥과 최연준을 가장 반대하는 사람이 바로 김성주였다. 평소 사적인 자리에서 늘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고 한다.“김씨 가문의 일을 왜 성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건데?”하지만 김자옥과 최연준의 앞에서는 여러모로 애를 쓰는 척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다.그리고 김유정은 김성주의 친딸이 아니고 어릴 적 재혼한 엄마와 함께 김씨 가문에 들어왔다. 듣건대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비위를 잘 맞춰 김성주도 김유정을 무척이나 예뻐했고 공주 같은 삶을 살게 해주었다고 한다. 하여 김씨 가문에서 감히 그녀를 데리고 들어온 딸이라고 수군거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김유정은 열몇 살 때 스스로 먼저 성을 바꾸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씨 가문 어르신이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다가 그녀와 그녀 어머니가 수년간 조르고 비위를 맞춘 끝에 드디어 성인이 되기 전에 성을 김씨로 바꾸었다.김씨 가문 사람들은 겉으로는 뭐라 하지 않았지만 뒤에서는 자주 비웃었다.“왜 성을 바꿨겠어요? 나중에 이 집 재산을 물려받으려고 그러죠.”“물려받을 수 있을지 그건 아직 모르죠. 허, 지금은 큰딸이 관리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성이 다른 도련님이 관리할 거란 말이에요.”“그 도련님이 설마 자기 삼촌을 곤란하게 할까요?”“그건 모르죠. 더 지켜보는 수밖에.”...강서연은 정신을 차리고 김유정에게 예의 바른 미소로 답했다.“언니를 처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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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김유정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최연준이 눈짓을 보내자 옆에 있던 도우미들이 재빨리 다가와 식탁 위의 음식을 전부 거둔 후 쓰레기통에 버렸다.“아까 문 앞에서 들었어. 처음 오는데 무슨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이 음식을 가져왔다고?”최연준은 김유정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김유정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처음 인사하러 오는데 이런 걸 가져왔어?”최연준이 코웃음을 쳤다.“삼촌과 외숙모는 너에게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의도 안 가르쳐줬어?”김유정이 흠칫했다.“오빠...”“비록 네가 삼촌의 친자식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김씨 가문에서 자랐어.”최연준은 그녀를 무뚝뚝하게 보며 말했다.“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돌아가서 어른들께 여쭤봐. 이번에 나와 네 새언니라서 다행이지, 다음번에 다른 집을 방문할 때도 이런 실례를 범하면 김씨 가문 전체가 너 때문에 피해를 보고 웃음거리가 될 거야.”김유정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고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집사님.”최연준이 차갑게 분부했다.“손님 좀 배웅해요.”고급 오피스룩 차림의 남자 집사와 여자 집사가 웃으며 다가와 김유정을 예의 바르게 배웅했다.김유정이 숨을 깊게 들이쉬고 돌아서려던 그때 최연준이 야채죽을 그릇에 담아서 강서연에게 조금씩 먹여주는 모습을 목격했다.강서연의 발그스름한 두 볼이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찼다.김유정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두 주먹을 꽉 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별장 대문을 뛰쳐나갔다.강서연이 배불리 아침을 먹고 나니 벌써 오전 아홉 시가 다 되었다.“아직도 안 가요?”그녀가 최연준을 보며 물었다.“오늘 회사에 일이 없어요?”최연준이 피식 웃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게 회사 일이지만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엄마가 이미 회사에 나가서 난 딱히 할 일이 없어.”“그래도 얼른 가봐요. 어머님이 힘드시겠어요.”강서연은 그의 넥타이를 꼼꼼하게 정리해 준 후 양복을 건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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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지적 수준이 열 살 정도라서 다 알기는 아는데 많이 알지는 못해.”강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가끔 말을 거칠게 하고 소통이 어려웠던 건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그 일로 인하여 김자옥은 늘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여 그가 무슨 짓을 해도 나무라지 않은 것이다.“엄마뿐만이 아니라 외할아버지도 삼촌을 많이 감싸주셔.”최연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삼촌은 김유정의 엄마인 손미현과 결혼했어. 하지만 손미현의 말이라면 곧이곧대로 다 따르고 꼼짝도 못 해서 외할아버지가 엄청 골치 아파하셔. 엄마도 삼촌을 여러 번 타일렀지만 글쎄 엄마에게 막 대드는 거야. 그 후로 삼촌과의 관계도 점점 멀어지게 됐어.”강서연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어쩌면 김성주의 좋지 않은 행동과 명성이 본의가 아니라 누군가 뒤에서 지시했을 가능성이 컸다.“서연아.”최연준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 얘기를 하는 건 당신도 경계심을 가지라고 그런 거야. 신경 쓸 일을 더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네, 알아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내 임무는 그저 여기서 태교나 열심히 하고 건강한 아들을 낳는 거잖아요.”...요 며칠 김유정은 강서연에게 자주 접근하며 친한 척했다.아침저녁으로 문자를 보내 인사를 하는 건 기본이고 평소에도 살뜰히 보살펴주었으며 자발적으로 나서서 강서연과 산부인과에 다녀오기도 했다.앞에서든 뒤에서든 순진하고 착한 모습을 유지했다.강서연은 휴대 전화를 최연준에게 보여주었다. 수십 개의 문자 중에 80% 이상이 김유정의 보낸 문자였고 심지어 거리에서 고양이를 만나도 사진을 찍어 보내곤 했다.“당신 이 사촌 여동생이 너무 적극적인 거 아니에요?”강서연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 귀찮으면 차단해도 돼.”최연준이 덤덤하게 말했다.“걔는 어릴 적부터 치근덕거리기 좋아했어.”“그러니까 연준 씨에게도 치근덕거렸단 말이네요?”스스로 무덤을 팠다는 생각에 최연준은 순간 멈칫했다.“여보, 그... 그게 무슨 말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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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한 시간 후 강서연은 맨체스터의 국제 항공편 출구에 도착했다.곽보미가 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끌고 VIP 통로로 걸어 나왔고 강서연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뛰어왔다.강서연도 뛰고 싶었지만 몸이 무거운 바람에 빠른 걸음으로 맞이하는 수밖에 없었다.곽보미는 그녀를 꽉 끌어안을 수가 없어 가볍게 포옹하고는 배를 어루만졌다.“배가 벌써 이렇게 불렀어요?”곽보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주 쑥쑥 잘 자라고 있나 봐요. 태어나면 통통한 게 엄청 귀엽겠어요. 어찌 됐든 양엄마 자리는 내 것이니까 가장 먼저 안을 거예요.”“네네, 그래요.”강서연도 입이 귀에 걸릴 지경으로 활짝 웃었다.“아, 양엄마는 아니죠. 외숙모면 모를까...”“서연 씨!”곽보미가 두 눈을 부릅떴고 볼이 발그스름해졌다.최연준은 부하에게 그녀의 캐리어를 받으라고 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곽보미는 강서연의 팔짱을 잡고 앞에서 걸어갔다.여자 한 명이 참새 300마리와도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600마리가 모여있으니 최연준은 아예 낄 자리가 없었고 어쩌면 오늘 밤에도 독수공방 신세가 될지 모르겠다...“그나저나 영국에는 어쩐 일로 왔어요?”강서연의 질문에 곽보미는 고개를 어깨에 기대며 일부러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서연 씨 산부인과 가는데 같이 가주려고 왔죠.”배배 꼬는 말투에 강서연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것 같았다.“하하, 장난 그만할게요.”곽보미가 진지하게 말했다.“연수하러 왔어요.”“연수요?”“네. 어진 엔터테인먼트 김 대표님이 훌륭하고 젊은 감독들을 영국의 본부에 연수하러 보냈어요. 물론 비용도 어진 엔터테인먼트에서 전액 부담하고요. 본부가 김중 그룹이고 연수 장소도 김중 그룹 건물이에요. 내일부터 수업 시작하니까 우리 또 매일 만날 수 있어요.”생각지도 못한 기쁨에 강서연은 흥분한 나머지 소리까지 지를 뻔했다.뒤에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최연준의 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사실은 강서연이 혼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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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그럼 오성에서 떠날 땐 누가 배웅해 줬어요?”강서연은 곽보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차린 곽보미가 피식 웃었다.“가는 날에 두 사람 다 나오지 않았어요. 내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몰래 온 거거든요.”“네?”“이 일은 시간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곽보미가 낙관적인 태도로 말했다.“주아 씨 말대로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요? 허... 지금은 그저 다음 작품 생각만 하고 싶어요. 여기서 연수하면서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잖아요.”그녀가 아무리 애써 감추려고 해도 눈빛에 담긴 쓸쓸함은 감추지 못했다.강서연은 곽보미의 마음속에 아직 유찬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석진도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어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망설였다.하여 모든 걸 시간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시간을 통하여 진리를 검증할 수 있고 진심도 확인할 수 있다.강서연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히죽 웃어 보였다....곽보미가 맨체스터에 오기 전에 회사에서 그녀가 묵을 곳을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강서연은 기어코 곽보미를 별장에 데려와 이틀 정도 지내게 했다.최연준은 아량이 넓은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누구보다 급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곽보미는 웃음을 더 참았다간 병이 다 생길 지경이었다. 얼른 그녀가 묵는 거처로 돌아가려는데 최연준이 마침 파리로 출장 가야 한다면서 이삼일 정도 강서연을 더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곽보미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이튿날 두 사람은 함께 김중 그룹 건물로 향했다.김중 그룹이 손을 뻗은 분야가 아주 많았는데 엔터테인먼트는 그중 하나였다. 김중 그룹 본부의 건물 몇 채가 구름 속으로 높이 솟아 있었고 기세도 웅장했으며 거의 거리 절반을 차지했다.엔터테인먼트 담당 부서는 그중 한 건물에 있었다.강서연도 이곳에 와본 적이 한 번도 없어 직원은 물론이고 회사의 중고층 임원도 그녀를 알지 못했다. 김씨 가문의 친척들 말고는 전부 다 낯선 얼굴들이었다.김중 그룹의 직원은 세계 각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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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강서연이 쫓아가려는데 세 번째 사람이 또 나타나 앞길을 막았다.“회의실은 준비됐어?”강서연이 멈칫했다.“무슨 회의실요?”“자.”한 여자가 그녀에게 좌석 차례표를 건넸다.“여기 이 명단대로 회의실 테이블을 정리해. 그리고 커피 기계에 커피콩이 가득 찼는지도 확인하고 물도 한 통 가지고 올라와. 아 참, 디저트도 이사님들의 취향에 맞게 준비해야 해. 얼른 가봐!”“다들 정말 잘못 아셨다고요!”강서연은 우쭐거리는 세 직원을 쳐다보았다. 사원증에 이름이 있었는데 사라와 제니, 그리고 무슨 Lee라고 적혀있었다. 한국 이름으로 번역하면 이효연이었다.세 사람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행동과 표정이 똑같았고 팔짱을 낀 채 오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만약 오늘 그녀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돌려보내지 않을 기세로 말이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기요. 당신들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이 사람이 어딜 봐서 인턴이에요?”강서연이 고개를 돌려 웃어 보이자 곽보미는 한 손을 그녀의 어깨 위에 올려놓으며 자기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이쪽은 내 친구지, 인턴이 아니라고요.”곽보미는 그들을 쏘아보듯 했다.“다들 비켜요.”세 사람은 그저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한국 여자 감독인 곽보미의 얼굴을 알고 있었고 곽보미와 맞서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맡은 바 임무를 완성하기 전에는 임산부를 이대로 놓아줄 수 없었다.“왜요?”곽보미가 눈살을 찌푸렸다.“부장님이라도 불러와야 보내줄래요? 당신들은 귀가 먹은 건가요, 아니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요? 내 친구가 인턴이 아니라고 여러 번이나 설명했는데,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그리고 인턴이라고 해도 임산부를 배려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몸도 무거운 사람에게 왔다 갔다 뛰어다녀야 하는 일을 시키면 어떡해요?”그때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리기 시작했다.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던 세 사람은 곽보미의 말을 듣고 나서야 한걸음 물러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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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김유정은 줄곧 연예인의 길을 걷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비록 비주얼도 괜찮고 연극과도 나오긴 했지만 오디션을 봐도 맡은 배역은 대사 몇 마디뿐인 작은 배역이었다.감독에게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되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얼굴이 눈에 띄게 이쁘거나 독특한 매력이 없어서 여자 주인공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말을 빙빙 돌리지 않는 어떤 감독은 직설적으로 얘기하기도 했다.“유정 씨처럼 성형한 티가 나는 얼굴은 이 바닥에 널리고 널렸어요. 자신만의 매력이 없으면 절대 뜨지 못해요.”그 소리에 너무도 화가 난 김유정은 하마터면 그 감독과 대판 싸울 뻔하기도 했다.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김유정은 집으로 돌아와 김성주에게 조르며 돈을 써서 좀 띄워달라고 했고 손미현도 옆에서 부추겼다.결국 김성주가 투자하여 영화 두 편을 찍었지만 흥행에 참패하면서 돈을 전부 다 날리고 말았다.김성주가 세 번째 작품을 준비하려던 그때 결국 김자옥이 나서서 말리며 다시는 투자하지 못하게 했다.김유정과 손미현은 겉으로는 조용해졌지만 속으로는 몰래 기억하며 나중에 꼭 성공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곽보미가 연수하러 온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이다.“유정아.”손미현이 웃으며 김칫국부터 마셨다.“곽 감독의 영화를 찍으면 너도 한국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다음 여우주연상은 따 놓은 당상이야.”김유정이 잠깐 웃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엄마, 곽 감독님이 저에게 역할을 주지 않으면 어떡해요?”“여자 주인공이 안 되면 서브 여자 주인공도 괜찮지.”손미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곽 감독은 우리 김중 그룹 사람이야. 예전에 네 고모를 도와 돈도 많이 벌어다 줬어. 네 고모의 체면을 세워줄 거야.”김자옥의 얘기에 손미현은 김자옥의 며느리를 자연스레 떠올렸다.“아 참, 요즘 네 새언니와는 잘 지내고 있어?”강서연의 말이 나오자 김유정의 낯빛이 확 변했다.“오늘 회사에 왔던데 널 찾으러 온 거야?”“뭐 하러 왔는지 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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