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641 - 챕터 650

1665 챕터

제641화

“하지만, 사모님...”방한서는 입술을 핥았다.“아가씨는 증인으로 출석해야 합니다. 경찰이 요구한 것입니다.”“괜찮아요.”신석훈은 눈빛이 견고했다.“연희가 법정에 출두할 때는 제가 옆에 있을 거예요.”강서연과 최연준은 이 말을 듣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신석훈은 마른기침을 두 번 하고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저는... 좀 피곤해서 먼저 집에 가서 쉴게요ᩚ.”“네, 푹 쉬세요!”강서연이 가볍게 웃었다.“연희 씨는 석훈 씨와 함께 법정에 출두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신석훈은 그들을 보고 웃으며 돌아섰다.며칠 후 인지석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어 가뜩이나 창백한 얼굴이 더욱 허약해 보였다. 흉악한 눈빛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막상 최연준을 보는 순간 다시 살아난 빈대처럼 목에 힘을 주며 그를 노려봤다.하지만 빈대는 결국 빈대일 뿐이다.최연준은 눈빛이 싸늘하고 무표정하게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요 며칠간 당신이 받은 치료는 최상이야. 여기서 당신은 안전하고 아무도 당신을 죽이려 하지 않아.”아무도 그를 죽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가 자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24시간 당직 의사의 교대 외에도 그의 자살을 방지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인지석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도련님께서 저를 살려둔 것은 결국 저를 죽게 하기 위한 거잖아요.”“맞아.”최연준이 그를 멸시했다.“당신을 죽게 하는 것은 내가 법을 대신해서 판단할 수 없어. 반드시 정당한 방식을 통해 너에게 사형을 선고할 거야.”인지석이 소름 끼치게 웃기 시작했다. 이전의 음흉함과 달리 오늘 그의 눈에는 약간의 슬픔과 절망이 비쳤고 비애가 더 많다.어쩌면 사람이 죽기 전에 감정을 위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인지석.”최연준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동안 최씨 가문에 잠복하면서 최지한과 삼촌을 이용하고 또 연희에게 접근했다가 구현수가 나타나면서 또 구현수를 이용하고... 네가 한 이 일들이 정말 마약을 판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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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신 선생님께서 말해준 거예요.”“네.”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약상자를 들고 나갔다.뒤이어 간호사들이 속속 들어왔다. 어떤 사람은 링거를 확인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회복되는 상황을 기록하려고 했지만 예외 없이 모두 최연준에게 내쫓겼다.방 안에는 그와 인지석 두 사람만 있었고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 최연준은 한가로이 앉아서 여유를 부리며 인지석을 끝까지 밀어붙일 기세였다.그러나 인지석의 상처는 더 이상 끌 수가 없었다.상처가 아플 뿐만 아니라 가렵기도 하고 거즈는 흘러나오는 피와 같이 달라붙어 움직일 때마다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인지석은 머리에 땀이 흥건하고 얼굴마저 일그러졌다.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회복하고 싶어도 회복이 잘 되지 않아서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최연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들어올 때부터 나는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했어!”최연준이 차갑게 말했다.“진실? 허... 당신같이 양심도 없는 사람이 진실을 알더라도 뭐가 달라지겠어요? 당신은 여전히 쾌락의 나날을 보낼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최연준은 너무 아리송하게 들려 저절로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소리하는 거야?”인지석이 천천히 눈꺼풀을 치켜들며 또박또박 물었다.“최연준, 추아름을 기억해요?”‘추아름?’최연준은 머릿속 기억을 뒤적여보니 어렴풋이 대학 다닐 때 추아름이라는 여학생이 있었던 것 같았다.그가 다니는 경영대의 3분의 2의 학생은 전부 명문 출신이다.일부분 가난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노력과 보통 사람보다 우월한 끈기로 세계에서 가장 입학하기 어려운 5대 명문 학교에 합격한 소수의 학생이 있었는데 추아름이 바로 그 중의 한 사람이다.그녀는 인지석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두 사람은 소꿉친구였다. 추아름은 경영대의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떠났고 인지석은 여기서 죽어라 일해서 생활비를 벌어 그녀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저금하며 추아름이 졸업하고 귀국하는 날 괜찮은 반지를 사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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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최연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일의 경위를 대강 알았다. 인지석과 추아름은 둘도 없는 소꿉친구였고 인지석은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추아름은 외국에 가자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게 되었고 또 좋은 친구라는 네 글자로 두 사람의 감정을 함께 지워버렸다.나중에 그녀가 죽자 인지석은 비분이 가슴에 가득 차서 최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전개하였다.그러나 최연준의 기억 속에서 추아름라는 이름을 파낼 수 없었다.알 수 없는 복수 하나 때문에 최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다니!최연준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인지석, 나는 추아름이 누군지 전혀 몰라. 여기서 허튼소리 하지 마!”“당신 정말 뻔뻔하네요...”인지석은 격분하여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이것은 그저 네가 복수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야.”최연준은 위풍당당한 기세를 풍기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아마 이 세상에는 추아름라는 사람이 없을 거야!”“당신...”인지석은 얼굴빛이 변하고 뭔가 흥분한 마음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다.최연준은 눈빛이 어두워졌고 추아름이 가장 좋은 돌파구라고 생각해 이 점을 파고들어 반드시 그가 최씨 가문에 복수한 진짜 원인을 알아내려고 했다!“내 말이 맞았지?”최연준이 냉소했다.“세상에 없는 존재를 꾸며내서 나랑 내 가족을 해치다니. 너는 망상증이 있는 거야? 아니면 편집증이 있는 거야?”“헛소리하지 마요.”인지석은 한 손으로 침대 옆 난간을 꼭 잡았다. 그의 창백한 얼굴은 뜻밖에도 노여움으로 인해 약간의 혈색이 돌았다.그는 최연준을 매섭게 노려보았는데 그 눈빛은 마치 그를 갈기갈기 찢어 놓으려는 것 같았다.최연준은 계속해서 말했다.“만약 이 추아름이 실존 인물이라면 너에게 보낸 편지에는 분명히 나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언급했을 거야. 인지석,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말해 봐.”인지석은 그를 반쯤 쳐다보고는 얼굴을 한쪽으로 돌렸다.“만일 네가 말할 수 없다면 이 사람은 세상에 없어. 없는 사람이라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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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어쩐지 한동안 경영대에 최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또 여학생의 표적이 되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이런 소문은 최연준이 어려서부터 무수히 들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는데 나중에 넷째가 어찌 된 영문인지 퇴학을 하고 급히 귀국하여 국내의 대학에서 학업을 마쳤다.가문에는 누구도 최연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도 묻지 않았다.일의 근원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어째서 이런 표정을 짓는 거예요?”인지석이 콧방귀를 뀌었다.“생각이 났어요? 당신이 아름이를 죽였어요. 최씨 가문은 아름이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해요!”최연준은 심호흡하고 한참 후 차갑게 말했다.“토론 대회에 참가한 것은 내가 아니야.”“뭐라고요?”인지석이 이를 악물었다.“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변명을 할 거예요?”“그건 내가 아니라 내 동생 최연서야.”인지석은 귓가에 굉음을 내며 눈을 부릅뜨고 입술이 살짝 떨렸다.“나는 토론 대회에 참가한 적이 없어.”최연준은 똑똑하게 말했다.“그 대회에 내 이름이 쓰여 있었지만 내가 가기 싫어서 내 동생이 대신 가겠다고 나섰어.”외국인은 최연준인지 최연서인지 분간할 수 없었고 다만 그들의 성이 모두 최씨라는 것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명단에는 최연준이었다.최연서는 극도로 유머러스한 말로 분위기를 완화하기도 하고 정곡을 찌르는 말로 상대 허를 찌르기도 해서 훌륭한 변론가였다.게다가 반듯한 외모에 몸에 밴 젠틀함으로 여자들의 시선을 쉽게 사로잡는다.최연서는 작은 삼촌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보호를 받아 마음이 순수하고 좀 어리숙하기까지 했다. 여자가 접근해도 다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모든 여자에게 잘해주었다.생각해 보면 최연서와 추아름 사이는 그리 복잡하지 않을 것이다.최연서는 종종 친구들과 도서관에 가 공부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도서관에 가는 것이 정상이었다.또 그는 야외 활동을 좋아해서 종종 친구들과 같이 놀러 나가곤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캠핑을 가는 것이 정상이었다.무도회는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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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최연준이 병실 밖으로 걸어 나올 때 마음이 큰 바위에 눌린 것 같았다.추아름의 죽음은 그와는 상관이 없지만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그는 병원 입구에 한참 서서 담배를 피운 뒤 경찰 몇 명이 급히 입원실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인지석의 마약 밀매 수로 처벌하면 사형도 그를 우대하는 것이다.담배 한 대를 다 피운 후 최연준은 고개를 들어 밤경치를 바라보았는데 이 지저분한 일들을 뒤로하고 아내에게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도련님.”방한서가 걸어왔는데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최연준은 그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최연서 일을 조사하러 갔었어?”방한서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셋째 도련님의 훌륭한 오른팔로서 당연히 일이 눈에 보여야 한다.조금 전에 병실 밖에서 최연서의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그는 수사에 착수했다.“잘했어.”최연준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드디어 눈치가 빨라졌네.”방한서는 자기가 도련님과 사모님의 좋은 일을 망친 것 말고는 또 언제 눈치가 없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에 잠겼다.“뭐가 나왔는지 말해봐.”“박 집사님이 당시의 일에 대해 조금 알고 있어 물어봤어요. 넷째 도련님은 그 여자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날 밤 술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건 사고였지만 당시 학교에 있던 최씨 가문과 원한이 있는 가문이 이 일을 크게 문제 삼았어요. 그때 넷째 도련님은 겁이 많아서 스스로 도망쳐 돌아왔어요.”최연준은 답답한 듯한 소리로 대답했다.이 빌어먹을 최연서가 온종일 여자에게 신사답게 굴더니 결국에는 인지석 이 미친놈을 건드렸다.그리고 그 영어 이름 마크도 문제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최연서라고 소개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최연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추아름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아보고 그 사람의 묘비 앞에 꽃다발을 놓아 줘.”“네, 알겠습니다.”“응.”말이 끝나자마자 최연준은 돌아서서 가려고 하는데 두 발짝 걷다가 다시 멈춰 몸에서 나는 냄새를 힘껏 맡았다.‘재킷에서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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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조금 전까지도 졸음이 몰려왔던 강서연은 그의 말에 잠이 확 깨는 것 같았다.“누굴 때리겠다고요?”최연준은 잠깐 흠칫하더니 그녀의 얼굴과 배를 번갈아 보았다.“여보, 그게...”“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애한테 벌써 매를 들 생각부터 해요?”강서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째려보았다. 최연준은 밖에서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유독 강서연 앞에서는 기를 못 펴고 깨갱거렸다.“아니, 아니, 그 뜻이 아니라...”그가 멋쩍게 마른기침을 두어 번 했다.“당신이 아까 임신하면 몸의 열을 아이에게 나눠줘야 해서 자꾸 추운 거라며?”“아무리 그래도 때려선 안 되죠.”“그래...”최연준이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여보, 그럼 나중에 걔가 커서 잘못을 저지르면 때려도 돼?”“그것도 안 돼요.”강서연은 다시 한번 그를 째려보았다.“아이가 잘못하면 나무라고 가르쳐야지, 걸핏하면 손을 대서야 하겠어요? 연준 씨 경고하는데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손을 댄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최연준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억지로 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 달리 방법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여자는 엄마가 되면 아무리 다정하고 얌전하던 토끼도 사나운 호랑이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남녀의 감정이 완전히 다르다. 여자는 10달 동안 아이를 품고 두 사람의 감정은 탯줄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최연준은 다정하게 웃으며 강서연을 품에 끌어안았다.몇 달 후면 집에 새로운 가족이 생길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예쁨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여 이 기회에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 했다.그 생각에 최연준은 온몸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은밀한 그곳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강서연은 작은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살짝 밀었다. 밀당이 제대로 먹혔는지 곧바로 최연준의 탄탄한 가슴에 쏙 안겨 움직일 수가 없었다.“서연아.”최연준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이젠 3개월 됐지?”“네...”정말 3개월이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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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오늘 밤 바깥 기온도 뚝 떨어져 이불을 꽁꽁 덮어야 한다. 그러면 이불 밑에서 욕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으니까......그동안 신석훈은 줄곧 최연희의 곁을 지켰다.여러 일을 겪고 난 후 신석훈도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다. 심한 충격을 받은 최연희는 우울증이 걸렸었던 예전처럼 다시 웃지도 않고 말도 별로 하지 않았다.신석훈은 말주변이 없어 최연희를 즐겁게 할 방법을 몰랐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묵묵히 옆에서 지켜주는 것뿐이었다.그날 최연준과 강서연이 성수 별장에 도착했을 때 은미연이 최연희의 방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발끝을 들고 문틈 사이로 방안을 들여다보려고 애를 썼다.통통한 그녀의 뒷모습에 옅은 처량함이 묻어있었는데 어머니로서의 근심과 걱정이 충분히 느껴졌다.강서연은 갑자기 코끝이 찡했다. 그녀도 예비맘이라 그런지 공감이 됐고 지금 은미연의 기분이 어떨지 누구보다 잘 이해되었다.“어머, 연준이와 서연이 왔어?”은미연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오늘 그녀는 짙은 화장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화장을 하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딸에게 일이 생긴 후로 은미연도 기운이 나질 않았다. 어쨌거나 세대 차이 때문에 딸의 세상에 들어갈 수 없어 옆에서 조급한 마음을 부여잡고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인지석이 그렇게 나쁜 놈인 줄은 정말 몰랐어.”은미연이 눈물을 왈칵 쏟았다.“연준아, 너도 알잖아. 난 집안이나 신분 같은 거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 연희만 좋다면 무조건 허락했었는데... 이게 다 내 탓이야. 엄마라는 사람이 딸이 가스라이팅을 그렇게나 오래 당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니...”“대표님, 그런 말 말아요.”강서연은 그녀를 살포시 끌어안았다.“대표님은 연희 아가씨를 감싸주고 존중해 주었고 건강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키웠어요. 그리고 공주병이 없는 진짜 공주로 자라게 했죠... 이것만으로도 엄청 대단한 거예요.”“서연아...”은미연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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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강서연은 웃음을 참다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하러 마당에 나갔다. 가끔 고개를 돌려보았는데 최연준이 어두운 얼굴로 거실에 앉아 그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곤 했다. 그 눈빛에는 마치 이런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저녁에 딱 기다려!’강서연은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심장 박동도 빨라져 그의 시선을 황급히 피했다.방안의 최연희는 이미 죽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고개를 들고 신석훈을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어른의 칭찬을 기다리는 어린아이 같았다.최연희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신석훈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예전에 임우정을 좋아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 이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임우정의 마음속에 아직 육경섭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신석훈은 스스로 알아서 물러났고 두 사람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었다.그런데 지금 최연희가 그에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신석훈은 무조건 최선을 다해 그 남자와 경쟁할 것이다. 마치 중세기에 사랑을 위해 결투를 벌였던 기사처럼 말이다.맨날 수술칼을 손에 들고 있는 사람이니 검을 들어도 아주 용맹해질 것이다.“선생님...”최연희가 그를 슬쩍 부르며 작은 손을 흔들었다.“왜 그래요? 뭔 생각을 그렇게 해요?”신석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리고 그릇을 옆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깨끗하고 청순한 모습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다음 단계는 뭘 해야 할까?어떤 목소리가 그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다.‘고백해야지!’신석훈은 갑자기 자세를 고쳐잡고 목청을 가다듬더니 진지한 얼굴로 셔츠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그 모습에 최연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설마... 또 수업하려는 건가? 또 시험지를 풀어야 해? 아이고, 나 좀 살려줘.’“연희야, 나... 너에게 할 말이 있어.”“아니요. 하지 말아요.”최연희는 절망 섞인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고 울음이라도 터뜨릴 기세였다.“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수능이 코앞인 것도 알고 1년 휴학한 것도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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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5개월이 거의 됐고 강서연의 배도 조금씩 불러왔다.입덧이 끝나니 먹덧이 시작됐다. 뭐든 다 잘 먹은 덕에 아이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랐고 다른 임산부들보다도 배가 더 불러온 듯했다.배만 볼록하게 나온 것 말고는 팔다리는 여전히 가늘었고 혈색도 하루가 다르게 점점 좋아졌다.이젠 태동도 자주 느껴졌다. 아이가 뱃속에서 몸을 뒤집고 기지개를 켜는 귀여운 모습만 상상하면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 엄마가 된 순간부터 얼굴에 행복함이 사라지질 않았다. 옆에서 그런 그녀를 보고만 있어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윤정재는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연합 병원의 의학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핑계로 또 오성에 다녀갔다. 이번에 그는 직접 진맥하였는데 한의학과 서양 의학을 결합하여 강서연 배 속의 아이가 남자아이라는 확실한 결론을 내렸다.그 소식이 전해지자 최씨 가문 전체가 떠들썩해졌다.최재원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소파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이더라도 웃으면서 깨곤 했다. 그는 당장 사람을 보내 스위스 은행에 수년간 넣어뒀던 다섯 개 상자를 가져오게 했다.이 상자들은 최연준도 본 적이 없었는데 보자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상자마다 빛이 번쩍거리는 금이 가득했다. 금 자물쇠와 금 팔지, 옥이 박힌 금목걸이가 셀 수 없이 많았고 가장 놀라운 건 가지런히 놓인 금괴들이었다.상자 하나만 해도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데 다섯 개면 대체 얼마나 될까?“할아버지, 이건...”“뭘 봐?”최재원은 상자를 꼭 끌어안고 싫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최연준을 쳐다보았다.“이건 다 내 증손자에게 주는 거니까 넌 꿈도 꾸지 마.”최연준이 잠깐 멈칫했다. 예전에도 이 광경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가 9살 되던 해에 생일 케이크에 수은이 발견된 바람에 겁을 먹고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괜찮아졌다. 그때 할아버지가 침향목으로 만든 상자를 꺼냈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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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내가 꿈에서 봤는데 아주 잘생긴 남자아이였어요.”강서연은 그의 어깨에 살포시 기댔다.“꿈에서 본 아이는 대략 서너 살쯤이었는데 하얗고 통통한 게 엄청 귀여웠어요.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면서 안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생김새는 당신과 많이 닮았어요.”강서연은 그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정말 리틀 최연준이 따로 없었다니까요.”최연준은 심장이 쿵쾅거렸다.“혹시... 막 화도 내고 그랬어?”“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강서연이 더욱 활짝 웃었다.“꿈에서 당신에게 막 대들더라고요. 그런데 그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고 귀엽든지.”최연준은 말을 잇지 못했다.‘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그런 꿈꿨었어.’대든 것뿐만이 아니라 앞에서 대놓고 그의 여자를 끌어안고 도발하기도 했다.최연준은 강서연의 손을 잡고 점점 더 힘을 주었다. 강서연이 아프다고 말한 후에야 최연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미안해, 미안해. 내가 아프게 했어...”“가까이 오지 말아요.”“응?”강서연이 입을 삐죽거렸다.“나 지금 더위를 쉽게 타니까 가까이 오지 말아요.”최연준은 피식 웃으며 그녀와 떨어져 앉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두 다리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살살 마사지해 주었다.임신한 후로 강서연은 가끔 다리에 쥐가 났고 두 다리도 심하게 부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얼굴에 기미도 조금 생겼다.임신하면 호르몬 분비가 고르지 못하여 생기는 증상이라 미관에는 딱히 영향이 없었고 아이를 낳은 후에 관리만 잘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강서연이 거울 앞에서 한숨 쉬는 모습을 그는 종종 보았다.하긴, 어느 여자가 아름다움을 싫어하겠는가? 게다가 임신 전에는 그렇게 예뻤던 그녀였는데.그에게 아이를 낳아주기 위해 강서연은 너무도 많은 걸 바쳤다. 그 생각만 하면 최연준은 마음이 아파 다리를 마사지해 주는 것으로나마 고생을 덜어주려 했다.“여보.”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야.”강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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